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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풍경] 자연환경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계획도시, 호주 캔버라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 가운데 한 곳인 호주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지닌 나라입니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의 깨끗한 자연이 바로 호주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주를 여행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어 지역에 따라 다양한 생태계와 기후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모범적인 계획도시 캔버라(Canberra) 
제가 여행한 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시드니에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입니다. 호주의 남동쪽, 지리적으로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속하고, 수도 특별구로서 연방정부의 직할로 되어있습니다. 호주의 최대 도시인 시드니, 제2·제3의 도시인 멜버른과 브리즈번처럼 고층 빌딩이 즐비한 현대화된 도시는 아니지만, 자연적인 평온함과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잘 어울려진 친환경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계획도시로 유명합니다. 


일반적으로 호주의 양대 도시는 시드니와 멜버른입니다. 그런데 양대 두 도시를 놔두고 캔버라가 수도가 된 이유는 바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10년 전, 영연방국가인 호주연방이 설립되면서 시드니와 멜버른이 서로 수도가 되기 위해 열띤 경합을 벌였고, 두 도시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한 대립이 계속되자 연방의회는 결국 두 도시의 중간쯤에 자리 잡은 캔버라를 호주의 수도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캔버라는 쓸모없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사막과 같은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치밀한 도시계획에 의해 거칠고 볼품없었던 황무지는 쾌적한 주거 공간과 울창한 숲으로 변모했고, 물이 없어 무미건조했던 도시는 아름다운 호수가 흐르는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계획도시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도시건설 당시에 도시 설계를 놓고 국제 경연까지 열었고, 미국의 유명한 건축가 월터 벌리 그리핀과 그의 부인인 매리언 매호니 그리핀이 선정되었으며, 1913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시건설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캔버라 같은 계획도시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만들어진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경남 창원시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한 시절에 호주의 계획도시인 캔버라를 보고 건설했다고 합니다. 

 

인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도시계획(홍보)관’
계획도시인 수도 캔버라에서 처음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도시계획(홍보)관이었습니다. 초기에 도시를 건설하면서 물이 없어서 건조한 도시였는데, 이러한 건조함을 없애기 위해 대규모 인공호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비록 인공호수지만 자연 호수처럼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인공호수를 만들면서 중앙에 분수를 만들었는데, 시원한 분수의 물줄기는 방문한 모든 사람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중앙 인공호수의 이름은 도시계획을 맡았던 건축가의 이름을 따서 ‘그리핀 호수’로, 호수 중앙 부분에서 나오는 시원한 분수는 호주를 처음으로 찾았던 영국의 탐험가인 캡틴 쿡(Captain Cook)의 이름을 따서 ‘캡틴 쿡(Captain Cook) 분수’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인공호수 옆에 자리 잡는 곳이 바로 캔버라 도시계획(홍보)관입니다. 도시계획(홍보)관을 관람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5개 국어(영어·프랑스어·일어·독일어·한국어)로 진행되는 안내방송이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해외여행 관람객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 위상이 세계적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뿌듯했습니다. 한국어로 안내방송을 들으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20세기 가장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받는 ‘국회의사당’
캔버라의 중심부인 캐피틀 힐(Capital Hill)에 있는 국회의사당은 1988년에 호주 건국 200주년 기념으로 지어졌습니다. 20세기 최고의 건축 기술로 손꼽히는 건물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호주 국회의사당 꼭대기인 캐피틀 힐(Capital Hill)에 오르면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곳에 전쟁기념관, 그리고 주변으로는 울창한 숲 광경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캔버라 국회의사당은 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해진 날만 공개하여 의회가 회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이곳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는 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언제나 누구든지 회의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불협화음이 전혀 나오지도 않고, 항상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되는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호주인들은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작은 공원을 건설하더라도 자연 친화적으로 건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든다면 국회의사당은 주차장을 지하로 설치하여 밖에는 차를 주차할 수 없도록 하였고, 주차장 위에는 나무와 잔디를 심어 놓아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옥상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옥상에도 잔디를 심어 놓아 자연을 벗 삼아 마음 편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호주의 국회의사당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자연 친화적으로 건설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회의사당을 건설하면서 맞은편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직선으로 마주 보게 건설한 것이 정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이처럼 호주인들은 계획도시인 캔버라를 건설하면서 도시계획(홍보)관·국회의사당·전쟁기념관까지 넓은 안목을 가지고 자연 친화적이고 체계적으로 건물을 지었다는 것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래를 내다보며 넓은 안목을 가지고 도시를 건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호주인들의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전쟁기념관’
호주 전쟁기념관 입구에 들어서면 지난 1850년대부터 호주가 참가한 전쟁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고귀한 생명을 잃은 약 10만 명의 명복을 기리는 문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 모든 전쟁의 전사자가 본토인 호주가 아니라, 전부 외국으로 파병되어 목숨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멀리 타국인 한국까지 와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약 300명의 호주의 젊은 청년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호주가 유엔군을 첫 번째로 파병한 나라가 바로 한국전쟁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 약 8,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했고, 경기 가평 전투에 참여해서 많은 젊은 군인들이 사망했다는 설명에 감사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 등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감회에 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호주의 전쟁기념관은 저에게 남다른 인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전쟁기념관에는 호주군이 참전했던 각 전쟁의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는데, 한국전쟁 전시관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한국전쟁의 모습이 담긴 전쟁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이기에 역사적인 사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람하였습니다.


