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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강마을 편지> '오로로록 '산개구리 울음소리


남쪽의 여름은 벌써 다가서 있습니다. 마늘과 양파 수확은 끝이 났고, 모심기도 거의 다 하였습니다. 물잡은 논에 갓 심은 연초록의 어린 모들이 줄을 서서 뜨거운 여름볕을 기다리고 며칠 지난 모들은 땅내를 맡아 제법 의젓하고 반듯하게 몸을 곧추고 있습니다.

강마을의 여름이 시작되면 개구리 울음이 요란합니다. 산개구리의 '오로로록.... 오로로록.... ' 이렇게 예쁜 악기소리 같은 소리며, 혹 비가 오려면 가장 먼저 들려오는 꽉 꽉 짖어대는 듯한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는 참 요란합니다, 마치 비 온다. 빨리 장독 덮어 라고 소리치는 시어어니의 호된 꾸지람 같습니다. 참개구리는 개굴개굴 이렇게 참 평범한 소리로 무논 어디에서나 넘치도록 울어댑니다. 이런 무수한 개구리 울음 소리는 한여름 내내 강마을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는 이런 개구리 울음소리가 좋습니다. 그냥 사람들은 개구리 소리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개구리소리 역시 다 같지 않습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저마다 다른 소리로 우는 개구리 소리를 가려내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저마다 다른 모습과 향기가 있듯이 세상의 모든 사물에도 제각기 다른 모습이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매일 무논의 개구리 소리를 듣고, 풀벌레 소리를 감상하고, 집 앞 화단에 핀 보랏빛 초롱꽃에 인사를 하고 조금씩 주름이 늘어가는 제 얼굴을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예쁘게 늙어야지.’ 이렇게 주문을 외면서 웃음을 보내며 살고 있습니다.

여름이 등 뒤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어깨에 슬쩍 손을 얹어 보기도 하고 제 뺨을 스치기도 합니다. 자기가 왔다고 이렇게 저렇게 소식을 전하고 싶어서 인가 봅니다.

아니면 제가 반가운 인사를 하지 않아서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 샘을 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단옷날이 지난 일요일이었습니다.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단오를 천중절이라고 해서 예전의 어른들은 창포물에 머리도 감고, 차륜병이라는 떡도 해먹고, 부채선물도 하였다고 합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여름을 맞이하는 행사가 아니었을까요.

저도 이제 강마을 중학교에서 여름꽃처럼 싱그러운 아이들과 함께 여름맞이를 하려고 합니다. 크고 화려한 행사보다는 우리 곁에 다가선 계절 앞에서 잠시 나를 돌아보고, 개구리 소리를 함께 들어보렵니다.

저와 함께 여름밤 눈을 감고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풀벌레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하는 이 지구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오로로록' 이렇게 예쁜 소리를 내는 산개구리 소리를 찾아 보세요. 행복한 여름날의 추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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