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듯 첫눈을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부산.경남권에서는 눈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모처럼 눈이 내렸다고 환호를 터뜨리지만, 따뜻한 남쪽나라에서는 눈이 그치기가 무섭게 흔적도 없이 녹아내린다. 눈을 찾아 강원도나 스키장으로 많이 떠나지만, 전북 부안도 겨울 설경이 이에 못지 않다. 편서풍을 타고 서해를 넘어온 구름이 육지에 처음 상륙하면서 많은 눈을 뿌리기 때문에 폭설이 자주 내린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자리한 부안은 이름난 여행지가 많다. 천년 고찰 내소사의 설경이 특히 인상적이며 채석강, 격포항, 곰소항 등의 겨울바다가 낭만적이다. 부안영상테마파크와 직소폭포, 솔섬의 일몰도 꼭 만나야할 부안의 명소들이다. 진서면 석포리의 능가산 관음봉 기슭에 자리한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에 혜구두타 스님이 세운 절로 소래사라고 불리다가 이후 내소사가 되었다. 내소사는 빼어난 절경으로 인해 영화 [파송송 계란탁], 드라마 [대장금] 등의 촬영무대가 되기도 했다. 내소사는 전나무숲길과 대웅보전의 꽃문살이 특히 유명하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수령 약 150년의 전나무 500여 그루가 600m 가량 길게 늘어선 전나무숲이 시원
2008-12-23 16:5625번 국도를 이용해 청주에서 보은으로 가다보면 중간지점에 회인이 있다. 회인은 국도변에 있어도 청주방향으로는 피반령, 보은방향으로는 수리티재에 가로막혀 그동안 차량통행이 많지 않았다. 교통이 불편했던 이곳이 2007년 11월 청원상주간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IC가 생기며 어느 곳에서건 찾아가기 쉽게 탈바꿈했다. 회인에서 대전 방향으로 57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회남 소재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부터는 대청호의 멋진 풍광을 만끽하며 호반 길을 드라이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대문교를 지나 굽이 길을 돌다보면 왼편으로 큰 건물이 보인다. 휴게소로 착각하기 쉬운 이곳이 식당을 겸한 미니테마공원 ‘양지공원가든’이다. 넓은 주차장에 있는 조형물들이 범상치 않은 곳임을 알려준다. 표석에 써있는 대로 이곳이 대청호의 명소라는 것은 테마공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안다. 음식을 먹으며 연꽃, 촛대, 공작 등의 멋진 소나무들이 대청호와 어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일품이다. 이곳은 몸에 좋은 한방 재료를 넣어 만든 ‘한방메기구이’로 충북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을 만큼 음식이 맛있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쏘가리, 메기, 송어 등 싱싱한 회와 얼큰한 매운탕도 이 집이
2008-12-23 14:08태백에서 봉화로 이어지는 영동선은 철암천을 거쳐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가며 이어져, 낙동강 기행을 겸한 기차여행코스로 으뜸이다. 특히 태백의 철암역에서 봉화의 임기역까지 구간이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며 낭만을 함께 흘려보낸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인 곳이 바로 봉화 승부역이다. 열차가 아니면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역무원들도 모두 기차로 출퇴근할 정도다. 현재 대구-강릉 간을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3회 멈춰서는 간이역이다. 승부역에 가면 유명한 시구가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 일하던 한 이름 모를 역무원이 남긴 글귀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간이역에 서면 하늘도, 꽃밭도 세 평밖에 안될 만큼 아주 자그마한 공간이 발아래 펼쳐져 있다. 세상에는 땅 세 평만 있어도 마냥 행복만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땅에 대해 유난히 욕심을 부린다. 승부역에 간다면 욕심은 집에다 내려놓아야 자유롭다. 세 평짜리 간이역에 서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승부역은 오지에 자리한 영동선의 간이역으로 승객이 거의 없는 한산한 역이지만, 겨울이면 환상선
2008-12-19 07:23충북의 남부지역인 옥천은 맑고 깨끗한 청정 환경을 자랑한다. 그러한 옥천에서 경치 좋은 곳으로 내세우는 8경 가운데 하나가 군북면 추소리에 있는 ‘부소담악’이다. 부소담악은 추소리의 자연마을(추동, 부소무니, 절골) 중 부소무니 앞 대청호에 펼쳐져 있는 700여m의 병풍바위들로 ‘물 위에 떠있는 산’을 의미한다. 부소담악은 병풍바위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파노라마처럼 길게 이어지는 암봉들이 어우러지며 사시사철 한 폭의 그림처럼 물 위에 떠있다. 이곳은 대청호가 생기기 전에는 추동을 돌아 부소무니 앞으로 굽이쳐 흐르던 금강의 물길로 큰 호수를 연상할 만큼 넓고 깊은 물길이 앞산자락을 적시고 있는 모습이 절경이었다. 그 당시의 바위산과 병풍바위 주변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우암 송시열은 소금강이라 이름 지어 노래했다. 1975년 대청댐이 착공되며 인근에 살던 사람들은 고향을 떠났고, 추소리 절골에 있던 안양사 사찰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빛이 바랜 것만은 아니다. 부소무니의 부소담악은 대청호에 물이 차면서 예전의 모습보다 더 자태를 뽐낸다. 특히 신령스러운 산봉우리가 구름위에 떠있는 것 같아 신비감마저 도는 물안개 피는 아침의 부소담악 풍경이
