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년을 훌쩍 넘긴 일입니다.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한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일이 있어요. 초임 시절이었던 2005년, 학생들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모두 수학여행 이야기로 분주했던 5월의 화창한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일이 생겼어요. 종교적인 이유로 수학여행에 참석할 수 없는 학생 한 명을 전담교사인 제가 2박 3일 간 독대하며 수업을 하라는 거예요. 첫 수학여행에 잔뜩 부풀어 있던 제게 찬물을 양동이채 퍼붓는 느낌이었죠. 평소 카리스마 넘쳤던 부장 선생님께 망설이면서 물었죠. “꼭 그래야 하는 거예요…?”부장 선생님은 몹시 흥분하시며 “그라믄~내가 남을게, 니가 가라. 쥐방울만 한기 어데 말대답이고? 인사발령장에 잉크도 안 마른 것이! 내 참!”교감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혼난 까닭에 비참하게 무너졌어요. 터지려는 눈물을 꾹 참다가 밖으로 뛰어 나왔답니다. 우리 딸 선생님 됐다고 기뻐하셨던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면서 서글픈 마음에 한참을 울었습니다. 며칠 뒤 부장님께 찾아가 사죄 드렸고 겉으로는 화해(?)의 국면이었으나 제 마음은 여전히 부장님을 미워하고 있었어요. 눈을 마주치기도 싫었고 회의 때 목소리를 듣는 것도 싫었죠.미움은…
2017-03-18 18:36도시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는 역사다. 서울도 조선과 백제의 역사가 서린 고도(古都)다. 그러나 모든 도시가 내세울만한 시간의 깊이를 가진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부산이나 군산은 인근의 큰 고을인 동래와 옥구에 부속된 작은 항구에 불과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을 거치며 변화가 일어난 근대도시. 특히 오랜 시간 대외강경책이며 해금정책을 통해 교류가 없다가 개항을 맞아 변화한 항구도시의 변모는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그곳에서 근현대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피난민의 한, 땀 곳곳에 베인 도시 부산=부산은 한국 근현대사를 오롯이 품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작은 어촌인 부산포였지만 그렇다고 여느 고을과 같지는 않았다. 동래 왜관이라고 부르던 곳이 이전을 거듭하다가 지금의 용두산 아래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을 겪은 뒤 부산은 대일본 교섭창구였다. 그러다가 강화도조약으로 개항하며 부산은 개항장이 됐다. 일제강점기에 대륙 침략의 교두보가 된 부산은 해양과 대륙이 만나는 접점으로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이미 급격히 성장한 부산은 해방 후 한국전쟁이 터지며 더욱 주목 받았다. 수십 만 명의 재한일본인이 돌아가는 곳이며 또 수십 만 명의 재일동
2017-03-09 18:14전시 DAVID LACHAPELLE展; Inscape of Beauty독특한 극사실미와 초현실주의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데이비드 라샤펠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그는 앤디워홀의 눈에 띄며 패션잡지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점차 과잉 소비와 환경 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를 사진에 과감히 담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셀러브리티와 함께 작업한 초기작부터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Landscape’ 연작을 비롯한 최신작까지 180여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한 팝컬러 사진의 이면에 깃든 현대인들의 과대망상적인 소비와 탐욕을 조소하는 듯한 시각이 인상적이다. 2016.10.19-2017.4.2 | 서울 아라모던아트뮤지엄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로 꼽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클래식 발레의 형식과 아름다운 테크닉을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전 발레다. 이번 작품은 발레리나 강수진의 스승이자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스타 안무가 마르시아 하이데가 안무한 작품으로, 착한 요정과 악마 카라보스로 대표되는 선악의 대결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동화책의 그림과도…
