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역에서 야간열차를 탔다. 부다페스트까지 약 9시간이 걸린다. 6명이 함께 타는 비좁은 쿠셋(침대칸) 꼭대기 칸에서 선잠을 잤던 것 같다. 덜컹거리는 소리에 가끔 잠에서 깼고, 지금쯤 국경을 넘어가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가끔 차창을 스쳐 가는 가로등 불빛에 눈이 부시기도 했다. 부다페스트역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였다.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역사 밖으로 나오니 이방인을 제일 먼저 반기는 건 역시나 잿빛의 하늘이었다. ‘동유럽표 가을 하늘’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우중충한 하늘. 어디에선가 잔뜩 몰려온 두터운 먹구름이 부다페스트 시내를 뒤덮고 있었다. 무거운 트렁크를 끌며 반질거리는 돌바닥 길을 가는 동안 귓전에는 내내 ‘글루미 선데이’의 아련한 선율이 맴돌았다. 헝가리 하면 반사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음악. 1935년 헝가리의 무명 작곡가 레조 세레스는 연인인 헬렌에게 실연당한 아픔을 담아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을 썼다. 그런 사연이 있어서일까? 음반이 출시된 지 8주 만에 헝가리에서만 187명의 자살자가 나오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이 노래를 들으며 목숨을 끊었다. 레조 세레스 역시 자기 노래 때문…
2023-07-05 10:30
음악선택 과목 속 이상하고 특이한 과목 1학년 입학 직전, 본교 신입생들은 약간의 고민에 빠진다. 자유학기? 자유학기라는 말도 생소한데 이것저것 수업을 선택하라고 한다. 그것도 영역별로. 게다가 음악은 노래하고 악기 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학생들은 “음악인데 왜 산업 어쩌고 하는 수업을 해요?”라며 “선생님! 이거 기술 아니에요?”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러면 왜 음악교사가 에듀테크에 문을 두드렸을까? 음악은 고대 인류에서부터 역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어 왔기에 방대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배워야 할 가치가 충분한 것들이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나는 청소년들, 특히 본교와 같은 남학생들의 경우 일상에서 즐기는 음악의 95% 이상은 만들어진 지 채 30년이 되지 않은 음악, 곧 대중음악·전자음악이다. 여기서 이제 교육철학적 갈등이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클래식음악)를 먼저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이들이 살고 있는 근간 세계의 산물(대중음악·전자음악)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줄 것인가. 나는 후자를 택했다. 그렇게 탄생한 ‘음악으로 만나는 4차 산업혁명’ 4년 전쯤에도 같은 고민으로 ‘대중음악여
2023-07-05 10:30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가 지난 16일 공개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사례는 충격적이다. 실제 이런 일이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학생을 눈으로 흘겨봤다고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고, 급식에 나온 반찬을 골고루 먹으라고 했다가 아동학대범으로 몰린 교사도 있다. 시험문제를 어렵게 출제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 여교사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팔에 댄 뒤 아동학대로 신고한 남학생, 심지어 교사를 폭행하고서도 아동학대로 맞고소한 학부모 등 교육현장은 지금 무차별 아동학대 신고에 고통받는다. 이러한 사례들은 교총이 지난 6월 1일부터 7일까지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권침해 및 학습권 침해를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무분별 아동학대 신고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급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발생했다. #01 어느 유치원 교실. 엄마한테 가겠다고 뛰쳐나간 원아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드러누워 발을 구르는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이를 본 학부모가 ‘아이의 팔을 잡아끌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선생님이 친구들끼리 박치기를 시켰다”는 유치원생의 거짓말 때문에 곤욕을 치른 교사도 있다.…
2023-07-05 10:30
뉴진스의 하입보이 작년 최고의 인기곡 중 하나는 가수 뉴진스(NewJeans)의 ‘Hype Boy’일 것이다. 교실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실에서 질문만 하면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대답과 함께 그 춤(?)을 추는가 하면, 졸업식 날에는 Hype boy로 춤을 추며 입장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좋아하는 가수들의 음악에 빠져있는 동안 나도 뉴진스 제작자 민희진 대표에게 푹 빠져있었다. 민 대표의 인터뷰를 3번이나 정독했는데 ‘인간으로서의 나’와 ‘교사로서의 나’에게도 자극이 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개인적으로 영감을 많이 얻은 인터뷰 부분을 소개한다. “나는 공식을 깨고 싶은 사람이다. …(중략)… 시장에 다양한 생각이 출몰하길 바란다. 아이돌에게 관심이 없던 아트디렉터 출신이 만든 일이다. 여기 시사점이 있다.” “궁극적으로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뭘 말하고 싶은지, 그래서 이 일이 우리에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 공들여 설명한다. …(중략)… 불어 넣고 끌어내고, 그리고 그것들을 의도대로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방향키를 운전하는 것이 나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이다.” 출처: http://m.cine21.com/news/view/?mag_i
2023-07-05 10:30
2023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87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는 전형적인 학교폭력으로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엄석대라는 인물이 나온다. 엄석대 왕국의 위용은 대단하여 전학을 와서 그나마 저항하던 한병태마저 굴복하게 만든다. 엄석대의 왕국이 무너진 것은 학교폭력을 방조하던 ‘최 선생’에서 ‘김 선생’으로 담임이 바뀌게 된 다음부터다. 김 선생은 우선 엄석대를 체벌하여 잘못을 자백하게 한 뒤, 학급의 아이들에게 엄석대의 잘못을 하나씩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했다.결국 엄석대는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들은 폭력에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36년 전 국내 유수 문학상의 대상까지 받은 이러한 이야기가 2023년에 교실에서 펼쳐진다면 결론은 전혀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일단 엄석대나 그 학부모는 체벌을 가한 김 선생을 아동학대죄로 경찰에 고소할 것이다. 그렇다면 김 선생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를 드나들고, 기소라도 당하면 형사법정을 드나들어야 한다. 피해학생들이야 형사미성년자라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엄석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알린 학부모는 엄석대와 그 부모로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다. 학교폭…
2023-07-05 10:30
