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마지막 가나와의 평가전을 벌였습니다. 한국은 비록 졌지만, 한국의 응원단은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붉은악마는 현지의 교민들과 함께 한바탕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응원 휘몰이가 시작되고 북이 등장하고 어깨춤을 추면서 추임새를 넣는 친구는 서울에서 날아온 ‘붉은악마’ 서포터스라고 합니다. 이 꼭두쇠의 장단에 맞춰 대한민국 응원 함성이 경기장 주변을 쩌렁쩌렁 울리게 하였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에 있을 월드컵 때는 더 많은 ‘붉은악마’들이 독일로 달려가 현지에 있는 교민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열띤 응원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되고 기대가 됩니다. ‘붉은악마’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이 있습니다. 이들은 4년 동안 준비하며 연구하고 도구를 만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발적으로 자비로 독일까지 가서 응원하고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우리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고생을 사서하며 자발적인 지원에 의해 스스로 돈을 모아 많은 돈으로 독일까지 가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며 돌아왔을까요? 아마 이들에게는 누구 못지않은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있
3년 전 우리학교에 장기간 결석으로 인해 자퇴를 해야 될 처지에 놓인 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그 때 담임선생님은 이 학생 처리문제에 대해 의논을 했는데 교장선생님께서는 아무리 결석을 많이 해도 자퇴를 시키지 말고 이 학생 장래를 생각해서 담임선생님이 잘 설득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 학생은 담임선생님의 설득으로 학교를 다시 다니게 되었고 무사히 졸업을 하고 대학에도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이 학생은 졸업할 때에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께 찾아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만약 이 학생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보호하지 않고 자퇴를 시켰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저가 교육경력 7∼8년 정도 되었을 때 함안종고(현,함안고등학교)에서 고3 담임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방학이 끝나는 8월 말쯤 우리 반 학생 한 명-착하고 공부도 잘함-이 학교주변에서 친구와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하루 반말을 쓴다고 시비 끝에 동네 20대 청년-중1, 2정도의 체격-과 싸움이 벌어졌는데 그 이후 그 청년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여 보름 후에 죽게 되었고 검사의 지휘하에 부검 결과 사인(死因)은 구타가 아니라 어릴
최근 스승의 날 일자 변경에 대한 논의가 공식·비공식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달 13일 한나라당 모 의원께서 스승의 날을 2월로 옮기는 내용의 ‘스승의 날 변경 권고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30일에는 스승의 날 변경에 관해 서울시교육청내 TF팀이 구성될 예정이라고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고 하니 이는 주제넘은 행동이라고 봅니다. 무엇 때문에 정치권, 학부모단체, 교육행정당국에서 스승의 날 일자, 명칭에 대한 변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섭니까? 스승의 날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존경받아야 할 스승인 선생님과 존경해야 할 학생들 사이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당사자인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는 아무런 말이 없는데 왜 정치권, 학부모단체, 교육당국행정에서 거론하십니까? 선생님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도 스승의 날에 대한 거론은 삼가시는 게 좋습니다. 더군다나 서울시교육청에서 스승의 날 변경에 관한 팀을 구성한다고 하니 이도 또한 썩 유쾌한 소식은 아니군요. 어디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기관입니까? 누가 서울시교육청에 이 문제에 대해 위임했습니까? 무슨 자격이 있다고 스승의 날을 옮기니, 명칭을 바꾸니 이런 말이
