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학부모로부터 학교폭력신고가 접수되었다. 사안 조사와 상담을 위해 만난 서영(가명)이는 한눈에 봐도 내성적 성향의 ‘모범생’처럼 보였다. 서영이는 작은 목소리로 체육 시간에 가희(가명)가 자신의 발을 고의로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발톱이 빠질 정도로 피멍이 들었고, 지금 치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여 전부터 가희가 몇몇 아이들과 함께 쳐다보며 키득거리고, 자신이 교실에 들어서면 하던 말을 멈추고 째려보곤 했다는 것이다. 피해학생 조사를 마치고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가희와 상담을 했다. 큰 키에 마른 체구, 서영이와 마찬가지로 목소리가 작고 얌전한 여학생이었다. 가희는 서영이의 발을 밟은 적이 없다며 사실을 부인했다. 체육 시간엔 달리기만 했을 뿐, 서영이와는 같이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목격자조차 없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다 보면 대부분 자신의 행동은 합리화하면서 상대방의 잘못은 도드라지게 어필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폭력 사실 자체를 부인할뿐더러 관련 학생의 언행으로 미루어 볼 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정말 난감했다. ● 목격자 확보를 위한 설문조사 일단 목격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 Edward Hallett Carr)’이며,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이다(바이런, Baron Byron)’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더 잘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해 나갈 지혜를 얻는다. 또한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단재 신채호)’라는 말처럼 역사는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해 가는 밑거름이 된다. 이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가 역사교육 강화 사업을 추진한 것은 2011년부터이다. 독도 문제 및 주변국의 역사 왜곡이 심각해짐에 따라, 학생들이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하며,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토대로 국가 정체성을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고등학교 ‘한국사’ 필수화* 및 역사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선, 역사교육 지원체제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역사인식 부족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었다. 더불어 독도 및 동북공정 등 현안 중심 대응의 한계점 역시 부각되었다. 교육부는 한국사 수능 필수화, 한국사 수업 시수 확대, 체험중심 역사교육 강화 등
어떤 중년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부부간에 서로 인정하고 아끼는 것이 부족했다. 특히 부인이 심했다. 남편 말이라면 도무지 인정하지 않았다. 남편이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가로막았다. “아니,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아, 잠자코 있어요.” 부인은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부인이 워낙 당차고 거센지라, 남편은 달리 대꾸하지를 못했다. 젊은 시절 한두 번 아내에게 큰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난 적이 있었던 터라, 더더욱 기를 펴지 못했다. 남편은 아내가 정말로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소 급하고 직선적인 아내의 성격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아내의 이런 말버릇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심해졌다. 집에서 단둘이 있을 때는 무어라 해도 괜찮은데,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여럿이 어울릴 때는 곤혹스러웠다. 지난 연말 부부 동반 송년회 모임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모임을 진행하는 사회자가, 지난 한 해 그 댁에서 기장 행복했던 일은 무엇이냐고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이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 일이었다고 대답하는 중에 아내가 가로질러 나섰다. 남편을 쳐다보며 그녀는 말했다. “아니,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아, 잠자코 있어요
이제 곧 방학이다. ‘교사의 방학’은 일반 회사원이나 행정직 공무원들에게는 부러움의 극치이다. 연차·월차 이것저것 다 끌어와도 기껏 일주일 정도의 휴가를 받는 이들에게 ‘월급까지 받으며 한 달을 쉬는’ 교사의 방학은 부러움을 넘어 따가운 눈총의 대상이다. 마치 방학 기간 내내 여행을 다닌다든지, 빈둥거리면서 놀고 있는 것처럼. 교사의 방학은 곧 연수 하지만 착각이다. 그런 눈총을 받는 것이 억울할 때도 있다. 방학은 학생들의 것이지 교사의 것은 아니다. 방학이라고 교육이 멈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틈틈이 학교에 나가서 업무도 봐야 하고, 미뤄놨던 ‘연수’도 들어야 한다. 물론 학생들과 씨름해야 하는 일은 잠시 멈춰졌지만, 이런 재충전의 시간조차 없다면 교사들은 번아웃(burn out) 상태에 빠질 것이다. 교사들이 지치면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결국 방학은 ‘질 높은 교육’을 위한 교사들의 재충전 시간이자, 자기계발 시간이다. 특히 바쁜 일상으로 인해 방학 때로 미뤄놨던 ‘교원 연수’를 듣느라, 교사들에게 ‘방학은 곧 연수’나 다름없다. 연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교원의 연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교육공무원법에 ‘연수의 장(제37조~42조)
법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동·청소년법, 여성보호법, 노동법 등…. 마찬가지로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권보호법)’도 우리 사회에서 교권과 교육활동이 자연스럽게 보장되기보다 법으로 규정되고 보호받아야 할 만큼 약화되었고, 쟁점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사를 존경한다’ 응답 학생 비율 11% 물론 학습자·소비자 중심 시대인 오늘날 교권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철밥통’으로 표현되는 교직에 대한 인식은 ‘선호’와 ‘불만’, ‘비판’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공존하고 있다. OECD 교수·학습 국제 조사(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 TALIS) 결과, ‘교사 위상 지수(Teacher Status Index 2013)’는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교직을 희망한다’는 학생의 응답률도 터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현직 교사의 자기효능감과 직무만족도는 현저히 낮다(김갑성 외, 2011:OECD, 2014).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교사의 응답률은 1위를 차지
