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우야, 일단 선생님이 미안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시작할게. 앞으로는 절대 그런 실수 안 할 거야. 해가 갈수록 수업 진행이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 않구나. 럭비공 튀듯 돌출 행동을 하는 녀석이 있는 학급은 수업 분위기 잡기도 어렵고 수업 시간 내내 주의를 주는 게 다반사니 열심히 하는 학생들까지 피해를 받게 마련이지. 그런데 상우가 있는 학급은 그런 학생들은 없고 오히려 상우가 학습 분위기를 주도하니 항상 수업에 생동감이 넘친단다. 아이들이 나태해지려 하면 “얘들아, 선생님 말씀 잘 듣자”라며 독려하는 말까지 하는 너는 나한테는 보물단지나 다름없어. 상우는 자연계라서 수학, 과학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보충수업 시간에도 내 과목(국어)을 신청해서 듣지. 고마울 따름이란다. 8교시 수업이라 학생들도 지칠 만큼 지쳐 있고 발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지도하는 나도 힘들고 애를 먹는단다. 그때마다 상우가 손을 들고 “선생님, 제가 발표하겠습니다”라고 자청해서 수업에 생기를 불어넣지. 그러던 어느 날, 보충수업에서 비교적 어려운 문제를 풀 차례인데 발표할 학생을 묻자 아무도 나서지 않았지. 그동안 그런 어색함을 메워주며 매번 발표에 나섰던 상우조차 자신 없는…
2011-06-20 16:49최근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로 전국이 뜨겁다.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반향도 매우 강력하다. 정치권은 적절한 정책 입안과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고 대학생들은 동맹휴업, 촛불시위를 강행하는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현재 각계각층에서 등록금 상한액·상한률 제한, 장학금 확대, 등록금 인하, 기여입학제 도입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더불어 감사원의 대학 재정에 대한 고강도 감사가 뒤따를 예정이다. 이제 그동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때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과다 문제가 이슈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고액인 것도 문제지만, 지출에 대한 객관성·공정성·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아 불만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대학 등록금에 대한 검은 그림자를 대학 당국 스스로 제거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대학 등록금 인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야만 한다. 그동안 고액 등록금에 짓눌려 온 학생·학부모들의 고통은 이제 인내의 한계점에 다다
2011-06-20 16:48요 며칠 전 연수를 받는데 강사분이 웃자고 이런 말을 한다.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자리에 모인 선생들이 의아해 하자 “남한에는 무서운 중학생들이 있어서랍니다”한다. 순간 좌중에 폭소가 터진다. 강의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한 유머인 줄 알지만, 가슴이 뜨끔하다. ‘무서운 중학생들!’ 물론 예전에도 격정적인 ‘질풍과 노도’라든지 ‘제임스 딘’과 같은 반항아의 유형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시대를 고뇌하지 않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분명 곱씹어 볼 만한 문제이다. 70~80년대의 음울한 군사문화의 언덕에서 통기타를 치며 ‘아침이슬’을 부르던 과거와 요즘 아이들은 사뭇 다르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통행금지 시간에 쫓겨 귀가하던 시절, 장발이나 미니스커트는 차라리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십대들에겐 방향성이 없다. 시대에 대한 고뇌나 사상, 시쳇말로 말하면 개념이 없다.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같은 슬픔에 대한 인식도 없다. 그저 자본주의의 뒷골목에서 치마를 줄여 입고 화장을 한다.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치열한 정신이 없다. 그들은 그저 길거리에 모여 또래들을 힐끔거리며 추파를 보낸다. 네온사인 찬란한 그늘에 모여
2011-06-20 16:47어느덧 6월 임시국회도 양당의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의가 모두 끝나고 상임위원회별 활동에 들어가 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도 늦었지만 여야 간 상임위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져 소관 정부부처의 업무보고 청취를 시작으로 조만간 법안심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일반 국민과 교육계가 이번 임시국회 교과위에 거는 기대는 절망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일정상 6월 국회가 끝나면 9월 정기국회로 이어지지만 정기국회는 국정감사와 예결산 심의에 전력할 것이고 또 내년엔 4월에 총선이 있어 국회의 정상적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므로 만약 6월 국회도 앞의 사례처럼 여야 정쟁으로 무기력하게 끝나버린다면 산적한 교육관련 법률이 사실상 자동폐기 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정도로 중요하고 절박한 국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절박성을 정치권이 알아줄지 의문이다. 18대 국회에서 교과위의 공전과 파행은 별다른 뉴스거리가 되지 못할 정도로 일상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회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교과위에 계류 중인 법률은 521건인데 심사 진행 중인 법률은 이 중 반에도 못 미치는 253건으로 나타났다. 심사 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한 소위 법
