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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간첩이 돼 버린 열세 살 송진의 전쟁이야기

<첩자가 된 아이>

<첩자가 된 아이>는 삼별초항쟁을 기반으로 한 역사동화다. 학창시절 삼별초항쟁에 대해 배운 기억을 더듬어 보면 삼별초군대와 고려몽골연합군의 항쟁이며 나라를 위해 의로운 일을 했다는 정도다.
삼별초는 고려 무신정권 당시 몽골이 고려로 쳐들어왔을 때 끝까지 항쟁한 특수 부대다. 전쟁 중 고려 원종이 몽골에 복속해 개경으로 환도하자 삼별초는 배중손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정비해 독자적으로 정부를 세워 개경정부와 몽골에 맞서 싸웠다. 이것이 ‘삼별초항쟁’이다. 이 책은 삼별초항쟁이란 전쟁에 휘말린 세 아이를 내세워 그들의 생각과 입장으로 삼별초항쟁을 이야기한다.

한 전쟁터, 생각이 다른 세 아이
해남에 살던 송진은 운주사에 천불천탑을 세우면 미륵님이 내려와 새 세상을 만들어준다고 믿는 아버지를 따라 절로 향하던 중 몽골군에 의해 아버지를 잃는다. 송진은 몽골군에 의해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몽골군이 그의 어머니를 볼모로 잡는 바람에 삼별초가 벌인 전쟁을 원망하며 어쩔 수 없이 첩자가 된다.

첩자가 된 송진은 진도의 새 고려 국왕에게 서한을 전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진도에 도착해 삼별초의 곳곳을 염탐하던 송진은 그곳에서 삼별초 장군 배중손의 딸 선유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삼별초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전쟁을 위한 첩자와 평화를 위한 첩자 사이에서 갈등한다. 결국 전쟁을 막고 평화로운 해결을 하고자 했던 그는 몽골군에 거짓 정보를 흘리게 된다. 그러나 새 고려를 살리기 위한 송진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송진과 달리 선유는 전쟁이 없는 세상을 원하지만 삼별초항쟁이 백성을 위한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며,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아버지를 묵묵히 응원한다. 몽골의 사령관인 삼촌을 따라 고려원정을 온 태무게는 삼별초가 몽골에 항복했더라면 전쟁이 나지 않았을 거라고 여긴다. 어렸을 적부터 전쟁이야기를 듣고 자란 태무게에게 전쟁은 단순히 살아가는 방식일 뿐이다. ‘첩자가 된 아이’에서는 삼별초항쟁을 겪는 세 아이의 각기 다른 시선과 입장을 그대로 서술한다.

새 시선으로 삼별초 바라보기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이다’는 말이 있다. 역사는 그 시대를 지배한 영웅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지만 그 뒤엔 수많은 보통사람의 희생과 슬픔이 숨겨져 있다. 저자는 일반인의 역사에 관심 많은 동화작가다. 전작인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기찻길 옆 동네>와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황토>에서도 그러하다. 저자의 말처럼 신기하게도 전쟁의 진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몇몇 욕심쟁이 때문에 세상이 망쳐지고 그 세상을 바로 잡고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어서는 보통사람들이 있다. 역사는 승자의 업적을 기록하지만 이 책은 험난한 세상을 견디며 살아낸 서민의 눈으로 역사를 다시 재현하고 있다.

이 책은 동화 속에 역사사건을 잘 녹여내고 있다. 누가 나쁘고 누가 좋다는 관점이 아닌 삼별초 항쟁을 이해하고 그 밑바닥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힘없는 백성을 그리면서 새로운 시선에서 삼별초를 바라본다. 세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어린 독자들의 입장이 되어 역사를 바라볼 수 있게 하면서 동화가 가지고 있는 교훈이나 감동 역시 빼놓지 않았다. 역사를 어려워하는 초등학생들에게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동화로 추천하고 싶다.

첩자가 된 아이 | 김남중 글 | 김주경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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