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월요일 3교시가 끝나고 교무실로 내려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수업시작 전 책상 안에 넣어 둔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하였다. 확인결과, 그 전화는 졸업생 익진이로부터 온 것이었다. 오랜만에 걸려 온 전화라 내심 반가웠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였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녀석의 정확하지 않은 발음이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런데 녀석의 목소리가 상당히 흥분되어 있었다. 녀석은 간단한 수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다짜고짜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물었다. 녀석의 질문에 생각 없이 요일을 말했다. 그러자 녀석은 시큰둥한 내 반응에 실망한 듯 잠시 말을 잊었다. 순간 내 시선은 책상 위에 놓인 탁상달력에 집중되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바로 '장애인의 날'이 아닌가? 내심 녀석은 내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기억해 주기를 원한 모양이었다. 하물며 녀석은 평소 내가 즐겨 찾는 모(某) 인터넷 신문에 4월 초 자신이 쓴 기사를 읽어 보았는지도 물어보았다. 녀석은 나에 대한 기사를 썼다며 지금 당장 읽어볼 것을 요구하였다. 졸업 이후,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 한번 제대로 못한 것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녀석이 일러
4월 11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자율학습에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출근을 서둘렀다. 연일 계속된 체육대회와 축제로 아이들이 많이 해이해진 듯했다. 이에 지각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정신무장을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심 많은 학생들이 지각하여 빈자리가 많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교실 문을 열자, 빈자리 하나 없이 모든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 생각이 빗나갔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은 좋았다. 오전 자율학습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누군가가 교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렀다. 문을 열자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실 복도에는 실·부실장을 포함한 올해 졸업한 우리 반 아이들 십여 명이 서있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그동안 잘 계셨어요?" "아니, 너희들 웬일이니?" 대학 축제기간을 이용해 연락이 되는 아이들끼리 만나 학교를 방문하기로 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는 생각에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실장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대학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탓인지 아이들의 모습에서 대학 새내기의 풋풋한 모습이
지난 12일(일요일), 서울 모(某)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전국 초·중·고 학생 영어, 수학 학력경시대회 감독교사로 위촉받아 감독하였다. 이 경시대회에 대한 홍보가 미흡한 탓인지 대도시보다 참여율이 저조하였으나 참여 학생 대부분이 평소 이 대회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다. 1교시 영어시험. 감독이 배정된 교실은 초등학교 6학년으로 이루어진 고사장이었다. 아이들에게 답안지를 나눠주고 난 뒤, 시험에 따른 주의사항을 전달하였다. 그런데 초등학생인데도 생각보다 아이들은 실수 하나 없이 답안지 작성에 능수능란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시험에 참여한 대부분 아이들이 이 경시대회를 위해 몇 달 전부터 학원에서 준비를 해왔으며 이미 시험을 몇 번 치른 경험도 있었다. 그리고 시험에 임하는 아이들의 자세 또한 진지해 보였다. 본령이 울리자 듣기(Listening)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혹시나 나의 미동(微動)이 아이들의 듣기에 방해가 될까 싶어 조심스러웠다. 감독이 끝난 뒤, 막간을 이용하여 몇 명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2명을 제외한 아이들 대부분이 외국에 다녀온 적이 없었으며 단순히 학교와 학원에서 배운 실력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
체육대회 때 보여준 열정이 대학입시 끝날 때까지 이어지길 4월 초 꽃망울을 머금고 있던 벚꽃이 기다렸다는 듯 춘계체육대회가 열리는 날(4월 9일, 목요일)에야 비로소 그 꽃망울 터뜨렸다. 교정 여기저기에 핀 벚꽃은 마치 체육대회를 축하라도 하듯 그 자태를 마음껏 뽐냈다. 오전 9시 30분. 교감선생님의 개회선언과 교장선생님의 축사가 끝나자마자 체육대회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러 퍼졌다. 고3 아이들에게 있어 이번 체육대회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못내 아쉬워하는 듯했다. 예전에 비해 종목이 많이 축소되기는 했으나 짧은 시간과 공간을 고려한 종목들(계주, 줄다리기, 놋다리밟기, 단체 줄넘기, 족구, 2인 3각 등)이 채택되었다. 체육대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학년 별로 진행된 각 경기에서 우승을 할 경우, 학교 측이 예년에 비해 적지 않은 상금을 내건 탓인지 우승을 위한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의 노력이 남달랐다. 담임을 할 때마다 내가 제일 비중을 두는 종목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학급별 줄다리기였다. 