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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튜터, 포퓰리즘 안 되려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와 디지털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회적 변화는 교육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1에서 제시한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 네 가지 중 두 가지는 AI·디지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은 디지털 기초소양 강화를 제시하였고, 디지털·인공지능 교육환경에 맞는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 구축은 실생활 맥락과 연계된 수업 등을 표방하였다. 교육과정 개정방향은 공교육에서 AI·디지털로 인한 교육변화와 AI 시대를 살아갈 학생이 준비해야 할 역량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맥을 같이하여 학교현장에서의 AI 기술 사용, AI 혹은 AI 기반 기술이 교사를 지원하거나, 교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놀랍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특히 AI 튜터의 경우, 학습자 맞춤형 교육 지원, 교사의 교수 지원 등을 위해 활용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필자는 교육현장 변화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AI 기술과 AI 튜터 등의 활용과 관련하여 교육현장에서 직시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논의하고자 한다. ‘우리는 AI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학생들에게 AI와 관련하여 어떤 역량을 기르려 하는가’, 그리고 ‘AI 튜터 활용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AI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AI+Thing 
일상에서 AI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고, 더 이상 생소한 단어도 아니다. 생활의 모든 것이 AI로 바뀌어 갈 것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주변에 AI+Thing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한번 둘러볼 필요가 있다. 먼저 AI 스피커, AI 에어컨, AI 세탁기, AI 냉장고 등 수많은 Thing에 AI라는 용어가 접두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AI+Thing을 구매할 때, 그 제품이 AI라는 것을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AI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그 제품이 왜 AI를 표방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AI 스피커가 어떤 점에서 일반 스피커와 다른지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기능이 있어서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서 AI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AI에 대한 광의의 정의와 협의의 정의가 조금 다르게 사용될 수 있으나, AI는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학습된 것을 기반으로 추론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공통점을 갖는다. 즉 AI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데이터이며, ‘데이터’를 통한 ‘학습’이 더 강한 성능의 AI를 가능하게 한다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AI+Thing은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학습을 기반으로 성장해서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이유로 AI+Thing을 선택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AI+Thing과 Thing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나에게 없다면, 나는 AI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AI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AI와 관련하여 어떤 역량을 기르려 하는가: AI+α 교육 
교육에서 AI 혹은 AI 기술은 다양한 관점으로 사용될 수 있다. AI와 관련하여 어떤 목적을 갖고 교육을 진행하는가의 관점이다. AI+α 교육으로 구분해 보면 AI 기반교육, AI 개념·원리교육, AI 융합교육 등이 해당된다.

 

첫째, AI 기반교육은 교수·학습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으로 AI 기술이 사용되는 경우이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수학·과학·영어 등 교과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측면으로 AI가 탑재된 플랫폼, AI 학습도구 등이 그것이다. 수학과의 사례로 카네기멜론대학 AI 연구자들이 개발한 메시아(MATHia)와 EBS의 단추를 비교해 보자. 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데이터이다. MATHia는 교육평가의 중요한 이론인 IRT(Item Response Theory: 문항반응이론)를 차용하고, 인지모델링 방법을 사용한다. 다양한 수준의 평가문항을 기반으로 학생의 수학실력을 진단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처방을 내리는 형태이다. 반면 단추는 평가문항의 다양성이 다소 부족하여 평가를 통해 직접적으로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다. 즉 문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준 측정에서 두 시스템은 차이가 있다.


