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임상 현장에서 부모들에게 공통적으로 듣는 말은 “우리 아이가 자존감이 낮은 것 같아요, 어떻게 높여줄 수 있나요?”다. 또 상담받는 당사자들에게 많이 듣는 말은 “제가 자존감이 낮아요. 이번에 대학을 잘 가서, 성적을 올려서, 상을 받아서, 반장이 돼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일을 잘 해내서 자존감을 높이고 싶어요”라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성공할 수 없는 자신을 마주하고 더 자존감이 떨어진다며 상처받은 마음을 털어놓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내담자들을 만날 때마다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무언가 눈에 띄게 성공해서 자존감이 올라간다면 이 세상에 자존감이 낮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으며, 무언가 실패해서 자존감이 낮아진다면 이 세상에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그렇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겪는다. 항상 성공할 수 없고, 항상 실패할 수 없다. 또 누군가에게는 성공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실패이고, 누군가에게 실패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성공이기도 하다. 어떤 실패는 자존감에 손상을 주고, 어떤 실패는 자존감과 무관하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존감은 단순히 어떤 일에서의 눈에 띄는 성공과 실패로 형성되는…
2022-10-03 13:42혹시 노란색 하면 어떤 과일이 떠오르나요? 아마 바나나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바나나는 노란 껍질을 벗겨서 그냥 먹기도 하고, 갈아서 주스로 먹기도 합니다. 바나나 맛 과자나 음료수 등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과일이지요. 달고 부드러워서 남녀노소 즐겨 먹는 바나나가 이미 한차례 멸종의 위기를 겪었다는 점을 알고 있나요? 바나나의 품종은 수백 가지가 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바나나는 딱 한 품종밖에 없어요. 현재 재배되는 ‘캐번디시’라는 품종이에요. 캐번디시 말고 다른 품종의 바나나들은 열매 속에 씨가 많고 딱딱하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어요. 한편 19세기까지만 해도 ‘그로미셸’ 품종을 주로 재배했다고 합니다. 그로미셸은 캐번디시에 비해 달콤하고 향기가 좋았다고 해요. 달콤하고 향기로웠던 그로미셸 품종은 왜 사라졌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치명적인 전염병 때문이었어요. 1890년부터 바나나에 치명적인 파나마병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파나마병이란 이름은 페루 파나마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전염병은 바나나 뿌리부터 곰팡이가 퍼지는 병으로 바나나 암이라 불릴 만큼 치명적이에요. 바나나는 영양생식으로…
2022-10-02 11:30과거와 현재, 한국과 프랑스. 그 배경과 장소가 언제든 무대 위에 지어진 세상은 질문을 품고 있다. 이번 가을에는 두 편의 공연이 던지는 질문을 듣고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재개발을 앞둔 산장 아파트와 어느 지역의 시청 복지과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복지과에서 무연고 사망을 담당하는 공무원 ‘독고정순’. 그는 독불장군에 융통성이 없어 동료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 가족을 찾는 일에서만큼은 온 마음을 쏟는다. 새로 복지과에 들어온 ‘서산’과는 사소한 일에도 티격태격하지만, 그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고독감을 발견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작품은 독고정순과 서산의 모습을 통해 고독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비춘다. 창작진은 스테디셀러 뮤지컬 빨래를 탄생시킨 추민주 극작가 겸 연출가와 민찬홍 작곡가. 이들은 전작에서 고된 서울살이의 애환과 그 안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서민들의 일상을 그려낸 바 있다. 이들의 따뜻한 감성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밤새 골목을 지킨 길고양이들의 아침을 챙겨주는 서산, 하나, 둘 불이 켜지는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커피를 마시는
