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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아빠가 교복 빨아 줄게"


어제 저녁 퇴근한 남편이 욕실 입구 바닥에 있는 딸아이(고등학교 2학년)의 교복을 보고 말했습니다.

“혜진아! 교복 아직 안 빨았네. 아빠가 빨아줄게”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던 저도 제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던 딸아이도 놀란 눈을 하고 거실로 뛰어나왔습니다.

“아빠! 아니에요? 제가 빨게요.”

당황한 표정으로 딸아이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말했습니다.

“혜진아! 아빤 혜진이의 친구가 되고 싶거든. 앞으로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SOS를 보내는 거야. 알았지?”
“예~”

처음 듣는 남편의 말에 딸아이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씩씩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곤 딸아이와 저는 남편의 교복 빠는 모습을 쭈그리고 앉아 바라보았습니다.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딸아이와 저는 그 신기함(?)에 낄낄 웃었습니다.

“아빠가 고등학교 다닐 때 교복을 빨아 입었거든. 그 솜씨가 녹슬지 않은 거야!”
“아빠! 엄마 손 놀림보다 훨~자연스러워요!”

제가 보기에도 그랬습니다. 마지막 헹굼에 섬유유연제를 넣어주는 센스까지 잊지 않았습니다. 교복 빠는 시간이래야 10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딸아이와 저는 입이 귀에 걸렸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딸아이는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밤 열시가 넘습니다. 그래도 교복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 손으로 빨아 입었습니다. 그런 힘들음을 남편은 알고 있었기에 딸아이에게 힘이 되고 싶었던 다짐을 용기를 냈다고 했습니다.

무뚝뚝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아빠지만 누구보다도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딸아이에게 자주 이야기 해 주고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면 좋겠다는 걸 실감했던 날이었습니다.

남편의 희망처럼 딸아이가 아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가장 가까운 친구, 삶의 가장 소중한 동반자로 생각하게 될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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