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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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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마을 편지> 즐거운 조리실습이야기







아침 등굣길에 보니 1학년들이 뭔가를 희희락락거리며 들고 오고 있습니다.  신이 난 표정으로 저희끼리 뭐라고 확인하는 것을 보니 아마 조리 실습에 쓰이는 것인가 봅니다. 기술가정 담당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실습 주제가 '달걀을 이용한 창의적인 요리'라고 합니다. 기본 실습 외 저희끼리 창의적인 요리도 만들어 본다면서 아이들의 기대가 대단하고 전합니다.

이층 기술가정실에서는 오후 내내 무엇인가를 만드는 냄새가 온 학교를 휘감고 있습니다. 수업하러 가는 길에 슬쩍 보니, 앞치마에 머릿수건을 한 학생들의 진지한 표정이 전문요리사보다 더합니다. 실습에 참여하지 않은 2학년과 3학년 남학생 몇 명은 쉬는 시간마다 그 앞을 얼쩡거리며 나중에 좀 달라는 눈짓을 1학년 동생에게 보냅니다.

꽤 요란하고 시끄러운 몇 시간의 실습을 모두 끝내고 평가 시간이 되자 , 선생님들 앞에 자신들이  만든 요리접시를 들고 왔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쟤들이 만든 걸 과연 먹을 수 있을까', 모두 속으로 미심쩍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자랑스럽게 차려놓고 선생님들께 평가를 해 달라고 하면 선생님들은 모두 환하게 웃으며 하나씩 입에 넣지만 표정은 천차만별입니다.

지난 해 조리실습을 기억하면 '타래과'를 만들었는데 소금이 안 들어간 것부터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짭짤한 과자까지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수박화채는 더 다양한 요리가 나왔습니다. 사이다부터 모든 청량음료를 다 넣어 희안한  맛의 퓨전 화채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발달하고 귀여웠습니다.





계란 샌드위치, 계란 볶음밥, 계란 튀김 까지 진짜 재미있는 여러 가지 음식이 나왔습니다. 간이 조금 싱거운 것 부터, 제법 짠 것까지 다양했지만 선생님 모두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열심히 드셨습니다.

앞에 놓인 과일 접시의 수박 한 조각을 먹으니 끝 맛이 약간 짭짤했습니다. '이 녀석들 손은 잘 씻었는지...' 남의 속도 모르고 나영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어느 조가 한 것이 제일 맛나냐?"며 물어봅니다. 선생님들의 의견이 실습점수에 포함된다면서 3조가 가장 맛있었다고 담당선생님께 말해 달라고 파릇파릇 오이 내음 같은 웃음을 날립니다. 그 웃음이 오이소박이처럼 풋내 가득합니다.

어떻게 저 아이들이 만든 음식이 맛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맛난 음식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만든 음식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제자들이 서툰 칼질로, 싱거운 간으로 만들어도 사랑에 빠진 시골 선생인 저에겐 세상에서 제일 맛난 요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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