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실소를 짓게 하는 두 가지 이야기를 읽었다. 첫 번째는 욕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상을 준 학교 이야기다. 인천에 사는 70대 할머니가 학교장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버스 안에서 학생들의 대화를 들었는데 기특하게도 욕설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아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학교에서는 편지를 받고 실제로 다섯 명의 학생에게 상을 줬다고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 욕설이 얼마나 일상화됐으면 욕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을 주는 세상이 됐을까. 어처구니가 없어 툭 터져 나오는 실소 뒤로 씁쓸함이 남는다. 두 번째는 학생들의 욕설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인식한 교과부에서 작년 ‘학생 언어문화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을 때 일부에서는 욕설이 심한 학생들은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에 기록하고, 입학시험 원서를 쓸 때는 ‘학교장 추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해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얘기가 있었다. 다행히 실제로 그런 지침이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세간에 떠돈다는 것 자체가 답답한 노릇이다. 학생들의 욕설은 학교 담장을 넘어 하늘을 나는데 어른들의 생각은 땅을 기어가고 있다. 학생들의 욕설이 만연한 이유에…
2012-10-11 21:25어느 날 5교시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로 내려오니 얼마 전에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 피해학생의 아버지가 굳은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학교와 담임교사가 직무유기한 것이 아니냐며 따졌다. 생활부장인 필자는 부친의 상식을 넘어선 고압적이고 무례한 행동에 매우 불쾌하고 화도 많이 났지만 모든 것을 참고 공손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면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상처받고, 자신이 초라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교직이란 길 앞에 뭔가 큰 바위벽이 버티고 서있는 것 같은 막막함도 든다. 서울 S중의 여학생 자살사건 담당교사가 직무유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건 당시 피해학생 학부모는 “담임교사와 관리책임이 있는 담당교사 등이 학교폭력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담임교사에게 학교폭력 발생의 책임을 물어 직무유기죄로 입건했다. 그동안 교단에서는 생소했던 ‘직무유기죄’라는 법적용어가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다. 이후 ‘직무유기죄’는 학교폭력이나 자살사건이 나올 때마다 자주 들을 수 있다. 사실 직무유기죄를 적용하려면 교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입에 오르
2012-10-11 21:24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된 후 인성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 등 여러 후속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의 인성교육은 학교폭력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뜨거운 관심을 받다가 그 열기가 금세 식고 마는 경향을 보였다. 인성교육은 교육의 장식품이 아니라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교육의 본질로 추구돼야 한다. 공동체교육 등 양성부터 전환 인성교육이 효과적으로 실행되려면 인성교육을 지원하는 제도가 잘 갖춰져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들을 위한 교육 여건, 교육과 연수 등의 지원이 충실해야 한다. 현재 인성교육정책을 실현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높지만 교사들을 위한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OECD 평균보다 많다. 중학교의 경우 우리나라 19.9명, OECD 평균 13.5명이다. 우리나라 교육통계는 모든 교원을 포함해 산출한 결과인 반면 OECD 평균은 수업담당교원을 대상으로 산출한 결과임을 고려할 때 그 격차는 더 크다. 이는 효과적 인성교육 실행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으면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특성, 고민, 학업수행 상황 등을 잘 파악할 수 없다. 교사의 학교행정 업무 역시 경감시
2012-10-03 22:07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선거인 4.11 총선 과정에서 적발된 선거사범이 제18대 총선 때보다 38% 증가했다. 총선 직후인 6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선거범죄양형기준안을 의결했고 공청회, 관계기관 의견조회, 자문위원회의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8월에 선거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했다. 당선무효형 선고가 원칙 새로운 양형기준에 따르면 법원은 매수나 이해유도 행위의 경우 특별한 감경사유가 있는 당내경선 관련 매수에서만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그 밖의 일반매수, 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매수, 후보자 매수, 당선인에 대한 매수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모두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해야 한다. 또 허위사실공표·후보자비방, 선거운동기간 위반, 부정선거운동 등 대부분의 선거범죄에서도 법원은 특별한 감경사유가 없는 한 당선무효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한다. 이와 같은 양형기준은 선거범죄에 대한 법원의 온정적 태도를 지양하고, 엄격한 처벌을 통해 혼탁한 선거풍토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공직선거법 등의 현행 법률에서 선거범죄에 대한 법정형은 상당히 높게 설정돼 있었지만, 법원의 선고형이 너무 낮아 선거범
2012-10-03 22:04세상에 우리나라만큼 교과서의 권위를 중시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오래 전부터 ‘학습자료의 일종’,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주 자료’라고 강조해왔지만, 교원들까지도 돌아서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구성된 성전(聖典)’으로 여긴다. 그것을 원망할 수도 없다. 수능고사 문제가 교과서 밖에서 출제되면 너나없이 큰일 난 것으로 떠들지만, 교육과정을 문제 삼는 사람은 전혀 없다. 2000년대에 들어 ‘한국근현대사’나 ‘경제’ 교과서의 이념문제가 불거진 것은 극명하게 다른 관점이 직접적 원인이었지만 정부의 검정교과서 확대 정책에 편승해 비판의 강제적 금기(禁忌)가 해제된 듯한 분위기 속에서 나온 전통적 교과서관(敎科書觀)에 대한 반작용도 한 몫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 다양한 견해와 주장의 분출은 ‘흥부와 놀부’, ‘의좋은 형제’ 같은 이야기가 당연히 게재돼야 한다는 관점이 사실상 무너지게 된 사회현상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도 있다. 최근에는 교과서에 작품이나 일화가 실린 시인, 학자 등이 정치가가 되면서 논의가 더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육내용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고, 정치적·파당적·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지 않
