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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도 상담도 척척? AI 튜터 어디까지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기술의 일상 침투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초거대 AI 모델 등이 등장하면서 AI는 더욱 인간처럼 자연스러워지고 문학·미술 등의 창의적인 활동도 가능해졌다. 단순 반복적인 일을 대신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인간과 함께 살아갈 동료로 바뀌는 전환기에 가까이 다가왔다. 교육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졌다. 2023년을 맞이하는 현시점에서 전 세계 AI 튜터들은 어떤 시도해왔고, 어떤 것을 성취했으며, 무엇이 남아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양한 교육적 역할 기대 불구 명확한 정의는 없어 
AI 튜터는 개인화 교수, 인공지능 조교, 교육행정 지원, 인공지능 심리·진로상담 등의 교육적 목적으로 다양하게 활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정의가 명확하지는 않다. 누군가는 지식을 전달해주거나 학생과 질의응답하는 챗봇 같은 것을 떠올릴 수도 있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에 등장하는 로봇과 같은 선생님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며, 영화 <HER>에 나오는 음성형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 같은 조력자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 어떤 것을 상상한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틀린 것이 아니다. AI 튜터는 완성형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실험단계에 있는 과도기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말은 지금부터 우리가 AI 튜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완성형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한편 AI 튜터를 이루는 근간 기술 또한 다양하다. 통칭해서 AI라 쉽게 부르고 있지만, 음성인식이나 음성합성, 자연어 처리, 추천 시스템 등 다양한 AI 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선생님이 된 가상 인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디지털 휴먼 혹은 버츄얼 휴먼(autonomous Virtual Human)이란 컴퓨터에 인간을 시뮬레이션한 것을 의미하며, 그 종류는 아바타와 자동화된 버츄얼 휴먼으로 구분된다. 버츄얼 휴먼은 얼굴 표정이나 몸의 움직임 등이 사람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시각적 AI 기술과 대화형 AI 기술의 결합이다.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모습에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 방대한 지식 등이 더해지면 교육자·상담사·안내자와 같은 에이전트(agent)의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엔터테인먼트·고객 응대 등에 현재 활발히 활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디지털 휴먼 제작사인 소울 머신(Soul Machine)과 IBM의 왓슨(Watson)이 결합하여 디지털 휴먼 보건선생님 플로렌스(Florence)를 만들었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2021년부터 플로렌스의 ‘코로나19와 금연 주제에 대한 보건교육’을 WHO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학생의 마음을 만져주는 상담사가 된 대화형 AI
미국의 Woebot(워봇)은 상담 AI 챗봇이다. 학생들만 쓸 수 있는 상담 챗봇은 아니지만, 공교육에서도 Woebot과 같은 상담 챗봇의 활용을 권장하고 있는 현 추세에 맞춰 Woebot과 같은 상담 AI 챗봇의 공교육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 흥미 위주의 대화를 하는 AI 챗봇의 경우 공감의 대화를 나누기는 하지만 이것이 인간의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동반한다기보다는 발화자가 말하는 상황이나 문장 자체에 대한 공감에 그친다. 하지만 Woebot과 같은 상담 AI 챗봇은 인지행동상담 방법론에 기인하여 정신건강을 위한 문제해결 대화에 집중한다. 한 사람과 나눴던 대화를 전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수면이나 불안·우울·스트레스와 같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목표를 설정한 후 그에 대한 여러 번의 세션을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전문 심리상담실을 그대로 옮겼다고 보면 된다.


일각에서는 심리상담은 내담자의 비언어적인 신호를 파악하고 ‘래포 형성’이라는 인간적인 신뢰형성과 관계맺음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챗봇을 통한 심리상담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Woebot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Woebot을 처음 사용한 94%가 Woebot의 심리적 조언과 콘텐츠에 긍정적 인식을 보였다. 특히 6주간의 임상 결과 91%의 사람들이 만족한다는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현재 Woebot은 경미한 수준의 아동 우울증 치료와 관련한 FDA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그러하지만, 미국 역시 코로나19 이후 우울한 감정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많아진 상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천재지변에 대응할 만큼 교육받은 심리치료사나 상담 인력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탓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 대다수가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상담서비스 비용도 만만치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AI는 이렇게 전문가 시장을 스케일업(Scale-up)하여 전문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데 용이하다. 

 

AI 튜터,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을 하는 곳도 있다. 교사나 교육기관에서 원하는 주제의 AI 튜터 챗봇을 만들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글 클라우드는 2021년 11월, 구글 클라우드 환경에서 API 형태로 제공하는 온라인 튜터 플랫폼을 공개했다. AI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학생과 상호작용하는 AI 튜터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제공한 것이다. 이 플랫폼을 사용하면 구조화된 질의응답을 기반으로 대화하듯이 특정 주제를 학습하는 챗봇을 만들 수 있다. 실제 AI 튜터는 학생의 학습목표 달성을 위한 질문이나 활동을 생성하고, 교육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단답형·선다형, 요약/패러프레이징, 빈칸 채워 넣기(guided note-taking) 등의 학습활동이 가능해 앞으로 학습활동의 종류 또한 지속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월든대학교(Walden University)는 구글 클라우드의 플랫폼을 활용해 문학 관련 내용을 가르치는 AI 튜터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코빗(Korbit)은 ‘딥러닝을 만든 자’라고 불리는 요시오 벤지오(Yoshio Bengio) 교수의 연구실에서 파생된 프로젝트로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야를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채팅 AI 튜터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화 기반의 개인화된 튜터링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재는 AI 분야의 지식에 한정하여 채팅으로 해당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학습콘텐츠 개발과정을 단순화·자동화하고 표준화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어떤 주제의 학습이라도 대화 기반의 튜터링이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정교화된 언어학습 AI 튜터 
외국어 학습·시험분야는 AI 튜터가 이미 상당히 정교하게 활용되는 분야다. 나스닥에도 상장된 에듀테크 서비스인 듀오링고는 학습자 진단과 학습콘텐츠 추천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국내에서 만든 TOEIC 학습서비스인 ‘산타’도 대형서점을 꽉 채우던 TOEIC 서적과 인터넷강의를 대체한 지 오래다. 베트남에서 만든 영어 발음 교정 전문 ELSA Speak도 평범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앱 서비스가 되었다.  

 

단순 반복 과업부터 전문 영역까지
AI는 사람이 해야 할 단순 반복작업을 대신한다. 사실 기계는 단순 반복작업의 천재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고 이 때문에 무료함에서 오는 실수가 없다. 대화형 AI는 반복적인 문의에 대응할 수 있고, 주어진 내용에 대한 설명을 대신할 수 있다. 특정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내내 같은 일이 가능하다. 배움과 가르침도 반복이 필수다. 채점 보조라던가 교육행정보조 AI 등은 교사의 반복작업을 도와줄 수 있다. 이런 일을 AI가 대신해 줌으로써 교사는 가르침의 본질에 가까운 창의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AI는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의 일부분을 대신하여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서비스 전반의 질을 높이기도 한다. 가령 심리상담에서 AI를 활용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의 일부분을 AI가 대신함으로써 교실에서 방치되고 아이들의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된다.  
AI 기술은 오늘도 바쁘게 변화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의 삶으로 침투한다. AI 튜터의 모습도 더 다양한 변주를 하거나 크게 바뀔 수 있다. 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나 비관보다는 단순한 과업은 과감하게 AI를 통해 덜어내되 전문 영역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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