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필자의 전공은 교육행정학이다. 유럽교수 중에는 전공이 뭐냐고 물었을 때 교육학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던데 우리나라는 미국적 교육학 전통을 받아들여 기초학문을 바탕으로 교육학이 더해지는 방식으로 전공이 나뉘게 된 것 같다. 신임 교수 때에는 교육행정학 관련 학회만이 아니라 교육철학회·교육사회학회·교육과정학회·교육심리학회에도 기웃거리며 참가하다가 소속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고 움츠러들게 되었다. 그동안 교육행정학자로서 국가차원의 교육행정과 정책부터 시작하여 학교와 학급경영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살아왔다. 그 과정에 점차 교육이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의 만남,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 내 관심을 글로 써서 세상과 나누다 보니 최고의 교수법이라는 책이 되었다. 교육행정학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에서 탈학습(unlearning)이라는 개념을 만나 찾아보니 우리 교육학계에서는 아직 널리 소개되지는 않은 것 같아 생각을 짧게 정리했다. 지구촌을 뒤흔들었던 코로나19 관련한 가짜뉴스, 우리 교육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정치교육, 극단으로 치닫고
이탈리아 중북부에 자리한 마르케. 부드러운 곡선의 언덕과 찬란한 햇살이 쏟아지는 아드리아해를 만날 수 있는 곳.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와인을 즐기며 라파엘로와 로시니를 탐했다. 마르케(Marche)는 이탈리아 중·북부 동해안에 자리한 주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쯤 된다. 아드리아해와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길고 긴 여름휴가를 즐기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르케에 별장을 두고 있는 이탈리아인들도 많다. 몇 시간을 달려도 끝없이 이어지는 온화한 곡선의 구릉지대. 그 위를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그림자. 이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절로 순해지고 느긋해진다. 맛있는 음식과 향긋한 와인 푸른 하늘에 양떼모양의 흰 구름이 느릿하게 흘러간다. 어디선가 바람은 불어와 깃털처럼 생긴 미루나무를 흔들어 댄다. 이런 날씨에 ‘완벽하다’는 찬사를 붙여주지 않는 것은 불경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완벽한 날씨를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짙은 그늘에 앉아 와인을 마시는 일 역시 최선의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탈리아 여느 지역이 자랑할 만한 와인을 가지고 있듯 마르케 역시 마찬가지다. 우르비노(Urbino)·안코나(Ancona)·페르모(Ferm
좋은 기획안의 최적 조건 좋은 기획을 하려면 넓은 시야를 가지고 많은 정보를 활용해서 사고해야 한다. 자신 있는 분야의 정보를 충만하게 활용하고, 의식적으로 정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평소에 의식적으로 시선을 넓히고 사고를 확대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정보와 만날 수 있다. 신선한 정보와 지식을 손에 넣으면 새로운 감성을 갈고 닦을 수 있다.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 획득한 다양한 정보를 나만의 세계관으로 융합하여 차별화시키면 알찬 기획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훌륭한 기존의 기획안을 벤치마킹하고, 알찬 기획안의 패턴을 모방하기도 하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수정·보완해 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은 기획안 구상을 위한 시야와 안목을 형성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한 가지 방향성만으로는 기획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어렵고, 독창성도 떨어져 기획안을 차별화하는 데 힘들 수 있다. 주요 콘셉트를 결정해서 기획을 다듬을 때 한 가지 관점으로 접근하면, 기획안에 강한 매력을 담기 힘들고, 이미 존재하는 기획안과 비슷해지기 쉽다. 서로 다른 방향의 아이디어를 연결해서 독자적으로 가치를 만들어 내기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연결해
