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학교일이 바쁘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따위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학교에서 우리부서 요즘 바빠서 힘들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하는 일이란 것이 거의 비슷할 뿐 아니라 바쁘다는 것이 항상 그런것이 아니고 순환되기 때문이다. 즉 내가 바쁠때 다른 부서가 조금 덜 바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부서가 바쁘고 우리 부서가 좀 덜 바쁜 경우가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수업준비하고 수업하고 수시로 생활지도를 하는 일이야 말로 교사들이 가장 바쁘게 지내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학교사정을 보면 아무리 그대로 담아 둘려고 해도 바쁘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우선 우리학교(서울 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의 예를 들어 보아야 하겠다. 물론 다른학교도 사정은 거의 같을 것이라는 전제를 두겠다. 11월초에 학교평가가 잡혀있다. 이와 관련된 각종 서면자료를 준비하느라고 교사들이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체육대회, 전시회, 예술제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우리학교의 특색사업인 경제체험활동이 예정되어 있다. 그뿐 아니다. 교육청에서 주
2006-10-22 08:44"교장은 힘들고 외로운 것 같아... 학생, 교직원, 학부모, 상급 관청... 지금의 한국 교육 현실이 가파르고 고비인 것 같아. 사회 현실도 마찬가지고. 목소리만 크고 대안 부재 속에 이기심만 잔뜩하여 자기자신, 자기 집단의 이익만 챙기기 솔직히 국가의 앞날이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네. 정치도, 경제도, 교육도...... 과거에 국가발전을 목표로 묵묵히, 열심히 각자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았던 그 때가 오히려 희망이 있었고 행복했던 것 같네. 자율화, 민주화가 무언인지. 회의가 많이 생기고 두렵네." 이 짧은 내용의 글은 섬에서 교장으로 학교를 지키는 한 친구가 보내온 것 입니다. 학교의 업무라는 것은 행정적인 것도 있지만 핵심은 거의 선생님의 지도록을 통하여 발휘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선생님이 어떤 자세를 가지고 가르치는가에 따라 교육의 성패가 갈립니다. 따라서 교장 선생님은 선생님들이 꼭 가져야 할 자세를 갖고 교육에 임하도록 하는 일일 것입니다. 가장 평범한 원리로 돌아가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대접받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바램을 채워주는 교장 선생님에게 다가 서게 됩니다. 이러한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으
2006-10-21 11:12요즘 날씨가 덥고 모기가 활개치는 이상한 가을입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기더군요. 하늘도 더없이 푸릅니다. 하늘은 더욱 높아 보입니다. 햇빛은 더욱 찬란합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주말 되셨으면 합니다. 가을꽃도 구경하시고 자연을 벗삼아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푸셨으면 합니다. 때가 때인 만큼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보기가 좋습니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최후의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진지합니다. 오늘 아침 교실을 둘러볼 때도 3년 교실을 지나가는 나 자신이 움츠려집니다.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애를 씁니다. 학생들과 보조를 맞추며 함께 하는 선생님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습니다. 어느 기간보다 더 중요한 기간이라 선생님이 계시지 않아도 조용하게 공부를 잘 할 터인데도 교실에서 동행교육을 하는 모습이 가을의 국화 향기처럼 더욱 진한 향기를 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침 자습시간 교실을 돌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늘 한 구석에 있습니다. 1학년 어느 반 급훈이 ‘엄마가 보고 있다’입니다. 급훈처럼 엄마가 늘 보고 있는데 저렇게 아침마다 교실에서 공부하지 않고 자고 있으면 어쩌
2006-10-21 11:11리포터는 어제 정말 오랜만에 고3아이들의 야간자율학습지도를 했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둠이 짙어지고 덩달아 주변의 소음도 줄어들더군요. 가끔 가을감기에 걸린 아이들의 콜록거리는 기침소리와 볼펜심 딸깍이는 소리. 그리고 저 멀리 간선도로에서 들려오는 자동차의 타이어마찰음만이 정적을 깰 뿐, 사방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습니다. 가끔 학교 인근에 있는 해미공군전투비행장에서 전투기가 뜨고 내리는 굉음만 없다면 완벽한 가을밤의 고요라 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가을 훈풍에 실려오는 그윽한 국화향과 도대체 어디쯤인지 알 수도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가 가을밤을 더욱 스산하게 하더군요. 이 황홀하고도 스산한 가을밤에 우리 고3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 야간자율학습 중인 교실을 한바퀴 돌아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교실은 텅 비어있고 한 반에 서너 명만이 앉아서 공부할 뿐 나머지 학생들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교실에 남아있던 학생에게 물어보니 논술과 구술면접 준비 때문에 특별실로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특별실에 가보았더니 한밤중이었는데도 고3선생님들과 아이들은 논술과 구술면접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예상문제집을 펼쳐놓고 실