2017-03-03 15:15진화(進化)는 ‘피카츄’만의 특권이 아니다. 애플사의 IOS 10.3, 민주주의 3.0,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에서 볼 수 있듯이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정치도, 산업 체계도 진화한다. 공연이라고 예외일 수 있을까. 연극이나 뮤지컬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캔버스에 고정되지 않고 무대 위에 살아 움직인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기체에 가까운 성질을 지닌다. 이런 까닭에 그 진화는 더욱 자유롭고 변화무쌍하다. ‘공연 2.0’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은, 진화한 작품들을 소개한다.공연에서의 진화는 흔히 재연(再演)이라고 하는 두 번째 시즌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공연이 처음 관객에게 공개되는 초연이 끝나면, 제작진은 관객과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반영해 재창작 작업에 나선다. 대사 몇 마디 정도가 수정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큰 뼈대만 남겨두고 장면부터 노래를 모두 교체하는 ‘대공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친절함에 방점 찍고 돌아온 더데빌=얼마 전 막을 올린 뮤지컬 더 데빌이 대표적인 경우다. 2014년 초연된 이 뮤지컬은 넘버(뮤지컬에서의 노래)의 70%를 수정하고, 3인극을 4인극으로 변경하는 대대적인 수선(?)을 거쳤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2017-03-03 15:12교총은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을 제작해 기존의 복지서비스 할인에 추가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매년 1회씩 제공됐던 복지 쿠폰을 기존의 종이 형태 대신 모바일로 변경해 회원들이 쉽게, 횟수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총 회원은 쿠폰을 통해 한화아쿠아플라넷(제주·여수·일산) 입장료를 최대 45%까지, 코모도 호텔 부산은 최대 62%까지 객실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다. 피부·체형관리업체 금단비가에서는 피부나 어깨관리 비용을 3만5000원, 유진에스테틱에서는 피부관리를 3만원에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각종 놀이시설과 리조트, 문화 공연(롯데시네마 본인 포함 동반까지 2000원 할인) 서비스, 쇼핑업체 할인 등이 추가로 제공된다. 교총복지플러스(http://plus.kfta.or.kr)에 제시된 모바일 회원증과 해당 쿠폰을 보여주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6-12-03 13:09초등학생의 알찬 방학을 책임지는 EBS 겨울 방학생활(이하 방학생활)이 출간됐다. 현직 교사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해 학기 중 수업시간에는 해보기 어려운 체험·심화학습 주제를 엄선해 담았다. 총 14강으로 구성된 '방송학습' 섹션은 학생들이 EBS2 지상파 채널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동영상을 보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볼 수 있게 구성했다. 각 강은 만화와 사진, 삽화 등 다양한 시각 자료와 대화체의 글로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학습목표에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방송은 19일부터 내년 2월 5일까지 7주간 EBS2 지상파와 EBS2플러스를 통해 볼 수 있다. 학년 당 매주 2개 강의가 2개 채널을 통해 세 차례씩 방영된다. 방송을 놓친 경우 EBS홈페이지 (http://primary.ebs.co.kr)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부록도 풍성하다. 여름호부터 신설된 '키움마당'에서는 다음 학년 국어, 수학 시간에 배울 내용과 학교생활에서 잊지 말아야 할 안전·진로·인성에 관한 내용을 소개했다. 주변 사물이나 최근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창의력을 자극하는 '창의학습', 배운 내용을 확인하고 과제물로 제출도 할 수 있는 '방송학습기록
2016-12-01 20:45하나님, 사랑하는 자에게 기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사위원님, 제 글에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발품으로 학생들의 행동을 쓸고 닦고 씻기며 어머니의 삶을 사시는 하루 종일, 두 손 닳도록 세모, 네모난 학생들의 마음을 깎고 다듬고 슬어 둥근 인성을 만드시는 하루 종일, 정성 퍼 올려 한 눈 파는 학생들 눈빛 끌어다 지식의 곳간 채워 주시는 당신은, 대한민국 학생들의 소중한 도우미 대한민국 소중한 선생님이십니다. 날마다 교실에서 진정한 교단수기를 쓰고 계시는 대한민국 모든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성장 길에 잠시 제게 1년 머물러 준 고마운 인연에 감사합니다. 졸업하는 날, 선생님은 잊고 새로 만나는 선생님과 친하고 그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모든 것을 다 배우라고 말했습니다. 