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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김준철 경북교총 신임회장(대동중 교장·앞줄 왼쪽에서 일곱번째)이 9일 경북교육청 웅비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3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김 신임회장은 인사말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본연의 일에 충실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귀 기울이고 세심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교권회복과 교원의 지위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선생님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함께하는 경북교총이 되겠다”고 밝혔다. 제14대 경북교총 회장단은 김정기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이종욱(원당초 교사)·이혜정(경안여중 교사)·김형락(포항대 부총장) 부회장이 함께한다.
경남교총(회장 김광섭·사진 왼쪽)과 경남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은 9일 도교육청 중회의실에서 ‘2024년 교섭·합의서’를 체결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교섭은 6차례 실무교섭과 협의를 거쳤으며, 기존 합의서에서 8개 항을 개정하고 17개 항을 신설했다. 합의서 주요 내용은 ▲교권보호를 위한 조치 마련 ▲유치원 및 비교과 교사 근무환경 및 여건 개선 ▲경남교육공무원 가산점평정규정 현실화 ▲농어촌학교 등 소규모 학교 교육여건 개선 등이다. 체결식에서 박종훈 교육감은 “교섭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상생과 협력의 미덕을 발휘한 양측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며 “현장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고민하며 안전한 환경 속에서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교섭·합의에 대해 경남교총은 교원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이행 사항을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섭안이 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행정적인 지원과 홍보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광섭 회장은 “지난 6개월 동안 진통을 겪으며, 교섭안이 나온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며 “교섭안을 바탕으로 현장의 수용도를 확인하고 이해도를 확산시키는데 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 또 “학교규칙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교총(회장 남윤제·사진 오른쪽)이9일 세종시에 위치한 미용업체 마드모아젤과 MOU를 맺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세종교총 회원은 마드모아젤 전 지점 이용 시 20%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자체 이벤트 진행 시에는 추가 할인도 적용된다. 남윤제 회장은 “많은 회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할 것”이라며 “교총 회원 복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일반직 고위공무원 김태훈 ▲교육복지돌봄지원국장 일반직 고위공무원 김천홍 ▲교육자치협력안전국장 일반직 고위공무원 전진석
김철민(더불어민주당) 국회 교육위원장이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오른쪽) 교육부 장관이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교육위원회는 4일 2024년 첫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12건을 의결했다.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대학교육기관의 장과 대학교육기관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적립금(교육시설의 신·증축 및 개·보수, 학생의 장학금 지급 및 교직원의 연구 활동 지원 등에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와 사용내역을 공시하고, 교육부 장관의 실태 점검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특수교육 대상자와 또래 일반학생을 함께 편성하는 ’통합학급‘에 대한 정의, 특수교사 배치,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등 통합교육의 활성화 도모 차원에서 마련됐다. 또한 교육감이 의료기관과 협의해 학교 내에서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의료인을 통한 의료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담겼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교육환경 보호구역에서 레미콘 제조업, 중독자재활시설을 금지해 학생의 보건, 위생, 안전 등의 보호 강화가 주요 내용이다.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교육부 소관 공공기관인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종래 준정부기관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변경됨에 따라 이사장, 상임이사, 감사 등 공단 임원의 임면에 관한 규정과 절차를 정비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 관내 상률초(교장 김진만), 송림초(교장 최재운), 송정초(교장 최은하), 숙지초(교장 이순호), 율전초(교장 김선영) 등 5개교에서는겨울방학을 맞이하여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으로 가족영화프로그램 '무비 투게더'를 진행했다. 특수학교인 수원서광학교(교장 김교일)는 본교에서 매년했던 가족영화행사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지원을 해주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인근의 영화 상영관을 대관하여 5개 학교 약 110명의 재학생 가족이 모여 영화를 관람했다.영화관 입장시간 동안에는 수원시 학교사회복지사업 소개영상을 상영하였고, 영화 상영전에는 진행자가 준비한 퀴즈를 맞추거나 행운팝콘을 가지고 있는 가족에게 선물을 전달하기도 하는 등 사전행사도 있었다. 사전행사 이후에는 자신의 꿈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 위시를 가족과 함께 보았다. 가족영화프로그램은 훈훈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만족도 조사와 함께 참여소감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얼마나 만족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복지실 가족프로그램 덕분에 2년만에 영화관에 와봤어요. 생일에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게 되어서 더욱 뜻깊었습니다.”(숙지초 4학년 학부모) “영화의 내용이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것이어서 좋았고, 영화관을 대관해서 저학년 학생들도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상률초 5학년 학부모) “직장인 부모인데 늘어지게 되는 방학 토요일 아침에 이런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마웠어요. 아이와 함께 보낸 뜻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참여하겠습니다.”(송림초 3학년 학부모) “아이들이 행복해 했어요. 가족과 함께하는 좋은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송정초 1학년 학부모) “저희 엄마가 한국어를 못하시는데 영어로 나와서 엄마도 매우 만족하셨어요. 평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영화관에서 보게 되어 기뻤어요.”(율전초 6학년) 영화 위시는 자신의 소원을 소중히 간직하고 노력하면 스스로 이루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함께 관람한 많은 가족들이 영화의 내용에 공감하며 아이들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주어 감동적인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가족프로그램은 학교사회복지실 주관으로 가족이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친밀감을 강화하고, 가족갈등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기획하였다.참여자 소감을 통해 드러나듯이 요즘 다양한 OTT 매체가 있으나 가족이 함께 손잡고 나와 팝콘과 콜라를 나눠먹으며 커다란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 영화관 나들이는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될 것 같다.
한국교총이 올해 아동학대 신고 피해 교원 회복을 돕기 위해 치유지원금 제도를 도입한다. 또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초기 대처를 위한 경찰조사 변호사 동행보조금 지원도 강화한다. 교총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권보호 4법 통과와 생활지도 고시, 교권종합방안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악성 민원 등 교권침해로 고통받는 교원이 많다”며 “억울한 교권 침해를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올해도 최선을 다해 교권보호와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먼저 아동학대 신고 피해 교원 회복지원제를 올해 처음 도입한다. 1월 1일 이후 아동학대 신고로 경찰조사를 받는 경우 100만 원을 지원한다. 무분별,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심신이 황폐화되는 교원들을 치유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또 교권 침해 소송비 지원도 연 3억 원 이상으로 늘려 지원 대상과 수준을 확대한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는 물론 학교폭력 사안 처리나 정상적인 교육활동, 생활지도 등에 불만을 품은 민‧형사 고소에 맞대응할 수 있도록 변호사 선임료, 경찰서 변호사 동행료를 적극 지원한다. 교총은 교권 침해 소송비로2018년 45건에 8100만 원(45건), 2019년 1억4000만 원(59건), 2020년 2억1070만 원(92건), 2021년 1억6570만 원(90건), 2022년 1억6030만 원(81건), 2023년 2억9010만 원(113건)을 지원한 바 있다. 2024년인 올해는 최소 3억2000만 원 이상을 확보해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중대 교권 침해 소송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으로 끝까지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교총은 교권 침해 교원에 대한 법률적, 재정적 지원 강화를 위해 교육부와 교섭·합의한 ‘교원배상책임보험의 보상 대상‧내용‧범위 확대’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아울러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고 이를 위한 입법활동과 교원 순직 인정 제도 개선 등의 활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교직의 특수성을 반영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도 순직 원인으로 인정 ▲교원의 상황을 고려해 순직 심사 과정 신속 진행 ▲순직 신청 시, 교육청의 법률 상담 및 소송비 지원 등 교원 순직 인정제도 개선도 역점 과제로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졸업식이나 신학기, 교원의 전보시기가 되면 선물이나 식사 제공 등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문의가 있습니다. 「청탁금지법」의 적용과 지난 8월 개정된 선물가액 기준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 - 공무원, 공무원으로 인정된 자, 각급학교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공직자 등의 법률혼 배우자, 공무수행사인. - 학교에서 적용과 미적용의 예 •적용: 학교 채용 운동부 감독·코치, 기간제 교사, 유치원 교사 •미적용: 방과후교사, 겸임교원, 명예교수, 무기계약직 근로자 2. 금지사항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등 수수 금지,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1회 100만 원(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넘는 금품 등 수수 금지 3. 직무관련성 판단 직무내용, 직무와 금품 등 제공자와의 관계, 쌍방 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 존재 여부, 금품 등 수수 경위와 시기,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수 있는지 여부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판단 4. 사교·의례 등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 가액 범위 - 음식물: 3만 원 - 경조사비(결혼·장례만 해당): 축의금·조의금 5만 원(축의금·조의금 대신하는 화환·조화 10만 원) - 선물: 5만 원(농수산물·가공품: 15만 원) 5. 선물 가액범위 등 변경(2023.8.30 개정) ▶ 선물 범위 확대 (변경 전) 물품만 가능 → (변경 후) 물품, 물품·용역 상품권(기프티콘, 공연관람권) ※ 백화점 상품권 등 금액 상품권은 제외 ▶ 농수산물·가공품 가액 상향 (변경 전) 10만 원 이하/ 설날·추석 기간: 20만 원 이하 (변경 후) 15만 원 이하/ 설날·추석 기간: 30만 원 이하 ※ 설날·추석 전 24일부터 후 5일까지(해당 기간 중 발송해 이후에 수수한 것까지 포함) 청탁금지법 QA Q. 학교운영위원회나 학교폭력전담기구의 위원인 학부모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가요? A. 「초·중등교육법」 또는 「학교폭력예방법」 관련 법령에 따라 설치된 학교운영위원회나 학교폭력전담기구 학부모위원은 공무수행사인으로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입니다. 공무수행사인은 공모수행에 관하여만 「청탁금지법」이 적용됩니다. Q. 학교운영위원회의 학부모위원이 교장·교감선생님께 5만 원 상당의 선물이 가능한가요? A. 학생들의 성적·수행평가, 진학 관련 추천 등 학교생활 전반을 관장하는 교장·교감선생님과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간에는 밀접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므로 가액 기준 내의 선물이라도 허용되기 어렵습니다. Q. 졸업식 날 학생들이 담임선생님께 꽃다발을 드려도 되나요? A. 성적평가 등 학사일정이 완전히 종료된 졸업식 날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관련성이 없으므로 5만 원을 초과한 선물도 허용될 수 있습니다. Q. 첫째 아이가 졸업하는데 동생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에 첫째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졸업식 날 선물을 드려도 되나요? A. 동생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라도 통상적으로 학부모와 교사 간에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나, 사교·의례목적으로 제공되는 5만 원 이하 선물(농수산물·가공품은 10만 원 이하의 선물)은 허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첫째 아이의 담임교사가 동생에 대한 평가나 지도를 상시적으로 하는 담당교사인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습니다. Q. 담임교사나 학부모가 학기 말에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해도 되나요? A. 학생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간식 등을 제공하는 것은 제한받지 않습니다. Q. 교원이 학교업무와 관련해 직무관련자로부터 3만 원 상당의 점심을 제공받고, 자리를 옮겨 6천 원 상당의 커피를 제공받은 경우 「청탁금지법」에 위반되나요? A. 식사와 음료 제공 행위가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성이 있어 1회로 평가 가능하며, 음식물 가액기준 3만 원을 초과하였으므로 위반으로 판단합니다. Q. 동료교원이 승진한 경우 10만 원 상당의 난 선물이 가능한지요? A. 난은 농수산물 선물에 해당하며, 사교·의례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이므로 가능합니다.
