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리학자 겸 작가인 로렌 슬레이터(Lauren Slater)가 쓴 루비레드라는 심리동화집이 있다. 백설공주의 이름을 원래는 ‘루비레드’로 짓고자 했던 공주의 아버지와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동화집에는 모두 15편의 창작심리동화가 실려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의 전족과 신발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도 작고 예뻤던 왕비의 발, 그 발을 사랑하는 왕. 이야기는 메이 왕후로 불리는 엄마의 전족을 당한 발, 늘 붕대로 칭칭 동여매고 악취를 감추기 위해 갖은 향료를 뿌려대던 발 이야기가 나온다. 왕후였던 엄마는 여섯 살 어린 나이에 처음 발을 동여매며 전족을 당하고 평생 그 작은 발로 살아간다. 넓은 들판을 마음껏 가로지르던 어린 발은 붕대 속에서 뼈가 부러지고 섬유조직이 끊어지며 여성으로서의 자기 삶 또한 부러진 나무처럼 고정되는 것을 감내해야 했다. 후에 왕인 아버지를 만나 딸을 낳지만, 엄마는 전족을 하던 서쪽 방이 아닌 북쪽 방으로 딸을 데려간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인 딸의 발은 전족을 당하지 않았지만 결국 자기의 왕국, 자기의 삶터를 떠나 농부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가진 것 모두를 잃는 희생을 하고 나서야 겨우 마음껏 나무에 오르고
1971년은 신해년이었다. 1911년생인 북한의 주석 김일성이 회갑을 맞이한 해였고, 그가 회갑 잔치를 서울에서 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어린 학생들을 불안하게 했던 바로 그해였다. 이해에는 대한민국 역사에 기억될만한 몇 가지 사건과 사고가 이어졌다. 경기도 광주시(현 성남시) 철거민 단지에서 1만여 명이 대규모 소요를 일으켰고, 남북적십자사 대표가 분단 후 처음으로 판문점에서 만났으며, 실미도에서 훈련받던 특수부대원들이 버스를 탈취해 서울로 진입했던 이른바 실미도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해 성탄절에는 서울 도심의 대연각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163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라밖에서는 우리가 중공으로 부르던 오랑캐 나라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고, 자유중국으로 부르던 우방 대만이 유엔에서 퇴출당했는가 하면, 독재자 이디 아민이 쿠데타로 우간다의 정권을 장악했고, 바레인과 카타르 등이 독립했다. 핑퐁외교로 미국과 중국이 다가서며 냉전이 완화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대통령 댁의 자녀교육 무엇보다도 큰 사건은 이해 4월 27일에 있었던 제7대 대통령선거였다. 1963년과 1967년, 두 번의 선거에서 대통령 당선과 연임에 성공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둘째 임기 중반인
유채꽃과 왕벚나무꽃이 만개하는 4월! 영국의 시인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한 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한 그 상징은 무엇일까. 재생과 함께 불안한 예언이 깔린 엘리엇의 시구처럼 4월은 만우절로 시작해 역설적인 사건이 많은 달이다. 제주 4·3사건, 세월호, 4·19 혁명 만우절이 지나면 곧 3일이다. 제주 4·3사건이 있던 날이다. 소설 ‘순이 삼촌’과 함께 내용을 소개하는 훈화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념과 사상이 이토록 오랫동안 뿌리 깊은 상처를 남기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 무서운 것은 인간의 이념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용서와 화해만이 해결의 방법임을 알려준다면 아이들도 새삼 새로운 안목을 얻을 것이다. 이어서 4월이면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이 있다. 세월호 침몰이다. 246명의 경기 단원고등학교 학생을 포함해 304명이 생을 마감한 4월 16일, 슬픈 그 날은 올해 기독교의 부활절과 같은 날이다. 죽음과 부활, 과연 그 청춘들은 하늘에서 새롭게 부활할 것인가. 우연한 일치인지 타이타닉호도 4월 15일 침몰했다. 당시 사망자 대부분도 세월호 탑승자
굳이 “한 사람의 충실성과 가치는 독서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 그 이상으로 무엇을 읽는가가 중요하다(매슈 아널드)”, “누구든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을 한 시간 동안 읽는다면 반드시 더 나은 존재가 되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존 러벅)”,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르네 데카르트)”는 말을 상기할 필요는 없다. 독서의 중요성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삶은 곧 경험이고 인간은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간다. 경험이 많으면 그만큼 미래로 가는 문도 넓어진다. 문제는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앞서간 사람들의 수많은 경험을 담은 책은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 주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의 양식이자 지혜의 샘물인 책은 그래서 청소년의 지적 성장에 최고의 보약이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이 독서를 권하지 않는 환경이라는 점이다. 오로지 입시가 모든 교육적 가치를 삼켜버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 인한 기계적 학습에 매몰되다 보니 독서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문화
렌터카를 타고 떠난 우리 부부의 유럽 여행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다. 남편은 첫 방문이고, 난 대학생 때 떠났던 배낭여행 이후로 두 번째 방문이었다. 처음 파리를 방문했을 때는 한 손엔 자전거 손잡이를 움켜쥐고, 다른 한 손엔 진한 아메리카노를 든 채 바쁘게 출근하는 파리지앵이 먼저 눈에 띄었다. 학창 시절, 그 모습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자전거와 아메리카노는 쏙 뺀 채 그저 바쁘게만 보낸 10여 년이 지난 후 다시 찾은 이번 여행에서는 전혀 다른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바로 프랑스 특유의 여유와 평화움이다. 샤를 드골 공항에 내린 후 복잡한 파리 시내를 벗어나자 그토록 원하던 조용하고 아름다운 진짜 프랑스가 그곳에 있었다. 몽생미셸 천 년을 넘어 그 자리에 파리에서 차를 몰아 서쪽으로 한참을 달렸다. 소문으로만 듣던 환상의 성을 찾아 3시간쯤 달렸을까. 끔뻑끔뻑 해 질 녘 피곤이 몰려와 눈을 크게 떴다 감기를 반복하다 잠시 한 손으로 눈을 비비던 찰나, 붉게 빛나는 천공의 성 몽생미셸이 눈앞에 나타났다. 몽생미셸은 ‘성 미카엘의 산’이란 뜻으로 1984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다. 몽생미셸이 있던 자리는 원래 시시(Forêt de
