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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결손, 등교만이 해답인가?

지난 6월,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교육부는 이번 결과를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의 공식적인 통계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고자 ‘(가칭)교육회복 종합방안(프로젝트)’을 추진하기로 확정하였다. 교육부가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은 교과별 성취수준에서 3수준(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전년 대비 중학교 국어·영어와 고등학교 국어에서 감소한 것과 1수준(기초학력 미달)의 경우 중학교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전년보다 증가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등교일수 축소로 보고, 전면 등교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학습결손 회복을 위한 맞춤형 지도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의 학습결손 회복을 위해 등교일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비단 ‘지식’만이 아니라는 것을 학교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 현시점에서 누구나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등교’만이 해답인가? 학생들은 학교에 오더라도 예전에는 당연했던 일상생활을 누릴 수 없다. 거리를 유지한 채 일렬로 놓여있는 책상, 대화를 나눌 짝이 없어 조금이라도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다가가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다고 혼나기 일쑤다. 가림막에 가려진 책상에 혼자 앉아 (교실에 친구들과 ‘함께’ 있지만) ‘홀로’ 수업을 듣는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학업이라는 의무는 더 커져만 가고 있다. 


단순히 등교만을 확대한다고 해서 ‘방역이 중심이 된 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습결손이 보완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학생들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학생들이 학교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먼저 해야 한다. 그리고 수업과 학교가 코로나19를 경험한 학생들에게 맞게 재구조화되어야 등교 확대는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잃어버린 것은 ‘점수’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습결손이 심각하고 학력격차가 벌어졌으니 ‘더’ 공부하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 학생들이 진정으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학습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작년 한 해 학교라는 공간에서 누려야 할 다양한 관계의 상호작용을 누리지 못한 여파일까. 원격수업에서 영상만 시청하던 수동적인 수업태도가 익숙해진 걸까. 등교해서 활동을 시작해도 가만히 앉아 있거나 멍한 모습을 보였다. 원격수업에서 실시간으로 수업을 진행해도 활동을 마무리 못 하고 한 시간 내내 3줄 글 쓰는 것도 힘들어했다. 이러한 모습은 ‘숫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와 함께 발표된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인 자신감·가치·흥미·학습의욕 수치가 2019년 대비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이렇듯 우리 학생들이 잃어버린 것은 ‘점수’만이 아니다. 점수보다 심각한 것은 여러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배우고, 어려운 목표에 도전해가면서 성취감을 맛보는 ‘몰입’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잃어버린 몰입을 되찾아주지 않는다면 학습결손을 위한 모든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귀찮은 것이 될 뿐이다. 


몰입은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가 제시한 개념으로 개인이 활동 그 자체 이외에 모든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어떤 것에 완전히 빠져들 때 나타나는 주관적 심리상태이다. 수업에 몰입하는 학생들은 현재 활동에 대한 성공감이나 타인 및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자긍심, 행복함이나 자랑스러움, 의욕 등을 느낀다. 이러한 긍정적인 정서는 학습을 지속시킬 수 있는 의지력과 추진력을 만들기도 하고,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따라서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며 몰입감을 경험한 학생들은 수업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지니게 되지만, 학습몰입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무기력함을 느끼고 학습에 대한 지속력도 떨어진다. 

 

학습몰입을 경험하는 수업 설계하기 
칙센트미하이는 연구를 통해 몰입을 구성하는 요소로 9가지를 제시하였다. 몰입의 9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도전과 기술의 조화 2) 명확한 목표 3) 구체적인 피드백 4) 행위와 의식의 통합 5) 과제에 대한 집중 6) 통제감 7) 자의식의 상실 8) 시간 감각의 왜곡 9) 자기목적적 경험이다. 학습결손 회복을 위해서 학생들이 수업에서 이러한 몰입 요소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규수업에서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학생에게 별도의 프로그램만을 제공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소외를 강화시킬 수도 있다. 먼저 정규수업에서 학습몰입의 경험이 쌓여 학생의 주도성이 되살아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학습몰입은 학생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교사의 상호작용 및 교수방법으로도 학생들의 학습몰입 경험을 촉진시킬 수 있다. 