지난 2023년 9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의 개정으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행위가 아동학대로 신고되어 교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는 교육감이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게 되었다. 해당 규정은 본래 2024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되어 있으나, 정부는 시행일 이전부터 해당 규정을 적용하도록 합의하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약 한 달 만에 교육감 의견서가 32건 제출되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하루에 한 건 이상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발생하였던 셈이다. 필자의 관내 지역에서도 사건이 발생하여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신고된 교원을 면담하게 되었는데, 신고 이후에도 계속되는 보호자의 민원, 더 신경 썼어야 했다는 자책감, 사실과 다른 소문의 발생,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 등 다양한 고민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당장 닥쳐있는 문제는 경찰에서 진행되는 수사인데, 대부분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어서 향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도 어렵고, 형벌이나 신분상의 불이익이라는 삶의 중대한 부분까지 영향을 주게 되니 극심한 두려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죽음 뒤에 어떤 일이 있을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듯,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무지에서 온다고들 한다.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교원 누군가를 위하여 이번 호를 통해 수사기관과 법원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과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경찰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대부분 피해아동 측의 신고나 고소로 아동학대 사건이 시작된다. 신고가 있어 즉각 경찰이 학교로 찾아와 그 즉시 교원 본인이 신고 된 사실을 알게 되는 때도 있고, 경찰에서 학교로 교원의 개인정보나 관련된 자료를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내와 피해아동 측의 고소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도 있다. 수사기관은 조사나 수사를 시작한 때에는 소속 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학교나 관할 교육청 등으로 수사개시에 관한 통보를 한다(「국가공무원법」 제83조, 「사립학교법」 제66조의3). 또 그 시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현재 경찰에서는 사안에 대한 조사 초기에 아동학대 사안에 대한 교육감의 의견 제출을 요청(개정 「교원지위법」 제17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 뒤, 피해아동 측에 대한 조사를 먼저 시작한다. 이를 통해 수사의 대상이 될 내용과 범위를 확정하고, 그다음으로 담당 수사관이 신고 된 교원에게 유선으로 출석을 요청하며, 일정을 조율하자는 연락을 하게 된다. 이러한 수사관의 연락을 받게 되면, ① 수사관의 소속·직위와 성명, ② 신고된 교원 본인이 피내사자인지 정식으로 입건된 피의자인지, ③ 혐의사실의 요지는 무엇인지, ④ 피해아동 측에서 제출한 고소장이 있는지를 문의하고, ⑤ 출석일정은 되도록 10일 이상으로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설정하는 것을 권한다. 다음으로 이렇게 알게 된 내용을 토대로 ‘정보공개포털’에 접속하여 해당 수사관이 소속된 경찰서로 피해아동의 신고내용 또는 고소장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할 것을 고려해 본다. 이는 교원 본인에 대한 혐의사실을 명확하게 알기 위함이고, 이를 알아야 적절한 대응방법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공개 청구의 처리기간이 10일가량이므로,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조사에 임하기 위하여 10일 이상 여유를 두고 출석일정을 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보를 얻게 되었다면 수사 대응을 위한 변호사의 선임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변호사의 선임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른 법률적인 조력을 구할 수 있고, 피의자신문 등 과정에 동석해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으므로 매우 유용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많은 시·도의 교육청에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교원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먼저 교원 본인의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추후 아동학대에 대한 혐의를 벗게 되면 검토를 거쳐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찰에 출석하게 되면 담당 수사관과의 문답 방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신문조서가 만들어진다. 혐의 내용과 확인할 사항의 양에 따라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후 경찰에서는 그간 조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해당 사건을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일반적인 형사사건의 경우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이때에는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동학대 사건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 없다’고 결정되더라도 검사에게 송치하게 되어 있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 검찰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는 경찰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다. 피해아동 측이나 교원에 대해 검찰에서의 추가 조사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은 편이다. 검찰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크게 4가지로, ①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 처분, ② 기소유예 처분, ③ 구약식 또는 구공판 처분, ④ 아동보호사건 송치 처분으로 나뉜다. 당연하게도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은 검사가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가장 좋은 결과라고 하겠다. 기소유예 처분은 피의자에게 혐의 사실이 인정되나 연령·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사정을 고려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내려지는 처분이다. 쉽게 말하면 ‘이번 한 번은 봐준다’라고 이해하면 된다. 아동학대 사건에서는 교육받을 것 등을 조건으로 하는 기소유예 처분을 하기도 한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이러한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된다면 형사처벌은 면한 것이기에 일단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혐의 사실 자체는 인정된 것이기에 이후 있을 징계 등의 절차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고, 혹여나 피해아동 측이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면 불리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구약식은 검사가 법원에 벌금형을 선고해달라고 하는 것을 말하고, 구공판은 검사가 법원에 정식재판을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고, 이를 처벌할 필요성이 높다는 검사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후 법원에서의 재판과 판결 등 절차가 남아있게 된다. 한편 검사는 사건의 성질이나 동기, 교원과 피해아동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사건을 아동보호사건으로 하여 가정법원(가정법원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해당 지역의 지방법원)으로 사건을 송치할 수 있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제28조). 이는 아동학대 사건 특유의 절차인데, 가정법원에서 피해아동을 보호하는 방법을 정하라는 것에 가깝기에 설령 어떠한 조치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전과나 형사처벌전력이 남지 않는다. 다만 가정법원에 출석하여 심리를 받는 절차에는 참여해야 한다. 법원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검사의 구약식 처분이 있다면 법원은 사건 내용을 검토하여 범죄가 인정된다면 벌금형에 처한다는 약식명령을 내린다(매우 드문 일이지만 법원에서 벌금으로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정식재판으로 넘길 수 있다). 구약식 절차는 재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절차 없이 서면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편리함이 있다. 그러나 징역이나 금고와 같은 신체의 구속이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벌금형은 엄연히 전과에 해당한다. 또 「아동복지법」에 따라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있는 때에도 아동관련 기관에 취업제한이 붙을 수 있다. 이러한 아동관련 기관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가 포함되므로, 교사가 취업제한으로 인하여 한동안 학교에서 근무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아동복지법」 제29조의3 제1항). 필자 역시 그런 예들을 종종 봐왔다.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있어 이에 불복하고자 한다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에는 재판이 진행되므로 재판에 참석해야 하고, 무죄판결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약식명령으로 받은 금액보다 상향된 벌금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검사의 구공판 처분이 있다면 재판이 열리게 되고, 정해진 재판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참여해야 한다. 재판 결과 죄가 인정된다면 벌금이나 징역 등 형벌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재판에 관한 내용은 워낙 전문적인 영역에 해당하여 설명하기 어렵고, 일반적으로 학생에 대한 지도과정에서 벌어진 아동학대에 관한 내용이 여기까지 오게 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도록 하겠다. 가정법원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검찰에서 아동보호사건 송치가 있다면, 사건기록은 가정법원으로 넘어가고 가정법원에서 사건이 진행된다. 재판이 열리고 결과가 나오지만, 일반적인 벌금·징역과 같은 처벌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보호처분이 결정될 수 있다. 보호처분의 종류는 아동학대행위자가 피해아동 또는 가족구성원에게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포함하여, 사회봉사나 수강명령 등이 있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6조 제1항). 또한 판사의 심리 결과 보호처분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된다면 ‘처분을 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불처분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무죄에 가까운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탁구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스포츠다. 빠른 백핸드, 정확한 포어핸드, 네트를 넘나드는 공과 리듬을 맞추는 선수들의 발놀림은 마치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이에리사-현정화-신유빈으로 이어진 한국 탁구는 힘들었던 시기마다 환희와 희망을 안겨준 기특한 종목이기도 하다. 그런 탁구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풀뿌리 스포츠로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현초등학교. 이 학교는 전통의 탁구 명문교로 서울은 물론 전국 스포츠클럽대회를 주름잡는다. 우수한 선수들만 데려와 성적을 올리는 게 아니라 전교생 대상 스포츠 클럽활동을 통해 자질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대표적 학교로 꼽힌다. 인근 동덕여중·동덕여고 등 탁구 강호들의 주축선수 상당수는 방현초 출신이라고 한다. 길고 깊은 방현초 탁구 역사 … 체력증진은 물론 협동심·배려심까지 방현초의 탁구 역사는 길고 깊다. 지난 2010년 탁구부가 창설된 이래 전교생이 탁구를 즐긴다. 교기가 탁구인 셈이다. 실제로 ‘스포츠클럽 아침 탁구부’와 ‘방현 꿈탁구 교실’은 대표적 체육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클럽 탁구부는 활동을 희망하는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녀 선수를 선발, 매주 화·목 아침 40분간 활동하고 있다. 전문 코치와 함께 기본적인 서브와 리시브 연습부터 학생들끼리의 토너먼트 연습게임까지 다양한 훈련을 실시한다. 3~6학년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방현 꿈 탁구교실은 학급별 주 1회, 학기당 10차시로 연중 운영하는데 탁구 전문 강사와 체육 협력수업으로 운영된다. 학생들 실력은 최상위권이라고 한다. 지난해 열린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탁구대회에서 여학생들은 우승을, 남학생들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코치진의 지도와 아침부터 방과후까지 틈틈이 실력을 길러온 학생들의 노력이 거둔 성과다. 특히 서울시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여자 탁구부는 서울시 대표로 전국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참가하는 영예를 누렸다. 