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책을 써 보려고 하는데요. 어떤 주제가 좋을까요?” 종종 선생님들이 궁금한 걸 문의하세요. 책을 쓰고 싶은데, 어떤 주제를 골라야 할까요? 정말 어려운 문제에요. 원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주제에 따라서 출간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니까요. 만약, 자비 출판으로 책을 출간하는 것에만 만족할 수 있다면, 돈을 들여서라도 그냥 쓰면 될 거예요. 하지만, 책 한 권을 내기 위해서 몇백만 원씩 돈을 들이고 팔리지 않는 책을 집안에 빼곡히 쌓아두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아깝기도 해요. 책을 쓰는 일이 사실, 힘들거든요. 글자 포인트 10포인트로 A4용지 100장 분량 이상의 글을 써야 한 권의 책이 나올만한 분량이 되니까요. 책을 쓰려면 일단 주제 선정이 중요해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게 함정이지요. 책을 쓰기 시작하던 때, ‘초보 작가’의 마음. ‘이런 이야기를 쓰면 출간이 되겠지?’하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고민하고 제안서를 만들었던 때가 있었어요. 불과 6년 전이었지요. 기획 의도부터 타깃 독자층, 목차와 샘플 원고를 제안서에 담아서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냈지요.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2~3주. 어떤 출판사에서는 정중하게 ‘고민해 보았으나…
2020-09-10 18:46코로나가 재유행하고 있다. 처음보다 긴박한 시점이다. 교육 분야에도 뉴노멀 시대가 왔다. 교육에 있어서 비대면 수업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을 교육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왔다. 바야흐로 교육 뉴노멀 시대다. 코로나19는 새로움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계획된 교육과정의 탈피다. 코로나19는 연간 학교교육계획과 학년·학급 교육과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더는 고정적인 학사일정이나 교육과정 운영계획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 순발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교육청의 지침을 마냥 기다리는 것으로는 학교 현장에서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교육 뉴노멀이 요구하는 것들 교육 뉴노멀은 교과서 중심의 수업 현장을 역량 중심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교과서는 계획적인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은 유동성이 높아서 교과서대로 가르치는 것은 한계가 너무 많다. 대면 중심으로 짜인 교육과정을 비대면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무엇으로 가르치든 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 뉴노멀은 학습의 장소도 구분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대면 수
2020-09-10 18:432006년 3월 1일 충북 괴산의 목도리에 위치한 작은 시골 중학교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전교생 학생 수는 60명이 안 되었습니다. 새로 부임한 교사 소개를 하는 첫날! 애국가 제창을 부르는 몇 안 되는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는 그 공간을 가득 채워 너무나 감동했습니다. 또한 가슴 떨리며 소개를 받고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순수한 모습이 저에게 가슴 뜨거운 애정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23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3학년 담임을 배정받은 첫 시간! 교실에 들어서니 정적 속에 아이들의 눈동자는 저에게 온전히 와 있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잠시 저 자신을 소개하고 학생들 모두도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쑥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겨우 이름 석 자만 말하는 아이, 웃음 가득 담아 애교부리며 소개하는 아이, 늠름하고 씩씩한 아이, 살포시 자신을 드러내며 다소 길게 소개한 키 큰 여학생… 자신은 실장이라고 덧붙이더군요. 유난히도 실장은 듬직함이 보였습니다. 첫날 종례를 마치고 뒤따라온 실장은 저에게 찾아와서 학급 아이들의 특징을 알려주었습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여럿 있었고, 저는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20-09-10 18:40새 학기를 앞두고 갑작스레 코로나19가 불러온 학교현장의 사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니 되레 더 강화된 방역지침과 장기화된 원격수업으로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누적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초유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역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유치원 생부터 인생의 중요한 시기인 고3 학생까지 ‘노심초사’ 이들을 대하는 모든 교사의 정신적, 신체적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방역지침 준수를 위한 각종 업무는 기본이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에 따른 출결 확인, 거리 두기 안전 급식, 긴급돌봄, 그리고 현 상황 하나하나에 대한 민원 대응까지, 이렇게 7개월이 흘렀다. 