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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겨울편지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개학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친구들도 보고싶고 선생님도 보고싶어요. 겨울방학 숙제는 다했어요. 책도 많이
읽었어요. 선생님이 약속한 선물이 기다려져요.'
썰렁한 교무실 문을 들어서자 한 통의 편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숙이의 편지였다.
지난해 3월. 새 학년을 담임하면서 미숙이와 나와의 만남이 시작됐다. 가정 환경은 무척 가난했고 엄마 얼굴조차 모르는 데다 기초학력이 부족해
학습에 흥미를 잃어 학교 오기를 싫어했던 아이. 그 미숙이가 내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글씨는 삐뚤삐뚤, 맞춤법이 틀리고 문장이 올바르지 않으면 어떠랴. 미숙이가 편지를 썼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설레었다. 무엇인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나는 미숙이의 편지를 몇 번이고 읽었다. 읽을 때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미숙이의 아름다운 마음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었다.
미숙이와 함께 했던 지난 1년간은 참으로 값지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학기초부터 나의 지혜를 총 동원해 미숙이를 지도한 결과는 2학기 중반이
되어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겨울방학을 하면서 나는 미숙이에게 표지를 예쁘게 꾸민 과제물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미숙이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과제를 열심히 하고 방학생활을 보람있게 보내면 예쁜 인형을 사주기로….
미숙이처럼 나도 개학이 기다려진다. 미숙이의 모습이 보고싶고 미숙이의 고민과 땀이 베어 있는 과제물도 보고 싶다. 그리고 일기장 속에 담겨 있는
겨울방학의 비밀을 하나 둘씩 꺼내보고 싶다.
곧 보게될 아이지만 나도 미숙이에게 편지를 썼다.
`미숙아, 비록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아주 작지만 먼 훗날 큰일을 할 수 있을 거야. 네가 바라는 그 꿈을 꼭 이룰 수 있을 거야.
어렵고 힘들 때마다 위대한 발명왕 에디슨도 `실패의 왕'이라는 별명이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렴.'
창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탐스럽게 내리는 흰 눈 사이로 미숙이의 환한 얼굴이 어른거렸다. 어느덧 나의 발걸음은 빨간 우체통을 지나
장난감 가게로 향하고 있었다. <임종길 강원 평창 방림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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