조현숙 교감은 “탁구부 학생들은 아침 연습은 물론 방과후에 자발적으로 개인 연습을 하는 등 실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러한 열정과 노력 덕분에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탁구가 학생들의 체력증진은 물론 협동심과 배려를 기르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촘촘한 학습안전망 구축, 학력신장에 온 힘 방현초는 또 촘촘한 학습안전망을 구축, 학생들의 학력신장에 힘을 쏟는다. 단순히 읽기·쓰기·셈하기 교육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사회·정의적 영역과 메타인지를 포함한 4R 교육을 추구한다. 기초학력 stand up프로그램으로 명명된 학력증진계획은 다양하고 정확한 진단을 기초로 학교안팎의 인적·물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 교육효과를 높인것이 특징이다. 학력진단은 학습지원대상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기초학력진단-보정시스템의 국어·수학·영어문항을 활용하여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이후 6월·10월·12월 세 차례에 걸쳐 학습향상도를 확인하고 누적 관리하고 있다.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EBS 문해력 학년별 테스트를 실시한다. 어휘영역·추론영역·정보파악능력 등 영역별로 점수 결과를 학생과 공유하고, 테스트 결과는 국어 정규 수업에 활용한다. 영어 단어읽기 발달단계 검사는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미국 DIEBELS 테스트 일부 문항을 활용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교사들이 수학문제집을 만들어 아침 수업전이나 자투리시간에 풀어볼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수학·영어의 경우 학생들 간 성취도 차이가 커 이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적이 올랐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문해력 증진을 위해 슬로우리딩 교육을 실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육연극을 통한 사회·정서적 역량 증진 방현초가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영역은 사회·정서적 역량진단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공하는 ‘학습유형 검사’, ‘사회·정서 역량검사’, ‘학습 저해요인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한 뒤 학생들의 자아존중감과 관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교육연극이다. 방현초는 교육연극을 1~6학년, 전 학년에 걸쳐 시행하고 있다. 창체시간을 활용, 20차시로 운영되는데 한 반에 2~3개 모둠을 구성, 교육연극에 나선다. 모둠별로 대본연습도 하고, 소품 등 무대장치도 학생들이 직접 만든다. 학생들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연극작품은 지난 11월 ‘꿈·끼 나눔 발표회’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코딩교육에도 힘을 쏟는다. 코딩교육을 통해 컴퓨팅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갖춘 자기주도적 미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4·5·6학년은 1학기에, 1·2·3학년은 2학기에 학년별 10차시씩 운영하는데 담임교사와 코딩강사 협력수업을 진행된다. 김경남 교장은 “코딩에 대한 부담이나 저항감을 없애기 위해 1~2학년부터 코딩교육을 하고 있다”며 “교사들이 의기투합해 우리학교만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수업에 적용하고 있는데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중학교에 진학한 방현초 출신 학생들의 코딩실력은 월등하다는 후문이다. 방현초는 서울 서초구 관내에서 규모가 제일 작은 학교다. 하지만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특기적성 교육이 뛰어나고 교직원들 간 화합을 통해 가장 근무하고 싶은 학교로 꼽힌다. 교사들은 새둥지처럼 포근한 학교, 교사가 행복하고 학생이 즐거운 학교라고 입을 모은다. 김 교장은 “창의성과 인성교육에 힘을 쏟는 작지만 강한 학교,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받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김경남 교장은 … 방현초의 교장실은 언제나 열려있다. 학생들은 수시로 교장실을 찾는다. 일종의 쉼터인 셈이다. 빈말이 아니다. 취재를 위해 방현초를 찾은 지난 12월 13일. 김경남 교장과 인터뷰 도중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드르륵 열렸다. 가방을 멘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낯선 외부인을 보곤 잠시 쭈뼛거리는가 싶더니 스윽 들어와 뭔가를 건넨다. 크리스마스 때면 볼 수 있는 특유의 빨간색 편지봉투다. “어머, 고운이(가명)구나. 이게 뭐야.” 김 교장이 어깨를 안으며 토닥이자 “교장선생님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곤 휙 나가버린다. 또박또박 쓰여진 편지에는 교장실에서 친구들과 곤충을 관찰했던 일, 어느 날엔 교장선생님과 함께 운동장을 산책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감사하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교장 책상 위엔 학생들이 보낸 편지글이 수북하다. 김 교장은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라며 사진도 못 찍게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김 교장은 수시로 학생들을 불러 교장실에서 동화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과학담당 전문직 출신답게 교장실에 다양한 곤충들을 가져와 학생들의 호기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근엄한 교장실이 아닌 학생들과 소통하는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모든 학생이 주인공입니다. 각자의 꿈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뛰어나고 말고가 없죠. 그래서 학교는 모든 학생의 꿈을 발현시켜 주고 더불어 성장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올해 정년을 맞는 김 교장은 “방현초 교정이 학생 모두에게 영혼이 가장 따뜻했던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밈 전파 성공의 희열 교사들의 사기가 바닥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23년 5월에서 6월 사이에 전국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정도의 교사는 명예퇴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교권침해 증가에 따른 교수 효능감 저하’라고 응답했다(이동엽 외, 2023). 교수 효능감 저하의 뜻은 자기가 뜻한 대로 제대로 가르칠 수 없고, 학생들의 변화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고, 이를 달리 해석하면 ‘밈 전파 좌절’이다. 가르침의 길에서 희열을 느낀 선생님의 글이 있다. 다음은 이상우(경기 금암초)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선생님이 느낀 기쁨의 근원을 뭐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밈 전파’라는 관점에서 보면 ‘밈 전파 성공 확인에 따른 희열’이다. 어제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4년 전 제자가 고1이 되어 혼자 찾아왔다. 와서 하는 말이 내가 자신의 롤모델이란다. 이럴 수가?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 여학생은 왕따에 맨날 지각과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고, 나 역시 교사로서 한계를 느꼈다. 그랬던 애가 내가 롤모델이라니 뜬금없다. 아이 말에 따르면 자신은 부정적이었는데, 나는 긍정적이었고 ‘욕구’를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나니 선생님이 좋은 분이었고, 선생님 덕분에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단다. …(중략)… 갑자기 밀린 숙제를 다 마친 뿌듯함 같은 게 몰려왔다. 아이가 기특했다. 그렇다. 교사를 힘내게 하는 것은 아이와 학부모가 ‘선생님 덕분에 내가 나아졌다’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들으면 그간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그때 나도 신이 나서 한마디 한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저도 힘이 나네요. 그런데 제가 한 것은 별로 없어요. 아이가 스스로 노력하고 어머니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교단을 떠나려고 마음먹었다면 빨리 떠나는 것이 자신과 학생들, 그리고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떠나기 어렵다면, 교단이 머물고 싶은 곳이 되도록 여건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머무는 동안 교육활동 속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모두를 위한 바람직한 선택이다. 변화를 위한 시작점의 하나는 가르침의 본질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거기에 따라 자신을 움직이는 것이다. 밈 전파로서의 교육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내가 늘 고민해 온 것은 ‘과연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르치는 것이 예비교사가 교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예비교사들은 내가 가르치는 내용보다는 내가 가르치는 방법과 모습을 보며 더 많이 배운다고 하는데 과연 나는 그러한 전범(典範)이 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가르침의 본질을 밈(Meme. 문화유전자)의 전파행위로 보는 관점을 나누고자 한다. 대학 1학년 때 김종서 교수님으로부터 교육학개론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노교수님은 감기몸살로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가도 분필만 잡으면 팔팔하게 되살아난다며 환한 미소로 열강을 하셨다. 어느 날은 처음 발령받았을 때 가르쳤던 사범학교 학생이 보내왔던 편지라며 주머니에서 빛바랜 편지를 꺼내 낭송해 주시기도 하고, 비 오는 날에는 갑자기 칠판에 시를 한 편 적어놓고 낭송해 주시기도 했다. 이분처럼 강의 도중뿐만 아니라 강의 후에도 희열에 차서 나오는 사람들의 비법은 무엇일까? 이 사람들의 특징은 강의를 억지로 하는 ‘일’로서가 아니라 강의를 발판 삼아서 다른 그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른 그 무엇은 바로 밈 전파 활동이다. 밈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생물학적 유전자만이 아니라 문화유전자도 전파시키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수전 블랙모어(2010: 281)는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 밈이라는 책에서 ‘사회 생물학의 최대 미스터리의 하나인 이타성’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밈 전파를 들고 있다. 수전은 이타적인 사람은 인기 있고, 따라서 모방되고, 결국 그의 밈이 다른 사람의 것보다 더 널리 퍼진다는 ‘밈학적 관점’을 추가하고 있다. 밈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자신의 밈 전파를 위해 그러한 희생도 감수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 유전자를 전파하기 위해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생명체가 유전자를 전파하는 행위를 할 때, 그리고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전파되었음을 확인할 때 오는 기쁨과 밈 전파에서 느끼는 기쁨의 수준은 유사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밈을 전파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까지 기꺼이 내놓는 것이다. 자신의 밈을 전파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보상까지 받는 직업이 있다. 다름 아닌 교직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희열을 느끼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밈이 성공적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가르침 과정 중에 종종 경험했던 희열의 정도를 돌이켜보면 그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더구나 교사에게는 밈 전파 대상인 학생까지도 국가가 할당해 준다. 이는 실로 커다란 특혜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침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은 가르침의 본질이 특정 지식(교과내용)의 전수가 아니라 한유의 ‘사설(師說)’에 나오는 도의 전파활동(傳道授業解惑)이라는 점이다(박남기, 2011). 이를 깨닫고 가르침의 본질에 맞게 가르치는 활동을 할 때 가르침은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라 커다란 즐거움이 될 것이다. 가르치는 활동이 밈 전파활동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밈 전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사람의 밈 전파 욕구가 충분히 강해야 한다. 그러한 욕구를 느끼려면 당연히 전하고 싶은 밈이 많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스승의 모습은 ‘영원한 학생’이라는 말이 성립한다(박남기, 2017). 자신의 밈을 상대에게 성공적으로 전파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권위, 그리고 기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학교 안의 학급이라는 조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조직의 리더에게 필요한 권위인 카리스마적 권위, 전문적 권위, 합법적 권위, 그리고 전통적 권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박남기(2017)의 최고의 교수법을 참고하기 바란다. 밈 전파와 연구 가르치는 내용과 기법에서 자신의 밈이 차지하는 비중 즉, 자기 경험과 연구결과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가르침의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의 정도는 더 커진다. 