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 담임을 하는 교사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중한 업무에 강제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금지로 방과 후 아이들 생활지도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담임선생님의 손이 가지 않으면 학급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이다. 심지어 청소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주며 아이들을 지도해야 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오죽하랴. 신학기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행동이 낯설고 어설프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의 행동을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만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조금은 귀찮고 짜증이 나겠지만 아이들 스스로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줘야 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 아이들의 이런 행동을 지켜보며 아이들과의 상담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과의 상담시간이었다. 과다한 수업시간으로 일과시간을 활용하여 상담하는 것도 무리였다. 그렇다고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 아이들을 야간에 남겨 상담하는 것도 아이들로부터 불만을 갖게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우리 학급의 경우, 자율학습을 하겠다는 학생이 20여 명도 채 되지 않았다. 다년간 고3 담임을
최근 수능시험이 끝난 고3 아이들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여 시내를 배회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심지어 일부 아이들은 진한 화장과 더불어 손톱에 매니큐어까지 하여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능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그나마 양호했던 교복까지 변형하여 입고 다니는 아이들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마치 고등학교 학창 생활이 모두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의 생활지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무질서한 행동을 일삼게 될 것이고 자칫 이것은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인권조례로 체벌이 금지된 상황에서 학생의 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뚜렷한 조치가 없는 것도 학생 생활지도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3학년 기말고사 시험이 끝난 뒤, 몇 명의 아이들이 학생부로 불려 왔다. 학생부장 책상 앞에 서 있는 아이들 모두가 염색한 것으로 보아 두발 불량 때문에 온 것 같았다. 학생부 선생님의 훈화에도 아이들은 계속해서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딴전을 피웠다. 그리고 한 아이는 3학년인데 굳이 교칙을 준수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불만인 듯 입을 실룩거렸다. 교사들은 고3 아이들의 이와 같은 무
수시모집 합격자 기말고사 시험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지난주 수능시험(11월 18일)이 끝난 뒤 대부분 학교가 이번 주부터 3학년 기말고사 일정이 계획되어 고사가 치러지는 중이다. 모든 교과가 수능시험 이전에 기말고사 범위까지 진도가 나간 상태라 조금만 기말고사에 시간을 할애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미 시험을 치르고 채점을 끝낸 교과 담임은 아이들의 점수에 대한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험 문제를 쉽게 출제했음에도 아이들의 성적이 기대치 이하라며 혀를 차는 선생님도 있었다. 그리고 일부 과목들은 성적이 바닥을 쳐 선생님의 원성이 극에 달했다. 목요일. 내 과목인 1교시 영어시험이 끝난 뒤 시험 결과가 궁금하여 채점을 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영어과목도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성적이 형편없었다. 아이들 대부분 평균성적이 1학기에 비해 많이 떨어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한 아이들의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심지어 어떤 녀석은 1학기 성적보다 무려 30점 이상이 떨어져 나를 놀라게 하였다. 그리고 20점 미만인 학생도 여러 명 있었다. 수시모집에 지원하지 않고 정시모집으로 대학에 가기로
후배들의 응원에 힘입어 수능에서 대박을... 지난밤(17일) 11시. 긴장하여 잠 못 이루고 있을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긴장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잠시 뒤,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답장의 메시지를 보냈다. 의외였다. “선생님, 저희 걱정하지 마시고 일찍 주무세요.” 수능시험일(18일) 새벽 5시 30분.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그리고 날씨가 궁금해서 먼저 창문을 열었다. 밖은 어두웠으나 날씨는 생각보다 그다지 춥지 않았다. 매년 입시한파로 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입시 한파가 없어 다행이었다. 6시. 기숙사에 있는 아이들을 시험장까지 태워가기 위해 만나기로 한 시간(07시)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도로는 한산하기까지 했다. 6시 30분. 학교에 도착하여 발걸음이 향한 곳은 교실이었다. 교실 문을 열고 불을 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누군가가 칠판에 적어 놓은 ‘수능 대박’이라는 글씨였다. 지금까지 아이들은 오늘 이날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리라. 모의고사 결과에 따라 울고 웃었던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씩 떠올려졌다. 7시. 세 명의 아이들이 기숙사 문을 열고 나왔다. 아침
아이들의 적성을 고려한 학과선택이 중요하다 지난 토요일(11월 13일) 오후 올해 졸업한 아이들의 방문이 있었다. 수능 시험을 앞둔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사전에 연락이 닿은 몇 명의 아이들이 모인 듯했다. 졸업 후, 평소 연락을 자주 못 한 아이들과의 재회라 그 반가움은 더욱 컸다. 졸업생들은 가져온 찹쌀떡과 엿 등을 후배들에게 나눠주며 수능에서의 대박을 기대했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쯤을 떠올리며 후배들에게 위안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어떤 아이들은 선배들에게 불안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수능에서 잘 찍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며 농담을 하기도 하였다. 후배들과의 만난 후, 졸업생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우선 바쁜 대학생활에도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해 준 것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대학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졸업생 각자에게 물어보았다. 아이들 대부분이 대체로 대학생활에 만족하고 있었으며 선택한 학과에도 적응을 잘하고 있었다. 그런데 졸업생 중 한 아이는 대학생활이 힘든 탓인지 대답을 회피하였다. 그리고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얼굴이 많이 수척해 보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아이가 그 아이에 대한 최근 근황을 귀띔해 주었다. 친구의 말에 의하
