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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기는 기회다” 중원의 프런티어 ‘학·먼·대’ 총장

황윤원 중원대학교 총장

“이봐, 한번 해보기는 했어?” 황윤원 중원대 총장이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다. 중원의 개척자답게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긍정의 의지가 담긴 어록을 즐겨 인용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대학들이 어려움에 놓인 지금,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뛰고 또 뛴다. <새교육>과 인터뷰가 있던 지난 5월 12일. 그는 이날 오후에만 공식일정 7개를 소화했다.

 

중원대의 또 다른 이름은 ‘학먼대’이다. ‘학생이 먼저인 대학’의 줄임말이다. 황 총장이 취임과 동시에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오직 학생만을 생각하는 대학, 학생을 위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다. 또 학교가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해야 학생들의 자부심도 커지고, 대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에서 나온 말이다. 사실 중원대는 강점이 많은 대학이다. 취업률은 충청지역 4년제 대학 중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학교시설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다. 튼튼한 재단과 넉넉한 장학금은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젊고 유능한 교수진과 인성 좋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 황 총장은 “머지않아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올해로 개교 13주년이다. 그동안 괄목할 발전을 이뤘는데.

“13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법인의 꾸준한 투자와 대학 구성원 모두의 피나는 노력으로 명실상부 명품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해원상생(解冤相生)의 건학이념을 구현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적 전문인, 진취적 개방인, 실천적 봉사인을 길러 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중원대는 작지만 강한 대학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향후 발전구상이 궁금하다.

“우리 대학은 중부지방을 대표하는 명문사학이다. 지난 10여 년간 교육부 2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 획득, 환경부 주관 그린캠퍼스 선정, 중형 국가 R&D사업 선정, 취업역량 강화사업 선정,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 선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항공우주과 보건의료분야 특성화를 더욱 강화하고 인공지능·스마트운행체·반도체 등 첨단학과를 신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자 한다. 아울러 세계 각국의 유수한 대학들과 활발히 교류, 글로벌대학으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데.

“많은 사람들이 대학의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이봐, 한번 해보기는 했어’라는 말처럼 긍정과 확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다. 남들과 똑같이 보고 똑같이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

 

중원대의 강점을 꼽는다면.

“높은 취업률, 우수한 학생, 탄탄한 재단, 파격적인 장학금, 최고급 학생 편의시설 등은 다른 대학들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또 젊고 유능한 교수진은 산업현장에서 원하는 기술과 직업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신속하게 교과과정에 반영한다. 특히 국내 최초 기숙형대학으로서 ‘생애멘토링교수제(CMP) 등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다. 머지않아 놀라운 역사가 이뤄질 것이다.”

 

취업 잘되는 학교로 알려져 있는 데 어느 정도인가.

“지난 수년간 충청권 취업률 1위 대학이 우리 학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공시취업률을 보면 지난 2018년 70.7%로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에도 69.6%의 취업률을 기록, 2년 연속 1위였다. 우리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에 입각한 실용교육, 즉 학생들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을 가르친다. 교수들에게도 공허한 이론은 강의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정확하게 현실을 보고 직업인으로서 ‘튼튼한 근육질’을 가진 인재를 만들어야 살아가는데 경쟁력이 있다. 우리 학생들은 인성 좋고 우수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동기만 부여해 주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장학금 혜택도 풍부하다고 들었다.

“입학하는 순간부터 졸업할 때까지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학교다. 학생들이 입학하면 기숙사비를 지원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입학생 전원이 장학 대상자가 된다. 재학생의 경우 30% 이상 장학혜택을 받는다. ▲글로벌인재육성 장학금 ▲중원우수 장학금 ▲외국인 장학금 ▲체육특기자 장학금 ▲대진문화 장학금 ▲교직원 자녀장학금 등이 ‘키다리 아저씨’처럼 든든한 후견인이 되어준다.”

 

교문에 들어서니까 골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학 캠퍼스에 골프장은 처음 본다.

“9홀 규모인데 교양필수인 골프과목 실습장으로 활용된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파란 잔디 위로 멋진 샷을 날리는 학생들 모습이 장관이다. 이뿐 아니다. 인공폭포가 설치된 야외풀장과 국제규격을 갖춘 실내수영장, 호텔급 수준의 학생식당 등 모두 최고급이다. 특히 기숙사는 방 전체가 대리석 세라믹으로 시공됐고, 내부에는 초현대식 스파까지 갖춰져 있다. 중원대 박물관과 사계절 식물원은 충청지역 관광 필수코스로 떠오를 정도로 명소가 됐다.”

 

중원대 학보를 보니까 ‘학생을 상전으로 모시겠다’고 했던데 무슨 의미인가.