물론 모든 경기가 다 중요하겠지만 학급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는 데는 줄다리기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체육대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아이들을 좀 더 관찰하고 난 뒤 실장을 선출해야겠다는 생각에 실장직을 공백으로 두었다. 그것으로 학급운영에 다소 불편한 점도 있었으나 한 학기 동안 담임인 나를 도와 우리 학급을 이끌어 갈 실장을 뽑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아이들 대부분의 관심은 실장 선출을 언제 하는가에 있었다. 그리고 다른 반에 비해 실장 선출이 늦어지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금요일 조회시간이었다. 한 여학생이 궁금한 것이 있다며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 저희 반 실장 선출 언제 하나요?" 질문으로 보아 녀석은 실장을 무척이나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며칠을 관찰하면서 느낀 바, 녀석은 시키지도 않은 모든 학급 일에 솔선수범하였다. 몇 명의 아이들은 실장 선출과 관계 없이 아무런 내색 없이 학급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잠시 뒤, 또 다른 한 녀석이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들었다. "선생님, 실장이나 부실장을 하게 되면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할 수 있나요?" 실장 선출에 관심많은 아이들, 왜일까 순간, 그 아이의 질문에 대학에 가기 위해 실장을 지원했
아이들의 성적, 과정을 무시하면 좋은 결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토요일 저녁 이메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선생님, 공부하는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발견하였다. 확인 결과, 그 메일은 우리 반 한 여학생에게서 온 것이었다. 메일에서 그 아이는 자신의 현재 심정을 적나라하게 적었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토로하고자 담임인 내게 용기 내어 편지를 보낸다고 하였다. 2학년 때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아이가 고3이 되어 갑자기 공부를 하려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만 있었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전혀 모른다고 하였다. 방학을 이용하여 독서실에 다니고는 있지만,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냥 집으로 오는 날이 더 많다고 하였다. 고3인데도 아직 공부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그 아이의 말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그 마음만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고3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공부를 하는데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읽고 난 뒤, 공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 학원으로 내 몰리지 말아야 할 것 지난 10월에 치른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일선 교육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간 균형 차이가 심해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각 시도교육청은 다각적으로 대책 마련에 돌입했으며 앞으로의 교육정책 방향을 모색하는데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 더군다나 교과부가 2011년부터 평가 결과에 따라 행정, 재정적인 불이익을 준다고 밝혀 학업성취도가 불러올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본다. 그리고 시도 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 일선학교에 학력향상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나아가 학교 자체에서도 동 학년 간 성적을 평가하여 성적을 향상시킨 교과 및 담임교사에 한해 인센티브를 적용시킨다면 교사 간의 위화감마저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뿐만 아니라 학교 간 서열이 매겨져 일부 학부모의 경우,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교로 자녀를 보내려고 혈안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급 내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몇 %의 아이들은 성적이 도달될 때까지 나머지 공부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또래 친구들로부터 기초학력 미달자로 놀림을 받아 또한
연일 이어지는 겨울 가뭄에 태백 시민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심지어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물과의 전쟁에 망연자실하여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를 생각하고 있는 주민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물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이 극에 달해 시민의 건강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태백시의 물 전쟁이 필시 남의 일이 아닐진대 주변 사람의 물 씀씀이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듯하다. 가끔 필요 이상의 물이 그냥 흘러내려가는 것을 볼 때마다 속상하기까지 하다. 