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리대로 따르는 게 자연이다. 그래서 봄소식은 늘 남쪽부터 전해온다. 완도는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과 이웃하고 있어 봄이 오는 소리를 먼저 들으며 봄 손님을 맞이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 멋있는 남도. 장보고 유적지를 비롯해 땅끝전망대, 두륜산대흥사, 다산초당, 강진청자박물관 등 주변에 이름난 관광지가 많고 슬로시티 청산도와 윤선도유적지 보길도가 뱃길로 이어져 멋진 추억여행을 하기에도 좋다. 완도로의 여행길에 꼭 들려야 할 곳이 붉은 동백꽃을 가득 피워놓고 봄소식을 전하는 완도수목원이다. 이곳은 녹색의 가치를 알리고 기후변화 대비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세워진 도립수목원으로 수변데크, 산림박물관, 아열대온실, 전망대 등의 전시자원 견학은 물론 난대림 생태탐방, 자연놀이, 생태공예체험 등 볼거리, 배울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한 테마여행지이다. 완도수목원은 국내 유일의 난대수목원으로 광활한 난대림이 바다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난대림이란 연평균 기온이 14℃이상 되는 온화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상록활엽수림이다. 이곳 완도수목원에 수목원 나무의 60%를 차지하는 붉가시나무, 이름에 완도의 지명이 붙은
2012년 5월 12일부터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여수. 세계적인 미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여수는 붉은 동백꽃이 먼저 떠오르는 동백열차와 음악분수의 섬 오동도, 해안가 절벽에 위치한 남해 최고 해맞이 장소 향일암, 옛 전라좌수영으로 현존하는 지방 관아 중 제일 큰 건물 진남관(국보 제304호), 수면 위 다리 높이가 20m나 되는 62m의 강철교탑 돌산대교, 여수항 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연결되는 환상의 섬 거문도와 백도 등 이름난 볼거리와 서대회, 갓김치 등 다양한 먹거리들이 있어 행복하다. 드라이브를 겸한 여행길이라 여수에 도착한 후 남서쪽으로 18.5㎞ 떨어진 백야도를 향해 차를 몰았다. 남서해수산연구소를 막 지나면 오른쪽 길 아래 바닷가에 당두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백야대교와 백야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야대교 건너편의 백야도는 호랑이같이 무서운 사람이 살아 백호도로 불렀다는데 동백나무가 무성하고 주민들이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어 농촌풍경이 자주 눈에 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화정면소재지 백야리에 개도, 상·하화도, 사도, 낭도를 뱃길로 잇는 선착장이 있다. 1929년에 세
봄철의 섬진강은 따사로운 햇살과 하늘빛을 담은 강물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강줄기 주변은 매화·산수유·벚꽃이 연달아 꽃 잔치를 벌여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남쪽 바닷가부터 시작된 봄소식이 섬진강을 거슬러 기차마을 곡성까지 왔다. 봄맞이 나간 곡성에서는 기차와 심청을 테마로 조성된 것들을 많이 만난다. 이웃하고 있는 남원이 춘향골이라면 곡성은 심청골이다. 곡성군문화관광(http://www.simcheong.com)에 의하면 1700여 년 전 철의 주산지로 무역선이 왕래하였던 곡성이 심청의 고향으로 떠오르면서 오곡면 송정마을에 심청과 효를 테마로 하는 심청 이야기 마을이 조성되었다. 196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옛 곡성역과 버려졌던 섬진강변 철길이 기차 테마파크로 조성되며 섬진강기차마을(http://www.gstrain.co.kr)로 이름을 바꾸고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이곳에서 "빠~ 앙~" 기적을 울리고 굴뚝에서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증기기관차를 만난다. 인터넷이나 현장 매표소에서 승차권을 구매하면 어려웠던 시절의 애환과 추억이 깃든 증기기관차를 타고 곡성역에서 가정역(10㎞)까지 시속 30~40㎞의 느린 속도로 옛 전라선 철도 위를 달릴 수
