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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영원한 어머니를 찾아 방랑하는 향기로운 꽃-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고등학교 시절 심취하였던 헤세의 대표작이다. 헤세의 소설을 읽으면 어디선가 마른 풀과 들꽃 향기가 나는 듯하다. 여행을 하다 낯선 길에서 만난 들꽃과 마른 풀이 가득 쌓인 헛간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듯 그렇게 다가온다.

지성으로 대변되는 인물인 나르치스와 감성형 인간인 골드문트 두 인물의 성장소설로 볼 수 있다. 나르치스는 수도사의 길을 택하여 오직 학문의 길을 정진하는 것이 신의 섭리이고 자신의 소명으로 느끼며 사는 이성적 인물이다. 그에 비해 집시의 피를 타고난 정숙하지 못한 어머니의 기억을 지우도록 교육받은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수도사의 길로 나아가기로 되었던 골드문트는 금기의 대상이었던 어머니를 나르치스가 일깨우면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결국 어머니의 세계에 속한 골드문트 수많은 여인들을 만나 사랑하고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기쁨을 얻는다. 예술가로 아름다운 작품을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사랑을 쫓아가다 마지막 삶을 마친다.

지성으로 충만한 나르치스에게 골드문트와의 만남과 사랑은 신의 축복 같은 존재이며, 골드문트에게 나르치스는 영혼의 스승이며 인도자이자 안식처이다. 두 사람의 모습은 동전의 양면 같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이 가진 두 가지 면을 드러내고 있다. 지성에 좀 더 중점을 둔 삶과 감성에 충실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골드문트의 방랑을 따라가다 만나는 낯선 세계들은 우리가 사는 삶의 낯선 세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존재의 위기 속에서 사랑하고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것들을 통해 골드문트의 자아가 성장하듯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속의 만남, 사건들은 나에게 향기를 입힐 것이다. 들꽃 향기로 다가오는 금발머리 소년 골드문트가 그리운 오후의 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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