교육부가 교사의 인사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수업가산점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교원승진 및 보수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 새로운 인사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교원역량혁신추진위원회(추진위)는 지난 3월 30일 1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들을 논의했다. 이날 교육부가 추진위에 상정한 교원역량혁신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수업 잘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가칭)수업력 제고 유공가산점을 신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수업력제고 유공가산점은 공통가산점으로 분류돼, 확정되면 승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I 디지털교과서 적용을 기점으로 교실수업의 혁명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교육부가 디지털 역량을 수업가산점의 주요 척도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교육부는 추진위 연구·검토를 거쳐 내년에 교원 승진규정 개정을 포함한 인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업가산점의 주요 척도로 디지털 역량 거론 수업을 잘하는 교사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학교교육의 중심을 수업에 두겠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챗GPT의 등장으로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커다란 충격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
2023-07-05 10:30
디지털 대전환 시기를 맞아 미래사회는 변화의 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럴수록 미래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며, 교육의 중심인 학교에서부터 그 방향을 바르게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경기교육은 ‘자율·균형·미래’의 3대 원칙을 바탕으로 기본과 기초를 갖춘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기초역량과 기본 인성교육 강화, 인공지능 기반 에듀테크 활용 교육 확대, 지역교육협력 플랫폼 구축으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미래사회에 걸맞은 교육의 방향을 세워가고자 한다. 기초역량의 강화 기초역량은 무엇보다 학생이 갖춰야 할 행복의 중요 조건이다. 향후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포함해 의사소통능력·학습력 등 기초역량을 먼저 갖춰야 한다. 경기교육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멘토링 플랫폼을 구축하고, AI 코스웨어를 활용한 1:1 학습운영, 기초학력학습지원 전문교사 인력풀을 구성해 학생의 기초에서부터 심화에 이르기까지 학습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떨어진 기초체력과 학습, 사회성 회복을 위해 초등 3·4학년을 중심으로 맞춤형 ‘더(T·H
2023-07-05 10:30
“교육혁신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세계가 급변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미래의 직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교육혁신을 통해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열정을 키우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챗봇의 의견입니다. 교육혁신에 대한 2,000자 칼럼을 써달라고 부탁하자마자 챗봇이 불과 3~4초 만에 뚝딱 써낸 글의 서두입니다. 놀랍도록 논리적이지만 다음 문장이 한층 더 놀랍습니다. “교육혁신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교육혁신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혁신을 위한 노력은 정부·학교·학부모·학생들이 함께해야 합니다.” 챗봇은 혁신의 가장 어려운 심리적인 부분마저 예측합니다. 서둘지 말라, 그리고 서로 탓하지 말고 협업하며, 각자 해야 할 부분을 책임 있게 하라고 애정 어린 조언마저 곁들였습니다. 힘든 만큼 좋은 결과도 있을 테니 견디어 내라고 격려까지 합니다. 이 답변에 감탄하면서도 섬뜩하고 초라해지는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생각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꿰뚫어 보는 것 같고, 우리를 마치 달래야 하는 어린애
2023-07-05 10:30필자가 디지털교과서를 처음 접한 것은 학교에서 디지털교과서 관련 연구학교를 진행하기 시작한 2017년이다. 그 당시 디지털교과서로 제작된 과목은 과학·사회·영어교과만 있었다. 하지만 과학수업은 주로 강의식으로 이뤄졌다. 때때로 시범 실험 등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마침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이번 기회에 나의 과학수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겨울방학에 디지털교과서 강사 교원연수를 받으며,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처음 디지털교과서를 살펴본 솔직한 생각은 그냥 기존 서책형 교과서를 PDF 파일로 변환하고, 거기에 몇 개의 보충·심화자료, 동영상자료, 이미지자료, 평가문항 등을 추가한 형태였다. 그나마 과학 디지털교과서는 중간에 실감형 콘텐츠(AR·VR·360)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조금은 흥미를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상했던것 보다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또 수업에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학생들의 에듀넷 계정 생성부터 부족한 디지털기기(처음에는 1인 1
2023-07-05 10:30
들어가며 학교자치, 교육자치, 학교 민주주의, 학교 자율경영, 학교자율화 등 그동안 학교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와 현장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정부에서도 이와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1999년, 학교에 자율성을 보장하여 단위학교가 주체되어 학교교육과 관련한 핵심적 의사결정을 하는 학교단위 책임경영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학교자율화 정책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 되었음에도 2018년 OECD 국제통계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학교교육체제 내에서 학교가 차지하는 의사결정 비율은 OECD 평균인 3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로 나타났다(박은주, 2021). 이제 미래사회의 변화 요구에 부응하고, 미래학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다양성·유연성이다. 학습자의 특성과 요구, 지역의 실태 및 개별학교의 특수성에 맞춰진 ‘학교자율운영’은 큰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학교자율과 학교자율역량의 의미와 교육공동체가 함께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학교자율운영을 위한 실천사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살펴보고자 한다. 학교자율의 의미 김용(2022)에 의하면 1990년대 중반 학교단위 책임경영제, 학교자율화 정책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는 학교자치가 학교 변화로…
2023-07-05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