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부모도 포기하고, 학교에서는 담임·학년부장·학생부장·상담부장까지도 더 이상 지도하기를 포기한 '말썽짱' 학생.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고 강제전학이나 퇴학을 시킬 수도 없고.환장할 노릇이다. 그 한 명의 미꾸라지 때문에 선생님들의 지도는 먹혀들어가지 않아 기(氣)가 꺾임은 물론이거니와 전체 학생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막가파(?) 학생에게 학생선도위원회에서의 징계는 코웃음감이다. 선생님들은 교직에 대한회의감으로 난감해 한다.학교 꼴이 말이 아니다.무슨 뾰족한 수는 없을까? 그렇다고 모두손을 놓을 수는 없다. Y중학교 S교감이이런 학생지도에 발벗고 나섰다. 어찌보면 최후의 보루가 분연히 나선 것이다. 이런 학생, 교실에 있어야 공부도 하지 않는다. 공연히 수업 분위기만 흐려 놓고 교사와 맞짱뜨려해 교육상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어느 날 오전, 해당 학생을 부른다. 사전에 부모의 허락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두 세 시간 교내 곳곳을 다니면서 교감과 함께 쓰레기를 줍는다. 힘이 들면 그늘에 앉아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눈다. 가정, 학교, 공부, 친구, 인생 등 소재는 제한이 없다. 교감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도 이야기하도록 분위기를 만든
2007-06-04 21:12오늘은 날씨가 흐립니다. 월요일을 시작하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날씨입니다. 그렇지만 월요병도 잘 이겨내고 월요일을 산뜻하게 잘 시작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마음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월요일만 되면 유리창이 깨진 것을 자주 봅니다. 얼굴이 찡그려집니다.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장이 작은 데다 공을 차니 자주 유리가 깨집니다. 공을 차다 유리창이 깨지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학생들이 다치지 않게 좀 치우면 안 되겠습니까? 운동장을 사용했으면 최소한 기본을 지켜야 될 것 아닙니까? 조금 시민수준이 높아진다 싶었는데 또 그렇지 못함을 보면서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문 앞 도로에는 또 두 봉지의 쓰레기를 버려놓았습니다. 양심과 함께 버려놓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참을 수밖에 없지요. 우리 쓰레기 봉지에 담아 학교 창고 안에 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교육하는 선생님이고 우리학교는 교육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도 간접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에게 어떻게 가르칩니까? 말보다는 행동입니다. 분노보다는 참음입니다.
2007-06-04 17:21유치원에서 두 손주 녀석이 어린 더덕을 각 한 포기씩 가져왔었다. 마당 한가운데 잘 보이는 곳에 나란히 두 손주 녀석과 함께 정성들여 심고 가꾸어 왔다. 가져온 이름표도 꽂아 두었다. 유치원의 교육내용이 좋은 것 같다. 좀 더 욕심을 부리면 가을에 더덕을 수확할 때 까지 더덕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나 일기를 써보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가족 모두가 지나칠 때마다 한마디씩 한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 하나 모두가 다 소중한 의미를 지니며 우리 가족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처음 가져왔을 때에는 형의 더덕이 키가 더 컸었는데 자라면서 언제부턴가 동생의 더덕이 형의 더덕보다 훨씬 더 자라버렸다. "할아버지, 왜 내 것이 더 작아 졌어요?"하고 형이 투덜댄다. 동생은 "할아버지 내 것이 더 크지요"하고 형에게 약을 올린다. 그래서 형이 삐쳐 눈물을 흘리며 가버린다 형의 더덕이 동생 엽이 더덕보다 작아진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형은 점잖아 말도 적고 애교가 적은 편이지만 둘째는 붙임성과 애살이 많다. 형에게 지지 않으려고 자주 더덕 가까이 다가가 물도 주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떨 땐 "할아버지 더덕 보러 가요"하고…
