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멍으로 등교하는 학생을 붙잡아 놓고 "왜 이곳으로 다니느냐"고 물었을 때, 그 답변은 시대마다 달랐다. 60년대 학생들은 "죽을죄를 졌습니다. 저는 개입니다. 멍멍" 뭐 이런 식이었다. 70년대 학생들은 "잘못했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엉엉" 이런 식으로 순진한 면이 있었다. 그러더니 80년대 학생들은 "다른 아이들도 이곳으로 다녀요. 돌아갈게요", 90년대 학생들은 "엄마가 이쪽에도 대문이 있어야 된다고 했어요"라며 당당하더니 2000년대 요즘 학생들은 "가까워서 이쪽으로 다니는데 왜요?"라며 대드는 말투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우리의 예절교육은 한번도 변하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그저 공부, 공부하면서 내 아이만 챙기는 그런 교육이 아이들을 이기적으로 만든 것 같다. 이제 우리는 개구멍으로 등교한 학생들이 `가깝고 편리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하면 혼내기보다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사고와 생활양식도 크게 변한 상황에서 과거의 틀만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변할 수 없는 `그 무엇'은 예절교육을 통해 지켜야 할 것이다. 교육계획의 첫머리에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인간상을 만들자'라고 해놓는 건 어떨까.
2000-04-03 00:00교사에게 닥쳐온 가장 큰 과제는 세대 차의 극복이다. 우리 나라의 교육은 국가시책에 맞추어 정해진 규격을 만들고 학생들을 그 규격 안에 맞추어 길러내는 교육이다. 규격에 맞지 않는 학생은 문제아로, 그리고 부적응 학생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틀에 자신을 맞추기를 거부하고 있다. 다원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낱말이 상용화되면서 사회 전체가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오직 교육계만 지지부진하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아직도 군대식의 상명하복(上命下服)에 익숙한 곳이 학교다. 장학사가 오면 부산하게 학교를 단장해야 하고 비밀리에 혹은 이름만 바꿔 자율·보충학습을 계속 하는 곳도 학교다. 50명이 되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상담보다는 강압적인 통제를 허용하는 곳도 학교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학교는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사, 학교는 변화를 바라고는 있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간의 교육정책이 별 효과 없이 교사와 학교에 업무부담만 가중시킨 때문이다. 둘째는 변화를 뒷받침해줄 환경이 부족하다는 거다. 교육환경은 여전히 낙후돼 있는데 변화를 요구하는 건 교사들에게 희생
2000-04-03 00:007학급인 우리 학교에는 `보충반' 문패를 단 특수학급이 있었다. 이 특수학급에는 중도 장애 학생 2명을 포함해 4명의 아이들이 나와 함께 공부를 했었다. 그런데 새 학년이 되면서 보충반은 사라졌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네 명이기에 특수학급이 폐지되고 순회교육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순회교사로서 정든 아이들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도 크지만 무엇보다 통합교육으로는 교육적인 효과가 없을 것 같은 중도 장애 학생 2명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특수교육진흥법시행령 제13조 2호의 2항에 따르면 `4인 이하인 학교의 경우에는 교육감 또는 교육장이 특수교육 대상자의 수·장애정도·능력 및 거주지와 순회교육 실시를 위한 교육여건을 고려해 3개 학교 내지 5개 학교를 하나의 단위로 구성하고…'라고 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대로가 아니다. 장애정도·능력 등의 교육여건은 조금도 고려 없이 4명 이하면 그냥 순회학급으로 바뀐다. 그것도 3개 학교 이상을 하나의 단위로 묶다보니 거의 통합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수학교에서 수학해야 하는 중도 장애 학생, 특수학교 스쿨버스가 운행할 수 없는 먼 산골마을의 학부모, 특수학급에서 1, 2학년 과정을 수료하며 나름대로 교육의 도
2000-04-03 00:00김영화 학교 붕괴의 제1요인으로 지식 중심의 학과교육을 탓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특기·적성교육 및 대학수능시험 출제의 하향 평준화다. 학교가 실제 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교육과정을 가르치며 경쟁만을 조장했기 때문에 술과 춤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다 인천 호프집 참사 같은 변을 당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식 중심의 교육과정은 산업과 문화 발전의 토대이며 학교 교육의 목적 역시 지식 전수를 통한 사회 기반의 확대이다. 