11월 11일(목요일)은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빼빼로 데이'. 숫자 '1'을 닮은 가늘고 길쭉한 과자 '빼빼로'처럼 날씬해지라는 의미에서 친구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날. 아이들은 이날 빼빼로를 꽃다발 모양이나 하트모양으로 꾸며 선물하면서 다이어트에 꼭 성공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식사 대신 빼빼로를 먹으며 롱다리가 되라는 말을 전한다고 한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손에는 누군가에게 줄 각양각색의 빼빼로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학교 앞 마트에는 빼빼로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언제부터인가 이날은 아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것을 만드는 제과회사 또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줄 빼빼로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열심히 포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빼빼로를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수능시험(18일) 일주일을 남겨놓고 오랜만에 아이들이 갖는 여유였다. 아이들의 표정은 다소 긴장되어 있었으나 왠지 편안해 보였다. 문득 빼빼로 데이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만 주는 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대부분의 책상 위에는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빼빼로가 놓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내
지나친 체벌은 독(毒), 적절한 체벌은 약(藥) 화요일 아침 직원조회시간,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도교육청에서 내려온 체벌금지에 따른 대체프로그램 연수가 실시되었다. 내용인 즉, 앞으로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모든 체벌 행위가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교사 개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체벌금지가 공론화됨에 따라 이에 따른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별 도교육청 체벌 대체 프로그램 예시 안에 따라 운영하고 있으나 이것 또한 현실과 동떨어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체벌을 찬성하는 일부 교사들은 상황에 따라 체벌이 약이 될 수 있다며 이 규정을 강도 있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먹구구식의 체벌 대체 프로그램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는 교사들도 있었다. 체벌이 필요할 때마다 기준안을 꺼내놓고 적용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우습다고 본다. 마치 법 조항을 따지듯 아이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것 또한 교사로서 할 짓이 못 되는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교사들은 기준안 자체를 확실히 암기하여 체벌이 필요할 때마다 조항을 제시하여 거기에 따른 벌을 줘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반복적인 수업방해와 교사 지도에 불응하는 아이에
야간자율학습 시간. 교실을 순회하다 우연히 책상 위에 적힌 한 아이의 낙서에 발걸음이 멈춰 섰다. 아이는 한 장의 종이 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무질서하게 적어두었다. 누군가가 강요해서 쓴 글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적은 글이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듯했다. 낙서에서 그 아이는 생활하면서 가지고 있던 모든 불만을 토로하였다. 그리고 심경의 변화가 생길 때마다 자신의 넋두리를 있는 그대로 적어둔 것 같았다. 때가 때인지라 낙서 대부분이 대학입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래서일까? 지원한 대학과 가고 싶은 대학 여러 개를 적어놓고 오엑스(OX)로 표시해 두기도 하였다. 특히 입시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낙서는 모든 아이가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무엇에 화가 났는지 심지어 입에 담을 수 없는 심한 육두문자가 포함된 낙서도 있었으며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독백의 글도 눈에 띠었다. 종이 끄트머리에 굵은 글씨체로 "선생님과의 상담은 언제?"라고 적은 글은 분명히 담임인 내게 하고 싶은 말 같았다. 그리고 지웠다 쓰기를 반복한 낙서도 있었는데 그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무엇 때문인지
대학입시일정 수험생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 요즘 고3 아이들은 사소한 것 하나에도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 아마도 그건 시험이 다가옴에 따라 그만큼 신경이 예민해진 탓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교실 문을 여는 것조차 미안할 때가 있다. 조금이나마 아이들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기 위해 언제부턴가 야간자율학습시간 교실을 출입할 때는 항상 뒷문을 이용하곤 한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휴대전화의 전원을 꼭 확인해 본다. 지난 화요일 밤(3일). 자율학습감독을 위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교실 뒷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담임인 나의 출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그런 행동이 조금 야속하기도 했으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내 발걸음이 아이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경이 곤두섰다.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둘씩 살폈다. 긴장해서인지 아이들의 얼굴은 많이 상기해 보였다. 그런데 교탁 앞에 자리 두 개가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평소 생활을 잘하고 있는 터라 처음에는 그 아이들의 부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화장실에 갔다가 잠깐 늦
“얘들아, 마지막까지 아프지 말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거야. 알았지?” 1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오자 컴퓨터 화면에 보건선생님으로부터 쪽지가 눈에 띠었다. 쪽지내용은 우리 반 여학생 하나가 복통을 호소하며 보건실에 누워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불길한 생각에 교과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보건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양호실에 도착하자, 보건선생님의 간호를 받으며 침대위에 누워있는 한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반 ○○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아이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아픈 배를 움켜쥐고 복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순간, 아침에 먹은 것이 체했을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그랬니? 아침에 무엇을 먹었니?” 내 질문에 그 아이는 통증이 심한지 대답대신 흐느끼기만 했다. 