자신의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밈 전파자가 될 수 있지만, 남의 지식만 전하는 사람은 지식전달자, 지식 판매원밖에 될 수 없다. 전달자로서의 교사 혹은 교수는 하나의 매체일 뿐 스승이 아니다. 이러한 전달자의 역할은 AI가 훨씬 더 잘하는 시대가 되었다. AI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 가르치는 길목에 서 있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전달자의 위치를 박차고 나와 깨어 있고 살아있는 스승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도 단순한 ‘이론 소비자’가 아니라 자기가 가르치는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그 내용을 학생들과 공유하는 ‘이론 생산자’가 될 필요가 있다. 자기만의 밈을 만드는 것은 교육내용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가르치고 수업을 경영하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유사한 내용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도 교사가 자신만의 교수법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교수법을 적용할 때, 그리고 그 기법이 효과를 발휘할 때 가르침의 기쁨은 더욱 커진다. 존 버그만과 애론 샘즈(Bergman and Sams, 2014)가 쓴 거꾸로 교실이라는 책에는 새로운 교수법을 연구·적용한 교사들이 기쁨에 들떠 자신의 수업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학생들이 변화한다는 것은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밈이 학생들에게 전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가르치는 사람은 교수법 변화를 통해서도 밈 전파의 희열을 맛볼 수 있다. 미국 최고의 교사로 선정되어 전국 강연을 했던 헤리 왕은 부모님께 바치는 책 헌사에서 ‘뇌수술 전문의가 되기를 바라셨던 부모님께 바칩니다. 저는 부모님의 기대보다 훨씬 더 큰 업적을 이뤘습니다. 저는 학자이자 교사가 되었습니다’라고 적고 있다(Wong and Wong, 1998: iii). 뇌수술 전문의가 되어 살려낼 수 있었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와 학부모, 그리고 사회인들에게 희망과 새로운 삶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학교현장에서의 경험을 깊이 있게 해석하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기 위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교사이자 연구자로서 학급경영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 활동과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자신의 현장 경험을 재해석하고, 구조화해 세상과 나누었다. 그는 자신의 고유한 교육밈을 만들고, 이를 세상에 전파했기에 수업과 강연을 하며 희열을 느꼈던 것이다. 이처럼 자기가 가르쳐야 하는 내용, 학급경영, 해야 하는 업무에 자신의 밈이 포함되도록 연구를 지속할 때 수업을 포함한 교육활동을 통해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자 중에는 놀이경영·과학연극, 혹은 다른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서 관련 책을 출판하고, 전국 교사 대상 강연을 하는 선생님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밈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야누시 코르차크에게 아동권리를 묻다 (타티아나 치를리나 스파디·피터 C.렌 지음, 다봄교육 펴냄, 452쪽, 2만3,000원)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영감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 야누시 코르차크의 교육사상을 담았다. 아이를 사람이 되어가는 과도기적 존재가 아닌 사람 그 자체로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을 관통하는 주제다. 그렇다고 동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무조건 아이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실수는 용서하되, 이웃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규칙을 만들고 지키도록 이끌 방법을 소개한다. 선생님의 돈 공부 (천상희·김선·이지예·한수연 지음, 창비교육 펴냄, 272쪽, 1만7,000원) 물가도 따라가지 못하는 급여, 위협받는 연금, 이제 교사에게도 재테크는 필수다. 경제금융교육연구회 ‘재무 읽어 주는 교사’ 소속 교사들이 선생님들에게 딱 맞는 재무설계 방법을 소개한다. 월급 명세서 읽기, 수입·지출 관리, 꼭 알아야 할 금융제도와 상식을 쉽게 풀었다. 실제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상담사례를 통해 내게 맞는 해법을 찾아보자. 교사 상처를 치유하는 교사를 위한 회복적 생활 (송주미 지음, 교육과실천 펴냄, 224쪽, 1만7,500원) 교사를 위한 마음 회복 방법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회복적 생활교육, 교사 마음 돌봄 연수 등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사 상처의 근원을 살피고, 치유할 방법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저자는 “교사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존재로서 역할을 다할 때 회복된다”며 자신의 상처를 따뜻하게 마주할 것을 권한다. 아이의 감정 (우도 베어·가브리엘레 프릭 베어 지음, 김현희 번역, 북인어박스 펴냄, 284쪽, 1만7,000원) 아이들이 어른에게 말하지 않는 35가지 감정의 세계를 정리한 책. 분노·슬픔·화·불안감·두려움 등 인간 본연의 감정이 ‘나쁜 감정’으로 취급되는 분위기 탓에 아이들이 자기표현에 서툰 존재로 성장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아이들이 감정을 속이거나, 거기에 갇혀 어려움을 겪을 때 나타나는 이상행동을 파악하고 대처하도록 돕는다. 나를 나답게! 자기방어 수업 (박은지 지음, 창비 펴냄, 148쪽, 1만3,000원) 타인의 공격에 대응해 본 경험이 많지 않은 청소년들은 사소한 공격에도 움츠러들기 십상이다. 더구나 은밀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학교폭력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자기방어의 시작은 ‘나’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위험상황을 빠르게 분석하고 대처하는 구체적 방법뿐 아니라 너른 시야로 자아존중감을 기르는 법을 안내한다. 매쓰 비 위드 유 (염지현 지음, 북트리거 펴냄, 188쪽, 1만5,000원) 일상 곳곳과 연결된 수학을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갖고 사고력을 기르도록 안내하는 책. 수식 가득한 엄숙한 수학이 아닌 자기 스타일에 맞는 수학으로 재미를 찾자는 취지다. 요즘 자주 회자되는 유튜브 알고리즘, 관심 있는 이성에게 초콜릿을 건넬 때 고백할 확률, 라면이 곡선인 이유, 얼굴 인식 기능 등 수학이 녹아있는 여러 주제를 통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비행 슈트 (장예진 글, 상상주아 그림, 자음과모음 펴냄, 104쪽, 1만3,500원) 하늘을 나는 비행 슈트, 거대한 불길 속에서도 사람을 지키는 방화복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술을 작가의 상상력을 곁들여 소개한다. 웨어러블 기술이 바꿔놓을 우리의 일상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사람과 기술이 지혜롭게 공존할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호모 플라스티쿠스 (김진원 글, 불곰 그림, 이지북 펴냄, 104쪽, 1만4,000원) 플라스틱 쓰레기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미래에 유전적 변이로 태어난 인간 ‘호모 플라스티쿠스’ 이야기를 담은 창작 동화다. 부모에게 버려져 나무새 할머니에게 길러진 주인공이 자신이 발견된 고늬섬 올랑호수를 조사하다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버클랜드 공장의 엄청난 비밀을 발견한다는 줄거리다.
“혹시 내가 아이들에게 ‘꼰대’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교사라는 직업을 소명으로 받고서 교직에 첫발을 내디딜 때 가졌던 첫 마음이 자꾸만 흔들린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무관하게 자꾸만 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넘쳐나고, 자기계발을 위해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하다. 오늘은 어떻게 하루를 버틸까 생각하며 출근하는 자기 모습을 발견할 때면, 어느덧 ‘직장인’이 다 되어버린 자괴감마저 든다. 오늘 하루도 교사인 자신을 바라볼 수십 쌍의 똘망똘망한 눈방울들 앞에서 그저 바르게 서 있기도 어려운 요즘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학교폭력 사건들, 한동안 뉴스를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교사 자살 사건들, 점점 어려워지는 학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하수상한 시절,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까? 거창한 질문에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 한 편의 영화가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남 한 도시에서 60년 동안 한약방을 지킨 김장하 선생이 있다. 100억 원이 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도 인터뷰 한 번 하지 않고, 많은 이들을 도우면서도 자기 옷 한 벌 허투루 사지 않는 사람. 어른 김장하는 좋은 어른을 기다렸던 교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그리고 다시 한 번 새 힘을 내게 해 줄 가장 따뜻한 휴먼 다큐멘터리다. ‘악한 영향력’의 시대에 ‘선한 영향력’의 희망 우선 이 영화를 본 이들의 평부터 심상치 않다. 가수 이승환은 “악한 영향력의 시대에 선한 영향력의 희망을 봅니다”라고 말했고, 배우 김남길은 “어른 김장하를 보고 감명 받았다.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영민 서울대 교수는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그와 조금이라도 닮기를 바라기도 하고, 닮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 이 사회에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했다”라고 영화평을 전했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있는 우리 시대의 어른”이라고 평했고, 김은형 ‘한겨레’ 선임기자는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라고 감상평을 남겼다. 먼저 알려지지 않은 영웅, 김장하 선생이 어떤 분인지 알아보자. 1944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김장하 선생은 가난한 탓에 동성중학교 졸업 후 학업을 잇지 못했다. 주경야독 끝에 1962년 학약종상 시험에 합격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1년 후 면허를 받고, 1963년 사천시 용현면에 남성당한약방을 개업했다. 갓 스무 살 한약방 원장의 한약이 싸고 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손님이 밀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뤘다. 동생들을 데리고 쑥밥·고구마밥을 해 먹으며 가난하게 살던 그였지만, 한약방이 이른바 ‘대박’을 쳤어도 밥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술료라는 명목으로 약값이 비쌌던 그 시절에 김장하 선생은 유독 박리다매 정신을 강조했다. 그리고 당신이 번 돈은 병으로 아프고 괴로운 사람을 상대로 벌었던 것이기에 그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서 차곡차곡 모아 사회에 다시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이란 게 똥과 같아서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밭에 골고루 뿌려두면 좋은 거름이 된다’는 신념으로 주변을 돕기 시작한 것.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역문화·언론·환경·여성운동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1983년에는 명신고등학교(학교법인 남성학숙)를 설립했고, 1991년에는 국가에 헌납했다. 1920년대에 진주시에서 태동해 대한민국 최초 인권운동으로 알려진 형평운동을 알리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를 발족해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자신의 선행을 알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언론 인터뷰는 물론 어떤 상도 받지 않았다(영화 말미에는 외국의 한 단체가 수상자 선정 소식과 함께 상금 1억 원을 준다고 알려왔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김장하 선생의 모습이 담겨 있다). 2022년 5월 31일 남성당한약방 문을 닫고 은퇴해 평범한 할아버지의 삶을 살고 있다. 쫓는 기자와 쫓기는 선생의 ‘미담추격전’ 어른 김장하는 언뜻 평범한 인물 다큐멘터리로 보이지만, 조금은 독특한 형식을 띤다. 주인공인 김장하 선생의 직접적인 인터뷰가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총 몇 명에게 장학금을 주셨습니까?”라는 질문에 김장하 선생은 그저 묵묵부답이다. “줬으면 그만이지 보답 받을 이유가 없잖아요.” 준다는 생각도 없이, 줬다는 기억도 없이 타인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 불교 용어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정신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 1991년 경남도민일보에 입사한 30년 경력의 베테랑 기자인 김주완 전 편집국장의 전통적인 취재가 김장하 선생 앞에서는 계속해서 길을 잃은 이유다. 경남MBC의 김현지 PD가 김장하 선생에 대한 다큐멘터리 기획안을 쓰면서,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김장하 선생이 안 된다면, 주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방식으로 선회하기로. 수백 명의 장학생부터, 지역신문사·서점·연구단체·이웃사촌·여성보호시설·환경운동단체·연극극단과 문학가들까지…. 김장하 선생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너무 많으면 자칫 중구난방이 될 수 있어서 키맨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김주완 기자가 맡은 것이다. 형평운동사업회 99주년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본 촬영에 들어갔다. 김장하 선생이 남성당한약방 문을 닫을 준비를 하던 즈음이었다. 절대 인터뷰를 하지 않고, 촬영을 허락하지도 않던 김장하 선생이 유일하게 곁을 내주던 이야기 소재는 다름 아닌 ‘명신고 장학생’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두 사람은 장학생을 계속해서 섭외해 김장하 선생을 찾아갔다. 