오늘 오후 한계레신문 1면 기사에 「평교사 ‘교장 공모제’ 내년 364개 학교서 시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나서 쓴웃음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교원특위(교원정책개선 특별위원회)가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응모할 수 있는 ‘보직형 교장 공모제’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는 전교조가 주장하는 ‘교장선출 보직제’를 내거는 그들의 입장을 들어주는 체하면서 보직이라는 말을 앞세워 슬그머니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한물간 퇴직공무원, 교수, 기업인 등 한자리 하고 싶은 사람들의 길을 터주기 위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장 공모에는 교장(교감)자격증이 없어도 일정 경력 요건을 갖춘 평교사가 응모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것도 평교사들의 직위상승 기대심리를 이용하여 겉으로 내거는 것이고 속으로는 외부인이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교장 공모에 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고도의 속셈이 들어있는 것같아 착잡합니다. 만약 교장, 교감자격증이 없이 학운위가 학부모 동의를 얻어 교장을 세우고 그 교장이 부교장을 임명하려고 하려면 같은 논리로 이번 기회에 교사들도 교사자격증 필요 없이 4년 주기로 공모를 통해 학운위가 학부모 동의를 구해 임명하자
우리학교 정문 양쪽에는 벚꽃이 줄을 지어 서 있으며 각종 나무들이 함께 서 있습니다. 60-70미터 정도를 걸어 들어오면 오죽헌이 연상될 만큼 신사임당상이 아담하게 세워져 있고 양쪽 옆에는 줄기가 손가락만하고 색이 검은 대나무, 오죽이 자라고 있습니다. 작년에 교장 선생님께서 심었었는데 뿌리를 잘 내려 올해는 새순이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작은 오죽헌이라고도 부를 만합니다. 작은 오죽헌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을 보게 되면 우리학교의 현대판 신사임당, 김 선생님을 떠올리게 됩니다. 김 선생님을 볼 때면 신사임당이 절로 생각납니다. 키가 큰데다, 아주 건강한 체구에다가,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이신데다 언제나 아름답고 단정하게 치장한 모습을 보면 우아하기가 그지없습니다. 김 선생님은 신사임당처럼 교양과 학문을 두루 갖춘 분입니다. 신사임당이 유교의 경전과 좋은 책들을 널리 읽어 학문을 닦은 것처럼 김 선생님은 우수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여 선생님으로서 풍부한 지식을 쌓은 분입니다. 거기에다가 좋은 어머니부터 여자로서의 범절과 부덕(婦德)과 교양을 쌓으면서 현모양처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신사임당이 훌륭한 이율곡을 키워낸 것처럼 김 선생님은 아들
6월을 시작하는 첫날 아침입니다. 우리학교에는 교목인 태산목이 세 그루 있는데 그 동안 숨을 죽이고 있다가 드디어 세상을 향해, 하늘을 향해, 학생들을 향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도 꽃도 잎도 다 큼지막한 나무로 목련에 비하여 꽃이나 잎이 크기 때문에 태산목이라고 한다는데 목련처럼 새하얀 꽃잎이 보기가 좋습니다. 태산목은 드디어 우리학교의 학생들에게 태산처럼 크고 위대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듯이 선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난 수요일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는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학생들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오늘 이현주 선생님께서 기간제 근무기간이 끝나는 날이라 아쉬운 나머지 석별의 정을 나누려고 이반 저반 학생들이 모여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선생님의 책상 위에 보니 케이크, 캔음료수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선물이 수많은 편지와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보이지 않아 찾아보았더니 선생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있더군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이 떠난다고 교무실에 와서 인사를 하는 걸 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선생님이 어떤 분이지 아마 미루어 짐작이 가리라 봅니다. 이 선생님은 숙대 영문과를
오늘은 5.31 지방선거일입니다. 저도 아침 일찍 식구와 함께 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선거운동 기간이 끝나니 시원섭섭합니다. 마이크로 방송을 하니 그것이 방해가 되어 빨리 지나갔으면 했지만 한편으로는 각 후보들과 선거 운동원들의 예의바른 인사, 활짝 웃는 웃음, 반기는 모습, 손 흔드는 장면 등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합니다. 우리학교에는 지난 5월 첫 주부터 4주간 교생실습을 했는데 우리학교 출신 선생님 여덟 분이 오셨습니다. 현재 이화여대, 경희대, 대구대, 울산대에 재학 중인데 이분들은 서로 아는 사이이고, 3년간 함께 몸담았던 곳이라 큰 부담 없이 시작을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이분들은 한결같이 첫날에 너무 긴장되고 떨었다고 이구동성으로 교생일지에 소감을 밝히고 있더군요. 교과담당 및 학급담당지도 선생님께서는 교생 선생님들에게 ‘복장을 단정히 해요, 인간관계를 중시해요, 학생들이 예민한 시기이니 말과 행동에 신경을 써요,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세요, 선생님들께 예의를 잘 갖추고 선생님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요, 청소지도를 꼼꼼히 해요, 중간고사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학생들 마음가짐이 흐트러지지 않게 지도해요, 학생들과