맘 카페보다 늦은 소위 ‘뒷북 공문’과 불과 1주일 등교했음에도 ‘교복 만족 실태조사’를 하라는 관성적인 공문을 보며 느꼈을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교시만 수업해도 침과 땀에 흥건히 젖은 마스크에 더해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으로 고통스럽다. 유치원의 원격수업을 빌미로 아예 자녀를 퇴원시켜, 차라리 양육수당이라도 받겠다는 학부모의 처신에 자괴감마저 든다. 상·하위권의 학력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교
2020-09-07 15:59‘교육부 잘났다. 긴급돌봄교실에 어쩔 수 없이 보내는 부모 심정은 모르는 거냐.’ 지난달 25일 전면 원격수업 결정 후 올라온 어느 글의 요지이다. 코로나19의 위급한 상황과 관련해 교육과 정부 당국에게 교육 제도와 사회 기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래의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선 고3은 사면초가다. 전면 원격수업에도 고3만은 매일 등교하며 기숙사 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한다. 수시 및 수능 등 준비된 일정이 즐비하다. 생명의 문제에도 예외를 둘만큼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라고 위로할 뿐이다. 수험생 추가 지원 방안 유무에 대한 교육부와 대교협 간의 해프닝은 대입 일정 진행에 대한 어려움과 예민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갑작스러운 전면 원격수업 시행처럼 불가피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필요 인력 및 적절한 운영, 갑작스러운 격리 시험 대상자의 출현 등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안전만이 아니라 일정 진행의 적절성과 공정함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 현 상황의 준비도 어렵지만 돌발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해서 발생과 동시에, 혹은 한 발 빠르게 대처하고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입과 무관한 고3들
2020-09-07 09:13“선생님, 학교폭력으로 책을 쓰면 어떠세요?” 처음 책을 냈던 출판사에서 전화를 받았어요. 함께 작업하던 편집자님께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바람에 새로운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책을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원래 책을 내던 출판사에는 ‘제가 책을 쓸 시간이 없어서요'라는 말로 새로운 책의 계약을 에둘러서 거절했었어요. 자꾸 거절하다 보니 이번에는 학교폭력은 업무를 담당하니까 학교 업무도 하면서 책도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주더군요. 사실, 출판사 입장에서 학교폭력은 별로인 주제에요. 소구점이 없거든요. 힘들기는 한데 굳이 그걸 책으로까지 읽고 싶지는 않은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해주는 바람에 고민이 생겨요. ‘한 번 써볼까?’ 하고요. 어차피 학교폭력 업무를 하고 있으니까 학부모님들께 할 말이 많거든요. ‘학교폭력 사안이 있으면 합리적으로 감정을 표현해주세요.’ ‘학교에 전화해서 선생님에게 소리 지르지 말아 주세요.’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에게 화내지 말아 주세요.’ ‘감정싸움은 학부모님들끼리 해주세요.’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별일이 다 있어요. 대뜸 전화해서 소리부터 지르시는 학부모님. 사안 때문에 상담
2020-09-03 13:53‘처음’이란 단어에는 설렘이 묻어납니다. 첫눈의 새하얀 모습, 첫사랑의 두근거림, 첫 여행의 기대는 순수한 떨림과 마주하게 합니다. 어느 학교에 가도 ‘첫 학교’인 서울한강초에서의 기억만큼 가슴 설레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얼마 전 방을 정리하다 대학 때 쓰던 수첩을 발견했습니다. 공부 계획을 적는 칸에 ‘선생님이 되고 나서 할 일’이라는 버킷 리스트가 적혀 있었습니다. 임용고시 준비로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하던 때 기운을 얻고자 적은 것들입니다. ‘혼자 영화 보기’와 같은 작은 것부터 ‘다이어트 하기’처럼 큰(?) 소원까지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생각보다 이루어진 것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소망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내 교실 갖기’였습니다. 교생실습을 할 때 자신의 교실에서 교실의 또 다른 주인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담임 선생님이 얼마나 멋지고 부럽던지요. ‘내 교실에서 내 아이들과 수업을 할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해서 월급을 안 받아도 좋을 것 같아!’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 제가 서울한강초에 발령받아 내 교실이 생겼으니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이 되나요? 주말에도 학교에 와 교실 한 번 둘러보고, 엄마까지 대동해 쓸고