튼튼한 기초 학력의 기반 없이는 첨단 과학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극심한 경쟁력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를 접어두고 학교 밖으로 뛰쳐나간다는 억지 주장은 학생들에게 그냥 놀라고 부추기는 것과 같다. 경쟁은 둘 이상 모이면 자연스레 생겨나는 인간의 본능이며 발전의 원동력이다. 경쟁력 없이는 살 방도가 없다. IMF 이후 온 나라가 경쟁력을 키우자고 난리다.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것만이 세계화되는 지구촌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길이다. 학생들을 생각해서 조금씩만 가르치자고 하고 사교육비를 줄인다며 한 가지만 가르친다는 것은 결국 전체 학생들의 학력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교육이다. 하나만 잘 하라는 특기·적성 교육은 학력 경시 풍조를 낳
2000-04-03 00:00순수 농고인 우리 학교의 금년 졸업생 중 60%가 전문대와 산업대에 진학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취업했다. 요즘은 제조업체의 가동률이 높아져 현장 실습생의 대부분이 희망만 하면 취업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취업을 포기하고 진학에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말은 취업을 해도 적성에 맞지 않고 작업장의 환경이 열악하고 잔업 등 고된 노동에 비해 보수가 적고 장래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담임 교사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교 3년도 견뎌내기 힘들어했고 다분히 현실 도피적인 생각에서 진학을 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대학에 진학해 과연 학업에 얼마나 적응해 나갈 지 우려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실업고에서 진학률이 높다는 것이 꼭 자랑거리가 될 수는 없다. 교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능력이나 개인적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고학력 선호사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체도 개인의 직무 능력에 기준을 두지 않고 학력 중심의 고용 패턴을 계속 유지해 학부모들의 대학 진학 욕구를 부채질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엄청난 교육비의 지출과 가계 부담을 초래하고 나아가 고비용을 지불해 학부를 졸업한 고급기술인력을…
2000-04-03 00:00해마다 삼월이면 담임 교사를 찾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그리고 저마다 인사를 한다며 손에 화려한 화분을 들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하고싶은 말은 기왕이면 화분을 고를 때도 한 번쯤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학교가 여타의 장소면 화려한 꽃이 어울릴 지 모른다. 하지만 교실은 교육의 장이니 만큼 무조건 화려하고 큰 화분이 필요치 않다. 가능하면 우리 꽃, 우리 식물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화분 리본에 아이 이름을 크게 써 올게 아니라 꽃 이름을 써 왔으면 좋겠다. 식물의 이름을 알고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다 꽃말이라도 써준다면 교육적으로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달래, 씀바귀, 민들레 등을 한 포기 정도 채취해 꽃말이라도 곱게 써온다면 교실 안에 싱그러운 봄기운이 돌 것이다.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사오는 화려한 화분보다 정성이 담긴 풀 한 포기가 아이들 교육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2000-03-27 00:00올 고3 학생들은 수능 모의고사를 두 번 밖에 치를 수 없어 불만이 대단하다. 일선학교도 마찬가지다. 물론 입시과열을 방지하고 성적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기하려는 교육부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고3 1년 동안 모의고사를 2회만 실시하는 것은 학생들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실력을 평가하는데 부족하다. 학생들의 실력은 노력에 따라 달라지고 가변성이 있어서 정기적인 테스트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 점에서 한 학기에 한 차례씩 치르는 모의고사는 부족한 면이 많다. 또 교내 자체시험이나 학군간 시험으로 비교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수능형 문제는 학교에서 출제하기가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또 설사 시험을 치르더라도 교내나 학군내 성적일 따름이지 계열 전체석차나 전국기준 등위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매달 치르는 것은 학생들에게 지나친 부담이라고 한다면 한 학기에 두 차례씩 연간 4회 정도는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모의고사 횟수를 늘려주기를 바라고 있음을 교육부가 알았으면 한다.