장학생 취재를 핑계로. 그렇게 1년여를 보내다 보니 김장하 선생도 약간 ‘모르겠다’는 심정이 되었다. 지역사회에서 김장하 선생의 공적역할 등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촬영을 하다 보니, 김장하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절대 나를 우상화하는 이야기는 안 된다”라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하여 과연 영화는 평생을 강직하고 우직하게 살아온 한 인물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의 삶을 지탱한, 평생 지키고자 한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김주완 기자는 김장하 선생의 인생에 조부와 남명 조식 선생 그리고 공자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특히 김장하 선생이 실천적인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많이 안다는 것만으로는 지식이 아니다. 아는 것을 실천해야 그것이 진정한 지식이다’라고 실천학문을 강조한 남명 선생의 가르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자와 관련해서는 김장하 선생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논어의 ‘학이’편 세 번째 문장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이면,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아’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라는 뜻이다. 김장하 선생의 생활신조는 ‘앙불괴어천부부작어인(仰不愧於天俯不怍於人)’이다. 맹자의 ‘진심상’편에 나오는 구절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고, 사람을 향해서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사는 것’을 뜻한다. 영화에서는 깜짝 생신잔치에서 김장하 선생의 그런 면이 드러난다. 덕담 한 말씀을 요청하는 시민들에게 김장하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칠십 년 동안 나름대로 부끄럽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아직도 부끄러운 것이 더 많습니다. 앞으로는 부끄럽지 않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세 문장에 공통적으로 ‘부끄러움’이 들어간다.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 평생을 이렇게 살아온 것이다.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합니다 ‘어른’이라고 하면 요즘 조금은 가부장적이거나 ‘꼰대’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원래 어른이라는 단어가 나쁜 의미는 아니었다. 영화를 본 한 관객은 “어른이 이렇게 푸근한 단어였죠. 내가 이렇게 기댈 수 있다는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단어라는 걸 재발견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른 김장하는 오염되었던 단어 ‘어른’에 본래 의미를 돌려줬다. 김주완 기자가 생각하는 어른과 꼰대의 차이점은 ‘행동’이다. 꼰대는 말로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자기가 살아온 삶과 행동으로 후배와 후세들에게 자연스럽게 가르침을 준다. 김장하 선생은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장학생에게 단 한 번도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명신학원을 운영할 때는 교사들에게 일절 훈수를 두지도 않았다. 오히려 타 학교에 비해 두세 배의 급여를 주면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했다. 한때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를 해임하라는 정부의 압력이 들어왔을 때도 끝까지 교사들의 방패가 되어줬다. 세무조사에 감사까지 들어온다는 소식에 “그렇게 나오면 나는 쉬워요. 잘못한 게 없거든”이라고 말하며. 명신고 설립 초기 교사들은 밤 12시까지 퇴근도 못하고 다음 날 7시 반까지 출근해야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고 한다. 치사하게 살지 않아야겠다는 것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이런 점에서 어른 김장하는 교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교육을 바로 세우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김장하라는 영웅을 이 사회가 칭찬만하고 끝내서는 안 될 이유다. 시민활동·여성운동·환경운동·장학금 등 국가가 또는 사회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인데, 김장하 선생 개인이 감당해 왔기 때문이다. 60년간 진주를 치유해 온 한약사 김장하 선생의 삶은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2023년의 한국 사회에 감동을 주면서,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한 가지 더. 사학재단이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른 김장하에서 이런 사학재단도 있었고, 이런 설립자도 있었구나 하는 하나의 모델 또는 표본으로 영화를 볼 여지도 있다. 좋은 교사와 관리자가 있다면 계속해서 칭찬하고 알릴 수 있다면? 그들이 자랑스럽고 행복해지면 우리 사회에 그들을 따라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지 않을까? 명신고 장학생이었던 한 학생은 김장하 선생을 찾아가 “유명한 사람이 되지 못해 송구해서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군다. 그때 김장하 선생은 “고맙다”라며 그저 따뜻한 눈길로 다 큰 어른의 어깨를 다독인다. 그의 후원을 받은 한 사람은 이렇게 증언한다. “뭔가 정신이 혼미하거나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김장하 선생이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제 뒤에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것 같아서요. 그런 생각이 들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게 되죠.” 새로운 2024년을 시작하는 1월. 힘든 마음을 잠시 내려두고 어른 김장하를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기를. 영화를 보고 나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를. 그리하여 보통 사람들이 지탱하는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어떤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로 기억되고 싶은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실천으로 옮기는 2024년이기를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에게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의 주인이다. 지구 어느 곳에 살든, 부자건 가난하건, 별이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만은 누구라도 저 광활한 우주를 오롯이 홀로 소유한 부자가 된다. 별을 보며 소원을 빌고, 꿈을 꾸고, 영감을 받고, 때로는 이 세상의 유한한 삶에 대해 깊은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겨울철은 온 세상이 꽁꽁 어는 춥고 황량한 계절이지만, 밤하늘만은 어느 때보다 매혹적이고 풍요롭다. 고요한 겨울밤 어떤 별자리들을 볼 수 있을까? 큰 개, 작은 개와 함께 사냥하는 거인 오리온 겨울철은 유난히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자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밤하늘은 안드로메다은하와 오리온 대성운, 플레이아데스 산개성단과 히아데스 산개성단 등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은하와 성운·성단으로 풍성하다. 사계절 별자리 중 가장 밝고 화려한 오리온자리(Orion)도 겨울철에 가장 잘 보인다.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와 리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등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운다. 오리온자리는 큰 개와 작은 개를 거느린 오리온이 사냥하고 있는 형상으로, 외뿔소자리와 황소자리 사이에 있다. 오리온자리는 국제천문연맹(IAU)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88개 별자리 중 스물여섯 번째로 크다. 에리다누스자리와 토끼자리가 오리온의 발밑에 있고, 쌍둥이자리는 그의 머리 위에 있다. 알파별은 오리온의 오른쪽 겨드랑이 부분에 있는 베텔게우스로서, 아랍어로 ‘겨드랑이 별’이란 뜻을 가진 1등성 적색 초거성이다. 베타별은 왼쪽 발 부분의 리겔로서, 아랍어로 ‘발’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베텔게우스·시리우스·프로키온은 거대한 삼각형을 이루어 ‘겨울의 대삼각형’이라고 한다. 이 대삼각형은 겨울철 별자리를 찾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 베텔게우스를 가운데에 놓고 시리우스, 프로키온, 리겔,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쌍둥이자리의 폴룩스를 연결하여 ‘겨울의 대육각형’이라 부르기도 한다. ‘오리온의 허리띠(Orion’s Belt)’라고 불리는 오리온 허리 부분에는 세 개의 별(삼태성, 왼쪽부터 알니탁·알닐람·민타카)인 민타카·알니타크·알니람이 일렬로 있다. 이 세 별 밑 부분에는 가스 덩어리인 오리온 대성운(M42)이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로 빛나고 있다. 이 대성운 중앙에는 트라페지움(Trapezium)이라고 불리는 사다리꼴 모양의 부등변 사각형을 이루는 네 개의 별이 있는데, 청백색 고온의 별들로서 이들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오리온 대성운이 빛나고 있다. 이러한 가스 덩어리가 오리온 대성운 자리 전체를 덮고 있으며, 일부는 빛을 가려 말머리성운 같은 암흑성운을 만든다. 말머리성운은 말머리를 닮았기 때문에 가장 잘 알려진 성운 중 하나다. 오리온과 디아나의 금단의 사랑 거대한 오리온자리에 걸맞게 오리온은 그리스신화의 거인 사냥꾼이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로 키 크고 힘센 미남이어서 도도한 처녀 여신 디아나마저 그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디아나의 쌍둥이 남매인 태양신 아폴로는 성격이 사납고 교만한 오리온이 순결하고 고귀한 그녀와 어울리지 않은 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 사이를 갈라놓을 계략을 꾸민다. 어느 날 바다에서 머리만 내놓고 헤엄치고 있는 오리온을 보고 디아나에게 저것을 쏘아 맞힐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싶었던 디아나는 오리온을 향해 화살을 쐈고, 결국 그는 연인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신이 방해하려고 마음먹은 이상 그 비극적 운명을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뒤늦게 해변으로 떠내려온 오리온의 시신을 보고 슬픔에 빠진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자기 사냥개들에게 그 주위를 지키게 했는데, 그 사냥개들이 큰개자리와 작은개자리가 된다. 그리스신화에서 큰개자리와 작은개자리는 일반적으로는 오리온의 사냥개로 알려져 있다. 다른 버전의 신화에서는 악타이온이 자신과 님프들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자, 디아나가 격분해 악타이온을 사슴으로 변신하게 했고, 이후 그가 기르던 사냥개에게 물려 죽었다고 한다. 사냥개는 주인을 죽인 줄도 모르고 사슴을 잡아놓은 채 악타이온을 계속 기다리다가 그 자리에서 굶어 죽었다. 제우스는 사냥개를 측은하게 여겨 하늘로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준다. 겨울철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별자리로, 이 별자리 안의 별인 시리우스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난다. 달의 여신 디아나(그리스신화의 아르테미스)는 사냥과 궁술의 신이기도 하다. 그녀는 순결을 지키기로 맹세한 님프들과 사냥개들을 거느리고 숲에서 사냥하며 자유롭게 살았다. 겁탈의 위기에 처한 소녀나 처녀들, 님프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역할도 했다. 그런 그녀에게 오리온은 유일한 연인이었다. 오리온과 디아나의 사랑 이야기는 미국 작가 토마스 불핀치(Thomas Bulfinch)의 신화의 시대에 소개되어 널리 알려졌는데, 실수로 연인을 쏘아 죽였다는 비극적인 서사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던 것 같다. 요한 하인리히 티슈바인(Johann Heinrich Tischbein)은 18세기 로코코 양식의 그림을 그린 독일 화가다. 티슈바인의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은 오리온이 사냥개들에 둘러싸인 채 디아나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사냥꾼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오리온과 디아나가 함께 숲에 살며 사냥 친구이자 연인으로 지내는 모습이다. 티슈바인은 주로 귀족의 초상화와 역사화나 신화를 그렸는데, 그래서인지 오리온과 디아나의 모습은 신화 속 인물이라기보다는 당대 귀족들의 모습을 그린 것같이 보인다.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다니엘 세이터(Daniel Seiter)는 죽은 오리온을 애도하는 디아나의 모습을 그렸다. 한 여인이 구름 위에 살포시 앉아 슬픈 표정으로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보고 있다. 초승달 모양의 머리 장식으로 보아 여자는 달의 여신 디아나이며, 남자는 오리온이다. 세 인물이 그림의 중앙을 삼각구도로 꽉 채우고 있고, 왼쪽의 남자가 입은 붉은색의 옷과 오리온의 밑에 깔린 푸른색 천, 그리고 여신이 걸친 분홍빛 옷이 배경의 어두운 색조 속에서 조화롭게 빛난다. 죽은 오리온의 나체는 시신을 묘사했다기보다 화실의 누드모델이 포즈를 잡은 듯 보이며, 디아나 역시 옷을 누드를 살짝 가리는 보조물로 사용하여 요염한 자세를 더욱 부각했다. 세이터는 연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여인이라는 서사적 스토리보다는 누드의 아름다움의 표현에 초점을 둔다. 시력을 잃고 태양을 찾아 헤매는 오리온 오리온은 그리스신화의 수많은 남성 신들이 그렇듯 못 말리는 난봉꾼이어서, 디아나 외에도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렸다. 오리온은 키오스섬의 왕 오이노피온의 아름다운 딸 메로페에게 구혼한 적이 있다. 왕은 섬을 황폐화시키는 사나운 야수들을 없애주면 공주와의 혼인을 허락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오리온이 야수들을 모두 죽인 후에도 왕이 두 사람의 결혼을 거부하자, 그는 메로페를 강제로 취했다. 이에 격노한 오이노피온이 잠든 오리온의 눈을 뽑아 바닷가에 버린다. 