2022-09-26 13:54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총성이 빗발치는 한국전쟁 한 가운데 남북한 병사들이 무인도에 표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유일하게 선박 수리가 가능한 북한군 순호의 극심한 전쟁 트라우마를 잠재우기 위해 국군 대위 영범은 ‘여신님’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준다. 초연부터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공연으로, 올해 10주년을 기념해 그간 작품을 함께했던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11.8~2023.2.26 | 대학로 유니플렉스 연극 일의 기쁨과 슬픔 리얼한 묘사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샀던 장류진 작가의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원작으로 한 작품. 지난해 소극장에서 초연했던 공연은 올해 600석 규모의 세종M씨어터로 자리를 옮겨 더 밀도 있는 에피소드와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보컬 윤덕원이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하는 무명 아티스트 장우 역을 맡아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한다. 10.14~10.30 | 세종M씨어터 뮤지컬 인간의 법정 안드로이드 로봇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다. 죄목은 자신의 주인인 인간을 살해한 것. 뮤지컬 인간의 법정은 22세기를 배경으로 SF와 법정물의 결합이라는 참신한 구성으로 눈
2022-09-26 13:512020년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한 병은 무엇일까요? 바로 암입니다. 암은 어떤 병일까요? 우리 몸은 세포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세포는 하나의 세포가 절반으로 쪼개지며 똑같은 세포 두 개가 만들어지는 세포분열을 반복하며 세포의 수를 늘린답니다. 정상적인 세포는 필요할 때만 분열하며 우리 몸에 필수적인 일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암세포는 필요하지 않을 때도 계속해서 분열하며 늘어납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세포의 자리를 빼앗고 영양분도 독차지합니다. 그렇게 되면 암세포 주변의 정상 세포들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며 우리 몸에 큰 피해를 주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암세포는 혈관을 통해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 다니기도 합니다. 그래서 암은 치료가 까다롭고 두려운 질병으로 여겨져요. 이런 무서운 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물이 바로 항암제입니다. 그런데 항암제에도 ‘세대’가 있고 세대별로 특징이 다르답니다. 어떻게 항암제가 진화해왔는지 알아볼까요? 가장 처음 등장한 1세대 항암제를 ‘화학 항암제’라고 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암세포는 다른 세포보다 빠르게 쪼개지며 분열합니다. 1세대 항암제는 암세포의 이러…
2022-09-25 11:30강릉을 대표하는 살림집이라면 오죽헌을 꼽을 수 있다. 이미 조선시대에 사임당 신씨와 율곡 이이가 태어났다는 점에서 명성이 높은 곳이다. 거기에 더해 조선 후기, 금강산과 관동팔경 기행이 유행하며 강릉 여행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가 됐다. 이런 오죽헌의 명성은 개인의 집이면서도 별도의 방명록인 심헌록이 있다는 점에서 그 특별한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강릉에서 규모만 놓고 본다면 가장 큰 집은 아무래도 선교장이 될 것 같다. 옛 모습과 조금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것만 하더라도 건물이 100여 칸, 면적은 1000㎡에 이른다. 선교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30여 채의 초가집도 넓은 의미의 선교장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규모가 여느 살림집과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선교장(船橋莊)’이란 이름도 다른 한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름이다. 보통 집 밖에 당호를 걸지도 않거니와 집에 이름을 붙인다고 해도 주인의 호나 사랑채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안동 하회마을의 양진당이나 충효당이 사랑채의 이름을 붙인 사례라면 원래 이름은 아니어도 예산의 ‘추사고택(추사 김정희)’이나 논산의 ‘명재고택(명재 윤증)’이 주인의 호로 집을 부…
2022-09-20 16:40어떤 학생이 교실에서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학생은 옆 짝꿍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어쩐지 오늘따라 그 친구의 걸음걸이나 행동거지 모든 것이 수상해 보이기만 해요. 보면 볼수록 의심이 가던 찰나, 가방 밑에 떨어져 있던 지갑을 찾게 되었습니다. 지갑을 찾은 후 그 친구를 바라보는데, 신기하게도 이번엔 도둑으로 의심할 만한 행동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이렇듯 인간에게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심리가 있는데,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합니다. 확증 편향이란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나 자신이 가진 편견과 일치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심리를 뜻합니다. 확증 편향이 생기는 이유는 사람의 인지 처리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뇌는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정보를 골고루 탐색해야 하므로 인지 처리 능력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고 합니다. 반면 새로운 상황이더라도 이전에 경험했던 유사한 상황으로 판단을 내릴 때는 에너지가 덜 쓰이게 된다고 해요. 만약에 계단을 내려갈 때 계단의 칸마다 높이를 확인해야 한다면 굉장히 번거로울 거예요. 반면 내가 방금 내려간 칸의 높이가 계속 똑같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편하게 계단을 내려갈…