뾰루지가 어느 날 종기가 되었습니다. 엉덩이에 조그맣게 뾰루지가 생긴 적이 있습니다. 무언가 손끝에 좁쌀 같은 게 도톨도톨 걸리더라고요. 그때 잠깐 연고를 발라야 하나,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겠지, 뭐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곧 잊어버렸어요. 바쁘기도 바빴고, 워낙 크기가 작아서 무시한 것도 있고요. 어영부영 시간만 흘렀습니다. 어느 순간 의자에 앉다가 ‘욱신’하는데 놀라 비로소 제법 딴딴하고 큼직한 종기가 자리 잡은 걸 알았습니다. 누를 때마다 욱신거리는 게 제대로 된 종기가 분명했습니다. 겁이 나서 달려간 병원, 종기를 진찰한 의사 선생님이 혀를 끌끌 찼습니다. “평소에 미련하다는 소리, 많이 듣고 살지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일부러 키운 거냐고 마구 혼을 냅니다. 결국 남들 보기에는 우습게 보일 수도 있는 종기 때문에 마취주사까지 맞았습니다. 칼이 살을 찢으며 깊숙하게 들어와 박혔고, 종기를 째고, 꽤 많은 고름을 빼내고, 거기에 붕대를 붙이고, 한동안 술과 기름진 음식과 기타 등등을 금지당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칼을 댄 곳에는 한눈에 봐도 눈에 띄는 흉터가 남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종기가 툭 하고 떨어진
여느 여름보다 뜨겁게 느껴졌던 2023년의 8월은 수백억 원이 투입된 밀수(감독 류승완), 더 문(감독 김용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등 BIG 4 영화들이 책임졌다. 이제 선선한 가을을 감동으로 여는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일장기를 달고 금메달을 땄던 손기정 옹의 이야기가 영화 보스톤 1947(감독 강제규)으로 탄생했다. 세계 3대 콩쿠르에 나선 결선 진출자들의 뜨거운 경쟁을 다룬 뮤직 샤펠(감독 도미니크 데루데르)부터 감성 가득한 프렌치 시네마 어느 멋진 아침(감독 미아 한센-러브), 광활한 알프스의 대자연에서 피어난 두 소년의 우정을 다룬 여덟 개의 산(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까지. 폭염 이후 선선해지는 가을의 정취 속 관객의 마음을 감동으로 수놓을 영화 네 편을 소개한다. 다시 심장이 뛴다! 스크린에 피어오르는 그날의 감동 한국인에게 가장 슬펐던 올림픽은 언제였을까?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마라톤 우승이라는 놀라운 쾌거를 이뤘지만, 일제강점기 상황에서 일본인 국적으로 출전해야 했던 고 손기정 선수는, 우승의 기쁨보다
1. 들어가며 미래교육 체제 전환, 학교 밖 배움의 증가와 같은 사회변화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학교현장의 업무부담은 가중되고 있으며 단위학교의 여건과 실정에 맞는 학교자치 기반 학교업무정상화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절실히 요구하는 행정업무 경감의 문제는 이미 2000년대 이전부터 있어 왔다. 이에 정부 주도하에 교원의 업무경감정책이 설계되고 집행되기도 하였다. 교육감 직선제와 교육자치제 실시 이후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 간 상호관계를 중심으로 교원의 업무경감정책이 설계되고 집행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시·도교육청의 교원업무경감 종합계획수립을 중심으로 각 시·도교육청의 교원 업무경감 접근방식과 변화가 이루어져 왔다. 동시에 행정업무 경감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교육업무정상화라는 조금 더 포괄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정책의 명칭을 교원업무정상화에서 교직원업무정상화 또는 학교업무정상화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지금까지 양적인 접근에 초점을 둔 ‘업무경감’, ‘행정업무경감’을 넘어 학교 전체 차원에서의 업무 재구조화 관점으로 학교 조직 및 문화의 변화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에 ‘학교교육업무정상화’ 차원의 포괄적인 범위
[교사] 인정 욕구 버리기 (모로토미 요시히코 지음, 최화연 번역,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248쪽, 1만6,800원) 인정 욕구는 말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심리적 욕구다. 대다수 사람이 이런 인정 욕구를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커지고 변질되면 문제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삶을 제약받거나, 인정받지 못한 나는 가치가 없다는 식의 논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인정 욕구로부터 삶의 주도권을 찾아올 방법을 소개한다. 하버드의 달력은 열흘 빠르다 (하지은 지음, 센시오 펴냄, 288쪽, 1만 7,000원) 아무리 일이 많아도 전혀 쫓기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들. 저자는 이들의 비법이 ‘열흘 먼저 해치우기’에 있다며, 사이클만 한 번 만들어놓으면 다른 차원의 삶이 열린다고 말한다. 일정에 따른 압박 강도가 현저히 낮고, 예상치 못한 일이 터져도 여유 시간이 충분해서다. 점검 시간도 충분하고, 자연스럽게 개인 시간도 확연히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함규진 지음, 260쪽, 2만8,000원) 오랜 풍파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여러 도시의 숨은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풀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워싱
