누구나 자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프레임이 다르면 해석이 다르다. 그래서 다른 프레임을 공유해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아버지의 프레임과 아들의 프레임이 충돌하지 않고 적절하게 자기 자리를 내어 주는 것에서 세대 간 갈등 극복의 지혜가 생긴다. 혼주의 프레임과 상주의 프레임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를 깨닫는 대목, 그 대목이 바로 길고 그윽한 인생살이의 지혜와 묘미를 터득하는 지점이다.
1. 결혼식을 마친 젊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불만 섞인 요구를 한다. 요구의 내용은 이러하다. 결혼식 축의금으로 들어온 돈을 자기에게 달라는 것이다. 젊은 아들은 논리적으로 말한다. 축의금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결혼을 했기 때문에 들어온 돈이라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원인 행위가 없었으면 축의금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으리라.
아버지가 말한다. 오늘 축의금을 내어 준 많은 분들은 아버지의 친구나 지인들이다. 적어도 아들 친구보다는 훨씬 더 많았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말한다. 나도 내 친구들 자녀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할 친구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들어온 축의금은 사실 이미 내가 친구에게 축의금으로 내었던 돈의 갚음이고, 또 자녀 혼사를 앞둔 친구들에게는 앞으로 갚아야 할 돈이다. 그러니 이 축의금은 내가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을 하는 것이리라.
아버지는 덧붙여 말한다. 아들의 결혼을 준비하기 위하여 아버지가 지출한 경비를 소상히 설명한다. 아들과 며느리가 신혼을 꾸리고 살 집을 구하기 위해서 얼마를 지출했고, 그 과정에서 은행 돈을 얼마를 빌렸고 오늘 예식장 경비만 해도 상당하다. 축의금을 다 모아도 결혼 경비를 감당하려면 어림도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이 결혼식을 관장하여 감당해야 하는 주인, 즉 혼주(婚主)임을 강조하면서 혼주의 어려움을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