지난 달 21일 해상을 호령하던 장보고 대사의 유적지가 있고, 윤선도의 숨결이 느껴지는 보길도와 슬로시티 청산도가 뱃길로 연결되는 완도로 향했다. 웅장하고 멋진 새로운 대교가 건설 중인 완도대교를 건너 관광안내소에서 완도군 관광안내도를 챙기고 13번 국도를 따라 동쪽 바닷가를 달린다. 우리나라 바닷가의 풍경이 다 그렇듯 바다와 어우러지는 마을 풍경이 평화로워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게 만든다. 장보고공원과 장보고기념관이 있는 장좌리 앞 바다에 전복을 엎어놓은 듯 둥글넓적한 섬 장도가 있다. 일명 장군섬으로 불리는 이곳이 통일신라시대의 무장 장보고 대사와 관련된 청해진유적지(사적 제308호)이다. 청해진은 장보고 대사가 해상권을 장악하고 해적을 소탕하여 신라, 일본, 당나라 3국의 해상교역에서 신라가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썰물 때 바닥이 드러나야 들어가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목교가 놓여 출입이 자유롭다. 목교가 시작되는 장좌리 마을의 돌담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바닷가에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 유적지에는 흙을 다져 쌓은 판축토성, 내성문, 외성문, 누각 고대, 우물, 땅에 세운 기둥 굴립주, 치 등이 복원·정비되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낮
현대인의 필수품인 자동차는 약속된 신호가 언어를 대신한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신호를 잘못 보내거나 빨리 발견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운행 중 가장 신경 쓰이는 것도 주변의 차들이 어떤 신호를 보내오느냐다. 운전만큼 집중이 필요한 일도 드물다. 그런데 운전을 하면서 딴 생각을 하거나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있다. 휴일이면 전국의 여행지를 떠도는 내가 요즘 집과 가까운 곳에서 방향지시등 때문에 연달아 불편한 일을 겪었다. 며칠째 한파가 맹위를 떨치던 출근길이었다. 아파트에서 나와 6차선의 대로에 막 들어섰는데 여직원이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럴 때 차를 세우고 태워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켠 채 타라고 손짓했고, 여직원이 운동 삼아 걸어가겠다는 사인을 보내와 바로 출발하려는 순간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을 직감할 만큼 '쿵' 소리를 내며 차가 흔들렸다. 뒤차에게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며 교통이 혼잡하지 않은 곳으로 차를 이동했다. 차에서 내려 부딪친 자국이 선명한 뒤 범퍼를 살펴보니 속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보기에 흉하지는 않아 걱정을 덜었다. 그런데 뒤차의 운전자는 만나
지난 2월 19일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대청호반에 자리잡고 있는 청남대(http://chnam.cb21.net)에 다녀왔다. 청주와 대전에서 가깝고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문의IC를 나서면 청남대 가는 길과 연결되어 찾아기기도 쉽다. 겨울이라 날씨가 을씨년스러웠지만 자가용 출입을 제한하는 제1문을 지나면서 대청댐이 만들어낸 풍경과 구불구불 이어진 백합나무 가로수길이 인상적이다. 청남대에 도착하니 휴일인데도 관리사업소 장화진 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옥상에 하늘정원이 있는 대통령역사문화관 앞에 모여 탐방에 관한 안내를 듣고 하나라도 더 보고 느껴 청남대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자는 다짐을 했다. 잘 알고 있는 청남대에 대해 알아보자. 청남대는 대청댐 부근 약 55만 평에 지은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남쪽의 청와대를 뜻한다. 제5공화국 때 지어진 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며 여러 가지 소문으로만 존재하다 1999년 7월 1일 전경이 사진으로 처음 공개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곳이기도 하다. 청남대는 1983년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며 공식휴가나 비공식적인 휴식을 위해 다섯 분의 대통령이 88회 이용했을 만큼 자주 찾았고, 휴가기간이