만약 물이 돈으로 보인다면 과연 사람들은 아까운 물이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와 같이 겨울가뭄이 지속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산업의 발달로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따라서 대기 온도가 상승됨에 따라 오존층이 파괴되어 지구 온난화로 이어진다 한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가뭄 현상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에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거기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더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무절제한 생활과 욕심을 버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경기불황에 아이들의 세뱃돈은 줄지 않았다 1월 초. 고3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이라도 한 듯 자율학습에 임하는 아이들의 마음 자세가 여느 때와 달랐다. 자율학습 감독을 하면서 느낀 바, 어떤 때는 교사인 나 자신이 이 정적을 깰 수 있다는 생각에 교실 문을 여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런데 설 명절 연휴가 지나고 난 뒤, 자율학습에 임하는 아이들의 자세가 예전과 같지 않았다. 교실 분위기 또한 왠지 어수선하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명절 후유증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심지어 자율학습 시간, 내 눈치를 살피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이었다.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아이들 몰래 동정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지난 목요일 자율학습 3교시였다. 아이들의 동정을 살피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몇 명의 아이들이 내가 없는 틈을 이용해 책상 위에 새로 산 MP3 플레이어와 휴대전화를 꺼내놓고 사용법을 익히고 있었다. 한 녀석은 내가 옆에 서 있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그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인기척을 내자 그제야 녀석은 깜짝 놀라 휴대폰을 치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녀석이 가진 휴대폰이 왠지 모르게 비싸 보이기까지 했다. 나
고려대가 수시모집에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최근 보도로 일선 고등학교는 어느 때보다 술렁이고 있다. 대학 측의 어설픈 해명이 오히려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의혹만 더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고려대 수시모집 전형을 목표로 공부해 온 아이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오래도록 고입 비평준화를 유지해 온 이곳 강릉은 고등학교를 결정하는데 대학입시제도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고등학교를 결정하기 전에 내신과 수능 중 어떤 영역이 대학 합격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꼼꼼하게 따져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씩 변화가 생기면서 중학교 내신만 좋으면 무조건 명문고로 진학하려고 했던 쏠림 현상이 깨어지는 듯했다. 그리고 명문고 진학만이 일류 대학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던 학부모의 의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는 고교 내신 성적으로 선발하는 대학의 수시모집 전형 탓이 아닌가 싶다. 많은 아이들이 내신관리만 잘하면, 소위 명문고 학생들만 갈 수 있다는 서울의 일류 대학(일명 SKY대학)에 자신들도 진학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가졌다. 지난 몇 년 이래로 수시모집에서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관내 중학교에서 내신 상위권에
새로 맡은 아이들을 가르쳐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신상파악이 선행되어야 했다. 아이들 또한 새로운 담임인 나에 대해 잘 모르는 터라 매번 대할 때마다 어색함마저 감돌았다. 담임을 맡은 지 며칠이 지났지만 고작 해야 아이들의 이름과 가족관계를 아는 것이 전부였다. 나름대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상담하고 있으나 깊이가 없었다. 늘 그랬듯이 3학년이기에 대부분 상담내용은 대학입시와 관련된 것일 뿐, 개개인의 사소한 고민을 들어줄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메일을 통한 상담이었다. 그래서 1월 초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새로운 담임인 내게 하고픈 이야기나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지 메일을 보내라며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보낸 메일에 대한 답을 꼭 주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자칫 스팸 메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생각에 보낼 때는 반드시 제목을“누구 없소?”로 하라고 당부하였다. 그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메일을 확인해 보았으나 아이들에게서 온 메일이 없었다.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 일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뒤 자율학습 시작까지의 시간이 남아 교무실에서 인
