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서울에 출장갈 일이 생겼습니다. 강남에서 예정됐던 업무를 모두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강북으로 올라갔습니다. 서울에 오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교보문고입니다. 최근의 독서 경향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유용한 자료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에서 내린 후, 교보문고로 이동하던 중 국세청 앞에 이르자 이색적인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연주자들이 사용하는 악기가 모두 재활용품이었습니다. 일반 악기에 비해서 전혀 손색이 없는 음색이 빚어내는 화음이 정오의 거리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습니다. 특히 공연의 목적이 시작장애인을 돕기 위한 자선콘서트라는 점에서 더욱 교육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깊은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는 2학기 수시모집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일선에서 학생들의 입시를 지도하고 있는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수시모집의 경우, 해당 학생이 1%의 합격 가능성만 있어도 지원시키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수시모집의 특성상, 엄청난 경쟁률로 인하여 학생들이 합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수시모집 전형 가운데는 내신성적이 비교적 떨어지더라도 논술이나 구술 그리고 전공 적성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의외로 합격하는 사례가 많다. 물론 이 경우에는 합격의 기쁨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매일같이 알토란 같은 합격 소식을 전해오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합격자를 기록하는 3학년 교무실의 칠판이 모자랄 지경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오늘이 제 생일입니다. 새벽에 부모님을 저희집으로 모시고와서 정성스럽게 차린 아침식사를 대접해 드렸습니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가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만족스러워하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여 교무실로 들어서자, 내 책상 위에 예쁜 케이크와 아이들이 쓴 하얀 종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내 생일은 가족외엔 아무도 모르고 있을텐데 어떻게 된 일인지 예상치못한 생일선물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리고 잠시후, 우리반 아이들이 몰려왔습니다. 담임의 주변을 둘러싸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오늘따라 황소만한 녀석들이 웬지 예쁘게만 보였습니다. 녀석들이 선생님의 생일도 챙길줄 알다니... 얘들아, 사랑한다! 그리고 고맙다. 담임 오늘 무지 무지 감동먹었단다!
정규수업과 보충수업이 끝나면 자율학습 시작 전까지 아이들에게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주어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갈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에겐 학교 생활이 그저 무미건조할 따름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심정을 이해했는지 선생님 한 분이 자율학습 시작에 맞춰 온동장에서 폭죽을 쏘아 올렸습니다. 어슴프레한 저녁 하늘에 아름다운 불꽃이 분수처럼 쏟아지자 아이들도 '와∼'하는 함성과 함께 일제히 박수를 쳤답니다.
3학년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3층 복도의 중앙에 설치된 대학수학능력시험 표지판이 'D-30'을 가리키며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한 주를 새롭게 시작하는 학생들도 등교와 더불어 한 달 남은 수능에 대비하기 위해 각오를 새롭게 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이제부터는 몸도 마음도 지칠 시기가 되었기에 오로지 정신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부디 모든 학생들이 남은 한 달간 최선을 다하여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는 지난 12일부터 학생회 주최로 깨끗한 학교 만들기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아무 곳에나 휴지를 버리거나 또는 떨어진 휴지를 못본척 하고 지나치는 비양심적인 행위를 이번 기회에 바로 잡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물론 강제적인 사항은 아니지만 학생들 스스로 깨끗한 학교 만들기와 관련된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교내 곳곳에 부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학교가 깨끗해진 느낌이다.
조선 중종 때, 내노라하는 선비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급기야 생불이라 불리던 지족선사까지 단 하룻밤만에 파계시긴 명기 황진이의 미인계도 화담 서경덕에게만은 끝내 통하지 않았다. 천하의 미인을 앞에 두고도 미동도 하지않은 채 책에 몰두하고 있는 서경덕의 인품에 매료된 황진이는 오히려 제자가 되기를 자청했다니 화담의 학문적 경지와 인물됨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로멘스의 주역이었던 서경덕에게도 그의 마음을 송드리째 빼앗은 큐피드의 화살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책이었다. 서경덕은 요즘 얘기로 표현하자면 지독한 '책벌레'였다. 항상 책에서 손을 떼지 않을 만큼 독서에 대한 열의가 남달랐으며, 책을 통하여 얻은 깨달음으로 새로운 이론을 창출하는 등 지식 생산자로서의 역할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책을 평생의 연인이자 동반자로 삼은 화담의 인생 철학은 그가 지은 한시 '독서유감(讀書有感)'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배워서 의문이 없게 되면 내 마음 시원하니(學到不疑知快闊), 평생의 허랑함을 면케 할 수 있네(免敎虛作百年人)'란 구절을 살펴보면 배움(독서)에 대한 애착을 갖고 궁구(窮究)하여 사물의 이치를 발견하는 일에 무한한 즐거움을
