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드디어 나흘 간의 1학기 기말고사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새벽부터 아이들은 비장한 각오로 등교를 하더군요. 오늘은 아침마다 실시하던 담당구역 청소도 잠시 접어두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기 위해 일찍부터 공부만 합니다. 오늘 시험으로 아이들은 1학기 동안 배운 학습내용을 총체적으로 점검 받게 됩니다. 특히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오늘 시험이 바로 대학입시와도 직결되므로 더욱 긴장합니다. 우리 교사들도 농부가 가을에 농작물을 수학하는 심정이 되어 덩달아 긴장하게 됩니다. 혹시라도 있을 부정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오늘은 학부모님들까지 아홉 분이나 시험감독으로 초빙되었답니다. 각자 선생님들과 한 팀이 되어 교실로 향하는 어머님들의 표정이 복잡합니다. 치열한 입시에 내몰린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혹시라도 있을지도 모르는 부정행위에 대한 걱정으로 어머니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자녀들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들의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만이 뚜렷합니다. 시험을 치르는 교실은 지금 무거운 정적만이 감돌고 있습니다. 사각사각 볼펜심 구르는 소리와 여
2006-07-04 16:34선생님, 벌써 7월 4월입니다. 오늘이 시험 마지막 날이네요. 오늘 하루만이라도 마음 편안하게 가지시고 여유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침 7시 5분 전에 출근을 하니 한 학부형께서 차를 몰고 학교 안까지 들어오네요. 쳐다보니 한 학생이 차에서 내려 체육복 차림으로 교실에 들어가더군요. 그 학부형에게 다가가 정중히 말했습니다. "‘학부형님, 제가 이 학교 교감인데요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차를 학교에까지 가지고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학부모들마다 차를 가지고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리고 체육복을 입고 오면 안 됩니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가리키며 어디 체육복 입고 오는 학생들이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앞서 '선생님 기 좀 살리는 정책을!'이라는 제목에서 지적한 대로 아침부터 이웃학교의 무식한 학부모처럼 막무가내로 대들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학부형이었습니다. 아주 미안한 듯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시는 걸 보면 오히려 저가 미안할 따름이죠. 아침부터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지만 학생과 학부형의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을 위해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 학부형께서
2006-07-04 10:58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교육 부총리로 내정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했다는 ‘이 정부가 한 사람 바뀐다고 정책이 크게 바뀌진 않는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지금 교육계에는 해결이 시급한 당면과제들이 많다. 외고 지역제한, 자립형 사립고 확대, 고교학군 조정 등 교육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다 교육 황폐화의 주범으로 지탄받는 사안들이다. 대부분 학생, 학부모, 교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어 수정, 보완이 불가피한데도 결국은 교육정책 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김병준 부총리 내정자가 김진표 전 부총리와 같이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측근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어떤 일이든 내가 옳다는 신념이 강한 대통령이다 보니 타협보다 고집으로 몰아붙이는 일이 많아 교육을 생각했다기보다는 본인의 의도대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코드’ 인사였음이 명백하다. 나무의 뿌리가 튼튼해야 하듯 교육도 기초, 기본교육이 잘 이뤄져야 한다. 초중등교육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교육부의 수장이 되어야 한다. 김병준 부총리 내정자는 왜 교원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백년대계’라는
2006-07-04 10:537월 2일 일요일. 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다가 2월말일자로 퇴임을 하고 4개월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그 동안 여기저기 바쁘게 나돌아다니느라고 전임지 선생님들과 몇 번의 통화만 하였을 뿐 만나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미 떠난 사람이기에 자주 전화를 하는 것도 귀찮지 않을까 싶어서 전화하기도 어렵다. 또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께 공연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서, 될 수 있는 한 개인적인 일이 있어도 함부로 전화하는 것도 조심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민속박물관에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바로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꼬마제자 김령희 양(현재 3학년)이 찾아온 것이다. 엄마와 함께 찾아온 령희는 우선 나를 보고 반가워서 뛰어와서는 "교장선생님" 하고 부른 것이었다. 나도 너무 반가웠다. 가서 손을 붙잡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께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가장 나를 따르던 귀여운 제자가 찾아왔습니다. 전자도서관에서 가장 독후감을 많이 쓴 수제자이지요." 하고 소개를 했더니, 그 선생님도 알겠다는 듯이 "아, 그 독후감 잘 쓴다는 아이예요?"하고 응답을 해주었다. 그렇다고 하면서 잠시 프론트를 혼자…
2006-07-03 21:16화초를 가꾸는 우리의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우선은 나 이외에 또 다른 생명체가 곁에 살고있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는 것일테고, 덤으로 눈과 마음의 즐거움까지 취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가 화초를 가꾸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되리란 생각입니다. 오늘 수업을 끝내고 복도를 지나다 고추가 주렁주렁 열린 고추밭을 보았습니다. 복도에 웬 고추밭인가 했더니 그동안 아이들이 기르던 고추묘목에 일광욕을 시키려고 신발장 위에 옹기종기 내다놓은 거였습니다. 그래서 발냄새 나는 신발장이 하루아침에 싱그러움이 가득한 정원으로 변했더군요. 그것도 다름 아닌 고3 복도. 우중충한 회색 빛깔의 삭막한 복도풍경과 파릇파릇한 고추나무가 도열해 있는 복도풍경이 묘한 이질감을 줍니다. 그런데 그 이질감이 단순한 이질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상야릇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는 마력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고추화분은 공부에 찌든 고3 학생들을 위해 담임 선생님께서 배려한 것일 겁니다. 비록 작은 배려이지만 참으로 그 마음씀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치열한 입시경쟁의 와중에서 잠시 눈을 들어 생명의 환희를 느껴보라는 숨은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교사들이 아주 조