2008-12-18 13:48경부고속도로와 4번 국도가 지나는 옥천은 교통이 편리한 곳이다. 그런데 정지용 문학관이 있는 옥천의 구읍은 발전을 거부한 듯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영화촬영지를 옮겨놓은 듯하다. 죽향리를 비롯한 5개 마을을 구읍이라고 부르는데도 이유가 있다. 원래는 이곳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던 옥천의 생활중심지였다. 그런데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개화기에 옥천역이 이곳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했다. 옥천역 주변으로 상권이 바뀌고 경부고속도로가 앞을 가로막으면서 구읍은 화려했던 흔적만 남아있게 된다.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만큼 구읍에는 볼거리가 많다.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고향의 정경을 오롯하게 담아낸 향수 시인 정지용의 생가와 문학관, 전통 건축문화유산인 옥천향교와 옥주사마소, 일제강점기의 초등교육시설로 등록문화재인 죽향초등학교 구교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이곳에 있다. 또, 옛 모습 그대로인 집들이 많아 시대에 따른 주거형태의 변천사도 알아볼 수 있다. 구읍 자체가 작기도 하지만 정지용 생가를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에 이웃하고 있어 찾아다니기도 쉽다. 누구나 알고 있는 시와 노래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
2008-12-17 10:48청주시 경계선을 따라가며 문화답사를 하고 있는 청주삼백리가 2008년을 마무리하는 날(7일)이다. 참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지만 부랴부랴 출발장소인 흥덕구청 주차장으로 갔다. 회원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다보니 HCN충북방송 촬영 팀도 보인다. 청주삼백리에서 제작한 안내지도로 오늘 답사 산행할 코스를 살펴보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되었다. 1년 동안 답사를 후원해준 유철호 이사님이 직접 운행하는 우진교통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중심가와 36번 도로를 달려 구성리 입구에 도착했다.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있는 목은선생영당 표석은 주변의 건물에 가려 도로에서 보이지 않는다. 세운 사람들의 무지를 탓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다. 이곳에서 청주시 상당구 주성동에 위치한 주성강당(酒城講堂)으로 가다보면 오늘 답사의 최종목적지인 상당산성이 산 뒤편으로 고개를 내민다. 낙엽이 진 겨울이라 배낭을 짊어진 회원들 여럿이 시골길을 걷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오랜만에 환경운동연합 김학성 대표를 만나 근황을 나누다보니 가까운 거리에서 멋진 송림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곳 바로 아래에 주성강당과 목은영당이 있다. 주성강당에 도착하자 충북참여연대 강태재 대표가 고려시대 삼은이었던 목은 이색과 주
2008-12-14 21:38서울하면 한강이 떠오르듯 청주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무심천이다. 시내를 가로지르며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무심천이 청주사람들에게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각종 공해로 수질이 오염되며 시민들의 발길이 끊어졌었다. 몇 년 전부터 청주 시민들에게 자랑거리가 하나 생겼다. 어쩌면 무심천의 수질이 개선되며 생긴 새로운 풍경이다. 물고기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이나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사람들을 무심천에서 자주 본다. 늦가을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철새무리들도 무심천 어디서나 만난다.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청과 시민단체들이 함께 노력해 무심천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줬다. 물론 무심천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수질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여러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하천의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등 무심천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어 더 희망적이기도 하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수질환경 보존에 앞장서고 있는 다른 지역의 하천을 돌아보고 있다. 지난 9월 안양예술공원과 안양천을 돌아본데 이어 11월 30일에는 수원천을 둘러보며 생태환경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현장을 확인했다. 수원천은 수원화성을 관통하는 물길이다. ‘장안문-북