2007-06-04 12:54앞서 우리학교(서울 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가 지난주에 수련활동과 체험활동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학교들도 항상 경험하는 일인데도 할 이야기가 많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일도 아닌데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한교닷컴의 리포터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도 리포터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다소 식상한 이야기가 되더라도 이 글을 읽는 독자여러분들의 양해을 구하고 싶다. 3학년은 제주권 문화체험활동을 실시했지만 비행기 사정으로 1.2학년보다는 하루 늦게 출발했다. 당연히 1.2학년이 출발한 날에는 3학년만 정상수업을 실시했다. 그리고 3학년이 돌아오는 날에는 1.2학년이 정상수업을 실시했다. 똑같은 날에 출발하여 똑같은 날에 돌아오는 것이 가장 좋긴 하지만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요즈음에는 제주권으로 체험활동을 떠나는 학교들이 많기 때문에 비행기표 확보가 어렵다고 한다. 최소한 1년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다른학교들도 비슷하겠지만 학생들이 수련활동을 떠나면 첫날이나 둘째날에 교장선생님과 수련회에 참가하지 않은 부장교사 일부가 위문활동을 하게 된다. 날마다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지만 수련활동의 현지방
2007-06-04 08:415월 말과 6월초에 걸쳐 2박3일간 제주권의 문화체험활동을 다녀왔다. 1,2학년은 심성수련회를 실시하였고, 3학년은 문화체험활동을 실시한 것이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으니 당연히 문화체험활동을 인솔하였다. 2박3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학생들에게는 단체활동의 또다른 면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인솔교사들은 밤잠을 반납하고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과중한 업무가 있었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즐겁게 지낼수만 있다면 잠을 못자는 것쯤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문화체험활동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의 활동을 통해 그래도 학생들에게 끝없이 교육을 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교사가 되어서 교육을 하는 것은 당연한데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요즈음 아이들이 워낙에 별난데가 있어서 공부외에는 별로 신경을 안쓰는 것 같아서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우선 떠나기 전, 교사들이라면 대부분 경험을 했겠지만 외부로 수련회나 문화체험활동을 떠날때 학생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은 한방에 몇명이 들어가느냐는 것과 그 방에서 함께 생활할 친구들을 어떻
2007-06-03 19:22노후가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순전히 예감이다. 내가 아직 중년의 나이에 있고 노년의 나이에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종종 그런 예감이 든다.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제일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 50대 중반에 들어서이다. 10대적을 회상하여 보는 때가 있다. 사랑과 우정의 숨 막히는 변주곡이라 할까. 꿈과 희망의 시절임엔 틀림없다. 그 꿈과 희망의 행간에 우정과 사랑은 실로 장엄하게 펼쳐졌던 오케스트라였다. 그 시절 나는 우정과 사랑을 앓고 철학과 문학에 심취했었다. 장차 톨스토이도 될 수 있고 소크라테스도 될 수 있고 프란체스코 같은 성인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세였다. 현실세계에 대한 경험은 부족하고 오로지 책을 통해서 미래를 조망하고 꿈을 설정하던 미숙한 시절이었다. 이 시절에 맺어진 우정, 좋아했던 이성, 그리고 내가 받아들인 신앙은 내 인생의 귀중한 방향 설정이었다. 그 우정을 바탕으로 전우애, 동료애를 발전시키며 삶의 영역을 확대해왔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이 시절 한 여학생에 대한 짝사랑은 내 낭만적 연애관을 수립하고 발전시키는 데 초석과도 같았다. 열여섯 살에 입교한 가톨릭 신앙은 내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판단
2007-06-03 10:19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흐려 그런지 몸이 무거웠습니다. 새벽 세 시 반에 잠이 깨어 그 뒤로 잠을 자지 않은 탓인지 계속 눈이 감기곤 했습니다. 오늘 토요일 오후가 없었더라면 찌든 몸을 보충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만사를 제쳐놓고 오후에는 편히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몸이 훨씬 가볍습니다. 정신이 훨씬 맑습니다. 마음이 훨씬 가볍습니다. 맑은 정신이라 그런지 생각도 맑은 것 같습니다. 오늘 오전에 열심히 청소하고 계시는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우리학교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선생님이십니다. 애들이 한창 등교하는 시간에 현관으로 나가보니 검은 봉지를 들고 운동장 주변과 화단 주변과 학교 전체를 돌면서 휴지를 줍고 계셨습니다. 이 선생님은 모든 일에 모범이십니다. 수업하시는 것도 그러합니다. 청소하시는 것도 그러합니다. 선생님들을 이끌어 가시는 것도 그러합니다. 젊은 선생님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선생님이십니다. 그렇다고 승진에 뜻을 두고 계시는 선생님도 아니십니다. 부장도 극구 사양하시는 것을 교감선생님께서 부탁, 부탁해서 거절을 못하시고 맡아주셨습니다. 저는 이 선생님을 볼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생깁니다. 이 선생님이야말로 사명을 가지신 분임을 알 수 있