2006-10-21 09:32‘10대가 깨어나면 세상을 뒤흔든다!’라는 글을 읽고는 공감하는 바가 많습니다. ‘나라를 살린 10대들’이라는 글에는 육당 최남선 선생님에 한국 근대사 최초 문학잡지인 ‘소년’을 출간하기 시작했던 때가 18세라고 합니다.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의 10대가 문학계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유관순 열사도 한국이 낳은 위대한 10대 아닙니까? 14세에 이화학당에 입학, 15세에 삼일운동에 참여, 16세에 옥중에서 독립만세운동을 벌이다 순국한 열사 아닙니까? 10대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라를 빛내는 10대들’이라는 글에는 ‘보아’라는 가수가 소개되었는데 14세 때 SBS 생방송 인기가요를 휩쓸고, 17세 때 서울서 홍보대사로 선정되고, 18세 때는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일본열도를 뒤흔들고, 19세가 되어서 한국의 경제에 영향력을 끼치는 아시아의 대표 연예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10대에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는 10대들’이라는 글에는 2005년 11월 4일, 한 고등학생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어린이를 구해내는 일이 있었는데 지하철이 막 들어오려는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2006-10-20 21:09교정의 은행나무가 곱게 물들고 국화꽃 향기가 가을을 느끼게 하는 날(10월19일)을 잡아 학부모들에게 수업을 공개하니 참관하라는 가정통신을 내 보내놓고도 걱정이 되었었다. 평소에 학부모에게 수업을 공개하라면 담임교사들이 부담을 가질 것 같아 1년에 한번 있는 요청장학을 받는 날을 수업공개의 날로 잡았다. 장학일정 중 11시20분부터 1시간 수업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11시가 되어 교문을 주시해 보아도 학부모님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농촌에 일손이 바빠서 못 오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11시 5분이 되니까 몇 분의 자모가 교문을 들어서는 것을 발견했다. 잠시 후 예상보다 많은 자모님들이 새로 만든 교문을 들어서는 모습을 본 순간 농촌지역 학부모들도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무부장을 시켜 안내방송을 하게한 다음 교무실로 들어오게 하여 따듯한 차 한 잔을 대접하였다. 자녀교육에 도움이 될만한 유인물(독서지도 법,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을 주어 참고 하도록 하였다. 그 동안 변모한 학교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급식소에 무대가 없어서 각종행사를 하는데 지장이 많았는데 교육감지원사업으로 완성된 무대와 막을 보고 너무 예쁘게 잘 되었다 고하며
2006-10-20 17:353일간의 중간고사가 끝이 났다. 바뀌는 대입에서는 내신 성적이 강조되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성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시골의 조그마한 학교지만 나름대로는 자신의 내신 성적 관리에 철저를 기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심 교사로서 아이들이 두렵기도 한편으로 부듯하기도 하다. 농·어촌의 조그마한 고등학교에 몇 년 근무하다 보니 자칫 아이들의 교과 지도에 소홀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특히 아이들의 수준이 여타 도시의 아이들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에 교과 연구나 학습 지도면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스스로를 채찍질 해 보기도 한다. 시험조차 동기유발 되지 않는 아이들 중간고사를 치기 며칠 전부터 아이들에게 시험 문제 좀 제대로 보라고 강조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내신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성심을 다해서 시험을 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양도 문제지만 시험에 대한 절박함이라는 것이 애시 당초 없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 시골 학교에 발령을 받고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었다. 50분 시험에 10분도 안 되어 시험을 다 치루고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많았다. 내심 시험 낸 사람의 성의를 무시한다 싶어 아이들을 독려하기도 했
