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에 가방을 메고 등교를 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예전에 비해 많이 가벼워졌다. 아마도 그건 예전에 비해 아이들의 가방 무게가 많이 줄어든 탓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아침 등굣길은 다른 것도 아닌 무거운 책가방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학교에 개인 사물함이 없던 시절이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필요한 모든 것들을 책가방에 넣어 다녀야만 했다. 하물며 어떤 요일에는 책가방의 무게가 5㎏이 넘는 날도 있었다. 책가방 안에는 그날 배울 교과서를 비롯하여 교련복과 체육복, 도시락 2개(점심과 저녁)까지...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특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몸집이 작은 나의 경우, 집에서 학교까지의 통학거리가 멀어 그 고충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각 교실마다 개인사물함이 비치되어 있어 아이들은 불필요한 물건들을 사물함에 넣어 보관할 수가 있기 때문에 구태여 모든 물품을 집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다. 그리고 초·중·고 대부분의 학교가 학교 급식(직영급식과 위탁급식)을 하고 있어 도시락 2개씩을 싸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도 책가방 무게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책가방의 무게가
지난 9월 7일부터 각 대학의 수시모집 2차가 시작됨과 동시에 각 대학은 고3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홍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에 시내 각 고등학교 교문 주위에는 각 대학교에서 내건 홍보용 플래카드로 물결을 이룬다. 저 출산의 탓일까? 매년 대학입학 정원수에 비해 학생 수가 부족하여 대학의 신입생 유치는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특히 전년도 미달인 학과의 경우,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은 각별하기까지 하다. 학과의 존폐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대학의 교수들까지 직접 일선학교를 방문하여 '고3 학생들 모시기'에 안간힘을 쓴다. 하물며 대학관계자들은 평일에도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홍보할 시간을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수시 모집 2차는 1차에 비해 모집인원이 많아(40%이상) 학생들이 대학과 학과 선택을 잘 고려하여 지원을 한다면 합격을 할 수 있는 확률이 수시 모집 1차 때보다 더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별 전형요소(논술, 심층면접, 구술 등)와 수능 최저학력이 당락을 결정하는 만큼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더욱이 학교마다 신입생에게 주는 혜택(장학금지급, 해외연수 등) 또한 다양하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이 깊어간다. 들판은 누렇게 곡식들이 익어가고 산에는 과일들이 영글어 간다. 최근들어 일교차가 크게 나자 나비들이 종족번식을 위해 짝짓기에 한창이다.
퇴근 무렵.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퇴근길에 집에 필요한 몇 가지 물건을 시장에 들러 사오라고 부탁을 하였다. 오랜만에 찾은 시장은 새삼 낯설기까지 했다. 하물며 재래시장은 경기가 없어서인지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다. 아내가 불러 준 물건을 다 사고 난 뒤, 시장을 빠져나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저 멀리서 아기를 업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답례로 목례를 하였지만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 아주머니는 마치 나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왠지 낯익어 보였다. 제자인 듯 했다. "혹시 OO고등학교 선생님 아니세요?"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 신지?" "선생님, 저 모르시겠어요?" "글쎄." 얼굴 생김새는 학창시절의 모습이 조금 남아 있어 그나마 제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제자의 이름은 영 떠오르지 않았다. 본인의 이름이 불리어 지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제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제자의 이름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할 수 없이 어슴푸레 생각나는 이름 하나를 말했다. "그래, 너 OOO이지?" 그러자 제자는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보채는 아기를 달래는 것이었다. 아마도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우리 반 한 여학생이 부리나케 교무실로 달려왔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그 아이를 진정시키며 용건을 물어보았다. "아침부터 웬일이니?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이야기 해 보렴." "선생님, 왔어요. OO이가 왔어요. 교실로 빨리 가보세요." 그 아이는 앉아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며 빨리 교실로 갈 것을 재촉했다. 거의 20여일 이상 결석을 하고 난 뒤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한 녀석이었다. 처음에는 괘씸하여 원망도 많이 했지만 결석일수가 많아질수록 담임으로서 녀석의 학교문제가 걱정되기도 하였다. 아이들과 며칠을 찾아 다녀도 찾지 못했는데 녀석이 어떤 자극을 받아 학교에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여학생의 손에 이끌려 교실로 들어가자 녀석의 자리 주위에는 오랜만에 등교를 한 친구를 환영이라도 해주려는 듯 아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녀석은 생각보다 건강해 보였다. 잠시 뒤,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선생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제 학교생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잘 왔다. 어디 아픈 곳은 없니?" 나는 미안한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쓰
"딱 걸렸어. 아빠, 제발 담배 좀…" 학원에 다녀 온 막내 녀석이 저녁을 먹고 난 뒤 아파트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고 거실로 들어오는 나를 보자 코를 막으며 말을 했다. “그래, 미안하다. 다시는 집에서 안 피우마.” 집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막내 녀석에게 들키면 매번 나는 이런 식으로 변명을 한다. 그러면 막내 녀석은 나에 대한 불만을 아내에게 털어 놓는다 . “엄마, 아빠 때문에 못살겠어요.” “그게 무슨 말이니?” “엄마는 담배 연기가 눈에 보이지 않으세요?” “그런데, 왜 그러니?” “아빠는 건강에 좋지도 않은 담배를 왜 피우는지 모르겠어요.” “글세 말이다. 네가 한번 이야기해 보렴.” 막내 녀석은 아내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막내 녀석의 말에 아내는 나에게 눈을 흘기며 말을 했다. “당신 막내 녀석 얘기 들었죠? 그러니 담배 좀 끊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술도 먹지 않는 내가 담배를 끊으면 무슨 낙으로 산단 말이오.” 아내의 잔소리에 화가나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들고 발코니 쪽으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 조금 전에 막내 녀석이 한 말이 생각나 할 수없이 현관 밖으로 나갔다. 꼭 이렇게까지 하면서 담배를 피워야 되는 자신이