2000-03-27 00:00교사양성 과정에서 매우 중요시 되고 있는 교육실습이 실제로는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는 때에, 인천교대에서 획기적인 교육실습 개혁방안이 제시되어 교육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천교대가 최근 제시한 개혁방안은 현행 한 학기 8주간의 실습기간을 16주로 늘려 선진국(예, 미국·캐나다 6개월, 영국 1년)과 같도록 하며, 그 과정도 대폭 개선하여 내실화 한다는 것이다. 즉 2, 3학년에서는 현장봉사를 학점으로 부과하며 매주 2시간 이상씩 현장학교 학급교사 보조요원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또 4학년 1학기에는 16주간의 실습기간에 16학점을 부과해 운영하며 교수들도 현장학교를 순회하면서 수업을 지도하고, 매주 일정기간 학생들이 대학에 등교해 교수들과 함께 교사론, 학교·학급경영, 교과교육, 수업지도 방법 등을 토의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교대는 이와 같은 교육실습 개혁안을 실시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한편 신임교사들에게는 주1일씩의 부속초등학교 근무를 의무화해 초등학교 교육실태를 파악하는 등 현장감을 높이도록 하였다. 교육실습은 교사양성 과정에서 특성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교육과정의 중핵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교육실습
2000-03-27 00:00전교조가 총선을 앞두고 오는 27일부터 4월22일까지 공동수업안 형태의 정치수업을 하겠다면서 각 지역별로 공동수업자료집을 펴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초·중등 보통교육에서 학교 교육내용은 사회적·교육적 검정을 거친 가치중립적인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고 현행법제의 기준이다. 그것은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편향된 교육을 하지 않기 위한 최소 기준이 되고있다. 특히 교육내용의 결정·선택에 있어 국정, 검인정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교육제도에서 법정 교육과정과 다른 내용을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육내용에 대한 연간 교수·학습계획 및 지도안은 교장의 결재를 거쳐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위법한 결과가 된다. 교사 재량시간이라 하더라도 사전계획을 세우고 교육과정의 범주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교조의 이번 선거관련 공동수업은 먼저 절차와 방법상에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서 이미 교육과정에 규정돼 있는 부분을 시기를 앞당겨 할 수는 있지만 이것도 학교구성원의 논의를 거쳐 학교장의 결정과 지도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학교단위나 지역교육청단위가 아닌 교원단체가 결정하여 전국적으
2000-03-27 00:00KBS의 `학교'라는 드라마를 보면 자라는 학생들이 학교나 교사를 어떻게 볼까 걱정이 앞선다. 요즘 이런 학교도 있는지 모르지만 문제점을 너무 부각시키다보니 상황 묘사가 연출 의도에 억지로 끼워 맞춰진 느낌이 강하다. 그런 예는 많다. 아무리 문제 행동을 거푸 일으켰지만 학교를 그만 두겠다는 학생을 부모와의 상담이나 친구관계 조사 없이 무조건 면박만 주는 교사, 업무 중심이 아닌 감정 싸움 비슷한 직원회의를 독단적으로 주도하고 중간에 휑하니 나가버리는 교감, 투서한 학생에게 교감선생님이 잘못을 묻지 않기로 했다며 부른 뒤 몽둥이 세례를 퍼붓는 교사…등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행동들만 나온다. 요즘은 회초리를 들어도 충분히 잘잘못을 이해시켜야 하며 걸핏하면 교장실로 학부모의 전화가 오는 상황인데 드라마는 교사와 학생이 늘 과격하고 불만에 찬 상태로만 묘사되고 있다. 물론 청소년의 특성으로 보나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 어느 정도 갈등과 위기는 필요하다. 그러나 드라마 `학교'는 그 정도가 지나쳐 마치 없는 `학교'라도 만들어 내려는 듯 보여 시청하기조차 민망하다. 특히 학생 앞에서 몸매를 훑어보고 "애는 쑥쑥 잘 낳겠다"고 말하는 신임 교사의 저질스런 성희롱을 대사로
2000-03-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