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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제3학기'로 바빴던 중국 아이들

북경지역 초등학생 최하 3∼4개씩 학원 수강
여가시설 미비·맞벌이 증가 원인으로 작용
주요 대학 특기자 선호, 서예·바둑 등 호황


지난 7월 25일부터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갔던 북경의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가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본래 방학은 학생들에게 가장 신나고, 기다려지는 일 중의 하나로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싫증나지 않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즐거운 방학도 중국 초·중·고학생들에게는 그저
반가운 것만은 아닌 듯 싶다.

거리에는 온통 여름방학 특강이라는 학원 광고가 즐비하고, 책가방을 짊어진 채 피곤에 지친 학생들이 학원가를 가득 메웠다. 이러한 방학중 학원수강 열풍을 두고 중국에서는 정규학기가 아니면서도 새로운 또 하나의 學期나 다름없다고 해서 '제3학기'라 부른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북경의 초등학교 학생들 가운데서 방학기간동안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은 한 명도 없을 정도이며 대부분의 아이들은 적어도 3~4개, 많으면 6개가 넘는 학원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다니는 학원은 주로 복습반, 강화반, 예습반 등 학과 공부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와 더불어 피아노, 바둑, 수영, 미술과 관련된 학원수강도 필수적인 것이다. 이러한 '제3학기' 열풍은 학생들의 심신에 많은 부담을 주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이를 해결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현지 교육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중국 학생들이 방학동안에 학원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우선, 중국 학생들에게 여가를 보낼만한 시설이나 공간이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소에도 학생들이 여가를 보낼 시설들이 부족한 편인데 방학중에는 학교마저도 개방을 하지 않아 학생들이 뛰어 놀 마땅한 장소가 없다.

몇 년 전부터 상부에서 방학기간동안에 학생들이 학교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는 하고 있으나 학교측의 시설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현실화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밖에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여름캠프에 참여하려해도 시간적인 문제와 더불어 금전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여행을 한다는 건 부모들로서는 권장할만한 일이 못된다. 때문에 방학동안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집에서 책을 보거나 혼자 컴퓨터와 씨름하는 일이다. 이러한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무료함을 덜어주고, 이들에게
한가지라도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학원에 등록시킨다.

이와 더불어 부모가 맞벌이에 바쁜 중국 가정의 현실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다. 중국 대부분의 가정은 부모가 맞벌이로 낮에는 집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방학으로 집에 있는 학생들을 돌보아줄 여유가 없다. 이런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방학동안 학생들이 부모 없는 집에서 매일 늦게까지 TV를 보거나, 인터넷에 빠져 생활이 문란해지는 모습은 참기 힘든 일이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그럴 바에야 학생들을 학원으로 보내는 것이 차라리 낫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맞벌이를 하지 않는 가정의 경우에도 학기 중에는 부모와 자녀들간에 접촉할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아 갈등이 적었으나, 방학으로 학생들이 집에서만 생활하게 되면서 상호간에 마찰이 빈번하게 되자 일부 학부모는 이러한 갈등의 해결방법을 아이들과의 대면의 기회를 줄이는 것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9월이 새로운 학년의 시작이라는데 있다. 9월부터 한 학년이 시작되는 중국의 경우 여름 방학은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중·고등학교 등 상급학교로 진학을 하거나 한 학년씩 올라 가야하는 학생들에게 있어 여름방학은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는 경우, 방학동안 충분한 예습을 통하여 다음 학년에서 유리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학부모들의 욕심이 학생들을 다음 학년 과정을 미리 배우는 '예습반'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입시경쟁이 치열한 중국의 경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진학을 하거나,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될 경우 시험을 통하여 반을 배정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에게는 자신의 아이들이 어떤 반에 배정 받게 되는가 하는 것 역시 중요한 관심사이다.

또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는 경우 학부모들 사이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습수준의 차이가 크다고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중학교에 올라가 무난히 적응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리 그 과정에 대한 예습이 있어야 된다고 믿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중3학생들에게는 학과 공부 이외에 피아노, 서예, 바둑, 그림 등이 필수적인 과외활동인데 이는 현재 중점대학들이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있어 특기가 있는 학생들을 우대하고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이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학부모들의 자녀의 공부에 대한 과열된 욕구와 마땅히 여가를 보낼 수 없는 사회적인 여건 등의 이유로 학기 중에 쌓였던 긴장도 풀고, 미진한 부분을 보충하면서 심신을 쉬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도록 만들어진 여름방학의 참된 의미가 점차 퇴색되어 가는 가운데, 중국의 학생들은 8월의 무더위 속에서 오늘도 예습복습과 예체능연마라는 고단한 "제3학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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