2007-06-02 21:57그토록 그리워하던 봄은 지나갔습니다. 그토록 붙들고 싶은 봄은 지나갔습니다.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많은 그림을 남긴 봄은 지나갔습니다. 많은 꿈을 심어준 봄은 지나갔습니다. 많은 생각을 남긴 봄은 지나갔습니다. 아쉬워 그런지 여름을 알리는 6월 첫날에도 봄의 여운은 남아 있는 듯합니다. 아직 봄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봄은 조금도 미련을 두지 않고 물러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여름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여름에게 우리 모두를 맡기고 자신을 내년을 기약하며 숨을 죽입니다. 여름은 봄에게 미안한 듯 아직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합니다. 때를 기다리는 듯합니다. 조급하지 않습니다. 느긋합니다. 언제나 조급증을 내며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저를 꾸짖는 듯합니다. 하루아침에 바꾸지 않으면 안달을 내는 저에게 여유를 갖도록 합니다. 모두가 저같은 성격이 되어 저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저와 같은 성격을 가진 선생님을 좋아하곤 했습니다. 저와 같은 성격의 선생님이 많았으면 하고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라는 공동체를 원
2007-06-01 16:58학교 선생님들이나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개최되는 각종 연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크게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포로로 잡혀온 사람, 둘째는 휴식 목적으로 온 사람, 셋째는 친교 목적으로 온 사람, 마지막으로 적극적 참여를 하고자 온 사람이 그것이다. 부연 설명할 것도 없이, 첫 번째 사람은 상사의 지시나 공문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참석한 경우로 연수 장소에 앉아 있는 일 자체가 지옥처럼 괴로울 것이다. 따라서 강의는 뒷전이고 뒷좌석에 앉아 잠이나 자게 마련이다. 둘째 목적으로 온 사람 역시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이용해 격무를 잠시라도 잊고 쉬어볼까 해서 연수를 갔으니 연수를 귀담아 들을 리 없다. 세 번째 친교목적으로 온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는 옛 동료와 잠시나마 서로간의 정리를 나눌 수 있어 좋겠지만 목적이 다른 데 있는 만큼 연수 끝나고 나서 친구와 나눌 대포 한잔에 더 생각이 미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강의를 듣는 일에 열심일 수 없다. 가장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경우는, 무언가를 배워가겠다는 확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참여한 네 번째 경우인데 어느 연수를 가 봐도 전체인원의 20%를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한 사람들을…
2007-06-01 16:57보리타작을 시작한 강마을에는 연일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기압이 낮은 날이면 빵 굽는 냄새 같기도 하고, 누룽지 냄새 같기도 한 매캐한 연기가 온 들을 휘감아 희뿌옇습니다. 황금빛으로 출렁이던 보리밭이 가뭇없이 사라진들판에는 모심기를 한 논이 보입니다. 연초록 어린 모들이 줄을 맞추어 선 무논에서 개구리 소리가 들립니다. 참으로 싱그러운 계절입니다. 운동장에는 동아리체육대회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땀을 흘리면서 이단뛰기 연습를 하느라 붉어진 은실의 볼이 사과처럼 어여쁩니다. “은실아, 연습은 잘 되니?” “아니예, 집에서 맨날 하는데 잘 안되예!” “선생님도 예전엔 이단뛰기를 잘 했는데!” “한번 해 보이소예.” 은실이의 줄넘기를 받아 몇 번의 이단뛰기를 하니, 어지럽고 숨이 찹니다. “아이고! 나이는 못 속이겠다. 예전에는 50개도 쉽게 했는데....” 은실이는 다섯 개도 못 하고 힘이 들어 하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못믿어 하는 은실이를 뒤로 하고 운동장 주변을 산책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향기로운 바람이 코끝을 스칩니다. 실습지 주변 길가 울타리 사이에 희고 노란 인동꽃이 피어있습니다. '금은화(金銀花)'라고도 불리는
2007-06-01 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