“총장 취임 후 줄곧 주장해 온 대원칙은 ‘학생이 먼저인 대학’이다(황 총장은 이를 줄여 ‘학먼대’라고 부른다). 모든 학사행정의 기본원칙은 학생이 먼저다. 대학은 학생의 입장에 서서 학생의 편의를 생각하는 행정을 해야 한다. 수요자 중심의 학생편의주의를 실천, 학생이 만족하는 대학을 만들어 갈 것이다.”

 

실제로 황 총장은 업무면담 순위도 학생이 먼저다. 학생취업센터나 창업지원센터 등 학생에게 필요한 시설은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에 배치했다. 최근엔 취업·창업·상담기능을 수행하는 인재개발원을 신설,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가펴대’ ‘함커대’라는 말도 즐겨 쓴다고 들었다.

“‘가펴대’는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펴고 스스로를 굳게 믿고 살아가는 대학’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말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커나가는 대학’, 즉 ‘함커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 중 제1원칙은 ‘학먼대’이다. 제 머릿속에는 오직 학생만 있다.”

 

최근 지역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총장으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위기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학생수 감소다. 입시와 직결된 고3 학생수가 1989년 76만 7천여 명에서 2021년 44만 5천여 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90년대 급격하게 늘어난 대학숫자는 거의 변동이 없다. 반면 대학재정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전부인데 13년째 동결이다. 게다가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정원을 줄이면서 수도권 대학들은 그대로 두다시피 하고 지방 중소규모 대학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니 지역대학들이 재정난을 겪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하나,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도 실상은 수도권 유명대학과 지역거점국립대에 편중돼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으로 프로젝트 중심 재정지원을 하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는 한 지역대학이 고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교육부 대학정책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나.

“앞서 말한 것처럼 정원 감축 원칙을 바꿔야 한다. 대학정원을 줄일 거라면 서울대건 지역의 작은 대학이건 모두 일정한 비율로 감축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대학이 살고 지역인재들이 물려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생태계가 복원될 것 아닌가. 재정지원사업도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고루 균등하게 지원해 줘야 한다. 그래야 지방대학들이 살 수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70%에 이른다. 이 정도면 보편교육이다. 그러면 재정지원도 고루 이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수도권 대학들이 학생이건 재정지원이건 싹쓸이하는 구조는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

 

중원대도 여건이 어려운가.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튼튼한 재단이 있다. 비록 4년제 대학 중에서는 가장 늦게 문을 연 막내 대학이지만, 어느 대학보다 탄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지금의 위기가 우리에겐 기회다.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지금까지 많은 시련을 극복하며 홀로서기를 잘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역대학 살리기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어떻게 평가하나.

“아주 고무적이다. 기대가 크다. 이참에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대학을 영리기업처럼 경쟁 논리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이 없으면 대학도 없어져야 한다는 단순 논리는 곤란하다. 예컨대 지역에 고등교육기관이 없으면 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다면 그 지역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다양한 기반을 조성해야 하고, 그 기반의 중심축은 대학이다. 대학은 최우선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는 공공재인 것이다. 아시다시피 대학은 지역에서 지역인재를 공급하고, 지역발전의 방향을 제시하며, 지역의 경제적·문화적 구심점 역할을 한다. 지역대학이 무너지면 그 주변지역의 상권이 무너지고, 길게 보면 지역이 피폐해지고 주민들의 자존감에도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섣부른 지역소멸론을 논하기 전에 먼저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100년 대계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라도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까지 지역대학 지키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역에 있는 부실대학까지 국민 세금을 쏟아붓는 것에는 저항이 크지 않을까?

“망하게 놔둔다고 능사가 아니다. 대학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퇴로를 열어주고 회생방안을 찾아야 한다.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모아 학교를 세웠는데 부실대학이 됐다고 할 때 설립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법인을 해산하면 별도의 정관이 없는 경우 재산은 모두 국고에 귀속된다. 그러니 누가 쉽게 내놓겠는가. 빈 건물이라도 붙잡고 있으려 하지. 대학도 M&A를 허용하거나 설립자가 투자했던 자산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시집을 낸 것으로 안다. 한 문예지에 ‘가을국화’란 시가 실려 있던데

“가을국화를 좋아한다. 봄 장미는 온실 속에 피는 꽃이다. 제때에 피는 꽃보다는 비바람 다 맞고 피는 가을국화는 지속가능성이 높다. 농익은 세월의 지혜가 담겨있는 꽃이다. 우리 학생들은 일찍 공부에 취미를 붙이지 못했지만, 가을국화처럼 늦게 피는 꽃들이다. 저도 그렇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직업교육을 미리 받았고, 중소기업에서 직공생활을 했다. 말하자면, 남들보다 늦게 핀 꽃이다. 친구들은 이미 퇴직했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도 시련을 이겨낸 가을국화처럼 오래 피는 꽃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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