영어과의 경우 영국의 ‘Third Space Learning(서드 스페이스 러닝)2을 살펴보자. Third Space Learning에서 AI는 교사 혹은 튜터라기보다 교사를 위해 학생의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학습분석 AI에 가깝다. 학생을 직접적으로 지도하는 것은 교사이며, 교사가 학생을 잘 지도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교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둘째, AI 개념·원리교육은 AI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나 원리를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이 AI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AI가 무엇인지, AI를 어떻게 구현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지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22 개정 정보과 교육과정에 제시된 바와 같이 중학교 정보에서의 인공지능 영역, 고등학교 정보에서 인공지능 영역, 그리고 고등학교의 진로선택과목인 인공지능기초 등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AI 융합교육은 AI 기반교육을 통해 AI와 관련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즉 특정교과의 과목에서 AI 기술이 들어간 도구를 활용하거나, AI 플랫폼을 활용하여 교수·학습을 진행하였다면, AI 융합교육이 아닌 AI 활용교육 혹은 AI 기반교육이다. ‘AI 융합교육’은 AI에 대한 기본개념이나 원리를 습득하고, AI의 개념을 바탕으로 타 교과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면 AI 융합교육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과에서 알지오메스 등의 공학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AI·SW 융합교육이 아닌 AI·SW 활용교육으로 AI·SW 기반교육의 범주이다.

 

AI+α 교육 중, AI 개념·원리교육의 수준은 각 학교급에 따라 인공지능교육의 목표3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먼저 AI·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갖추어야 기초역량은 ‘소양교육’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다. 즉 AI 기술이 포함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서비스에 적용된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수준의 AI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정도를 말한다. 초·중등교육에서는 AI와 관련된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구현된 플랫폼 등에서 모델을 만들어보거나, 경험해보는 정도의 역량을 생각해 볼 수 있다. 

 

AI 튜터 활용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I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를 기반으로 AI 시대의 학생을 위해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그리고 그 중심에서 AI 튜터를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AI 기반교육을 진행한다고 해서 AI 기술과 관련된 개념이나 기초지식에 대한 역량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AI 기술을 활용한 도구나 플랫폼을 통해 학생의 타 교과학습에 대한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는지, 혹은 AI 자체에 대한 지식이나 역량을 향상하여 학생의 미래직업이나 진로에서 AI를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목적이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AI의 활용은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습득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AI 기술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AI+Thing으로 AI 스피커를 활용하거나 AI 에어컨을 상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둘째, AI 튜터와 관련하여 아직까지 성과를 나타냈다는 증거가 다소 미흡하다는 점이다. AI 튜터와 관련한 사례는 현재까지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AI 튜터를 활용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제반사항이 매우 많다. OECD Education4에서 ‘인공지능과 교육: 정책입안자를 위한 지침(AI and education: Guidance for policymakers)’을 통해 정책입안자들에게 제시한 교육분야에서 AI 기술 접목에 대한 지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지침은 AI 튜터를 활용하는 것은 학생의 교수·학습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참조할 만한 연구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음으로 AI 튜터에 대한 MATHia의 사례나 애리조나주립대학의 빅데이터·AI 기반 학습지원시스템 ‘e-Advisor’ 등도 필요한 시스템이나 데이터가 충분히 갖추어져야 AI 튜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두 사례가 성공적으로 주목받는 것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례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즉 AI 기반 기술을 활용했다고 해서 AI 튜터의 교육적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셋째, AI 튜터를 활용하는 목적과 함께 학교현장의 교사, 그리고 예비교사는 AI에 대한 지식과 AI를 활용할 역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2008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작된 2018에 이르는 10년 동안 정보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육 부재로 인한 결과는 OECD PISA 2018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사의 상당수는 정보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교육을 받았어도 기억의 ‘편린(片鱗)’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학교의 교사가 AI 기반교육을 진행하거나 AI 튜터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AI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필요하다. 시스템이나 AI 튜터의 판단이 틀렸거나 시스템의 오류를 수정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이다. AI에 대해 알지 못하고 AI+Thing을 선택하는 것처럼, 학교현장에서 교사는 AI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나 경험을 갖지 못한 채 도구를 사용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AI 튜터나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의 준비, 시스템의 무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모든 책임을 교사가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AI·디지털 인재는 AI 도구활용, AI 튜터의 활용 등과 같은 AI 기반교육으로는 양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는 AI·디지털 인재에 대한 초점이 AI에 대해 알고 활용하는 인간, AI 기술이 들어간 Thing을 조작하는 인간 중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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