꽃다운 20대 초반의 나이에 청년들을 해외 전쟁터로 내보낼 때, 호주 국민의 심경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아마도 매우 안타까웠을 것이고, 희생자라도 생기면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겪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파병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을 터이지만, 호주의 젊은 청년들을 세계 곳곳의 여러 전쟁에 파병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약소국의 독립을 돕기 위해, 그리고 국가를 위해 소중한 젊은 목숨을 바쳤다는 생각에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고, 고개가 숙어졌습니다. 

 


호주는 UN(국제연합)의 가입국으로서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국제전쟁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호주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모든 전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넓은 국토 면적에 비해 스스로 국토를 방어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사시 전쟁을 대비해 다른 나라로부터 지원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최근에는 유사시를 대비해서 계속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과 더 이상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이고 어린 자식을 잃는 부모가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호주 국민
호주를 두루 여행하고 홈스테이(Home-Stay)를 하면서 느낀 것은 호주 사람들은 자연을 벗 삼아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국토 면적이 넓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내의 고층 건물을 제외하면 단독주택들도 자연을 그대로 살려서 집을 지은 것이 정말로 부러웠습니다. 집마다 꽃과 나무를 심어 놓아 예쁜 정원을 가꾸고 있었고, 옥상에는 녹색정원을 조성하여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습니다. 


퇴근한 뒤 강아지와 고양이를 데리고 집 근처 공원에 가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 대부분의 여가생활인 듯 보였습니다. 자녀들과 함께하는 모습은 매우 다정했고, 화목한 가정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퇴근 이후 남편이 아내와 함께 요리를 만들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모습은 너무나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살기 좋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들로 하여금 낙천적이고 위기감 없는 느긋한 성격을 지니게끔 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호주의 학생들은 부모의 이러한 영향을 받아 주중에는 방과 후에 수영과 테니스를 배우면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다가, 주말이 되면 대도시로 나가 문화적인 체험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호주 학생들의 얼굴을 볼 때면 항상 삶에 여유가 있고 행복한 미소가 엿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입시로 인해 생활에 여유가 없고, 너무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캔버라를 두루두루 여행하는 동안에 우연히 버스 기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버스 기사는 자기 직업에 대한 소신과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교통신호도 철저하게 지키면서 안전 운행을 하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가 앞으로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받아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새교육 독자 여러분! 앞으로 호주를 여행하게 된다면 대도시인 시드니·멜버른·브리즈번 등도 관광지로 제격이지만,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를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캔버라에서 호주의 역사를 새롭게 알고,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호주를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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