2012-10-03 21:58최근 아동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어린이 유괴예방 및 성폭력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약 40분간 1~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어린이 성폭력의 주된 경로가 유괴임을 감안해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교육이 특별했던 것은 단순한 동영상 시청이나 전문가가 나와서 하는 일방적인인 강의로 진행된 정적인 수업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직접 치안의 일선에서 뛰고 있는 현직 경찰관들이 학교를 방문해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담아 생생한 목소리로 역할극을 선보였다. 상황극의 내용은 학생들이 흔히 격을 수 있는 네 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상황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낯선 아저씨가 접근해 아버지가 큰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가셨다고 말하며 같이 갈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낯선 사람이지만 아이의 이름을 분명히 말하고, 아이가 머뭇거리자 아버지가 심하게 다쳤고 큰일이 났음을 강조하면서 급히 재촉하는 상황이 되면 아이들은 당황스러운 심정으로 따라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때 경찰관이 나타나 대처법을 알려준다. 당황스럽겠
2012-10-03 21:5118대 대통령 선출이 3달도 채 남지 않았다. 국민들은 태평성대(太平聖代)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에야말로 역사에 남을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열 명의 대통령이 쌓은 공과(功過)를 살펴보면 저마다 오늘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데 이바지한 업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집권, 유신독재, 내란음모, 부정축재, 측근비리 등 흠결(欠缺)이 더 많다보니 추앙(推仰)할만한 대통령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는 소위 떠도는 말로 진흙탕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참신한 민주주의 모델을 제시해주기를 감히 제언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하니 과거의 실정(失政)를 거울삼고 미래를 발전시켜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되새기며 앞으로는 지난 허물을 탓하기보다는 더 생산적인 길을 모색해 국민이 행복한 나라 건설에 매진할 때다. 단일화를 통한 양자구도니, 다자대결이니 하는 대진표가 문제가 아니라 정책 비판은 있어도 상대 후보를 비방·비하하거나 약점을 들추면 자기가 유리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이런 네거티브 공세는 교육적으로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2012-09-24 19:11드디어 대권후보들의 윤곽이 잡혔다. 이번의 선택은 향후 5년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의 삶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의 가장 큰 힘은 역대 대통령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 덕에 우리교육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괜찮은 여건 속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의 한두 마디로 하루아침에 정책의 초점이나 방향까지 흔들려 교육계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에서 보면 대통령의 큰 관심이 오히려 교육발전의 가장 큰 장애가 됐다고도 할 수 있다. 정치화된 교육, 잦은 정책 변경 그렇다면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에도 기여할 ‘교육대통령’의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교육대통령은 자신과 측근 몇몇이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교육계의 중지를 모아가고 온 국민이 깨어나도록 이끄는 그런 대통령이다. 또한 늘 관심을 받고 있는 과도한 입시경쟁, 사교육비, 학교폭력 등은 교육의 탈은 쓰고 있지만 실은 사회 문제임을 간파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이 교육대통령이다. 교육계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을 교육계에만 떠넘겨서는 답이 없다. 지
2012-09-24 15:33오늘 옆 반 다문화학생 한 명이 우리 반에 심부름을 왔다. 재작년부터 다문화학생들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눈에 익은 학생이었다. 아버지는 미국인이고 교육에 관심이 많아 종종 학교 행사에 참가하곤 하셨다. 외모는 다른 학생들과 눈에 띄게 다르며 아주 예쁘게 생긴 아이였다. 그 아이가 교실에 오자 대번에 책을 읽던 우리 반 2학년 꼬마가 외쳤다. “외국인이다!” 나는 그 아이가 가고 나서 우리 반 아이에게 말했다. “에이, 소이가 왜 외국인이야. 한국 사람이지. 우리말도 저렇게 잘하는데?” 어린아이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말이라고는 우리말을 잘한다는 것뿐이어서 조금 부끄러웠다. “얼굴이 다르게 생겼잖아요.” 하고 웃으며 다시 책을 읽는 아이에게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우리 학교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부모님을 가진 다문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다문화 학생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어떤 아이들은 문화 결핍을, 어떤 아이들은 다른 외모로 인한 친구들의 놀림을, 어떤 아이들은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자신감 결여를 경험하며 이 땅에서 살아가려 애쓰고 있다. 그리고 이런 다문화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수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2012-09-20 21:04요즘 우리나라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는 ‘학교폭력을 근절하고, 어떻게 하면 인성교육을 잘 할 수 있는가’로 모아지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높은 지적 역량과는 달리 우리나라 학생들의 인성은 매우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욕설과 비속어로 얼룩진 일상 대화, 졸업식 알몸 뒤풀이, 학교폭력과 집단 괴롭힘, 심지어 교사 폭행과 성희롱 등 우리 아이들의 현재 모습은 탄식과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그 동안의 우리 교육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인성교육 개념 합의 없어 우리 아이들이 왜 이렇게 됐을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성적과 입시위주 학교교육을 인성교육 실패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그 동안 우리 교육은 지식 중심의 입시교육에 치중한 나머지 인성교육을 형식적으로 하거나 소홀히 했던 게 사실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협동, 정직과 책임 등의 덕목마저도 시험을 위한 지식으로만 가르치고 학생들이 가슴으로 느끼고 몸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 동안 인성교육을 어렵게 했던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학문적, 사회적으로 합의된 인성교육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품, 인격, 사람됨, 도덕성 등 10개가 넘는 인성의 유사 개념들이…
2012-09-20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