교과전문성으로 교육현장에 새로운 활력소 올해로 교직 3년 차인 A 교사, 누구나 선망하는 선생님이 됐지만 마음 한구석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다. 수직적 학교 문화 속에 학부모에 치이고 학생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임용 시험 때의 패기와 열정은 오간데 없이 무력감에 빠져있다. 교과 수업은 갈수록 어렵고, 각종 교수법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어떤 것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것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A 교사처럼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교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찾고 싶은 교사들이 ‘광주 초등수석교사회’로 몰려들고 있다. 창의적인 수업방법과 다양한 수업기술, 그리고 교직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갈 멘토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이들은 새내기부터 40대 후반의 고경력 교사까지 다양하다. 회장을 맡고 있는 송미나 수석교사(광주 수문초)는 “교직생활의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전문성 향상을 통해 보람과 만족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 수석교사들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4월 광주초등수석교사회 주최로 열린 수업혁신 위크숍에서 그대로 그러났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광주지역 초등교사 2백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는 ‘역량
친구들과 어울려 딱지치기를 하거나, 함께 몸을 부대끼고 뒹굴며 놀던 ‘놀이 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서울가동초등학교의 점심시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했다. 학교 공간마다 아이들의 건강한 호흡과 티 없는 웃음소리로 온 학교가 들썩거린다. 이 아이들을 웃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여럿이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서울가동초등학교의 가장 대표적인 감성교육프로그램은 ‘즐겁게 함께 놀기’이다. ‘우리’라는 말보다 ‘나’라는 말이 익숙한 학생들에게 올바른 심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여럿이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서울가동초 학생들은 중간놀이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교실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전통놀이를 하며 옛 멋을 즐기는가 하면 짓궂은 남자아이들은 야구·농구·축구·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클럽 활동에 구슬땀을 흘린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운동장 걷기’이다. 땀 흘리기 싫어하는 여학생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산책하듯 운동장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역시 풍요롭고 따뜻한 감성은 ‘좋은 친구와 어울려 놀 때’ 가장 왕성하게 싹튼다. 36.5℃ 따스한 감성으로 ‘365일 행복한
최근의 ‘평가 패러다임’은 평가를 교수·학습과 분리하기 보다는 교수·학습의 한 과정으로 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교육부 역시 ‘과정중심평가 확대 시행’을 추진하면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현장 교사들도 과정중심평와 관련, 정책의 총론과 방향에는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정중심평가에 담겨있는 세 가지 의미 우리는 어떤 교육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뜻을 표하기에 앞서, 그 정책이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며 그것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따라서 먼저 과정중심평가의 의미를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평가가 지닌 본연의 기능에 다시 주목하려는 움직임이다. 과정중심평가는 ‘학습 결과에 대한 평가(assessment of learning)’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또는 ‘학습으로서의 평가(assessment as learning)’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평가를 교수·학습과 연계된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것이며, 모든 단계의 교육활동이 그렇듯 교수·학습의 극대화라는 평가가 지닌 본연의 기능에 다시 주목하려
‘구교육’, 혹은 ‘헌교육’에 대한 ‘새교육의 반란’은 미군정과 함께 시작되었다. 3년간 지속되었던 ‘새교육의 반란’을 진압하고 ‘구교육의 복원’을 꾀하려 했던 최초의 인물은 정부수립과 함께 초대 문교부 장관에 임명된 안호상이었다. 그는 백과사전에서 민족사학자, 철학자, 대종교인, 정치가, 그리고 파시스트라는 다양한 명칭을 부여할 만큼 경력이 화려했다. 그는 1920년대 초에 일본에서 영어학교를 졸업한 후 중국을 거쳐 독일에서 유학하였다. 독일 예나대학교에서 철학과 법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이 1929년이었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일본 교토제국대학교, 독일 훔볼트대학교, 경성제국대학교에서 연구생으로 경력을 쌓은 후 1933년에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이듬해에 이광수의 소개로 시인 모윤숙과 결혼하였으나 후일 헤어졌다.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조사를 받기도 하였다. 해방과 함께 민족주의 계열의 다양한 학술단체, 문화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던 중 이승만 정부가 들어서자 초대 문교부 장관이 되었다. 초대 문교부 장관 안호상의 일민주의 안호상은 단군을 숭상하는 민족종교 ‘대종교(大倧敎)’의 열렬한 신도였다. 단군의 피를 이
윤동주의 ‘서시’, 이육사의 ‘광야’,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40년대에 쓰인 시구가 아직도 가슴에 치명적인 감동을 주는 것은 아마도 이들의 시가 단순히 예술을 추구한 것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는 ‘자기 삶의 지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자기 성찰적 시를 쓴 윤동주는 그 살벌한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역사가 자신에게 부여한 소명을 따르고자 애썼는지 느낄 수 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016년 초 개봉한 영화 동주는 윤동주의 생애와 시를 딱딱한 교과서의 몇 문장으로만 배우고 가르쳐왔던 우리들에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시라는 언어를 통해 깊은 사유를 전달하고, 시대의 아픔을 시어 하나하나에 담아내고 있는 윤동주의 삶과 시를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시를 막연하고 어렵게 느끼는 아이들도 낮게 읊조리는 시인의 이야기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동주 줄거리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