잠깐이나마 그 아이를 안심시키고 난 뒤,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고 달려 온 부모님은 최근 집에서 있었던 몇 가지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가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 난 뒤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매년 수능을 앞두고 일부 아이들이 입시에 대한 중압감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8일) 십여 일을 앞둔 고3 교실은 한 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아이들의 향학열로 불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일찌감치 수시모집에 합격하여 수능시험이 무의미해진 아이들이 막바지 수능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능과 관계없이 학교 내신과 면접, 적성검사, 논술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수학능력시험일 이전에 합격자를 발표함에 따라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한 아이들의 경우, 지난 9월 초에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원서를 낸 아이들은 수능포기각서와 관계없이 구태여 수능시험에 응시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합격 이후, 아이들의 해이해진 마음이 막바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앞선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을 무작정 귀가시키는 것도 문제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연말연시 기분이 들뜬 시기에 입시에 대한 해방감으로 아이들의 행동이 무질서해질 수가 있다. 본교의 경우, 아이들 대부분이 수시모집에 합격한 상태(11월 01일 기준)이기 때문에 수능시험을 꼭 치러야 할 아이들(수능 최저학력 만족)은 실제 20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
지난1일 6·2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민선 2기 교육감의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마자 교육 현안(학업성취도 평가, 교원평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을 놓고 벌써 교과부와 진보성향 교육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체벌금지, 두발자유, 야간자율학습 및 보충학습 선택권, 의사표현자유 등)와 관련 보수와 진보 간 견해차로 교육현장이 삐걱거리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찬성하는 진보성향 교육감과 조례 제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와 교원단체 간의 감정대립이 더욱 깊어질 우려가 있다.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현 교육현실을 무시한 교육개혁은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다 보면 적지 않은 불협화음만 생길 뿐 그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교사 대부분이 한목소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생활지도가 더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일선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교사로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댁의 자녀,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지 않습니까? 최근 전국적으로 부쩍 발생하고 있는 아동 성범죄로 딸을 둔 학부모의 근심 걱정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특히 범인 대부분이 피해자의 집과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살고 있으며 피해자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범죄시기와 장소 그리고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아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범죄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매일 한 건씩 터져 나오는 성범죄관련 보도로 일부 학부모는 과민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자녀의 안전을 확인하는 전화를 받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불안한 탓에 학기 초에 휴대폰이 없던 아이들까지도 요즘 들어 학부모와 통화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어떤 아이는 우스갯소리로 야간자율학습 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했다. 토요일 오후, 한 여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전화에서 어머니는 아이와 연락이 안 된다며 걱정하였다. 아직 때 이른 저녁 시간이라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이야기해도 그 어머니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어머니에게 친구
수요일 아침. 졸업한 한 제자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선생님, 1학기 성적 올 A 나왔어요." 그간 연락이 없던 제자의 문자가 나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였다. 사실 지난 일 년 동안, 대학 진학으로 마음 고생을 많이 했기에 내심 제자의 대학생활이 무척 궁금했던 차였다. 문자에서 제자는 이 기쁨을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다며 오후에 찾아뵙겠다고 하였다. 문자 메시지를 읽고 난 뒤, 문득 제자와 지낸 지난 일 년이 떠올려졌다. 등하교 시 늘 책을 보며 다녔기에 선생님뿐만 아니라 전교생 모두가 제자의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알 정도로 유명하였다. 심지어 점심시간 식사를 할 때에도 주위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부하는 제자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잦았다. 그래서일까? 제자의 이름 뒤에는 늘 책벌레라는 별명이 붙어 다녔다. 학창 시절, 제자는 자신이 목표한 대학(서울대)에 합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특히 매월 치른 모의고사 결과에 속상해 많이 울곤 했던 제자의 모습을 보며 담임으로서 안타까워한 적도 여러 번. 그럼에도, 제자는 포기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제자는 2학기 수시모집(지역균형전형)에 지원하여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였다. 합
고3 담임을 연임하면서 힘든 점도 많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기쁨은 학급의 모든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 한 해(2009학년도)는 다른 어느 해보다 담임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그건 우리 반 학생(36명) 모두가 대학(서울대, 교원대, 춘천교대, 성공회대, 한동대, 부산대, 경북대, 강원대 등)에 100% 진학(4년제-33명, 2·3년제-3명)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처럼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맞춤식 진학지도가 수시모집에서 통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또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혼연일체 돼 이루어 낸 결과라고 본다. 1.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 학기 초, 고등학교 3학년 담임으로서 제일 먼저 착수한 것은 대학입시자율화에 따른 학생 개개인의 데이터베이스(Database)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학생 개개인의 철저한 분석이 곧 대학진학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전 학년(1·2학년)까지의 성적(교과영역·비교과 영역)을 자세하게 분석한 결과물로 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