야간자율학습 1교시였다. 새 학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의 다짐을 알아보기 위해 글을 써보게 하였다. 먼저 아이들에게 종이 한 장씩 나누어주고 난 뒤 ‘새 학기를 맞이하여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라는 제목을 칠판에 적었다. 그리고 다 적은 아이들에게 끝으로 담임선생님께 하고픈 이야기나 불만 사항이 있으면 적어보라고 하였다.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의 의도를 잘 알고 있는 듯 정성들여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내내 그 누구하나 떠들거나 장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분위기는 엄숙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솔직히 나의 관심은 아이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한지를 알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나에 대한 불만사항이 무엇일까에 더 관심이 쏠렸다. 시간이 지난 뒤, 각자가 쓴 종이를 접어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교무실로 돌아와 아이들이 쓴 내용 하나 하나를 빠짐없이 읽어 보았다. 아이들 대부분의 마음 자세는 1학기 때와는 달리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하물며 어떤 아이는 2학년인데도 불구하고 대학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며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그리고 담임에 대한 불만사항으로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른 학급
요즘 휴대폰을 목에 걸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하물며 어떤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MP3를 들으며 등교를 하는 아이들도 눈에 띤다. 이제 휴대폰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의 기능 또한 다양하다. 예전에는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정보를 이제는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해결되며 또한 음악과 게임을 비롯한 모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가 있다. 이것이 아이들의 휴대폰 중독을 부추기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선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무분별한 휴대폰의 사용으로 골칫거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특히 수업시간 중에 휴대폰이 울려 수업 방해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또한 선생님의 눈을 피해 수업 중에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든지 심지어 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있어 그 심각성은 더해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휴대폰과 관련 새로운 생활규정을 만드는 등의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 지는 의문이다. 휴대폰의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 학급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 학급의 경우, 재적 학생 30명 중 휴대폰이 없는 학생이 단 2명뿐이었다
교시 수업이 끝난 뒤 교무실로 돌아오자 휴대폰에 반가운 문자메시지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 수능 원서 때문에 오늘 찾아 뵙겠습니다.” 제자의 문자메시지를 읽으면서 새삼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2월 대학에 합격을 하고도 집안사정으로 대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올려졌다. 졸업식 날 남몰래 눈시울을 붉히며 3년 동안 정들었던 교정을 떠나는 그 아이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 제자와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나마 다른 아이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졸업이후 서울로 상경하여 낮에는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독학으로 재수 준비를 한다고 하였다. 학창시절 워낙 성실하고 믿음이 가는 아이라 그렇게 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으로서 마지막까지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일까. 내 마음 한편에는 그 아이에 대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학교를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 아이를 만난다는 기쁨에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찾아온다는 제자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할 수없이 점심을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따른 원서작성이 시작되었다. 이에 각급 고등학교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작한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실시요강’ 책자를 사전에 잘 숙지하여 학생들의 원서작성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원서 교부 및 접수는 16일간(2006.8.29~9.13)에 걸쳐 이루어지며 각 학교는 시․도 교육감이 정한 날짜와 지정한 장소에 원서를 접수하면 된다. 그리고 응시수수료는 응시 영역 수에 차등 징수하게 된다.(3개 영역 이하: 37,000원, 4개 영역: 42,000원, 5개 영역: 47,000원) 특히 접수증을 발급 받은 후에는 선택영역 및 선택과목 등을 변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주시시켜 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각 학교에서는 수능 응시원서를 접수시키기 전에 예년에 빈번하게 발생했던 오류들(주민등록번호, 선택과목명과 과목번호, 사진, 출신학교장 직인과 철인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하여 수능원서 작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요즘 교무실 자리에 앉아 아이들의 수능원서를 작성하는 고 3담임 선생님들을 만나곤 하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들이 얼굴표정에