단풍이 지면 겨울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이때쯤의 수목원은 휑하니 비어있다. 회색빛 세상과 낙엽을 떨어뜨린 나무들이 만든 풍경도 을씨년스럽다. 그래서일까? 수목원에서는 겨울이 사색의 계절이다. 찬바람이 불면 수목원에 볼 것이 없다고 속단하지 마라. 진주시 이반성면에 위치한 경상남도수목원은 겨울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있다. 북쪽보다 남쪽의 겨울이 따뜻하다. 2번국도, 남해고속도로, 경전선철도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다. 역 주변 풍경이 동요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닮아 추억과 낭만을 누리기에 최고인 진주수목원역이 가까이에 있다. 수목원역은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간이역이라 기차 내에서 표를 구입하는 재미가 있고, 겨울바다로 떠나는 여행길에 들르기에도 좋아 늘 새롭게 맞이하는 새해의 첫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경상남도 산림환경연구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남수목원은 화목원, 활엽수원, 대나무 숲, 열대식물원, 난대식물원, 생태온실, 무궁화공원 등 우리나라 온대 남부지역의 수목이 산림박물관, 산림표본관, 야생동물원, 연못과 어우러지는 자연학습 휴식장소로 남부지방 사람들에게 사시사철 사랑받는 명소다. 정문에 들어서면 넓은 잔디 광장과
집 떠나면 고생이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잠자리도 불편하다. 그런데 왜 돈 버리고 몸 고생하며 여행을 떠날까? 짧은 기간이지만 짊어진 짐 훌훌 벗어던지고 자유를 누리는 그 자체가 인생살이고 삶의 활력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고생을 해도 즐겁다. 11일 저녁 1박 2일 여행을 하기 위해 처가 식구들과 청주에서 울산으로 향했다. 여행지를 정한 뒤 동쪽 바닷가 지역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예보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따뜻한 기후가 눈을 비로 만들어 가는 길의 도로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청주에서 울산까지는 먼 거리라 밤늦은 시간에 이질녀가 살고 있는 울산 남구의 세양청구아파트에 도착했다.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남매 간에 정을 나누며 핏줄을 확인하는 자리라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내륙도 사람들이 바닷가 도시에 왔다고 회와 대게가 푸짐하게 차려졌다. 안주 좋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니 창밖이 온통 눈 세상이다. 다른 곳에서는 흔한 적설량이지만 눈이 내리지 않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구경거리란다. 찬바람 때문에 볼이 따가웠지만 밖으로 나가 아파트 주변과 태화강변을 거닐었다. 눈길에서 거북이걸음을 하는 차량들,
지리상 거리보다 멀게 느껴지는 곳이 있다. 북한과 가까운 임진강 이북이 그렇다. 가볼 수 없는 곳은 늘 그리움이 크다. 그동안 임진강 건너편의 판문점과 땅굴을 견학했고, 개성에도 다녀올 기회가 있었지만 북쪽은 여전히 궁금한 게 많은 땅이다. 보훈교육연구원에서 나라사랑 선양 직무연수를 받는 초등교사 25명이 1월 27일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로 현장견학을 다녀왔다. 연구원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한강변의 올림픽대로와 통일을 염원하는 통일로를 달려 임진각국민관광지에 도착했다. 임진각국민관광지는 비극적인 남북분단을 상징하는 장소다. 휴전선에서 남쪽으로 약 7㎞ 거리이고,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북쪽 한계선이 가까워 지리적으로도 국방상 요지이다. 주변에 반공전시관, 철도종단점, 평화의 종각, 임진강역이 있어 실향민들이 자주 찾는다. 자유의 다리 초입에 전시 중인 증기기관차는 북쪽으로 달리고 싶은 애환을 달래느라 수시로 경적을 울려댄다. 임진강을 건너려면 임진각관광안내소에서 표를 구입한 후 관광셔틀버스를 타야한다. 군인들의 검문을 받은 후 차가 소떼교로 불리는 통일대교에 들어선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고 정주영씨가 1998년 6월 통일소 500마리와 함께 고향을 찾아갈 때