2020-09-03 13:50올해 1학기 종업식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개인 건강을 잘 지켜 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영상으로 전하며 여느 때보다 아쉽고 그저 미안한 마음으로 여름 방학에 들어갔다. 힘들더라도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급적 가지 않도록 하고, 손을 자주 씻으라는 당부를 하며 그렇게 방학식을 했다. 방학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년 부장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학기에는 3분의 1 학생이 등교해 수업을 받았는데 2학기에는 3분의 2 학생이 학교로 나와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은 매일 등교를 권장한다고 하니 우리 학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달라는 것이었다.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몇 년 전 연구부장을 하고 있을 때 함께 근무했던 교감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결정하기 힘든 일이 생길 때 첫 번째로 고려할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학생에게 유익한가를 보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판단이 서지 않으면 교사에게는 어떤가를 고민해 보는 것이 두 번째 할 일이라고 하셨다. 그런 해결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은 제대로 된 판단을 내기에 역부족임을 느꼈다. 그러고 얼마 후, 그렇
2020-09-03 13:48생각해보니 그 아이 때문에 내가 지난 1년 동안 힘들었거나 교사로서 아이들 지도에 부담을 느꼈었던 기억은 전혀 없다. 누가 보더라도 그 아이로 인해서 뭔가 힘들었어야 당연할 것인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1년이 지나갔던 것 때문일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그 아이는 물론 그해 우리 반 모든 아이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3월 2일 새 학기가 시작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온 6학년 교실. 2년 전에 지도했던 아이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처음 만나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이 아이들이 4학년 때 나도 4학년 담임이었고 6학년 때 다시 6학년 담임으로 만난 것이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왠지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에게 조금 더 눈길이 갔을 때 나는 그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의자에 앉아 있기는 한데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고 앞으로 쭉 뻗어 있었다. 그런데 다리 길이가 워낙 짧아 의자보다 약간 나와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마치 유치원생이 초등학교 6학년 언니 의자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예전 4학년을 지도할 때 복도에서 종종 마주친 적은 있지만, 여느 아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반에서 만나게 될 줄…
2020-09-02 13:24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전국의 유·초·중·고등학교 등굣길이 또다시 막혔다. 25일 교육부는 고3을 제외한 수도권 모든 학교를 9월 11일까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키로 했다. 수도권 집단 감염이 시작된 이후 27일기준, 해당 지역 학생 239명, 교직원 6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보면 셧다운 한 학교가 27일 기준 12개 시·도에서 7000여 개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할 경우, 사실상 2학기 등교수업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지난 1학기를 겪으며 나타난 학력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6월 실시한 수능 모의평가에서 중위권이 줄고 상위권과 하위권이 늘어나는 등 학력 양극화가 크게 나타났다. 전국 단위 진단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초·중학교의 경우는 아예 깜깜이 상황이 됐다. 자녀의 기초학력 수준이 얼마만큼 도달했는지, 어떤 학습 내용을 더 필요로 하는지 사실상 ‘블랙박스’ 상황에 방치되고 있다. 가뜩이나 빈부차가 학력 격차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그 격차를 더 벌려 놓고 있다.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AI 기반 학습, 교·사대 학생 및 퇴직 교원 학습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내
2020-09-02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