시각을 잃은 오리온에게 세상의 동쪽 끝까지 가서 태양신이 대양에서 떠오르는 순간 그 빛을 보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탁이 내려진다. 오리온은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os)라면 앞을 볼 수 없는 그가 동쪽 끝까지 갈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에 그를 찾아간다. 오리온을 동정한 헤파이스토스는 조수 케달리온으로 하여금 길을 안내하도록 한다. 오리온은 마침내 케달리온을 어깨에 태우고 목적지에 가서 아침의 태양을 보며 시력을 회복한다.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니콜라 푸생(Nicholas Poussin)의 ‘오리온이 있는 풍경: 시력을 잃고 태양을 찾아가는 오리온’은 이런 신화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손 떨림 증세로 인해 그림 그리는 일이 다소 어려워졌던 그의 인생 말년에 제작되었지만, 꼼꼼하고 세밀한 묘사가 뛰어난 풍경화다. 푸생 특유의 이상화된 풍경 속에 오리온이 더듬거리며 길을 가고 있다. 거인 오리온은 아래에 있는 사람들보다도 큰 거대한 사냥용 활과 화살통을 든 채 나무가 우거진 시골길을 지나 바다로 향하는 중이다. 오리온의 건너편 한쪽에는 폭풍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구름에는 햇빛이 비치고 있다. 이는 폭풍이 곧 사라지고 오리온은 머지않아 바다에 떠오르는 태양 광선을 보고 시력을 찾으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 구름 위에는 초승달 머리 장식을 한 달의 여신 디아나가 왼쪽 어깨에 올빼미를 얹은 채 오른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기대어 서 있다. 케달리온은 오리온의 발밑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남자는 헤파이스토스로서 길을 가르쳐 준다. 다른 두 명의 남자는 그늘진 길에 있다. 저 멀리 등대가 있는 바다가 보인다. 오리온과 독전갈, 쫓고 쫓기는 하늘의 숨바꼭질 한편 오리온자리는 황도 12궁 중 여덟 번째 별자리인 전갈자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화에 따르면, ‘이 세상에서 내가 사냥하지 못할 짐승은 없다’라고 떠벌리고 다닌 오리온의 자만심을 괘씸하게 여긴 헤라 여신이 그를 죽이려고 전갈을 보냈다고 한다. 전갈은 치명적인 독침이 들어 있는 꼬리를 휘두르며 오리온을 맹공격했지만, 결국 죽이지 못했다(다른 출처에 의하면 전갈에게 물려 죽었다고도 한다). 어쨌든 헤라는 전갈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별자리가 되어서도 전갈과 오리온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전갈자리가 떠오를 때면 오리온자리가 서쪽 하늘로 달아나 져버리고, 전갈이 하늘을 가로질러 쫓아 내려가면 오리온은 동쪽에서 올라오기를 반복한다. 전갈은 영원히 오리온을 죽이지 못하고, 오리온 역시 끝도 없이 전갈을 피해 도망 다니는 모양새다. 전갈자리는 낚싯바늘로 알려진 갈고리 모양의 별들로 인해 쉽게 식별할 수 있다. 가장 밝은 별은 안타레스자리다. 이 별의 이름은 ‘화성의 라이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는데, 별의 붉은 루비색이 화성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지옥에서 악마는 사람들을 자신들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머무르도록 만든다. 그때 느꼈던 아픔과 상처를 영원히 거듭해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벌 받는 이들은 몸부림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사실 지옥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의지가 있다면 죄인들은 얼마든지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지옥의 죄수들은 닥친 고통이 너무나 절절한 나머지,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 미드 루시퍼에서 그리는 지옥의 풍경이다. 우리의 처지도 별다르지 않은 듯싶다. 삶 속에서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 빠져 지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가슴에 칼을 꽂는 듯한 모욕감·모멸감에 치를 떨던 가슴 아픈 순간들, 처절하게 등 돌리고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추억 등, 상처와 아픔은 기억으로 생생하게 살아나서 나를 지옥으로 이끌곤 한다. 물론 과거는 바꾸지 못한다. 따라서 잊어버리고 지금의 생활에 오롯하게 매달리는 편이 맞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마음은 아픈 과거를 곱씹고만 있다. 이런 회한과 후회의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픔을 충분히, 제대로 곱씹으라" 이 물음에 대해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샤 누스바움(Martha Nussbaum, 1947~)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충고를 던진다. 욱신거리는 옛 상처를 쉽게 잊지 마라. 오히려 가슴 깊이 새겨진 아픔을 충분히, 제대로 곱씹어야 한다. 짐승은 오롯이 현재만 산다. 과거를 후회하지도,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편안하고 기쁘다면 이를 오롯이 누릴 뿐이다. 현재만을 산다는 점에서는 어린아이도 다르지 않다. 마음 건강한 아이는 과거에 휩쓸려 현재를 망치지 않으며,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현자들은 어린아이처럼 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스바움의 생각은 다르다. 평생을 어린아이처럼 사는 모습이 바람직할까?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하지 않는 아이는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 게다가 야단맞은 경험이 없는 아이는 정신적으로 성장하기도 어렵다. 실패를 통해 똑같이 좌절을 겪는 다른 이들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지 않던가. 칭찬만 받고 성공만 한 아이는 버르장머리 없는, 미성숙한 인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누스바움은 좋은 삶을 꾸리기 위해서는 실패와 좌절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아린 기억을 쉽사리 놓아버려서도 안 된다. 충분히 상처를 떠올리고, 반성하며,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럴 때 실수와 상처는 회한과 후회가 아닌,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성장통(痛)으로 거듭난다. 물론 도저히 이겨내지 못할 듯한 상실과 아픔도 있겠다. 그래도 누스바움은 과거를 충분히 보듬으라고 충고한다. 오래전 헤어진 사람이 여전히 생각나서 괴로운가? 이런 아픔은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게 하는 단서가 된다. 그러니 피하지 말고 왜 잊지 못하는지 따져보라. 그럴 때 자신에 대한 편견이 깨지며 진정한 자기 이해가 이루어질 터다. 게다가 상처와 아픔의 기억은 삶을 어느 쪽으로 이끌어야 할지 알려주기도 한다. 이를 누스바움은 ‘유사 분노(quasi anger)’라고 부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다니! 다시는 누구도 이런 일을 겪게 해서는 안 돼!”라고 결심했던 때를 떠올려 보면, 그녀가 말하려는 바가 이해될 듯싶다. “아픔을 운명으로 만들지 마라” 누스바움의 충고는 백번 맞는 말이다. 좋은 삶과 미래를 위해서는 옛 상처와 실패를 충분히 돌아보며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옛 기억에서 아예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은 어떤가? 그들에게는 아픔이 자신의 운명이 되어 버렸다.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부모, 어린 시절 잔혹했던 경험, 의지가 크게 꺾였던 기억은 현재의 모든 시도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꺾어버린다. “그때 내 아버지가 그렇게만 안 했어도…”, “돈 빌려간 친구가 투자 실패만 안 했어도…”라고 끊임없이 가정을 하며 한숨 쉬는 이들을 생각해 보라. 누스바움에 따르면, 이들은 속 편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은 노력할 이유가 없는 탓이다. “내 인생은 이미 스러졌으니 나는 굳이 애써야 할 까닭이 없다. 그러니 내가 늘어져 있다고 뭐라 하지 마라. 나는 충분히 괴롭고 아프다.” 그들 삶의 바탕에는 이런 식의 논리가 깔려있다. 이들을 누스바움은 강하게 다그친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과연 당신의 삶은 편안하고 행복한가? 왜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질척거리고 있는가? “우리 삶은 사후세계가 아니고, 현재는 과거가 아니다.” 그러니 떨쳐 일어나 지금, 이 순간 과거의 아픔을 떨쳐내며 내 삶을 튼실하게 가꿀 방법을 찾으라. 어떤 경우에도 옛 아픔이 내 인생의 운명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면 현재의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자신의 과거를 아름답게 꾸미는 데 매달리는 자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좌절과 역경을 얼마나 잘 이겨내고 지금의 성공에 이르렀는지를 뽐내기 위해 옛 기억을 더듬고 쓰다듬는다. 혹여 추억 가운데 마뜩찮은 장면이 있으면, 이를 어떻게 합리화하고 멋지게 포장할지를 놓고 전전긍긍한다. 이러느라 현재의 삶을 쏟아 붓는다. 이들 역시 결국 과거가 현재의 삶을 잡아먹고 있는 셈이다. 유능한 정신분석가는 오래된 기억을 헤집지만, 항상 ‘지금의 삶을 잘 살기 위함’이라는 치유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진정 과거를 잘 가꾸는 사람은 옛 추억 속에 살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멈추지 않았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누스바움의 조언을 직접 들어보자. “회고적 감정과 사고에 활용된 시간은 우리가 친구·자녀·손자녀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시간이다. 시간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친구들과 친척들이 대부분 사망한 경우에 더욱 유혹적인 방법이 된다. …(중략)…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은 언제나 있다. 과거를 쳐다보며 살면 즐거운 인간관계를 많이 놓치게 된다. …(중략)… 과거 회상작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할애하는 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현재와 미래를 풍요롭게 해주는 회상을 하라는 것이다.” “삶의 서사를 잘 가꾸라” 그렇다면 회한과 후회를 제대로 잘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스바움은 무엇보다 ‘삶의 서사(敍事)’를 잘 가꾸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옛 영웅들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영웅은 일생이 편안하고 행복한 경우는 없다. 그들은 온갖 고난과 엄청난 어려움을 겪으며, 이를 이겨내면서 위대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건강하게 삶을 가꾸는 이들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지금의 고통과 힘듦이 결국은 성취와 승리로 이어지리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생활이 버거울수록 이를 겪어내는 가운데 삶의 의미가 더 깊고 아름답게 영근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에게 후회와 회한으로 남을 상처는 없다. 옛 상처와 힘겨움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삶을 더 낫고 아름답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과 추억으로 되살아날 뿐이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의 현실을 살펴보자. 매일 매일의 상황 속에서 교사의 일상은 실패와 상처받음의 연속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성장’이라는 큰 잣대에서 보면, 우리의 교육은 결국 승리를 매듭짓는 성공 스토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입학할 때의 철없고 미숙한 모습과 졸업할 때 한결 의젓하고 성장한 모습을 견주어 보라. 매일 거듭했던 선생님의 아픔과 좌절 ‘덕분에’ 아이들은 자라난다. 이는 결국 교사의 보람과 자랑이 될 테다. 교권이 추락하고 상처받는 선생님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아픔이 회한과 후회가 되지 않도록, 내 삶을 아름답게 거듭하게 하는 성장통이 되도록 마음을 보듬으실 일이다.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지옥에서 악마는 사람들을 자신들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머무르도록 만든다. 그때 느꼈던 아픔과 상처를 영원히 거듭해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벌 받는 이들은 몸부림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사실 지옥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의지가 있다면 죄인들은 얼마든지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지옥의 죄수들은 닥친 고통이 너무나 절절한 나머지,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 미드 루시퍼에서 그리는 지옥의 풍경이다. 우리의 처지도 별다르지 않은 듯싶다. 삶 속에서 회한과 후회라는 지옥에 빠져 지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가슴에 칼을 꽂는 듯한 모욕감·모멸감에 치를 떨던 가슴 아픈 순간들, 처절하게 등 돌리고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추억 등, 상처와 아픔은 기억으로 생생하게 살아나서 나를 지옥으로 이끌곤 한다. 물론 과거는 바꾸지 못한다. 따라서 잊어버리고 지금의 생활에 오롯하게 매달리는 편이 맞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마음은 아픈 과거를 곱씹고만 있다. 이런 회한과 후회의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픔을 충분히, 제대로 곱씹으라.” 이 물음에 대해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샤 누스바움(Martha Nussbaum, 1947~)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충고를 던진다. 욱신거리는 옛 상처를 쉽게 잊지 마라. 오히려 가슴 깊이 새겨진 아픔을 충분히, 제대로 곱씹어야 한다. 짐승은 오롯이 현재만 산다. 과거를 후회하지도,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편안하고 기쁘다면 이를 오롯이 누릴 뿐이다. 현재만을 산다는 점에서는 어린아이도 다르지 않다. 