2006-10-20 14:48오늘 달력을 보니 수능이 27일 남았다. 학기초에 300일이 넘는 숫자로 카운터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능이 코앞이다. 굳이 '세월이 쏜살같다'는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세월의 빠름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지루하고 무더웠다. 학생들은 살인적인 폭염과 싸우면서도 이런 날들을 잘도 견디어 냈다. 푹푹 찌는 열대야 현상과 입시에 대한 중압감을 오직 해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 하나만으로 견뎌낸 학생들이 참으로 장하고 대견하다. 2006년 10월 중순. 서서히 고등학교 생활이 종착역으로 치달으면서 아이들 인생에도 희비가 찾아오는 것 같다. 일찌감치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은 여유와 느긋함으로, 또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에 더욱더 공부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지금 고3 교실을 보면 마치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명암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웃는 자가 있으면 우는 자가 있듯이 말이다. 학기초에는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하였건만, 겨우 8개월만에 이렇게 인생이 뒤바뀐 것이다. "시험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흔히들 말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정 반대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시험은 인생의 전부
2006-10-20 14:47선생님, 가을을 의미있게 보내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아침마다 가을운동을 하시는 분이 우리학교에는 많습니다. 체육관에서는 배드민턴을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운동장에는 폭신폭신한 트랙을 돌면서 운동을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나름대로 건강관리로 하루를 시작해 의미있게 살아간다 싶어 부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운동하는 시간에 출근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해 봅니다. 어제 오후는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전국체전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학교 테니스 선수 한 명이 테니스부 개인전에 결승전에 올라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전국체전에 결승 올라간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의미가 큽니다. 의미가 남다릅니다. 우리학교에 테니스부가 75년에 창단하였지만 지금까지 전국체전에서 입상 한번 하지 못했습니다. 작년에 겨우 3위를 차지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결승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것은 커다란 수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숨은 노력과 남다른 열정과 인내와 가르침과 지원이 더욱 많았기에 이런 의미있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교장선생님의
2006-10-20 08:50교장으로서 정년퇴임하는 분의 근정훈장을 처음으로 보았다. 근정훈장에는 청조, 황조, 홍조, 녹조, 옥조 다섯 가지가 있는데 공무원(군인·군무원 제외)으로서 직무에 정려하여 공적이 뚜렷한 자가 해당부처 장관의 추천과 주무부처의 심사를 거쳐 받게 된다. 그런데 평생 한 번 타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이 영예로운 훈장증이 띄어쓰기가 틀렸다. '헌신 봉사 함으로써'를 '헌신 봉사함으로써'로 붙여써야 하는데 틀린 것이다. 총무처, 국무총리실, 청와대에서 훈포장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 중에서 띄어쓰기에 신경을 쓴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띄어쓰기를 모른다는 말인가. 혹자는 그럴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갖고 트집잡는다고. 트집이 아니다. 공무원으로 평생 봉직하고 떠나는 사람에게 대통령이 주는 훈장증은 용어 하나하나가 정확하고 상장 만드는 데도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봉직하고 퇴직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래야 한다. 교육적으로 어긋남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 '귀하'라는 용어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훈장에 나타난 표현을 보니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권위주의에 물든 느낌이 든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못된 권위주의는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
2006-10-20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