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사계절과 참 많이 닮았다. 지금껏 30년 가까이 교단에서 매년 수백 명의 아이들과 수업을 통해 또는 담임을 하며 만났지만, 아직도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하지는 못한다. 지금도 매년 신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오면 새로운 설렘으로 가슴이 벅차오르지만, 여름이 되면서 긴장과 두려움으로 경직되는 나를 발견한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단풍으로 황홀한 가을이기도 하다. 더러는 한겨울의 나목처럼 우두커니 외롭게 서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들과 만나고 함께하는 시간은 늘 설레고 행복하고 따뜻한 봄인가 싶다가도 이내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처럼 힘들고, 그렇지만 그 시간을 이겨내고 나면 가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기도 하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차가운 겨울이 우리 곁을 지나고 있음을 보기도 한다. 우리 선생님들이 교단에서 맞이하는 사계절은 순서대로 오면 그때그때 마음의 준비라도 단단히 하겠지만 이 계절은 결코 순리대로 오지만은 않았다. 이러한 시간 위를 걷다보면 긴장과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지만 돌이켜보면 그래도 그 시간이 행복했다. 아이들도 성장하고 성숙해 온전한 한 마리 새가 돼 그들이 살아갈 세상으로 힘차게 날
2018-03-06 15:07어느새 지나가고 있는 가을이다. 불과 얼마 전, 주례를 한 졸업생 K는 긴 여름 끝에 온 가을처럼 불쑥 찾아왔다. 그래서 놀랐고 안부 인사 차 모교를 방문한 줄 알았는데, 별안간 결혼주례를 부탁하는 말을 하는 바람에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항상 정겹고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준 유일한 선생님이었어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습관적으로 말을 심하게 많이 더듬어 친구들이 다들 저를 놀림감으로 삼았는데……, 그 흔한 학교폭력의 대상이었지요. 고2 때 선생님을 만나고 시와 소설을 재미나게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수업시간 제 이름을 불러주시고 친구들 앞에서 시도 낭송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그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선생님 가르침 덕분입니다. 내가 우리 반 뿐만 아니라 수업하는 반마다 아이들의 이름을 열심히 불러준 것은 분명 맞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 나오는 한 구절처럼 나름 아이들의 존재감을 일깨워주기 위해 수업하는 모든 반의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나름 애를 썼던 것이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특히 반에서 공부에 흥미를 잃고 수업 시간에 잠자고 소외되는 아이들 이름을 일부러 더 외워 발표도 시
2018-03-06 15:07[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한국교총 회원 가입이 한결 편리해진다. 교총은 최근 ‘모바일 회원 가입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교원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교총 가족이 될 수 있다. 가입하기 버튼을 누르고 본인 인증 후 학교, 직위,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등 4개 항목만 입력하면 가입 절차가 모두 끝난다. SNS로 전달할 수 있어 동료들에게 가입을 권유하기도 수월해졌다. ‘원스톱(One-Stop)’ 회원 가입 프로그램을 접한 회원들은 “간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가입신청서를 써서 팩스로 보내고 행정실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든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학인 인천 용학초 교감은 “가입신청서를 써놓고 잃어버리기도 하고 가입 절차를 성가시게 생각하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며 “간편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프로그램을 접했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젊은 교원들에게 회원 가입을 권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교감의 추천으로 교총 회원이 된 이승범 인천 용학초 교사는 “교사로서 보호 받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가입했다”며 “SNS로 회원 가입 프로그램을 전달 받았더니 금세…
2018-03-02 15:06Q. 신학기가 되면 새로 만날 아이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긴장도 되고 가슴도 뛰는 초임교사입니다. 학기 초 반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학급 운영의 원칙과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한 것처럼,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하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새내기 교사는 어떻게 돈 관리를 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어떤 직장인이든 월급을 받기 마련이고, 이 월급은 쓰거나 모으거나 두 가지의 흐름을 가진다. 돈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부분 저축을 먼저하고 남은 돈을 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지만, 모든 월급의 흐름을 따져보면 쓰는 것이다. 저축도 마찬가지다. 결혼자금이든 주거 마련 자금이든, 노후자금이든, 여행을 위한 것이든, 언젠가는 쓰기 위해 필요한 돈을 모으는 것이다. 다만 지금 쓰는 것이냐 나중에 쓰는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두 가지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매년 반복되는 일임에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얼마나 모으고 있는지 잘 모른다.왜 그럴까? 첫 째는 들어오는 돈이 일정치 않아서고 두 번째는 돈을 쓰는 방법이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월급이 매달 같은 액수가 들어오는 직장인은 드물
2018-02-28 17:19해피700. 평창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표어다. 해발고도 700미터를 의미하는 ‘700’에 행복을 붙였다. 평창에 오면 행복해진다는 뜻일 것이다. 해발 700미터는 사람이 살기 좋은 고도라고 하는데 서울이 100미터 정도니 평창의 자연환경이 어떤 곳인지 짐작하게 한다. 올림픽이 아니어도 복잡한 삶을 벗어나려는 요즘 사람들에게 평창은 쉬어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과거에는 높은 지형 때문에 눈이 늦게까지 남아있어서 불편했던 특성이 이제는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불편한 700’을 ‘행복한 700’으로 바꿔 부르는 게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자연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의 삶이 바뀌면서 자연에 대한 느낌이 달라졌나 보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삶에 대한 접근방법이 달라지면서 변화가 온 것은 아닐까.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묻고 답할 여유를 가진다면 실마리 정도는 찾아낼 수 있다. 역사 속 평창에는 그런 해답을 찾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의 흔적이 있다. 평창에 담긴 이야기1-보천과 효명 삼국유사에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상원사 창건과도 관련 있는 이야기인데 정신대왕(신문왕)의 두 아들이 오대산에 들어가 불법을 닦았다는 내용이다. 신라의 승려