우리학교에 있는 잔디가 몰라보게 많이 자라 보기가 좋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잔디가 깔려 있는 학교는 드문데 우리학교 운동장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 있어 학생들에게 매일 신선함을 더해 줍니다. 점심, 저녁식사 후 서로 웃고 즐기며, 대화하면서 트랙을 돌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을 볼 때면 학생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토요휴무일에 밀린 신문을 보는 가운데 그 중에 위즈덤하우스의 신간 ‘등대’에 대한 내용 일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주인공 ‘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일에 능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오랜 스승인 막스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는데 막스 선생님은 그에게 해답을 주는 대신 고향이나 다름없는 메노르카 섬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다섯 개의 등대를 관찰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 이렇게 해서 등대의 섬 메노르카로 휴가를 떠난 ‘나’는 다섯 개의 등대를 찾아다니며 등대와 주변 풍경들을 관찰하게 되는데 날마다 등대를 하나씩 찾아다니면서 그는 깨달아갑니다. 등대는 하룻밤에도 똑같은 신호를 수백, 수천 번씩 반복하고 세련된 기교나 기술이라곤 찾아볼 수 없지만 칠흑같은 밤, 항해사들에게 꼭
5월이 저물어갑니다. 마지막 놀토가 있는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에너지 충전은 많이 하셨는지요? 가는 곳곳마다 5.31 지방 선거일을 앞두고 각 후보들과 운동원들의 선거운동이 한창임을 보게 됩니다. 요즘은 아침, 저녁 출퇴근을 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거리 길목마다 각 후보와 운동원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서서 지나갈 때마다 웃으며 90도로 깍듯이 절을 합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기호를 알립니다. 이름을 말합니다. 그리고는 손을 흔들어 줍니다. 차의 매연냄새를 코로 막으면서도, 비가 오면 비옷을 입고서도 자기의 후보를 알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저는 각 후보들과 운동원들의 열성에 감탄을 합니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한 표를 얻기 위해 저렇게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을 떠올리면서 저도 또한 그분들과 같은 열성이 과연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분들과 같은 열성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짐과 동시에 우리 선생님들도 각 후보들과 운동원들과 같은 열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어느 학교 못지않게 열성이 대단함을 제 눈으로 매일 같이 보게 됩니다. 전 선생님들이 다 그렇습니다만 특히 부장 선생님들은 남다릅니다
몇 년 전 어느 책을 읽는 중에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에 관한 내용을 접하면서 더 이상 읽지 못하고 생각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기 또 몇 년 전에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글을 읽었는데 고개를 끄덕일 만큼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96년 40대 중반부터 4년 동안 주말부부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기간은 정말 외로웠고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생활할 때는 그런 대로 선생님과의 만남,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만 교육청에 근무하고 나서는 하이테크 시대 나름대로 유익은 있었지만 만남과 대화의 부족으로 인한 외로움, 운동부족으로 인한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질병, 대화부족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 등 갖가지 문제가 노출되었습니다. 그 때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저자’ 존 네이스빗은 고도의 접촉(Hi-Touch)을 권하고 있었습니다. 고도의 하이터치를 기대하던 터에 '당신의 어린 자녀와 함께 장난을 치는 기쁨, 석양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시는 차의 향기, 힘없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주는 사랑의 손길,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닥불 앞에서 밤새 나누는 대화, 친구와 몸을 부딪히며 땀흘리는 힘찬 운동, 시원한 바닷바람