1월 17일부터 28일까지 나라사랑 선양 전문교육기관인 보훈교육연구원(http://edu.bohun.or.kr)에서 직무연수를 받고 있다. 이번 연수는 학술분야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분들이 강사를 맡아 배울 게 많다. 프로그램도 국난극복사, 경술국치, 대한민국임시정부, 러시아 한인사회와 항일독립운동, 한국전쟁, 민주화 운동, 북한 실상 파악과 통일 이해, 독도에 대한 진실, 역사교과서 왜곡과 동북공정의 실체 등 일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나라사랑을 교육하는데 꼭 필요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원이 수원에 위치해 추운 날씨에 객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연수를 담당하신 분들이 여러 가지 신경을 써줘 불편한 게 없다. 연수내용도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역사적 사실들이라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이렇게 알찬 나라사랑 교육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4일차인 20일에는 독립기념관(http://www.i815.or.kr)으로 현장견학을 다녀왔다. 오전 9시 30분에 연구원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예정대로 1시간 후 민족정기가 살아 숨 쉬는 독립기념관에 도착했고, 10시 40분부터 김주현 관장님이 '독립정신을 살리는 길'을 주제로 연수생들에게 특강
약속 시간인 8시보다 호텔 출발이 35분 늦어졌다. 전날 가이드에게 10분 전까지 로비로 내려오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전달과정에 혼선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여행은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 '늦는 게 무슨 대수냐'는 듯 우리 일행은 싱글벙글 웃으며 북쪽으로 향했다. 아무리 좋은 구경거리더라도 자주 보면 식상한다. 페더데일 야생동물원으로 가기 위해 관광버스가 어제 지났던 블루마운틴 고갯길을 오랫동안 달린다. 가이드는 지루함을 달래주려고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데 전날 시드니에 도착하기 바쁘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관광을 했던 터라 아침부터 단잠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건국기념일이 영국의 죄수인단이 도착한 날이고, 대부분의 직장이 12월 23일부터 1월 5일까지 휴가에 들어간다. 올림픽 후 영연방 국가대항 경기가 열리기에 람볼링, 크라켓 등 영국에서 시작된 공으로 하는 경기를 즐긴다. 전철, 버스비 등 기본 물가가 무척 비싸고 모든 농산물을 자급자족한다. 기름 값이 조금 저렴하지만 동에서 서쪽 끝까지 비행기로 5시간 걸릴 만큼 땅이 커 실질적으로는 연료비가 많이 든다. 아름다운 뉴질랜드의 남섬이 비행기로 3시간 거리지만 최소 2주 이상
12월 29일부터 1월 7일까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계획대로 여행을 하고 할인도 받기 위해 미리 계약을 했던 터라 떠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었다. 떠나기 일주일 전 여행이 불발됐다는 여행사의 연락을 받고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그 후 해외여행은 여유 있게 날짜를 잡아 계약하고 준비한다. 여행을 떠나던 29일은 흰 눈이 온 세상을 동화의 나라로 만들었다. 마음과 달리 하는 행동은 늘 바쁘고 위태롭게 생활한다. 집 앞에서 택시를 탔는데도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천공항으로 2시에 출발하는 우등버스에 간신히 탑승했다. 며칠간 전국에 폭설이 내려 길이 미끄러울까 걱정했는데 예정시간보다 빠른 4시 6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 한교투어의 김광용 팀장과 같이 여행을 떠날 일행들을 만나 수속을 밟고 면세점을 돌아봤다. 화려한 조명 아래 진열대의 물건들이 눈길을 끈다. 견물생심이라고 좋은 것 보면 갖고 싶고, 그걸 못 사면 괜히 기분만 상하게 되어있다. 말이 좋아 아이쇼핑이지 대충 눈도장만 찍고 우등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 후 23번 게이트로 갔다. 서양의 젊은 연인들이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입을 맞춘 채 끌어안고 있다. 하