2022-09-18 11:30“교장 선생님, 급식실 가림판을 전처럼 안 보이는 걸로 해주세요.” 교장실로 찾아온 학생이 다짜고짜 말을 했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설치한 불투명 가림판을 1년 반 만에 투명판으로 교체했는데 다시 불투명 가림판으로 바꿔 달라는 것이었다. 급식 시간에 한입 먹고, 다시 마스크를 쓰는 학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간혹 코로나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그렇게도 하겠지만 큰 이유는 친구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기 싫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외는 물론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뿐 아니라 교육 현장까지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1200명이 넘는 우리 학교는 코로나 발생 시, 학생들의 대규모 전염에 대한 염려로 교육 활동이 많이 위축됐고, 원격수업에 이어 지난해에는 전교생이 시차 등교로 대면 수업을 했다. ‘높게 따뜻하게 함께 큰 꿈을 키워가는 행복한 배움터’라는 학교 비전과는 맞지 않게 코로나로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기쁨을 갖지 못했다. 올해 5월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학교에서 일상회복을 위해 현장체험학습, 생존 수영, 야외 모둠활동, 야외 체육활동 등 마스크를 벗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교육환경…
2022-09-15 15:05헬스장이나 보건소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인바디라는 기계를 본 적이 있나요? 사실 인바디라는 용어는 ‘바이오스페이스’라는 의료기기 회사에서 만든 체성분 분석기의 브랜드 이름입니다. 브랜드 이름이 유명해져서 체성분 분석기 자체의 대명사로 쓰이는 경우이지요. 인바디 기계에 맨발로 올라서서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으면 내 몸에 근육이 얼마만큼 있는지, 지방은 적은지 많은지 분석해 줍니다. 짧은 시간 안에 내 몸의 기초 정보를 알 수 있지요. 맨발로 올라가 손잡이만 잡았을 뿐인데, 체성분 분석기는 어떻게 내 근육량과 체지방률을 알아내는 것일까요? 체성분 분석기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도체와 부도체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도체는 전기가 잘 통하는 물체를 의미하고 부도체는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물체를 말합니다. 우리 몸의 약 70%를 차지하는 물은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랍니다. 체성분 분석기는 우리 몸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물이 전기가 잘 통한다는 사실을 이용합니다. 체성분 분석기 발판에 올라서서 손잡이를 잡으면 기계에서 사람의 몸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냅니다. 일반적으로 근육에는 수분이 많아서 전류가 더 잘 흐릅니다. 반면 지방은 수분이 적어서 전류가 잘…
2022-09-11 11:00어린 시절 레고 블록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작은 사각형의 블록을 모으고 쌓다 보면 어느새 멋진 집과 자동차가 만들어지지요. 설명서를 보며 블록을 쌓기도 하고, 창조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멋진 조형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재미있는 놀잇감으로 기억되는 이 레고가 예술이 될 수도 있다고 하면 믿어지나요? 네이선 사와야는 ‘레고 아티스트’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예술가입니다. 그의 이력은 조금 특이한데요. 그는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변호사입니다. 예술과는 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분야에서 어떻게 레고의 세계로 오게 된 것일까요?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린 네이선이 아직 책임감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꼈던 부모님은 이를 거절하였어요. 그래서 네이선은 스스로 레고 블록을 이용하여 강아지의 형상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이것이 그가 레고를 예술로써 마주하게 된 첫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는 다른 소품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레고만으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우리 생활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소품에서부터 뭉크의 ‘절규’, 클림트의 ‘연인’ 등 세계적으로…
2022-09-03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