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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직업선택의 새로운 기준, 행복

얼마 전 유명 여자 아나운서가 사표를 던지고 여행 작가로 변신했다. 여행 중 만난 사람으로부터 “네가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하니?”란 질문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밥벌이와 출세란 잣대로만 직업을 재단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청년백수가 넘쳐나는 다급한 현실에서 무슨 배부른 소리인가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직업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도 되었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의 정책연구기관인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에서는 행복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유전자로서 대략 50%가 이에 의해 결정되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지위, 결혼, 건강, 소득 등은 겨우 행복을 결정하는데 10-15%만 기여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도 있다. 경제학자인 프레이와 스터쳐(Frey and Stutzer)는 국민소득이 높을수록 국민의 행복감이 높아지나 1만 5천 달러를 넘는 국가들에서는 국민소득과 행복 간에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고 분석하였다. 소득이 일정수준을 넘게 되면 물질적 풍요만으로 국민의 행복수준을 높이기는 더 이상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경제정책의 성공여부를 국민소득의 크기로 측정하고 국민의 행복이 주로 국민소득에 의해 결정된다고 간주하여 온 경제학의 상식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우리가 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정신적 가치에 주목해야 함을 일깨운다.

흔히 직업을 생계유지, 사회적 역할분담,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일 혹은 노동으로 정의한다. 먹고살기 위한 생계수단인 동시에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긍지와 보람을 느껴야 하는 목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직업을 통한 사회적 기여와 자기만족이라는 정신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일을 통해 느끼는 보람과 긍지, 만족감은 개인적이고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각자가 갖고 있는 인생관, 가치관에 따라 직업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 의미부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을 통한 사회적 기여와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사회일수록 직업 간 우열을 심하게 따지지 않는다. 그러나 직업을 생계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사회에서는 유무형의 보상수준으로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이 구분하게 된다. 직업의식 국제비교에서도 우리 사회의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은 주요 선진국보다 유독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귀천의식이 강한 사회에서는 자신의 재능이나 적성은 무시한 채 모두가 보상수준이 높은 직업만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상위 직업 종사자는 적성이 맞지 않아서, 하위 직업 종사자는 열등감으로 인해 사회 전체의 직업만족도는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대표적 고소득 직업이자 선망의 대상인 의사들이 정작 직업 만족도가 가장 낮다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흔히 21세기에 필요한 인재는 프로라고 한다. 자기가 맡은 일에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9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루이스 이그내로 교수는 2006년 방한 시 노벨상을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인상적인 답을 남겼다. “과학은 9시 출근, 4시 퇴근하는 일이 아니다. 일주일 내내, 24시간 내내 '왜, 어떻게'가 머리를 떠나지 않고 해답을 얻었을 때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열정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발휘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떠 출근하는 것이 가슴 설레고, 일 그 자체를 즐기고 행복해 하는 사람을 누가 당할 수 있을까. 누군가 던질지 모르는 “지금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그것이 직업선택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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