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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과 ‘통화’ 알 것 같은데 설명이 안되네

돈을 이렇게 마구 풀어도 될까요? 시중 통화량(M2)이 3,2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입니다. 미국은 훨씬 더합니다. 바이든 정부가 또 ‘2,5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은 정부의 빚이 연간 GDP보다 높은 나라입니다(한 해 매출보다 은행 대출금이 더 많은 식당이다). 시중 통화량이 범람해 주가에서 부동산, 심지어 비트코인까지 폭등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런데 ‘재정’과 ‘통화’는 어떻게 다를까요?

 

재정이란

정부가 세금을 거둬 쓰는 예산을 ‘(정부)재정’이라고 합니다. 우리 정부의 올해 재정은 555조 원 정도입니다. ‘통화량’은 이를 포함한 시중에 공급된 화폐의 총량입니다. 그러니 ‘통화량’이 ‘재정’보다 훨씬 더 큰 보따리입니다(그러데 국회의원 중에도 이 통화와 재정을 혼재해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래 국가(정부)는 세금을 거둔 만큼 예산을 쓰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1929년에 미국에 대공황이 터지고,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라는 경제학자가 정부가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 경기를 살릴 수 있다는 ‘비법’을 발견합니다.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댐이나 고속도로를 지으면, 그 돈이 시장으로 흘러들어 또 누군가의 소비를 불러온다는 겁니다(이렇게 당연한 걸 우리는 왜 몰랐지?).

 

‘토마스는 정부가 (필요하지도 않은) 댐건설 현장에 가서 열심히 일해서 100달러를 벌었다. 그는 이 돈으로 운동화를 사고, 미용실을 다녀왔다. 운동화 가게와 미용실은 그만큼 소득이 늘었다. 운동화 가게와 미용실 원장님은 그 돈으로 또 다른 소비를 한다. 이렇게 소비가 늘어난 만큼 경기가 좋아진다.’

 

자, 이 비법을 알아냈으니 이제 ‘재정정책’이 만들어집니다. 대표적인 게 ‘보조금’입니다. 코로나로 위기에 빠진 서민들에게 돈을 직접 지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 돈이 마중물이 돼 경제가 살아납니다. ‘총수요’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수요가 너무 늘어 물가가 오르면(인플레이션) 어떡하죠? 그럼 정부가 재정투입을 줄이면 됩니다. 케인즈는 정부를 자동차에 비유해서, 경기를 살리려면 ‘재정투입 확대+세금 덜 거두기’라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되고, 경기가 너무 과열되면 ‘재정투입 축소+세금 더 거두기’라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통화란

경제가 발전하면서 정부는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기관을 따로 두기로 했습니다. 왕이나 대통령이 자꾸 돈을 찍어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돈이 시장의 필요(수요) 이상으로 공급되면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실제 1940년부터 1980년까지 40년 동안 물가는 400%나 올랐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게 중앙은행입니다. 영국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1694년(조선 숙종 때)에 탄생했습니다.

 

한참 뒤에 탄생한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위(Fed)는 조금 다른 이유로 만들어졌습니다. 시중에 돈의 양이 잘 통제되지 않고, 그래서 갑자기 멀쩡한 은행이나 기업이 망하는 일이 많아지니까, 로스차일드 가문 같은 억만장자들이 돈을 모아 ‘최후의 대부자(Last lender of resort)’를 만들었습니다. 은행이 돈이 필요하면 급전을 빌려주는 ‘최후의 대부 기관’을 만든 겁니다.

 

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려서 시중의 ‘통화량’을 결정합니다. 중앙은행장의 독립은 그래서 철저히 보장됐습니다. 기재부 장관이 금리에 대해 언급만 해도 한국은행에 대한 월권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가 되풀이되면서, (다 망하게 생겼으니까) 이 원칙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위기가 반복되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바닥까지 내리고, 이제 더 이상 내릴 기준금리도 없습니다. 시중 통화량은 무한정 늘어납니다. 이렇게 금리를 내리면 시중의 ‘돈값’이 내려갑니다. 1억 원을 대출받아 미용실을 차리려고 했던 찰스도, 8천억 원을 들여 반도체 라인을 증설하려고 했던 반도체회사도 이자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투자를 결정합니다. 사람을 더 고용하고 월급을 지급합니다. 이 돈이 시장으로 흘러들어 경기를 살려냅니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돈은 늘 이자율이 더 높은 곳을 찾아갑니다. 만약 미국의 금리가 우리보다 높다면 ‘원화’는 (이자를 더 주는) 미국으로 빠져나갑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췄다. 투자자 엘리자베스는 한국에 투자해 놓은 돈을 빼서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한국 외환시장에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다. 외환시장에 원화를 팔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달러를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난다. 원화가격은 내려가고, 달러 가격은 올라간다. 원화가격이 내려가면 수출은 더 유리해진다. 이렇게 금리를 낮추면 소비와 투자, 수출이 늘어난다.’

 

반대의견도 있다. 밀턴 프리드먼 같은 ‘통화주의’ 경제학자는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살리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믿습니다. “정부는 형편없는 운전수야!”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둬 가면, 주머니가 가벼워진 국민들은 무슨 돈으로 소비를 하나?” 그러니 중앙은행이 중심이 돼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를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럼 중앙은행은 언제까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할까? 그 기준은 어디일까? 실업률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만, 보통 물가인상률이 2%가 될 때까지 돈을 풀어냅니다. 우리 한국은행도 그래서 물가인상률 2%가 늘 목표치입니다. 한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 2% 정도 성적이 오르는 것이 제일 좋다고 보는 겁니다. 그 이상 성적이 올라가면(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서 미 연준(Fed)은 이마저 무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연준 의장이 “물가인상 조짐이 보이니 조만간 금리를 좀 올려볼까요?”라고 말하는 순간 세계 금융시장은 얼어붙습니다. 이를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환자가 퇴원한다는 말만 들어도 기절하는 겁니다. 실제 비슷한 언급만 나와도 증시가 폭락 조짐입니다. 그래서 그냥 모른 척하기로 결심한 것 같습니다. 시대가 그렇습니다.

 

인류는 100여 년 전부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왔습니다. 하지만 지구인이 전혀 예측 못 한 바이러스의 공격에 경제학 교과서는 모두 수정되고 있습니다. 무한정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고 있습니다. 100년 전 레닌은 자본주의를 망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돈의 타락’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돈을 마구 풀어낸 다음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건 일단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생각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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