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통제와 지배
1984년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30여 년이 훌쩍 지난 과거의 시간으로 추억한다. 조지 오웰은 1949년에 35년 후의 미래를 소설로 만들어냈다. 작은 군소 국가들이 사라지고 거대 대륙 국가들이 서로 경쟁하는 상황, 개인의 자유는 사라지고 모든 것을 국가 권력이 통제한다.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가 곳곳에 설치되어 개인의 행동은 물론 말까지 철저히 감시한다.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빅 브라더’에 의한 통치는 모든 범위에서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소설의 내용처럼 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여러 면에서 ‘1984’를 연상케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몰래카메라’와 관련된 사건들이다. 개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촬영된 영상이 불법적인 경로로 유통되어 개인의 고통은 물론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사실 누군가의 시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하루의 일과만 떠올려 봐도 얼마나 많은 감시의 시선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곳곳을 바라보고 있는 CCTV. 엘리베이터 안, 길거리, 버스의 내부 등 셀 수 없이 많은 눈이 우릴 지켜보고 있으며, 작은 물건 하나를 살 때, 교통카드를 이용할 때, 전화 통화를 하는 순간 우리의 위치와 정보는 고스란히 노출된다.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한 개인 감시가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가정용 CCTV를 해킹하여 몰래 촬영하는 중국 업체의 이야기도 많은 충격을 주었다. 정보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이러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국가의 통제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고전인 <1984>를 다시 읽으며 느낀 것은 지금의 모습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는 점이다. 자유로운 삶이 보장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권력기관에 의해 이뤄졌던 감시와 통제에 관한 소식들은 빅브라더의 존재를 의심케 한다. 아이들과 무거운 주제지만 깊은 고민을 함께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1984> 줄거리 살펴보기 『동물농장』과 함께 조지 오웰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전제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 놓인 한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다가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 그 과정과 양상, 그리고 배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작 품의 무대인 오세아니아는 전체주의의 극한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나라. 오세아니아의 정치 통제 기구인 당은 허구적 인물인 빅 브라더를 내세워 독재 권력 의 극대화를 꾀하는 한편, 정치 체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하여 당원들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당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과 동시에 당원들의 사상적인 통제를 위해 과거의 사실을 끊임없이 날조하고, 새로운 언어인 신어를 창조하여 생각과 행동을 속박한다. [예스 24 제공] |
깊이 들춰보기
▶ 권력에 의한 감시와 통제
누군가에 의한 감시로 개인적인 자유를 느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떨까? 주인공 윈스턴은 마치 감옥에 있는 것처럼 통제된 삶을 산다. 비어있는 노트에 빅 브라더에 대 한 반감을 표하고,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길을 꿈꾼다. 사랑에 빠지면서 윈스턴의 자유 의지는 더욱 커진다.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감시와 통제가 훨씬 강력해지고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빅 브라더는 과연 존재하는 대상인가? 불멸의 상징 체제인가? 그 모호함 속으로 빠져든다.
▶ 디스토피아의 세계
미래에 대한 희망적 상상을 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로 암울하게 미래를 그리고 있는 조지 오웰의 생각은 인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반증하고 있다. 현실에서 지켜지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것이다. 자유를 상실한 채 살아가는 인물들은 미래의 모습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세계 대전의 혼란을 겪고 혼돈에 빠진 작가의 내면을 어둡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현재에도 진행형인 이야기
이 작품이 무겁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의 삶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니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삶과 자유는 너무도 쉽게 무시당하고 만다. 이러한 모든 것이 누군가의 통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음모론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분명 우리의 삶은 모두 밝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수업 속으로
기계적으로 통제받는 삶의 모습을 그린 작품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고전 영화인 ‘모던 타임즈’를 활용하여 논의할 수도 있으며, ‘네트’,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작품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몰래카메라의 문제와 연결한다면 개인의 삶을 침해하고 있는 여러 상황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토론으로 확장하기
개인의 자유와 사회 전체의 이익 중 어느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다. 이와 관련한 쟁점을 작품의 내용과 연결하여 제시하여 활발한 토론을 유도한다.