2011-06-13 13:29‘00기업 연말 보너스 200% 지급’. 연말이면 신문에 등장하는 기사를 보며 직장인들은 희비가 갈린다. 기업이 보너스를 지급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수고를 격려하기 위해(44.4%), 올해 목표 실적을 달성해서 (40%)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교과부가 올해 6월 전국의 모든 학교에 학교보너스를 지급한다. 학교보너스를 지급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교원 개인별 성과만을 평가함으로써 학교교육의 질 향상과 협력체제를 유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체 성과급 예산의 10%를 학교성과급으로 지급하고 내년엔 3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직장인들과 달리 학교현장에선 대부분 학교장들부터 보너스에 반발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성과를 계량화할 수 없는 교육활동에 기업의 실적주의와 경제논리에 입각한 경쟁을 통한 질 향상, 성과 거양이라는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려는 데 대한 거부감이다. 공교육 위기의 많은 부분이 교육여건과 제도, 정책 오류에 기인함에도 그 책임을 교원들과 단위학교에 물으려는 데 대한 반감이다. 개인성과급이 교과부 스스로 판단하듯 학교교육의 질 향상과 협력체제를 유도하는 데 실패했음에도 설상가상 학교단위 연대책임제까지 도입하는 데 대
2011-06-13 13:262012년부터 읽기·듣기뿐만 아니라 말하기·쓰기 평가가 모두 포함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시행된다. 국제화 시대에 영어 교육이 중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효과적인 영어 교육을 위해 국가가 주도하고 구체적 실천을 한다는 것은 효율성 면에서도 기대가 된다. 문제는 영어 교육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반면에 국어교육에 대한 정책은 수립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어 교육 투자에 적극적이다. 교과부 산하의 인재정책실에는 영어 교육을 전담하는 영어교육정책과가 편제되어 있다. 지역교육청의 영어 교육에 대한 편중 예산은 여러 번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영어 교육은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영어 교육 못지않게 국어교육도 인재를 만드는데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말로 글로 생각을 표현한다. 말과 글이 정확하지 않은 것은 관념과 생각이 부정확하다는 의미이다. 언어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삶의 모든 면이 우수하다 뜻이다. 일반적으로 국어 공부는 특별히 안 해도 학습의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글을 깨우치고 책만 읽을 줄 알면…
2011-06-13 11:42지난 6월 3일 한국교육의원협의회가 지방교육자치 자동일몰제를 폐지하라고 주장하면서 지방교육자치의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교육자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가치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명제이다. 교육자치가 보장하고자 하는 기본 가치인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차원에서 볼 때 지방교육자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교육의 자주성 의미는 학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헌법재판소는 ‘교육이 정치권력이나 기타의 간섭 없이 그 전문성과 특수성에 따라 독자적으로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조직·운영·실시돼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교육의 자유와 독립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교육 자주성의 차원에서 보면 교육자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방교육자치단체와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명확해져야 하고, 동시에 단위학교의 자치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행 법령상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유·초·중등학교의 교육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어 충돌할 수밖에 없게 되
2011-06-13 11:38지난해 6월 교육감 선거를 두고 흔히 ‘직선 교육감 원년’을 열었다고 말한다. 우리 교육계는 지난 한 해 ‘변화’의 원년을 보낸 셈이다. 이 한 해를 가지고 ‘직선 교육감’ 체제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성급하다. 그러나 첫돌이 지니는 의의를 가볍게 넘길 일도 아니다. 초기의 격변이 체제의 미래를 적잖게 좌우할 터이기 때문이다. 일러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직선 교육감 원년의 의미를 짚어보며 우리 교육의 발전을 걱정해야 할 이유는 있겠다. 지난 교육감 선거와 선거 후 가동된 직선 교육감 체제가 교육계에 가져온 변화는 작지 않다. 관심과 시각에 따라 그 변화를 달리 읽겠지만, 적어도 세 가지 변화를 주목할 만하다고 여긴다. 지역화, 정치화 그리고 당파적인 세력 결집 경향이 그것들이다. 지역화라 함은 교육에 대한 논의가 지역에 따라 어느 정도 고유함을 지니게 됐다는 뜻이다. 중앙집권적인 우리나라 통치 관성은 교육 의제를 중앙(정부)의 시각이나 인식에 종속시켜 왔다. 교육 논의는 전국적으로 일반화될 수 있는 문제들(예컨대, 사교육, 대입제도, 대학 등록금 등의 문제들)에 국한됐고 그런 문제를 다루는 정책과정에서도 지역의 특수하고 고유한 현실들을 간과해왔다. 문제 인식에
2011-06-13 11:37옆집 아이들이 올해 고 1, 고 3 남학생들이다. 둘 다 성격이 좋고 예의가 바른 대한민국의 동량지재(棟梁之材)들이다. 그 부모와 마주치자면 부쩍 학부모 역할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 같이 차 한잔 하면서 일단 부모로서, 또 학부모로서, 그리고 수험생의 부모로 몇몇 가지 하기 어려운 충고를 했다. 명색이 교사의 말인지라 경청해줘 고마웠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담스럽네요”이다. 이해할 만한 반응이다. 하여 차제에 옆집 부모를 위한, 아니 기실은 우리 모두를 위한 학부모 노릇의 핵심을 살펴보려 한다.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바로 이 학부모 노릇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때일수록 우선순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명한 학부모라면 자신의 자녀들이 주체적인 자기주도의 공부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야 한다. 학교 수업에 최선을 다하게 하고, 더불어 학교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그 중요성을 훈계하고 훈육해야 한다. 물론 자녀들은 이를 잔소리로 여길 수도 있다. 이때 솔선해 보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부모가 자주 책을 접하고 문화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며, 자녀와 더불어 창의적인 태도를 보여 주면 그것 자체가…
2011-06-13 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