금요일 아침. 1교시 수업시간 5분 전이었다. 교실 문을 열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조용히 자습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출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여학생이 아직 등교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얼굴은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나는데 도무지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담임으로서 그 아이의 이름을 아이들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들어 지각을 자주하는 이름 하나를 떠올리며 말을 했다. “○○이 아직 학교에 안 왔지? 오늘 또 지각이구나. 혼이 나야겠군.” 내 말이 끝나자마자 교실 뒤에서 누군가가 퉁명스럽게 말을 했다. “선생님, 저 지각 안 했는데요.” 그러고 보니, 내가 아이의 이름을 잘못 부른 것이었다. 나의 실수였다. 잠시 뒤, 그 아이는 지각을 하지 않았는데 지각을 한 것으로 오해를 받았다는 것에 화가 난 듯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러자 갑자기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단지 내가 이름을 잘못 불렀을 뿐인데 교실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어수선해 질지 몰랐다. 한편으로 담임을 맡은 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아직 아이들의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 못한 것에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간신히 그 아이를 달래고 난 뒤, 아이
지난 월요일(1월 5일)부터 시작된 2․3학년 보충수업에 예년에 비해 많은 아이들이 참석하여 그 열기가 뜨거웠다. 학급마다 과반수이상의 학생이 참석하여 시간표를 작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3학년 한 학급의 경우, 소속 학생 전원이 참가하여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여파는 예비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학 중 보충수업 희망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조사결과, 많은 신입생과 학부모가 고등학교에서 개설한 학과목(국어, 영어, 수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수강을 희망하였다. 이에 학교 측은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학급 수를 늘려 모든 학생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강사확보에 차질을 빚기도 하였다. 겨울방학 보충수업이 강제적인 참가가 아니라 본인의 희망에 의한 자발적인 수강 탓일까?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진지하였고 교사 또한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자 하는 열정이 남달라 보였다. 또한 학교에서는 방과 후 아이들이 자율학습과 인터넷 강의를 위해 도서실과 멀티미디어실을 개방하여 운영하고 있다. 학교 보충수업에 참가하는 학생 수가 예년에 비해 많이 늘어난 이유는 공교육을 불신하여 방학 때면 무조건
강원도 영동지방에 지난 일요일 밤에 내린 폭설로 초․중․고 대부분의 학교가 월요일 휴교령이 내려졌다. 눈이 그쳐 다행이었지만 녹아내린 눈이 밤사이에 얼어붙어 화요일 등굣길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대혼잡을 이루었다. 미끄러져 넘어지며 지르는 아이들의 비명이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 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편으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아이들의 얼굴에서 행복이 묻어 나왔다. 25일 성탄절과 방학을 앞두고 교무실은 선생님께 감사 카드를 전하려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담임선생님 또한 한 학년을 마무리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분주하기만 하였다. 아이들과 이별을 아쉬워하며 선생님은 성탄 인사를 잊지 않았다. “얘들아, 메리 크리스마스” 2교시가 끝날 무렵, 보건 선생님으로부터 보건실로 잠깐 와 달라는 쪽지가 왔다. 보건실에 도착하자 빙판에 미끄러져 타박상을 입은 몇 명의 아이들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보건 선생님은 보여줄 것이 있다며 책상 아래에 있던 상자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상자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맞춰보라고 하였다. “김 선생님, 이 상자
더 이상 아이들의 마음을 멍들게 해서는 안된다 12월 10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명 일제고사)를 거부한 전교조 교사에 대한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그런데 징계 수위가 파면, 해임이라는 중징계에 해당되어 교사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징계는 지난 89년 전교조 교사 대량 파면 사태이후, 다시 일어난 일이라 그 파급효과가 더욱 크다. 지난 화요일 밤 모(某)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선생님을 돌려 주세요'라는 타이틀로 이들의 파면에 대한 부당성을 방영하였다. 일부 참교육연대와 학부모 단체에서 이와 같은 징계에 대한 부당성을 꼬집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무엇보다 한 학년을 채우기도 전에 선생님과 생이별을 하면서 아이들이 받아야 할 정신적 충격을 생각하니 교사로서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를 가르쳤을 뿐인데 그것을 빌미로 가혹한 중징계를 내린 저의가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의가 권력 앞에 무릎 꿇는 현실을 보면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겠는가. 형평성에 어긋난 정부 처사에 공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컨대 그와 같은 처사는 국가 시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