쟁점 |
윈스턴이 살고 있는 1984년은 개인의 삶이 철저히 통제된 곳이다. 오세아니아의 전체 이익을 위해 개인의 모든 행동과 생각은 통제된다. 이러한 사회의 통제는 불가피한 결정이지만 모두가 따라야 한다. |
찬성 | 반대 |
사회가 안정되지 못하면 결국 개인의 삶도 보장받을 수 없다. 개인의 희생을 통해 전체 사회가 유지된다. | 개인의 자유는 어떤 이유로도 통제할 수 없다. 사회의 존재 이유도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므로, 주객이 전도 되어서는 안 된다. |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첨예한 문제로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하다. 사회적 안정을 내세워 개인의 자유를 통제할 수 있다는 찬성 측 입장에서는 안보, 사회질서, 강력한 법규 등의 차원에서 논리를 펼 수 있다. 테러방지법과 같은 자료들을 근거로 삼아 의견을 강화할 수 있다. 반대 측 입장에서는 국가와 사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할 수 있다. 그리고 헌법에 명기되어 있는 개인의 자유를 들어 통제의 부당함을 지적할 수 있 다. 찬반의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토론의 과정을 통해 적정 수준의 통제와 자유가 공존해 야 함을 아이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논술문항지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맞게 논술하시오. “제11판이 결정판이지. 지금 신어를 마지막으로 손질하고 있는데, 이 일이 다 끝나면 다른 말은 쓰지 않아도 될 걸세. 대신 자네 같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하네. 자네는 우리의 주된 임무가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하겠 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네. 우리는 매일 수십, 수백 개의 낱말을 없애고 있지. 말하자면 우리는 말을 뼈만 남도록 잘라내고 있 는 셈일세. 제11판에는 2050년 이전에 쓸모가 없게 될 낱말들은 단 한 개도 수록되지 않았다네.” 사임은 허기진 듯 빵을 덥석 베어 물고 몇 번 씹지도 않은 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현학적인 말들을 계속해서 열심히 늘어놓았다. 가무잡잡하니 야윈 그의 얼굴은 생기를 띠었고, 조소하는 기색이 말끔히 가신 눈은 꿈꾸는 듯 빛났다. “낱말을 없애는 건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지. 물론 가장 쓸모없는 낱말은 동사와 형용사에 많지만, 없애야 할 명사도 수백 개나 있네. 그리고 동의어뿐만 아니라 반의어도 없애야 하지. 도대체 한 낱말이 단순히 다른 낱말의 반대만을 뜻한다면 굳이 있어야 할 필요가 뭐 있겠나? 한 낱말에는 이미 그 자체에 반대로 말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돼 있네. 그래서 ‘좋은(good)’이라 는 낱말을 예로 든다면, 그 반대말은 ‘안 좋은(ungood)’이라고 하면 되지. 철자도 생판 다른 ‘나쁜(bad)’이란 말이 뭣 때문에 따로 필요하겠나? ‘안 좋은’이란 말이면 충분하네. 모양은 비슷하지만 오히려 이게 다른 말보다 더 정확한 반대말이지. ‘좋은’ 이란 말의 뜻을 더욱 강조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네. ‘탁월한(excellent)’이니 ‘훌륭한(splendid)’ 같은 모호하면서 쓸모도 없 는 말들이 수두룩하게 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 좋은(plusgood)’이라는 말이면 충분하고, 이걸 더욱 강조하고 싶 으면 ‘더욱더 좋은(doubleplusgood)’이라고 하면 될 것이네. 물론 이런 형태의 낱말들이 이미 사용되고는 있지만, 신어의 최 종판에는 이 낱말들만 수록될 걸세. 그러니까 좋고 나쁘다는 전체적인 개념은 여섯 개의 낱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지. 어 때, 멋지지 않나, 윈스턴? 물론 이건 원래 빅 브라더의 아이디어였다네.” (중략) “자네는 신어를 만든 목적이 사고의 폭을 좁히는 데 있다는 걸 모르나? 결국 우리는 사상죄를 범하는 것도 철저히 불가능 하게 만들 걸세. 그건 사상에 관련된 말 자체를 없애버리면 되니까 간단하네. 앞으로 필요한 모든 개념은 정확히 한 낱말로 표현될 것이고, 그 뜻은 엄격하게 제한되며 다른 보조적인 뜻은 제거되어 잊히게 될 걸세. 이미 우리는 제11판에서 그런 것에 주안점을 두었네. 하지만 그 과정은 자네나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계속될 걸세. 세월이 흐를수록 낱말 수는 줄어들고, 그에 따라 의식의 폭도 좁아지게 되는 거지. 물론 지금도 사상죄를 범한 것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유나 구실을 댈 수는 없네. 그것은 단지 자기 수양이나 현실 통제를 못한 탓이지.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하는 것조차 필요 없게 될 걸세. 언어가 완성 될 때 혁명도 완수될 것이네. 신어는 ‘영사’고, ‘영사’는 신어일세.” (p73-76) ● 논제 사고의 자유와 언어의 관계에 대하여 제시문의 내용을 활용하여 논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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