마음 건강한 아이는 과거에 휩쓸려 현재를 망치지 않으며,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현자들은 어린아이처럼 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스바움의 생각은 다르다. 평생을 어린아이처럼 사는 모습이 바람직할까?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하지 않는 아이는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 게다가 야단맞은 경험이 없는 아이는 정신적으로 성장하기도 어렵다. 실패를 통해 똑같이 좌절을 겪는 다른 이들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지 않던가. 칭찬만 받고 성공만 한 아이는 버르장머리 없는, 미성숙한 인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누스바움은 좋은 삶을 꾸리기 위해서는 실패와 좌절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아린 기억을 쉽사리 놓아버려서도 안 된다. 충분히 상처를 떠올리고, 반성하며,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럴 때 실수와 상처는 회한과 후회가 아닌,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성장통(痛)으로 거듭난다. 물론 도저히 이겨내지 못할 듯한 상실과 아픔도 있겠다. 그래도 누스바움은 과거를 충분히 보듬으라고 충고한다. 오래전 헤어진 사람이 여전히 생각나서 괴로운가? 이런 아픔은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게 하는 단서가 된다. 그러니 피하지 말고 왜 잊지 못하는지 따져보라. 그럴 때 자신에 대한 편견이 깨지며 진정한 자기 이해가 이루어질 터다. 게다가 상처와 아픔의 기억은 삶을 어느 쪽으로 이끌어야 할지 알려주기도 한다. 이를 누스바움은 ‘유사 분노(quasi anger)’라고 부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다니! 다시는 누구도 이런 일을 겪게 해서는 안 돼!”라고 결심했던 때를 떠올려 보면, 그녀가 말하려는 바가 이해될 듯싶다. “아픔을 운명으로 만들지 마라” 누스바움의 충고는 백번 맞는 말이다. 좋은 삶과 미래를 위해서는 옛 상처와 실패를 충분히 돌아보며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옛 기억에서 아예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은 어떤가? 그들에게는 아픔이 자신의 운명이 되어 버렸다.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부모, 어린 시절 잔혹했던 경험, 의지가 크게 꺾였던 기억은 현재의 모든 시도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꺾어버린다. “그때 내 아버지가 그렇게만 안 했어도…”, “돈 빌려간 친구가 투자 실패만 안 했어도…”라고 끊임없이 가정을 하며 한숨 쉬는 이들을 생각해 보라. 누스바움에 따르면, 이들은 속 편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은 노력할 이유가 없는 탓이다. “내 인생은 이미 스러졌으니 나는 굳이 애써야 할 까닭이 없다. 그러니 내가 늘어져 있다고 뭐라 하지 마라. 나는 충분히 괴롭고 아프다.” 그들 삶의 바탕에는 이런 식의 논리가 깔려있다. 이들을 누스바움은 강하게 다그친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과연 당신의 삶은 편안하고 행복한가? 왜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질척거리고 있는가? “우리 삶은 사후세계가 아니고, 현재는 과거가 아니다.” 그러니 떨쳐 일어나 지금, 이 순간 과거의 아픔을 떨쳐내며 내 삶을 튼실하게 가꿀 방법을 찾으라. 어떤 경우에도 옛 아픔이 내 인생의 운명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면 현재의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자신의 과거를 아름답게 꾸미는 데 매달리는 자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좌절과 역경을 얼마나 잘 이겨내고 지금의 성공에 이르렀는지를 뽐내기 위해 옛 기억을 더듬고 쓰다듬는다. 혹여 추억 가운데 마뜩찮은 장면이 있으면, 이를 어떻게 합리화하고 멋지게 포장할지를 놓고 전전긍긍한다. 이러느라 현재의 삶을 쏟아 붓는다. 이들 역시 결국 과거가 현재의 삶을 잡아먹고 있는 셈이다. 유능한 정신분석가는 오래된 기억을 헤집지만, 항상 ‘지금의 삶을 잘 살기 위함’이라는 치유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진정 과거를 잘 가꾸는 사람은 옛 추억 속에 살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멈추지 않았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누스바움의 조언을 직접 들어보자. “회고적 감정과 사고에 활용된 시간은 우리가 친구·자녀·손자녀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시간이다. 시간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친구들과 친척들이 대부분 사망한 경우에 더욱 유혹적인 방법이 된다. …(중략)…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은 언제나 있다. 과거를 쳐다보며 살면 즐거운 인간관계를 많이 놓치게 된다. …(중략)… 과거 회상작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할애하는 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현재와 미래를 풍요롭게 해주는 회상을 하라는 것이다.” “삶의 서사를 잘 가꾸라” 그렇다면 회한과 후회를 제대로 잘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스바움은 무엇보다 ‘삶의 서사(敍事)’를 잘 가꾸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옛 영웅들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영웅은 일생이 편안하고 행복한 경우는 없다. 그들은 온갖 고난과 엄청난 어려움을 겪으며, 이를 이겨내면서 위대한 사람으로 거듭난다. 건강하게 삶을 가꾸는 이들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지금의 고통과 힘듦이 결국은 성취와 승리로 이어지리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생활이 버거울수록 이를 겪어내는 가운데 삶의 의미가 더 깊고 아름답게 영근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에게 후회와 회한으로 남을 상처는 없다. 옛 상처와 힘겨움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삶을 더 낫고 아름답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과 추억으로 되살아날 뿐이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의 현실을 살펴보자. 매일 매일의 상황 속에서 교사의 일상은 실패와 상처받음의 연속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성장’이라는 큰 잣대에서 보면, 우리의 교육은 결국 승리를 매듭짓는 성공 스토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입학할 때의 철없고 미숙한 모습과 졸업할 때 한결 의젓하고 성장한 모습을 견주어 보라. 매일 거듭했던 선생님의 아픔과 좌절 ‘덕분에’ 아이들은 자라난다. 이는 결국 교사의 보람과 자랑이 될 테다. 교권이 추락하고 상처받는 선생님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아픔이 회한과 후회가 되지 않도록, 내 삶을 아름답게 거듭하게 하는 성장통이 되도록 마음을 보듬으실 일이다.
날씨가 한창 추운 요즘, 감기랑 독감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감기와 독감의 과학을 준비해 봤어요. 감기와 독감은 어떤 생명체 때문에 우리가 걸리는 걸까요? 우선 감기부터 말씀드리면 특정 세균이나 특정 바이러스에 걸려서 감기가 발병합니다. Q1. 예전부터 헷갈렸는데, 세균이랑 바이러스는 다른 거죠? 바이러스랑 세균을 많이 헷갈려하는데, 둘 다 아주 작은 미생물인 것은 맞지만 사이즈 자체부터 아주 다릅니다. 쉽게 생각해서 여러분이 지금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 바이러스라고 한다면, 세균은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집이나 빌딩 정도의 크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즉 바이러스는 아주아주 작은 병원체라고 볼 수 있죠. 감기는 몇몇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 의해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리노바이러스입니다. 전체 감기환자의 50% 정도가 리노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감기에 걸린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코로나바이러스도 감기를 일으키는데(10% 정도), 여기서 말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는 다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종류가 아주 다양합니다.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 중에서 오래전부터 우리 인류와 동고동락했던 것이 바로 감기 바이러스입니다. 감기는 독감에 비해서 증상이 가볍고, 충분한 휴식이 있으면 대부분 회복이 됩니다. Q2. 감기와 독감은 다른 건가요? 감기가 심하게 걸리면, 즉 독한감기를 줄여서 부르는 것이 독감 아닌가요? 영어로도 감기는 ‘cold’, 독감은 ‘Bad cold’로 불리기 때문에 독감을 ‘독한 감기’의 줄임말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감기가 심해지면 독감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기와 독감은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입니다. 감기는 그냥 호흡기 질환이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며, 호흡기 계통은 물론 두통·근육통·발열 등을 유발하는 전신질환으로 봅니다. 그래서 감기는 비교적 가볍게 걸리고 낫지만, 독감은 심할 경우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감기와 독감을 게임 속 몬스터로 비유하자면 감기는 잔챙이들, 독감은 중급 보스 몬스터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독감은 A형 독감입니다. 독감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4종류, A·B·C·D 가 있습니다. 독감환자의 70% 정도가 A형이고, 나머지가 B형입니다. C형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발생하더라도 감기정도의 증상으로 넘어갑니다. D형은 인간에겐 감염이 안 되고, 소·돼지에게서만 발병하고 있습니다. Q3. 그래도 독감은 코로나19보다는 사망률이 낮죠? 네,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감은 위험한 질환입니다. 특히 65세 이상 노령층은 전체 독감 사망자 중 90%를 차지할 만큼 취약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올해 10월 중순부터 내년 2024년 4월 30일까지 전국 2만여 개의 지정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접종을 해주고 있습니다.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매년 생기는 돌연변이 때문입니다. 돌연변이가 생기면 언제 또 치명률이 확 올라갈지 모릅니다. 실제로 독감은 인간의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세기 초에 대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입니다. 감염자만 5억 명, 사망자는 5천만 명 이상이었습니다. 그때 당시 인구가 10~20억 명이니 거의 인구 절반이 걸리고, 사망자도 엄청난 거라고 볼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스페인 독감이 돌았는데. 1918년이 무오년이었기 때문에 ‘무오년독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740만 명이 감염되었고, 약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굶주림과 질병의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던 조선인들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이때 당시에는 인구도 적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감염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Q4. 감기나 독감은 왜 겨울철만 되면 갑자기 늘어나는 건가요?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대체로 습기에 약한 편입니다. 따라서 한국 기준으로 습한 여름보다는 건조한 겨울철에 감기에 더 잘 걸리게 됩니다. 또한 건조함으로 인해 코의 점막이 건조하게 되면 병원체를 걸러주는 기관지에서 나오는 점액질의 보호물질의 분비량이 떨어지고, 병원체들이 호흡기 계통 점막에 더 쉽게 도달해서 기관지를 감염시키기 때문에 감기에 잘 걸리게 됩니다. Q5. 감기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거라면, 항생제를 먹는다고 감기가 빨리 낫고 그런 건 아니겠네요?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세균을 죽이는 거잖아요? 네, 맞습니다.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질병입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렸을 때는 항생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도 “감기는 보통 약을 먹지 않아도 일주일 정도면 자연스럽게 낫는다”고 합니다. 다만 감기에 걸렸다는 건 어느 정도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어서 더 쉽게 다른 세균들에 의한 감염에 취약한 상태 또는 감염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생제를 먹으면 기타 세균들을 죽여주고, 결국 우리 몸의 면역계가 감기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집중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확실한 건 항생제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서 직접적인 효과를 보긴 어렵다는 것입니다. 추가로 증상이 감기처럼 보이지만, 의사가 봤을 때 부비동염이나 편도선염 등의 징후가 있는 경우엔 세균 감염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처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항생제 남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크다고 하니 무슨 병이든 항생제를 먹으면 빨리 낫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Q6. 독감주사는 왜 엉덩이가 아닌 팔에 맞는 거예요? 우리 몸에 근육이 가장 많은 부위가 바로 엉덩이입니다. 보통 우리가 엉덩이에 맞는 주사는 근육주사라고 하는데, 근육 근처에는 혈관이 풍부하기 때문에 흡수가 빨라서 엉덩이에 주로 놓습니다. 독감예방 주사도 근육주사의 일종이지만, 엉덩이가 아닌 팔에 맞는 이유는 많은 사람에게 빠르게 접종하기 위한 일종의 편의적 조치라고 합니다.