국어 시간에 교실 안이 시끌벅적 ‘호호, 하하’ 학생들의 움직임으로 활발하다. ‘완득이와 함께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진로융합주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시간에는 자신의 적성을 알고 친구의 적성도 찾아 주는 활동으로 59가지 적성카드 스티커로 서로의 적성을 찾아 붙여주느라 분주하다. 소설 속 주인공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에서 사회적 약자인 난쟁이 아버지와 가난하게 살며 꿈을 가지지 못한 학교의 부적응 학생이다. 그런 완득이가 격투기 선수가 될 꿈을 키워가게 되고 집을 나갔던 엄마가 돌아오면서 다시 희망을 찾아 일어서는 과정이 소설 속에서 그려진다. 학생들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자신의 적성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탐색하는 학생활동 중심 수업에 참여하는 중이다. 이렇게 교과 수업과 함께 그에 따른 진로 탐색 과정을 연계해 학생활동 중심 수업으로 진행하는 수업모형이 학교 현장에서 퍼지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학생 참여형 수업과 진로 탐색을 위한 융합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진로 탐색이 전부가 아니다 2016년 1월 21일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앞서 교육부는 2013~2015년 시범운영을 한 42개 연구학교와 2437개 희망학교,
자유학기제가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된 지도 올해로 2년 차에 접어든다. 2013년 5월 발표한 교육부의 계획에 따르면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중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정책이다. 이런 기조하에 그동안 자유학기제는 수많은 교사의 노력과 함께 4년간 꾸준히 확산돼 왔다. 2013학년도 2학기에 42개 연구학교에서 시범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2014학년도에는 80개 연구학교와 731개의 희망학교가 자유학기를 운영했다. 2015학년도에는 희망학교의 수가 2551개교로 늘었다. 당초 교육부의 목표보다 희망학교의 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에 힘입어 2016학년도부터 3200여개의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된 첫해, 학생과 교사들은 어떤 경험을 했을까? 시험이 없어진 교실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 교사들이 보고한 수업 우수 사례들에서 자유학기 중 학생과 교사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학생, 교사 모두 만족도 증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조사한 2016학년도 자유학기제 운영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01지하철을 타는 순간 사람들이 품는 소박한 소망은 무엇일까. 아마도 앉을 자리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당장 빈자리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내가 앉을 자리가 곧 나기를 바란다. 설마 내릴 곳까지 죽 서서 가지는 않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고매한 인품과 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도 지하철을 탈 때, 자리를 기웃거리는 것은 조금도 흠 될 것이 없다. 승용차 없이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 나 역시도 기왕이면 편하게 앉아 갈 수 있기를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자리에 대한 이 소박한 기대가 그냥 소박하게만 끝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기대는 그냥 잠시 품었다가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잊어버리는 것이 돼야만 ‘소박한 소망’으로 남는다. 그래야 행복할 수 있다. 여기서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달리 달콤한 쾌감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이 아니라, 끔찍하고도 유치한 ‘불행의 마음’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행복하다는 것이다. 빈자리에 대한 기대를 마음에 두고 있다 보면, 그것이 은근한 ‘집착’으로 슬며시 변한다. 물론 자리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일종의 자기기만(自己欺瞞)인 셈이다. 아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고 때로는 초월하는 정보기술의 위력이 현실로 다가오는 오늘을 4차 산업혁명기라고 한다. 세계를 바꿀 대전환점이 될 4차 산업혁명기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학교가 준비해줘야 할 것은 지식보다 미래를 살아갈 핵심역량이다. 학교는 지능화, 가상화, 초연결 되는 사회에서 복잡한 문제해결력과 융합적 사고, 그리고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감성적 지능을 가진 인재 양성과 더불어 인간 간 상호 존중과 배려를 할 줄 알고, 자존감을 갖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미래 인재를 위한 교육 변화의 하나가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이다. 자유학기제에서는 지필 평가를 하지 않고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통해 학습자의 꿈과 끼를 찾도록 해야 한다. 한문교과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교과교육과정 재구성 학생활동중심의 수업을 위해 교과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로 했다. 활동중심 수업의 성패는 학습자를 스스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치밀한 계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 학기 단위 수업목표를 정했다. 교과교육과정, 학습자의 수준, 교과서를 분석하고 교사의 교직관을 반영해 이번 학기 한문 수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수업목표를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과 우리와 다른 존재들이 공존한다는 생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는 의식이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기에 사후세계의 존재들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서양에서도 모두 그런 것은 아니나 귀신은 사람을 해치는 존재로 그려지곤 한다. 드라큘라, 미라 등 영화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캐릭터들만 봐도 이런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전통 속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조금은 다른 모습과 특징을 갖고 있다. 그중 특이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존재가 바로 ‘도깨비’다. 지난겨울 ‘도깨비 열풍’이 불었다. 깊은 한이 서려 있는 우수에 찬 눈빛,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헌신, 잘 생긴 외모. 드라마를 통해 현대판으로 등장한 도깨비의 모습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험상궂은 도깨비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드라마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도깨비는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였다. 동화나 동요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때론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착한 일을 한 사람들에게 상을 내려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다. 드라마 도깨비는 최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