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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사의 권위는 전문성에서 나온다

한때 권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장학사는 이제 학교를 도와주고 안내하는 사람으로 위상이 달라졌다. 장학사의 공채제도가 일반화되면서 장학사의 전문성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졌다. 하지만 오늘의 장학사들은 폭주하는 업무 속에 장학활동보다 행정업무의 비중이 커지면서 그들의 직무만족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장학사의 조건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교육부-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학교장-교사-학생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진다. 따라서 주로 교육부나 교육청에 근무하는 장학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계획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방향이나 교육적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장학사가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들은 무엇일까.

첫째, 전문성이다. 장학사를 Supervisor라고 부르는 것은 높은 위치에서 넓게 볼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장학사의 전문성이란 교육의 각 영역(교육과정, 수업, 교육연구, 생활지도, 학교경영, 교육행정, 교육법 등)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함께 미래교육을 내다볼 수 있는 거시적 안목까지를 포함한다. 장학사의 권위는 그의 자리가 아니라 그의 전문성에 서 나온다. 논어에 있는 ‘學而不思則罔思而不學則殆(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는 말처럼 스스로 전문서적을 읽고 연구하며 폭넓게 관련 자료나 정보를 모으고, 바른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때 장학사의 전문성이 높아진다.

둘째,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남다른 차이를 만들어가는 것이며, 블루오션(Blue Ocean)을 개척하는 것이다. 장학사의 주요업무인 정책수립이나 장학활동은 교육청마다의 특색을 살리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평가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장학사는 남의 뒤를 쫓는 추격자(Fast Follower)가 되지 말고, 남보다 앞서가는 선도자(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시대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는데 수주대토(守株待兎) 하듯 과거에 안주하여 새로운 변화를 주저하게 되는 경우, 그것은 곧 정지가 아니라 후퇴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성이야말로 장학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우리 교육의 미래까지 바꿀 수 있다.

셋째, 행정업무 능력이다. 장학사는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많은 공문들을 접수하고 생산하면서 각종 사업이나 행사 등을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계획서나 보고서 작성, 공문 생산, 서류 검토, 행사 진행, 각종 평가 등을 하면서 일의 경중과 전후를 가릴 줄 아는 판단력도 있어야 하고, 시급한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신속성과 함께 질적 우수성을 담보할 수 있는 문서나 자료 생산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예산이나 회계, 감사 등 비교적 생소한 부분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할 때 장학사에 대한 냉소적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넷째, 대인관계 능력이다. 장학사는 교육부나 학교, 의회, 언론사, 노동조합,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한다. 따라서 그들과 원만하게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며, 소속 기관의 방침이나 계획 등을 무리 없이 전달하고, 그들의 질문에 답변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소통지수(communication quotient)가 높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와 함께 진정성 있고 설득력 있는 화술과 세련된 매너, 상대방에 대한 친절, 자연스러운 어울림 등이 필요하다.

다섯째, 공정성이다. 장학사의 일 가운데 선택이나 결정을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 각종 선정이나 평가, 심사나 추천, 의뢰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일에 있어 관련 규정이나 지침을 무시하고, 개인적인 친소관계를 중시하거나 외부의 청탁 등을 받아들이다 보면 공정성에 금이 가게 된다. 그것은 곧 장학사에 대한 불신을 넘어 교육청과 교육감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공정하기 위해서는 외로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도덕적인 균형 감각과 청렴한 생활 자세야말로 장학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장학사의 역할

장학사의 역할은 장학사가 속한 기관의 성격과 부서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장학사는 위계상 대부분 장학관의 아래에 있고, 위로는 부서장으로부터 기관장이나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계선조직으로 묶여있다. 따라서 장학사의 역할은 기관이라는 조직체 속에서 행정적인 기획자와 집행자, 그리고 장학활동을 하는 평가자와 지원자로서의 역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기획자로서의 역할이다. 장학사는 교육청의 주요업무와 각종 사업 계획 등 여러 가지를 기획한다. 한마디로 교육의 방향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기획을 위해서는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와 함께 교육적인 필요성, 효과성, 현장 파급성, 시의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여야 한다. 전시행정의 성격을 띠거나 효과성을 잘못 예측할 경우, 그리고 학교 현장에 대한 고려나 시의성이 떨어질 경우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은 학생이라는 ‘살아있는’ 대상을 상대하기 때문에, 교육적 실패는 원상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기획하는 데 신중함이 필요하다.

둘째, 집행자로서의 역할이다. 장학사의 일은 상부기관의 지시나 외부기관의 요청, 교육청의 자체 계획에 따라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집행은 공문시행이나 회의,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기계적인 것보다는 학교 현장에 대한 배려와 학교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리무진 안에서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라는 말도 있고,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는 말도 있다. 모두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학교 현장의 필요(Needs)와 요구(Wants)를 충분히 고려하여 추진할 때, 고객중심의 ‘감동 경영(Wowing Management)’이 가능하고, 교육청이 탁상행정을 한다느니 ‘그들만의 리그’를 한다느니 등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셋째, 평가자로서의 역할이다. 장학사는 학교를 움직이고 사업의 결과를 피드백하고, 여러 가지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자주 평가나 심사를 한다. 평가는 서로간의 경쟁을 유발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기 때문에 해당 부문에 대한 전문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 ‘프로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죄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전문가로서 심사나 평가를 잘 하기 위해서는 해당 영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각종 청탁이나 학연, 지연 등을 물리칠 수 있는 용기와 양심이 필요하다. 공정성이 무너지면 신뢰도 무너지고 그와 더불어 권위까지 무너지기 때문이다.

넷째, 지원자로서의 역할이다. 요즘은 장학사가 학교나 교사들을 대상으로 컨설팅하거나 각종 문제들에 대하여 상담과 조언을 해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장학사 본연의 역할로서 장학사의 확실한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장학사의 전문성과 함께 장학사의 몸가짐이 자주 이야기 된다. 사람들과의 대화에 있어 내용보다 태도를 중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직적 관점에서의 권위의식을 버리고 충분한 사전 준비와 함께 친절한 표정과 성의 있는 경청, 상황에 대한 공감, 현실성 있는 대안 제시 등을 할 때 학교 현장으로부터 환영받는 장학사가 될 수 있다. 들은 말 가운데 평생 기억되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장학사의 따뜻하고 의미 있는 말 한마디가 학교를 바꾸고 교사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장학사의 꿈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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