2008-12-11 11:26"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로 시작하는 법정 스님의 최신작 '아름다운 마무리'는 가르침이 많은 책이다. 소유의 시대를 향해 소금 같은 언어로 시대를 밝히는 금언들로 가득 찼다.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클래식 음악이나'Angel of the morning'을 들으며 독서하는 아침의 행복을 사랑한다. 아침 시간만큼은 그 어떤 것의 유혹으로부터도 자유롭기를 갈망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급한 공문도, 다른 선생님과 차 한 잔의 여유마저도 포기하지 않으면 달아나버리는 귀한 시간이다. 분분하게 내리는 눈발에 덮인 청정한 월출산의 장엄함을 바라보며, 그 산의 장엄한 삶을 한 귀퉁이라도 따라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나도 아이들도 정신의 스승을 찾아 좋은 책이 주는 말없는 가르침 앞에 겸손해지는 아침. 즐겨 듣는 음악의 제목처럼 아침의 천사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만 대 이상 내려온 조상의 음덕과 자연의 순리 앞에 생명으로 피어난 이 아이들이야말로 아침의 천사이다. 저 월출산과 함께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기를 바라며 오늘도 변함없이 책으로 아침을 연다. 이제 이 아이들과 남은 시간도 20여 일뿐이다. 이젠 아름다운 마무리를 향해 마지막
2008-12-10 14:16청주삼백리와 대전옛생돌 회원들이 대청호를 답사 산행하는 날이다. 청주삼백리 회원들을 만나 약속장소인 대청댐으로 차를 몰았다. 이른 아침이고 날씨마저 흐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데다 단풍이 지는 늦가을이라 대청댐 주변의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4대 강 유역 종합개발계획의 하나로 1980년에 완공된 대청댐이 금강의 물줄기를 가로막으며 인공 호수 대청호를 만들었다. 대청호(大淸湖)라는 이름에서 정이 느껴지는데도 이유가 있다. 대청댐이 가로막은 대전시(大田市)와 청원군(淸原君)의 첫 글자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이름이라 이곳에서는 흔히 말하는 지역이기주의도 없다. 대청호는 대전과 청주뿐만 아니라 금강의 중하류 지역까지 식수, 생활용수,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한려수도를 닮은 작은 섬들이 호수에 떠있는 풍경이나 인공으로 만든 광장주변의 문화공간이 쉼터 역할도 한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물이 맑고 깨끗한 것도 자랑거리다. 하지만 대청호반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 청남대의 보안 때문에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뛰어난 경관이나 주민들의 애환과 향수가 뒤늦게 알려졌다. 옛생돌 회원들을 기다리는 동안 대청호 광장을 둘러봤다. 철모르고 꽃을 피운 철쭉 옆에서 붉은 단풍이 마지막 핏빛을 토하고 있
2008-11-26 09:13며칠 전에는 첫눈이 소복하게 내렸습니다. 그 첫눈을 바라보며 많은 이들은 즐거워하고 연인들은 만남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사람들은 무언가 즐거움을 찾고자 합니다. 슬픔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 희망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 앞에 있는 작은 컵의 물 한 잔, 길 건너의 나무 한 그루, 내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람, 이 모든 것들이 삶의 희망일 수도 있고, 저 멀리 산 넘어 있다는 보이지 않은 무언가가 희망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 한 권에서도 희망과 인생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연금술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파울로 코엘료의 이 그렇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제목처럼 우리의 인생은 어디론가 흘러갑니다. 그런데 흘러감에 있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방향과 목표를 알고 흘러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 인생의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달라질 겁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는 그런 우리 삶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글이 가득합니다. 101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글속엔 인생, 신과의 관
2008-11-24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