2018-02-22 13:14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슈베르트 서거 190년을 기념해 그의 작품으로 채워지는 리사이틀을 연다. 수많은 작품 중 연주곡을 선정하는데 특별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이번 공연에서는 작곡가 특유의 청초한 매력이 잘 담겨 있는 D.935 Op.142 전곡과 가장 슈베르트다운 걸작으로 꼽히는 피아노 소나타 21번 B Flat Major D.960을 들려줄 예정이다. 3.3 | 인천 남동소래아트홀3.7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3.9 |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3.13 |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연극 가지 지난해 재외한인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 ‘한민족 디아스포라전’에 나온 다섯 작품 중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가지가 재공연 된다. 작품은 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재미교포 2세의 이야기를 음식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것으로 문화, 언어, 성격, 입맛 등 모든 면에서 너무나 다른 아버지와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아들의 이야기다. 제5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21-3.18 | 백성희장민호극장 연극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향한 살리에리의 시기와 질투, 열등감 등의 심리를 정교하게 묘사한 영화 아마데우스가 동명의 연극으로
2018-02-08 17:57판타지만큼 뮤지컬과 궁합이 좋은 장르가 있을까.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가 일상생활에서처럼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던 인물들이 갑자기 노래를 열창하고 춤을 춘다고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환상의 세계’이니 말이다. 그 세계에서 노래 한 곡은 몇 백 년 전으로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이 이뤄지는 마법의 툴과 다름 아니다. 이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노래에 화려한 조명과 무대장치까지 더해지면 극장은 세상과 분리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이번 달 공연계에는 이와 같은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하는 작품들이 유난히 많다. 골치 아픈 현실은 잠시 접어두고, 무대에서나 가능한 정의로운 사회와 매력남들을 만나러 들어가 보자. 흘러나오는 넘버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환상 속의 세계에 입장한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요즘 시대에 가장 큰 판타지는 착한 사람은 상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 해피엔딩 아닐까? 올해로 한국 공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삼총사는 이 행복한 판타지를 유쾌하게 펼쳐내는 작품이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 달타냥이 삼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와 만나 왕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리슐리외 추기경의 음모에
2018-02-08 17:56매서운 한파로 한낮에도 영하 기온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 겨울은 선생님과 학부모, 학생 모두가 감기와 씨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취학 아동의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수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12월을 고점으로 유행이 점차 수그러지는 추세지만, 기침을 통해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독감․감기 바이러스의 특성상 개학과 맞물려 다시금 아이들과 선생님의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겨울철 감기증상과 추위 극복에 도움이 되는 약재를 소개한다.육계(肉桂, Cinnamomi Cortex)는 같은 이름의 녹나뭇과 식물 육계(肉桂, Cinnamomum cassia Presl)의 줄기껍질로 일반적으로 ‘계피’라 통용되며 학술적으로는 ‘육계’로 불린다. 육계의 유효성분인 신남알데하이드(Cinnamaldehyde)는 일종의 정유성분으로 함량은 전체 정유성분의 50% 이상이다. 정유성분은 주로 주피 이외의 부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약용으로 사용하는 육계는 일반적으로 주피를 제거한 채로 유통된다. 국내에 유통되는 것은 대부분 베트남산이며, 주산지 중 하나인 옌바이 지역에서는 YB1, YB2 등 자체적인 품질 등급을 설정해
2018-02-01 19:32Q.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30대 후반 비혼 교사입니다. 결혼 계획이 뚜렷하지 않고, 함께 지내다보니 부모님과 관련된 일들을 주로 제가 챙기게 되고, 향후 부모님에 대한 부양도 제 몫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은 아직까진 경제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최근 아버지가 심장 관련 수술을 받았고 어머니도 15년 전 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 보험 내역을 확인했는데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점점 병원 갈 일도 많아질 텐데 싶어 섣불리 해약하기도 망설여집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노후 의료비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오래 살라’는 인사는 더 이상 축복의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건강하게’라는 단서가 붙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기대 수명은 급격하게 늘어났고, 몇 년 후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몇몇 농촌 지자체는 이미 초고령사회를 넘어 인구소멸의 위험에 처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과는 다르게 건강수명은 오히려 더 줄고 있다. 건강수명이란 기대수명에서 병이나 사고로 활동하지 못하
2018-01-26 12:08곧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로 강원도가 부산하다. 그 중에서도 올림픽 경기가 펼쳐지는 평창, 강릉이 제일 바쁠 것 같다. 4년 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세계 여러 나라의 운동선수들이 경쟁하는 축제의 마당이다. 그런 올림픽은 한편으로 우리에게 힘들었던 시절, 가뭄 때 비처럼, 어둠 속 빛처럼 희망을 갖게 한 행사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우승을 했을 때나 선진국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 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런 올림픽이라 경기가 열리는 기간이든, 아니든 평창, 강릉을 찾는 이들이 많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영동고속도로에 더해 최근에 ‘KTX 경강선(경강은 서울과 강원이 아니라 경기와 강원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이 생기며 조금 더 가까워졌다. 그만큼 가는 발길도 가벼워졌다. 이 가운데 강릉에 대해 얘기를 풀어본다. 천하제일의 산수, 그 보다 나은 인물 강릉 하면 떠오르는 낱말은 무얼까? 대관령, 바다, 호수. 여기에 요즘은 커피도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강릉을 가봤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어나갈 낱말의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그런 말을 모아보면 ‘경
2018-01-19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