사람들은 별자리를 밤하늘의 지도, 혹은 하늘의 이야기책이라 부른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류는 별의 위치를 측정해서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하고, 별자리를 지도 삼아 길을 찾았으며, 별들을 어떤 동물이나 인간의 형태로 상상해 무리를 지어 나누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전 세계에 걸쳐 별자리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의 유산을 갖게 되었다. 지난 7월 호에 이어, 헤라클레스자리·뱀주인자리·궁수자리·왕관자리 등 여름철 별자리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헤라클레스자리 _ 괴력을 지닌 영웅 헤라클레스의 12과업 헤라클레스자리는 여름철 북쪽 하늘에서 거문고자리와 왕관자리 사이에서 거꾸로 있는 건장한 남자의 모습으로 보인다. 여섯 개의 별이 약간 찌그러진 H자 모양을 하고 있는데, 헤라클레스가 몽둥이로 물뱀 히드라를 힘차게 내려치는 모습이다. 히드라는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한 뒤 별자리에 올라 뱀자리가 된다. 고대 수메르인들은 헤라클레스자리를 무릎 꿇은 남자의 형상으로 보고 ‘무릎 꿇고 몽둥이를 든 자’라고 불렀는데, 알파별 라스 알게티(Ras Algethi)는 아랍어로 ‘무릎 꿇은 사람의 머리’라는 뜻이다. 겨울 별자리의
챗GPT는 세상의 모든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있다.‘내가 당신들만큼 답해줄 수 있는데 굳이 당신들이 필요한가요?’ 얼마 전 KBS 뉴스에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보도되었다. 챗GPT를 통해 수집한 판례를 소송자료로 제출한 변호사들이 법원으로부터 제재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있었던 일인데, 법원에 제출한 자료 중 판례가 가짜였다는 것이다. 이 판례는 챗GPT가 만들어 준 것으로 변호사들이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해당 판사는 판례의 진위를 물었는데, 변호사들은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고, 챗GPT가 찾아준 판례가 진짜 있다고 믿었다. 소송을 맡긴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변호사를 고용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제 전문가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챗GPT의 열풍은 2023년 상반기에 휘몰아쳤는데, 필자가 강의한 대상은 주로 교사그룹이었다. 교육청 단위의 연수는 물론 일선 학교에서도 강의 요청이 쇄도했고, 대상도 교장·교감자격연수를 비롯해서 1급 정교사와 신규교사까지 두루 포함되었으며, 학교급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했다. 최근에는 대학 교수와 학습지원센터에서의 요청도 많아지고 있다. 교
최근에 상상을 초월한 충격적인 일들이 교육계에 줄지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과 입시지옥 등 고질적인 문제 위에 교사 자살, 학생 마약, 교사 데모와 명퇴, 폐교 급증 문제가 덮치고 있습니다. 수년간 계속해서 청소년 자살률 세계 최고, 행복도 세계 최하위라는 섬찟한 성적표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빈도수가 저학년으로 갈수록 더 많다는 사실에 미래가 참으로 절망스럽게 느껴집니다. 더 암울한 문제는 학생과 교사 관계가 대립으로 치닫는다는 사실입니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부딪히면서 둘 사이가 아름다운 사제관계가 아니라 불신과 두려움이 지배하는 적대관계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학생인권을 너무 내세우면 교권 강화가 요구될 것이며, 두 인권의 대립이 제로섬 게임이 되는 순간 학교현장은 황폐화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교사가 학생에게 교육전문가가 아니라 스승으로 다가가는 길만이 학생인권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럴 때만 교사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에 서로 단절되고 적이 되어서는 문제만 더 커지고 함께 불행해질 뿐이지요. 갈등 봉합을 외부 조직에 의존할수록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