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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왜가리와 까치의 만남, 어떤 일이 생길까?

서수원 일월저수지 조류 이야기

 

필자가 살고 있는 서수원에는 일월공원이 있다. 이 일월공원의 중심은 일월저수지. 공원에 저수지가 있으니 바람이 시원하고 풍광이 다채롭다. 공원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시간만 나면 공원 산책을 한다. 한 바퀴를 돌면 1900m다. 건강의 중요성을 모두 알고 있기에 아침부터 밤까지 수시로 공원을 찾아 운동을 한다. 걷기와 뛰는 것은 기본이고 12가지 운동시설을 이용해 체력을 단련하기도 한다. 건강 100세 시대 풍속도다.

 

봄비가 내리는 오전, 바람도 살랑살랑 분다. 산책객이 뜸하다. 우산을 챙겨들고 공원을 향하였다. 야외공원 잔디밭에서 만난 것은 왜가리 한 마리. 움직이지 않고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나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었다. 스마트 폰을 꺼냈다. 셔터를 눌렀다.  조금 있으니 까치 한 마리가 왜가리에게 종종 걸음으로 다가간다. 까치는 텃새로 자기 구역에 들어온 다른 새를 물리친다. 왜가리의 반응이 궁금하다. 왜가리는 그대로 서 있다.

 

까치가 왜가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너 우리 동네 왜 왔니? 여기는 내 구역이야! 다른 데로 갔으면 좋겠네"라고 말하는 듯하다. 까치가 20cm 정도까지 가까이 갔는데도 꿈쩍 않는다. 관심 없다는 태도다. 까치는 몇 번 공격 시늉을 하다가 상대방이 반응이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간다. 이 때 다른 까치 한마리가 나타났다. 혹시 협동 공격? 까치는 두뇌가 명석해 침입자를 힘을 합쳐 몰아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가리는 상대를 안하겠다는 듯 가만히 있다. 까치 두 마리는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출사 나온 사진작가를 보았다. 비 오는 날에도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을 보니 마니아같다. 이 곳에서는 종종 사진사를 만났다. 이들이 갖고 있는 것은 전문가용 망원렌즈다. 멀리 있는 새를 클로즈업하여 순간을 포착한다. 어떤 장면을 찍을까? 지금은 뿔논병아리나 물닭의 육아 시기다. 부화한 어린새끼들은 어미를 졸졸 따라 다닌다. 사진사들은 화목한 새 가족 모습을 담는다. 그 중에서도 어미가 힘든 새끼를 무등 태운 모습(사람으로 치면 어부바 장면), 어미가 물속으로 다이빙해 잡은 물고기를 새끼에게 전해주는 장면을 포착한다.

 

공원 수상데크를 걸었다. 와우, 흰뺨검둥오리 가족을 만났다. 어미와 새끼 세 마리다. 새끼는 부화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듯 싶다. 새끼들은 어미를 졸졸 따라다니고 때론 각자 활동을 하며 혼자 먹이를 찾아서 먹는다. 이 오리들은 물풀 등 주로 식물성 먹이를 먹는다. 내가 따라 다니며 계속 사진을 찍으니까 어미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자기 새끼를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게 어미의 본성이다. 

 

내가 본 일월저수지에서 가장 멋진 장면은 부부 어미새가 어린 새끼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모습이다. 무려 10여 마리의 새끼를 부부가 자랑스럽게 인솔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 배고플까봐 부지런히 잠수하여 물고기를 잡아온다. 새끼들은 그 먹이를 받아 먹으려고 경쟁이 벌어진다. 또 새끼들이 힘들까봐 등 위에 태우고 다니기도 한다. 물닭, 뿔논병아리 어미의 부성애와 모성애를 보는 순간이다.

 

 

여기에서 물총새를 본 적도 있다. 버드나무가 저수지 쪽으로 쓰러져 가지가 수면과 가깝다. 물총새는 이 자리에 앉아 물속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기회를 노린다. 물고기를 발견하면 쏜살같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작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올라온다. 동작이 매우 빠르다. 그리곤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이것은 생존의 수단이다.

 

내가 일월공원에서 본 새들을 꼽아 본다.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물닭, 뿔논병아리, 기러기,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백조, 물총새, 민물가마우지, 직박구리, 까마귀, 까치, 물까치, 뻐꾸기, 멧비둘기, 참새 등이다. 일월공원 옆에 일월수목원이 완성되어 5월 1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다. 4월말까지는 무료개방이다. 일월수목원에 습지원이 생기면서 일월공원 풍광 하나가 더 늘었다. 바로 습지원에서 까치가 물을 먹는 장면이다. 볼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조류에 관심을 조금 갖다 보면 이에 관한 지식이 저절로 생긴다. 우리가 새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내가 호수나 숲에서 새들을 찾는 방법이 있다. 바로 먹이 먹는 장소다. 또 새들이 물을 먹는 장소와 목욕하는 장소를 알아두면 좋다. 새들이 쉬는 장소와 조망하는 장소를 살피면 그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새들이 날아다니는 하늘을 보면 새를 찾을 수 있다.

 

새들이 호수나 숲에서 노니는 모습을 보면 세상번뇌를 잊게 된다. 새들이 먹이 먹는 장면이나 세력 다툼 하는 행동에 집중, 몰입하다 보면 골치 아픈 일은 어느새 멀리 사라지고 만다. 또 사진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기면 자연에 애정이 생긴다. 맑은 공기 마시며 산새들의 노래소리 들으며 산책하다 보면 건강도 지키게 되고 이게 바로 자연 속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민을 일월호수로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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