졸업 후 한 바탕 들락거렸는데 다음에 오른 성적표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고운 단풍 든 가을 날, 고운 단풍 사이로 고운 모습으로 떠난 사랑하는 학생들이 그리워서 좁은 지면에 그 많은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어 작은 이야기 조금 쏟았는데 기쁨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선생님 마음대로 사랑했는데 사랑 받아준 학생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2016-10-20 15:51학교에는 좋은 학년, 힘든 학년이 소문난다. 개인적인 성향이 아닌 집단적인 성향이다. 한솥밥 먹는 성격 다른 형제들처럼 같은 교육방침, 같은 급식을 먹는데 좋은 학년과 힘든 학년이 존재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성품 좋은 학년을 만나서 꽃길을 걷고 싶은 마음은 교사의 이기심인가? 작년 6학년은 5학년 때 학폭위를 열었고 6학년 선배들에게도 덤볐던 힘든 학년으로 담임기피 학년이었다. 피하면 더 만나게 된다고 인연의 끈이 묶였다. 능숙한 목수는 굽은 나무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코이 물고기는 담는 그릇에 따라 성장이 다르다는 말을, 내 품의 크기만큼 학생들이 성장한다고 스스로 에너지를 펌프질했다. 소문의 첫 날, 교실에 들어서자 남학생들은 창가에 모여서 떠들고 여학생은 뒤쪽에 모여서 떠들었다. 자리엔 소심한 몇 사람만 앉아 있었다. 인사 대신 한 번 힐끔 쳐다보고는 계속 되는 장난…. 선생님에 대한 긴장감이 전혀 없는 태도였다. 마음속으로 내기를 걸었다. 그래도 첫 날 담임이 교실에 들어왔는데 언제까지 저렇게 서서 장난치고 놀진 않겠지. 곧 자리에 앉는 최소한의 예의를 가진 학생들이겠지. 미약한 기대를 가지고 상태를 좀 더 파악할 겸 강압적으로 앉히지 않고…
2016-10-20 15:4927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로 하고 이제 남은 6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남은 기간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의미 있는 퇴장을 준비하고자 쓴 수기가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교직생활은 사랑하는 학생들이 있고, 학교를 사랑하는 존경하는 동료선생님들이 있었기에 행복했습니다. 이 수기에 소개한 본교의 발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나라 발명교육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우리 학교에는 공부보다 발명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만나면 부족한 저 때문에 인생의 실패자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같이 발명품을 만들고, 같이 대회에 출전하고, 같이 특허출원하고, 같이 진로를 의논하고,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면서 사제 간의 정을 쌓아갑니다. 이것이 교사의 길이라고 믿으면서 퇴직하는 그 날까지 오늘도 묵묵히 이 길을 가고자 합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2016-10-14 14:06ROTC로 전역한 후 부산에 있는 광명고에서 교직을 처음 시작했다. 인문계 고교였기에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진학이 교사의 본분이라 여기고 모든 초점을 대학진학에 뒀다. 그렇게 인문계고에서 8년을 근무하는 동안 나는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게 됐다. 박사학위를 한 이유는 대학교수가 되기 위한 목적이었기에 대학 쪽에 자리를 찾던 중 경북에 있는 2년제 국립대학에 합격하게 됐다.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면서 직장을 부산에서 경북으로 옮겼다. 교사에서 교수라는 호칭의 변화, 가르치는 대상이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라는 것, 개인 교수 연구실 등 신분과 환경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대학원에서 고생한 결과의 보상이라고 생각하니 잠이 안 올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아내가 부산에 있는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고, 부모님과 아이가 모두 부산에 있는 관계로 주말부부가 됐다. 주말마다 부산에 내려오는 것과 집안에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직접 참여하지 못해 개인적으로는 매우 힘 든 시기였다. 특히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못하고, 어머니가 당뇨 등으로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장남 노릇도 제대로 못하다보니…
2016-10-14 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