2006-07-03 17:33지난 토요일 오후 상명대부속여고 권희정 선생님께서 ‘독서로 구술잡기’코너에서 이케다 아키고의 ‘열네 살의 철학’이란 책을 소개한 걸 읽어보았는데 "너희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걸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렇지 않으면 참 시시하다고 생각하니?"라고 처음부터 십대들을 자극하면서 ‘멋져’파와 ‘시시’파의 반응으로부터 ‘산다는 것’을 파고 든다고 하는 글을 접하면서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 ‘멋져’와 ‘시시해’ 중 어떤 반응을 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학생들은 과연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 ‘멋지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시시하다’고 생각할까? 또 담임선생님을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자기를 가르치는 교과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학교에 있는 모든 선생님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참 멋지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시시해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선생님은 아무 특징이 없어요, 밋밋해요, 시시해요’라고 학생들이 반응한다면 뒤통수 한 대 맞은 듯이 멍하지 않겠습니까? 일요일 저녁식사에 어느 방송국에 ‘당연하지’라는 내용으로 두 연예인이 나와 대화하는 것을 보았는데 강호동씨가 나와서 신인 연예인에게 ‘백두장사 ○회, 천하장사 ○회,
2006-07-03 08:24한국의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정신문화는 무엇인가? 라고 외국인이 질문을 한다면 누구나 그것은 “효의 문화다”라고 쉽게 대답할 수 있다. 효란 웃어른을 곤경하고 자신을 길러준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깊이 알게 하고, 나아가서는 사회에, 국가에, 공헌하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효의 문화는 광의로 본다면 호연지기를 길러가는 개척정신보다는 협의로 나타나는 인간과 인간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쉬〜쉬’ 문화가 ‘워〜워’ 문화로 문화란 항상 그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주한다. 청소년 문화가 이런 사회적 변화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그러기에 그 나라의 주된 문화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그래도 청소년의 톡톡 튀는 유동적인 문화가 화제거리가 되고 기성세대는 그 문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문화비평에 펜을 들게 된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되고 각종 전자장비들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음에 따라 청소년문화는 엄지족문화라고 할 정도로 손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없이 기계와 앉아 있어도 웃음을 자아내고 웃음이 없는 기계 앞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해 가는 청소년의 카타르시스 문화
2006-07-02 17:53일요인데도 불구하고 학교에는 공부하러 나온 아이들이 참 많네요. 자세히 보니 3학년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마 7월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에 대비도 하고 또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 시험공부도할 겸 나온 모양입니다. 메리야스차림을 한 채 아예 복도에다 책걸상까지 내놓고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미래의 꿈을 향해 이 찬란한 칠월을 잠시 책상 서랍에 넣어둔 채 독서삼매경에 빠져든 젊은이의 모습은 바라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뿌듯합니다. 리포터 또한 한 때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는 밥을 굶어도 배고픈 줄을 몰랐고 도서관에 제일 먼저 들어갔다가 제일 나중에 도서관 문턱을 나서며 바라본 밤하늘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지금의 저 아이들도 세월이 흐르면 분명, 오늘의 이 고생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반추할 겁니다. 리포터는 오늘에서야 벽에 걸린 6월의 달력을 뜯어내며 새삼 세월의 빠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정녕 세월을 더디 가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2006-07-02 17:532006년 ‘사랑나눔 아나바다’ 장터 개장을 하루 앞두고 고학년 학생 및 학부모들과 교직원들의 장터 꾸밈이 끝난 한가로운 오후다. 교장실에 5학년 여학생들 칠팔 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작년부터 체험을 통한 경제교육 및 바람직한 인성교육을 위한 아나바다 장터 운영을 교육과정화 하였다. 학생-학부모-교직원들로부터 수집한 불용물품을 저가로 판매하여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교장 선생님, 부탁이 있어요. 저 찜해 둔 것 있는데.” “오 그래. 뭔데?” “인라인 스케이트요. 내일은 우리 5학년부터 사게 해 주세요. 작년에 늦게 가서 사고 싶은 것을 못 샀단 말이에요.” “전 많이 살래요. 그 돈으로 이웃돕기 하니까 많이 사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건을 전시하면서 보아 둔 물품을 꼭 사고 싶은데 학년별로 장터 이용시간을 배정하기 때문에 늦게 가면 못산다는 얘기다. 다른 때는 많이 사면 안 되겠지만 이웃돕기 성금으로 쓰니까 많이 사도 괜찮겠다는 얘기다. “싸다고 아무것이나 사면 안 된다. 꼭 필요한 물건만을 사야 한다. 우리가 낸 물건값은 어려운 이웃돕기에 쓰니까 성금을 낸다는 마음으로 필요한 것을 사자.” 개장이 선언된 뒤 교장선생님
2006-07-02 09:40요즈음 학교 체벌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의 마구잡이식 체벌로 인해 또 다시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녕 무엇이 교육적인지를 떠나 폭력은 그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체벌의 대상이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 아이들이었기에 더 안타까웠다. 그 어린 아이들이 언론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일부 교사들에게 손으로 따귀를 맞거나 겁에 질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은 체벌의 범위를 넘어서 폭력이라고 밖에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그 아이가 받은 상처와 아픔을 생각하면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우리 아이 혼 좀 내달라고요! 수많은 일선 학교 선생님들이 과연 '체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어느 정도까지는 허용되어야 한다고 답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학부모들도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는 체벌의 필요성을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었을 때는 그 교육적 범위라는 것이 애매하게 작용하기 일쑤이다. 특히 학생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손상을 입었을 때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필요한 경우에는 체벌이…
2006-07-01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