남호주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여행지다. 제대로 된 여행상품조차 없다. 시드니·멜버른·울룰루·퍼스 등 호주의 인기 여행지에 비해 훨씬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화에 관심이 많고 동식물 등 자연환경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훌륭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남호주 여행의 매력이다. 야생의 보고 캥거루섬 여행자들이 남호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캥거루 아일랜드’ 때문이다.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면적이 4,500㎢에 달한다. 하지만 인구는 5,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캥거루섬의 별명은 ‘호주의 갈라파고스’다. 캥거루·코알라·왈라비 등 다양한 종류의 호주 토종 야생동물이 대거 서식한다. 캥거루섬에는 21개의 자연보존지역과 국립공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30여 종의 동물과 250여 종의 새, 90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바다사자와 펠리컨을 비롯해 뉴질랜드 물개, 야생 코알라, 검은 앵무새 등 다양한 동물이 살아간다. 이 가운데 60종은 오직 캥거루섬에서만 볼 수 있는 종이라고 한다. 캥거루섬을 찾은 여행객들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은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이다. 야생동물의 낙원으로 불리는 곳으로 캥거루·코알라·왈라비 등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국립공원을 탐방하며 야생동물을 만나는 일은 감동적이고 가슴 찡한 경험이다. 하지만 반드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동물 생태에 방해되는 행동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큰 소리로 떠들어서도 안 되고, 무턱대고 만져서도, 가이드 허락이나 안내 없이 가까이 가서도 안 된다. 지정된 탐방로를 따라가며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것도 탐방 매너다.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의 또 다른 볼거리는 ‘리마커블 락’(Remarkable Rock)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투구나 코끼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바위가 바닷가 화강암 암반 위에 우뚝 서 있다.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설치작품처럼 보이는 이 바위는 오랜 세월 거센 파도와 바람이 깎아 만든 것이다. 석양 무렵이 아름다워 호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토 스팟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힌다. ‘실 베이’(Seal Bay)는 호주 바다사자의 고향으로 불리는 곳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야생 상태의 바다사자를 가까이서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수백 마리 바다사자가 바로 눈앞 해변에서 늘어져 누워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헤엄치다가 모래밭을 뒹굴뒹굴하다가 잠이 든 바다사자는 쓰다듬어 줄 만큼 귀엽지만, 이곳 역시 ‘룰’이 적용된다. 항상 국립공원 가이드와 함께 있어야 하며, 절대로 바다사자 근처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바다사자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캥거루섬을 여행한다면 꼭 방문해야 하는 필수코스다. 이 밖에도 ‘한슨 베이’ 보호구역과 ‘웨스턴 키 카라반’ 공원에서는 코알라를, ‘킹스코트 부두’에서는 펠리컨을, ‘스톡스 베이’에서는 진홍잉꼬를, ‘케이프 간디움 보존공원’에서는 백조를 만날 수 있다. 캥거루섬은 1802년 영국의 전설적인 탐험가 매튜 플린더스가 처음 발견했다. 주로 호주의 해안·섬·오지 등을 여행한 탐험가로 ‘호주의 리빙스턴’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가 처음으로 이 섬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고, 나무를 태워 불 피운 흔적도 없었다고 한다. 탐험대는 곤봉으로 캥거루 몇 마리를 잡아 잔치를 벌이고, 이 섬을 ‘캥거루섬’이라 이름 붙였다. 여유롭고 고풍스러운 도시 애들레이드 에들레이드의 첫인상은 세련되면서도 차분하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적 건물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다. 원래 애들레이드는 영국 정부가 자유 이민을 목적으로 만든 계획도시다. 애들레이드 지도를 보면 도시가 직사각형으로 재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도시가 성장한 후에 정비를 다시 하지 않아도 되도록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애들레이드 시내를 걷다 보면 왠지 모를 품위와 한가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유로움이 넘치는 사람들의 표정, 곳곳에 자리한 공원과 울창한 숲도 이런 분위기를 돋우는 데 한몫을 한다. 빌 브라이슨의 호주 여행기를 쓴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은 이런 애들레이드를 두고 ‘아름답지만 외로운 도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도시는 토런스강에 의해 남북으로 나뉘는데, 이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애들레이드의 풍경은 평화롭고 차분하다. 젊은 연인들은 데이트를 즐기고, 자전거를 탄 아이들은 웃음소리와 함께 달려간다.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넘친다. 애들레이드 여행의 출발점은 빅토리아 광장이다. 빅토리아 광장과 글레넬그 비치를 왕복하는 트램의 출발점이기도 한데, 근처에 시청·우체국·대법원·버스터미널 등이 모여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인 ‘비 라인’과 주요 시내버스도 이곳을 경유한다. 광장 앞으로 노스테라스 거리가 이어진다. 애들레이드 대학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 등이 모여 있는 대학가인데 남호주 아트갤러리, 남호주 박물관, 보태닉가든 등도 자리하고 있어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를 즐길 수 있다. 노스테라스 거리를 지나면 런들 스트리트다. 애들레이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레스토랑과 바, 선물가게, 쇼핑몰 등이 모여 있다. 런들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커다란 초콜릿 가게인 ‘헤이그 초콜릿’(Haigh’s Chocolates)을 발견할 수 있는데 꼭 한 번 들어가 보시길. 벨기에의 고디바처럼 호주를 대표하는 초콜릿이자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수제 초콜릿 가게다. 애들레이드뿐만 아니라 호주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세계 10대 초콜릿에도 당당히 선정되었다고 한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시장구경은 빼놓을 수 없는 법. 센트럴마켓은 140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호주의 대표 시장이다. 남호주에서는 생산되는 신선한 과일·야채·고기·치즈·해산물 등 풍부한 식재료를 접해볼 수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시장 한 쪽에 80개가 넘는 음식점이 줄지어 늘어선 먹자골목도 있어 여행자를 행복하게 한다. 호주음식을 비롯해 스페인·태국·이탈리아·터키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보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호주 대표 와인을 맛보다 자, 이제 호주의 와인을 맛볼 차례다. 호주는 전 세계 와인의 4%를 생산하고 있으며, 세계 와인 수출국 가운데 4위 규모를 자랑한다. 호주 전역에 60여 개의 와인 산지가 있고 2,000여 곳의 와이너리가 있다. 와인애호가라면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자리한 펜폴즈(Penfolds) 와이너리를 지나칠 수는 없는 일. 펜폴즈는 호주의 국보급 와인이다. 펜폴즈 한 병에 호주 와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주 와인의 최고봉이라 불리며 세계 100대 와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펜폴즈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와인이 1951년 첫 생산을 시작한 펜폴즈 그랜지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와인으로 장기보관성·응집력·밸런스 등에서 기존 호주 레드와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955년 8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그랜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풍부하고 응집력이 뛰어난 드라이 테이블 와인”이라는 극찬을 받게 된다. 이후 그랜지는 호주 와인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호주 와인의 명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만든다.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약 70㎞ 떨어진 바로사 밸리도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 1842년에 유럽 이주자들이 처음 정착한 이후 지금까지 최고의 와인을 내놓으면서 호평을 얻고 있다. 약 150여개의 와이너리와 셀러 도어가 있다.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신선한 제철 농산물, 호주식 바비큐를 맛보는 것을 권한다. ☞ 여행정보 인천국제공항에서 캐세이퍼시픽(www.cathaypacific.com)을 이용해 홍콩을 거쳐 애들레이드 공항으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빠르다. 애들레이드 시내에 크라운 프라자 호텔을 비롯해 호텔이 많이 있다. 애들레이드 보타닉가든 레스토랑(www.botanicgardensrestaurant.com.au)은 보타닉가든 내에 자리하고 있다. 와인과 함께 다양한 호주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렌버그 와인(www.darenberg.com.au)에서는 남호주 와인 시음뿐만 아니라 직접 블랜딩해 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펜폴즈 맥길 에스테이트(www.penfolds.com)는 미리 예약하면 편하다. 애들레이드에서 캥거루섬까지는 배로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시링크(www.sealink.com.au)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캥거루섬에는 아담한 호텔과 산장이 많다. 머큐어캥거루아일랜드롯지(www.kilodge.com.au)는 항구와 킹스 코트 공항에서 30분 거리. 선셋푸드 와인(www.sunsetfoodandwine.com)은 캥거루섬의 해산물과 와인으로 멋진 코스요리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