정규수업에서 학습몰입 9가지 구성요소를 경험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사의 사회적 지지를 제공한다. 교사의 사회적 지지와 학생들의 수업몰입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준다(정주헌, 2015). 교사의 사회적 지지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긍정적인 자원으로 크게 정서적 지지·평가적 지지·정보적 지지·도구적 지지가 있다. 정서적 지지는 학생들이 학습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존중해주며, 관심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적 지지는 노력의 과정 및 결과에 대해서 인정해주고 칭찬하는 것이며, 정보적 지지는 과제해결을 위해 정보나 지식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도구적 지지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직접 교사가 행동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지지는 학생들의 개별적인 상황과 특성을 먼저 파악한 다음에 제공해준다. 


둘째, 학생들의 상호작용을 높인다. 학생들은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한다. 그러나 일 년이 넘도록 원격수업 상황에서도, 등교수업 상황에서도, 타인과 단절된 학습을 하고 있다. 학습자들의 상호작용은 학습몰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따라서 학생 개인의 활동으로만 수업을 설계하지 말고 반드시 학생들이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전의 교실 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이때 적절한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학생들과 활발하게 대화하고 협업하는 경험을 다시 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셋째, 수업과정에서 자기평가방법을 가르친다. 자신의 학습에 대해서 스스로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기평가를 할 수 있을 때 목적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평가방법은 동료들의 인지적인 상호작용에도 도움을 준다. 자기평가방법을 자연스럽게 아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전략으로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평가를 구체적으로 가르치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교사가 먼저 피드백을 제공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주기, 과제의 목적을 설명해주기, 학습목표와 수행의 준거를 명확히 알려주기, 명확한 루브릭을 사용하기, 루브릭을 학생 자신에게 친근한 언어로 바꾸게 하기 등이다. 또한 학생이 교사나 다른 학습자에게 받은 피드백을 다시 적용하여 자신의 과제나 수행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어렵고 복잡한 과제의 경우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교 밖의 세상과 연결되는 수업과 학교로 재구조화하기 
학습몰입은 과제의 특성과도 연결이 된다. 과제가 실제성이 있고 학습자가 자신과 연관된 것이라고 생각될 때 학습몰입이 촉진된다. 학습하는 것이 자신과 실제 세계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이 되고 그것을 실제 생활과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을 때 학습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유발될 수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러한 당연한 것들이 코로나19로 중단되었다. 원격수업과 방역 중심의 교실수업에서는 프로젝트 및 탐구형 수업을 설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사회나 외부자원의 연결도 어려워졌다. 학생들은 교실·가정·학원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사회에만 머무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코로나19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기존 방식으로 연결할 수 없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교육의 미래와 기능: 교육2030’ 프로젝트에서 미래교육의 목표를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웰빙’을 달성하는 것으로 꼽기도 했다. 학생이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려면 학습에서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자기 행위에 책임을 지는 경험을 하는 것은 물론 그러한 학습이 공동체로 확장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등교해서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학습한 학생들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과 공동체의식이 매우 약화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마저 세상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다. 원격수업을 할 수밖에 없고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온택트(Ontact)’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학교는 학교 밖 세상과 더 활발하게 연결될 수 있다. 또한 학생의 배움을 위해서 학교 밖 대안적인 장소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학습결손은 수업과 학교가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 해결이 가능하다.

 

“어제 우리가 배운 것처럼 오늘 가르친다면, 아이들의 내일을 강탈하는 것이다”라는 존 듀이의 말은 지금 가장 유효하다. 지금 교육의 진짜 위기는 학생들의 학습결손 자체가 아니라 변화된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코로나19 이전으로만 돌아가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습결손 해결방안을 등교확대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코로나19 이전으로만 돌아가면 모든게 다 해결될 것이라는 근시안적인 방법일 수 있다. 이제는 학습결손 회복을 위해서 빨리 예전으로 돌아가서 학생들을 ‘더’ 공부시켜야 한다는 접근 대신에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학교의 수업과 학교를 재구조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학생들에게 학습몰입의 경험을 되찾아주지 않는다면 평생 능동적인 학습자로 성장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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