지난 주말, 수능시험이 점점 다가오며 생각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는 학생들 가운데 마음이 헤이해진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항상 빠지지 않고 주말에도 자율학습에 참여했는데, 전날 본 모의고사 성적에 실망했는지 무려 여섯 명의 아이들이 자율학습에 불참했습니다. 물론 자율학습까지 나오지 않으면서 마음 고생을 했을 아이들의 심정은 이해되지만 그렇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를 준 후, 반성문을 써오도록 했습니다. 점심시간까지 여섯 명의 아이들이 모두 반성문을 써왔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겠다'는 다짐에서부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반성의 내용도 다양했습니다. 반성문을 읽고 다시 아이들 하나하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어깨를 두드려주며 '힘들고 어렵더라도 조금만 더 참자'며 위로를 해줬습니다. 오늘따라 처져있는 아이들의 어깨가 무척 안스러워 보였답니다.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에 귀한 손님 한 분이 방문하셨다. 그 분은 바로 충청남도 교육을 총괄하시는 오제직 교육감님이다. 교육 현안을 챙기는데도 바쁘실텐데, 일선학교를 방문하여 교육환경을 둘러보고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특히 입시를 목전에 두고 눈 코뜰 사이 없이 바쁜 3학년 교무실에 들러 담임교사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격려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있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학급 아이들과 마음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교정의 잔디밭으로 나갔다. 서로 대열을 이뤄 '파이팅'을 몇 차례 외친 뒤, 곧바로 사진 촬영에 임했다. 이 사진도 역시 졸업식 때 아이들에게 나눠줄 학급 앨범에 포함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 사진은 학급 구성원 전체의 결의를 나타내기 위해 승리를 상징하는 'V'자로 대형을 이뤄 촬영을 했다. 아이들의 절실한 마음과 뜻이 합쳐져 부디 좋은 성적을 내기를 기원했다.
교정 곳곳에 자리잡은 수목과 화초들이 저마다 화려한 단풍과 아름다운 꽃으로 자태를 뽐내는 계절입니다. 오늘은 교정의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삼아 졸업 사진을 촬영하는 날입니다. 주말이지만 자율학습을 하느라 아이들이 모두 나왔습니다. 단체 사진을 촬영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를 물색하던 중, 학습지원센터 옆 잔디밭에 자리잡은 '스승탑' 으로 결정했습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가을 하늘 아래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마도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남겨질 자신들의 우정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겠지요.
아이들은 비를 좋아한다. 그것도 그냥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열광적으로 좋아한다. 아침부터 흐리기라도 하면 아이들의 시선은 온통 창문 밖으로 쏠린다. 비를 기다리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먹구름이 몰려와 장대비라도 주룩주룩 쏟아내면 녀석들의 얼굴엔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구름이 걷히고 날씨가 맑게 개면 오히려 기가 꺽인 듯 풀죽은 모습으로 바뀐다. 녀석들이 그토록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비가오면 야자(야간자율학습의 준말)를 쉬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인문계 고등학교가 그렇듯 정규수업이 끝났다고 곧바로 귀가할 수는 없다. 학교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대부분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한다. 물론 아이들의 자율적인 선택은 아니다. 단지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는 학교나 학부모의 고육책(苦肉策)이라고 할 수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달리 묘안이 없다. 그렇다고 공부하는데 강압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용어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니, 눈가림처럼 보일는지 모르나 학습에 ‘자율’이라는 말을 살짝 덧씌우면 일단 명분은 갖춘 셈이다. 맑은 날씨로 쉴틈없이 야자가 계속되면 아이들은 지치게 마련이다. 온종일 딱딱한
아이들 몇 명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코스모스가 만발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본관 건물로 이어진 도복도를 따라 활짝 핀 코스모스가 아이들의 마음을 붙잡았나 봅니다. 산들거리는 코스모스 사이에서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가요? 한 달 남짓 다가온 수능에 대한 걱정과 내년 이맘때쯤 과연 어느 곳에서 코스모스를 감상하고 있을지 말입니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아이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는 느낌입니다.
2학기들어 처음으로 선생님들간의 친목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체육행사를 가졌다. 평소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어 자칫 자신의 건강에 소홀하기 쉽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운동을 통하여 건강을 다지고 친교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모처럼 체육행사를 갖기 때문에 행여나 있을지도 모르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철저히 준비운동을 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무척 진지하다.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교정 곳곳이 잔디로 덮여있답니다. 물론 잔디 보존을 위해 학생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하고 있지요. 학생들 가운데는 양탄자처럼 깔린 잔디위에서 공을 차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바로 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 2학년 학생들이 소풍을 떠나고 3학년 학생들과 담임선생님들만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하던 중 잠시 틈을 내서 졸업사진을 촬영하게 되었답니다. 잔디밭에 둘러앉아 사진을 촬영하고 일어서려는 데 갑자기 공이 하나 날아들었습니다. 학생들은 "와∼" 소리를 연발하며 갑자기 공을 뺏느라 야단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잔디밭이 축구장으로 변한 것입니다. 물론 담임입장에서는 잠시 동안 못본척 눈을 감아주기로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