연일 계속되는 사행성 오락기인 '바다이야기'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말 그대로 '바다이야기'는 일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있어 황금어장이 될 수 있겠지만 바다가 실질적인 삶의 터전인 사람에게 있어 '바다이야기'는 헛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보도에 의하면, 근로자가 한 달 내내 땀 흘려 일한 대가로 받는 월급이 200만원이 채 안 되는 반면 오락기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몇 십 조에 이른다고 하니 이로 인한 국민의 정서가 심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것으로 인한 파장은 열심히 일하며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어떤 사람은 속상한 나머지 '바다이야기'사건 이래로 아예 뉴스를 접하는 것 자체를 멀리한다고 하였다. 혹자는 '바다이야기'만 들으면 삶의 의욕이 없어진다며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하였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바다이야기'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바다이야기'가 학교 현장에까지 만연되어 수능 80여일 채 남지 않은 고 3수험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은 불철주야 입시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목요일 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TV를 시청하게 되었다. 웬만해서 TV를 시청하지 않던 내가 TV를 시청하게 된 동기는 막내 녀석의 성화 때문이었다. 막내 녀석은 꼭 보아야 할 프로그램이 있다며 모 TV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채널을 맞추었다. 그리고 막내 녀석은 TV를 시청하는 내내 재미가 있어서인지 연신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의 마지막 코너는 교사인 나에게 불쾌감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내용인즉 꼴통학생들과 그 아이들을 명문대학으로 진학시키려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재미있게 풍자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을 지켜보던 막내 녀석이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아빠도 학교에서 형, 누나들을 저런 식으로 때려?" 순간 막내 녀석의 갑작스런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플라스틱 깔때기로 학생들의 머리를 때리는 선생님의 그런 모습이 초등학교 학생인 막내 녀석에게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녀석에게 그 내용에 대한 상황 설정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녀석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계속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체벌 문제가 사회 이슈로 되고 있는 작금 그와 같은 장면은 시대적 조류에 역
개학이후, 매일 출근을 하면 나의 발걸음은 교실로 향한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교실 문을 열면 그 아이의 자리는 비어있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모든 신경은 일주일 째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한 아이에게 있었다. 아무래도 그 아이의 결석이 길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까? 아이들 앞에서 웃음을 지어 보인지도 오래된 것 같다. 지금까지 아이들에게는 내 고민을 표출하지 않으려고 애써 태연한 척 하였다. 그런데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담임인 나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하물며 학과선생님들 또한 학급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며 무슨 일이 있느냐고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기도 하였다. 어젯밤은 그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며칠 째 연락이 되지 않는 아이를 찾아 달라며 울먹였다. 그리고 아이를 찾기 위해 시내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지만 헛수고였다고 하였다. 전화를 끊고 난 뒤에도 아이를 찾아 달라며 울먹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오늘 아침이었다. 출근을 하자 실장이 교무실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눈치로 보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나를 보자 멋쩍은 듯 인사를 하며 교무실로 들
개학(8월 18일)을 하여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교실이었다. 방학 내내 만나지 못한 아이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은 방학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오랜만에 교실은 아이들의 웃음꽃으로 생기가 돌았다. 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를 살펴가며 눈인사를 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탓일까. 모든 아이들의 모습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건강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바로 그때였다. "선생님, OO이가 아직 학교에 등교를 하지 않았는데요." 누군가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아이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의 시선은 그 아이의 자리가 있는 1분단 쪽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비어 있는 빈자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1학기 동안 아무런 탈 없이 생활을 잘 해온 터라 그 아이가 등교하지 않은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2교시 끝난 뒤에도 그 아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아이가 학기 초에 적어 낸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보았으나 신호가 가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제 61주년 광복절 아침. 전 국민의 관심사는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유무에 있었다. 마침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자 소식을 접한 전 국민이 분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아도 독도 영유권 문제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더욱 냉각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했다. 때마침 태극기를 게양하고 난 뒤, TV를 시청하고 있던 초등학생인 막내 녀석이 궁금한 것이 있다며 질문을 하였다. "아빠, 야스쿠니가 뭐예요? 그런데 그곳에 가면 왜 안돼요?" 나는 녀석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광복절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OO아, 광복절이 무슨 날인지 아니?" "아빠, 저를 어떻게 보고 그런 질문을 하세요." "그래, 미안하구나. 어서 이야기해 보렴."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된 날이 아닌가요." 녀석은 내 질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녀석에게 '야스쿠니' 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실 요즘 초등학생의 경우, 국경일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아이들이 드물다고 한다. 그나마 녀석은 광복절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어 한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국경일이 언제인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