이맘때가 되면 늘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 세상의 물결대로 흘러가지 못하는 인생살이를 살다보니 이룬 일도 없이 또 새해를 맞이한다. 한 해를 돌아보는 길목에서 지난 1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즐거웠던 일도 많았고, 고마운 사람들도 참 많이 만났다. 호사다마가 인생살이인데 어찌 좋은 일만 있겠는가. 초등학교 동창생 둘이 하루 사이로 저 세상으로 갔다. 청주와 서울이라는 다른 울타리에 살던 두 친구가 같은 시기에 암에 걸린 것을 알았고, 같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며, 투병 끝에 하루를 사이에 두고 같은 영안실과 화장실을 거쳐 같은 납골당에 나란히 안식처를 마련했으니 인연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이 먹으며 손을 놔서는 안 될 게 친구라는데 하나둘 제풀에 멀어져간다. 곶감 빼먹듯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한 해, 두 해 쓰면서 어영부영 세월을 축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왠지 흘러가는 세월에서 내리막길의 수레바퀴만큼 빠른 속도가 느껴진다. 공자가 하늘의 명을 깨달았다는 지천명(知天命)을 보내면서 이제야 인생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는다. 살아온 날들 중에선 가장 늙은 지금 이 순간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 중에선 가장 젊은 순간이란다. 역경이 행복을 얻기 위한
24일 겨울방학을 했다. '방학은 학교생활의 연장입니다.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생활로 부족했던 교과를 보충하고,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알차고 보람 있는 방학이 되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겨울방학 생활계획에 학부모님들께 당부한 대로 방학기간 계획적이고 안전하게 생활할 것을 지도했다. 이런 날은 들뜬 아이들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귀담아 듣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활동력이 넘친다. 교실 밖에만 내보내도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지른다. 그런 아이들이 긴 방학을 맞는 기쁨을 어떻게 주체하겠는가. 방학식이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교실 밖으로 향한다. 텅 빈 교실을 지키고 있는데 우리 반 여자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친구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교탁위로 편지를 내밀며 환하게 웃었다. 아이가 집으로 간 후 정성껏 눌러쓴 편지를 읽었다. 엄마와 늘 일기쓰기를 실천하는 아이라 글이 편지지를 꽉 채웠다. '이 세상 최고 선생님께', '이 세상에서 우리 마음을 잘 알아주시는 선생님께'로 이어지는 첫 부분부터 아이들을 가르치며 듣고 싶어 하던 말이 이어졌다. '솔직히 멋있는 건 아니지만 세상 어느 연예인보다 마음에서 빛이 나와 더 멋있어 보여요.
오늘 우리 반(5학년 1반) 아이들 34명이 첫째시간부터 급식실에서 요리실습을 했다. 우리 학교(상당초등학교)는 전통식문화 계승을 위한 조리체험학습 예산이 100만원 배정되어 해마다 이맘때면 5, 6학년 어린이들이 2시간 동안 전통음식 조리실습을 한다. 이번에도 11개 학급의 어린이들이 본인들이 직접 만든 김치를 돼지고기 목살 수육과 함께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앞치마를 두른 게 쑥스러워 말썽만 부릴 줄 알았던 남자 아이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미있어 했다. 아이들이 흥미롭게 조리체험에 참여하며 전통식문화를 쉽게 이해하도록 계획을 세운 한정연 영양교사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먹이려고 새벽에 나와 목살을 삶았다는 김성자 조리사의 열성이 빛나는 하루였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앞에 두고 구경만 할 수 없다. 아이들은 접시를 싹 비우며 이렇게 맛있는 것 처음 먹어본단다. 수육을 많아 먹은 몇 명의 아이들은 배부르다며 점심도 굶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과 어울리며 우리의 식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