약 한 달 보름 전 일입니다. 아침 6시 반에 집을 나섰습니다. 아파트 뒷마당에는 아줌마들이 분리수거를 한다고 한창이었습니다. 우리 아파트에는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많이 사는데 바쁘게 출근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아파트 담장에는 개나리가 길다랗게 줄지어 웃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에 보답이라도 하듯이요. 아침 7시 조금 안돼 학교에 도착했는데 그 때에도 와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오기는 걸렀습니다. 당직하시는 분에게 물어봤더니 두 분 선생님께서 밤 12시까지 계셨는데 그 중 한 선생님이 저랑 같이 교무실에 들어왔습니다. 고마울 뿐입니다. 아침에 차를 타고 오는데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나 자신이 몰라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생각이 바뀌어야 변화가 보인다’고 하던데 저 자신이 그러네요. 이제 30년 교직생활에 접어듭니다만 이렇게 일찍 출근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물론 누구를 의식해서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니지요. 몸도 ,마음도 편하면 더욱 좋겠지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편하니 그런 대로 좋네요. 작년에는 몸도 마음도 편치 않았거든요. 우리 학교 안에
우리학교에는 5월을 맞아 온통 푸릅니다. 하늘도 푸르고, 운동장 잔디도 푸르고, 나무도 푸릅니다. 그리고 학생들도 온통 푸른 마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들도 비록 몸은 찌들고 힘듭니다만 마음만은 푸름을 지닌 채 희망을 갖고 힘차게 오월을 출발합니다. 푸른 5월과 함께 희망차게 보내려고 하는데 난데없이 열린우리당 "교감제 폐지" 3일 공청회…"학운위 선출 교장이 부교장 임명"이라는 교육을 죽이는 검은 폭풍의 기사를 접하게 되어 기분을 망치게 하고 있습니다. 학교 운영위원회가 교장을 선출하고, 선출된 교장이 부교장(교감)을 임명하는 파격적인 교장임용 방안을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하니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교감폐지제 법안을 입안하는 과정에 과연 얼마나 교육의 경험자들의 귀를 기울였는지 묻고 싶습니다. 교육은 경륜인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교육을 쌓아온 원로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에 얼마나 귀를 기울었습니까? 모 의원은 ‘교장임용제 개선안’을 내놓기 전에 교장임용에 대해 무엇이 문제이며 그 문제에 대한 해법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며 고민해 본 적이 있기나 합니까? 그리고 교육현장에서
지난 4월의 첫 토요휴무가 있는 일요일 점심시간은 저에겐 짧은 시간이었지만 작은 행복을 읽으며, 느끼며, 찾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아들이 끓여주는 라면과 두 줄의 김밥이 놓인 밥상을 받았는데 그 시간은 전국 노래자랑이 시작되어 가수 하춘화가 노래를 부르고 있더군요. 저가 봐도 꼴불견이다 싶을 정도의 자유스런 복장으로 책을 밥상머리에 놓고서 ‘포도주 반 병의 행복’을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책을 훔쳐보며 라면과 김밥을 먹는 이 순간은 저에게는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어제는 그 동안 파킨슨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로 인해 슬픔에 잠긴 한 여 선생님을 위로하기 위해 네 분 선생님이 문상을 갔습니다. 저가 운전을 하고 갔더라면 한 세 시간은 걸릴 듯한 먼 거리였습니다. 친목회 총무를 맡으신 한 부장 선생님의 처가동네라 새로 뽑은 신형 소나타를 타고 신나게 달렸습니다. 상가에 가보니 선생님께서는 평소에 얼굴이 어두웠었는데 이날은 얼굴 표정이 밝아보였습니다. 거기에다 우리가 멀리서 왔다고 귀한 회까지 대접하였습니다. 많은 상가를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회를 대접받기는 처음입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울면서 하는 전
얼마 전 수업시간 교실을 둘러보는 가운데 한 젊은 여 선생님께서 자신감을 갖고 힘 있게 열정적으로 수업하시는 것을 보면서 저런 힘이 어디에서 나올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아마 자기 과목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예비지식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요? 학생들에게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존경의 소리를 들으면서 본인 자신도 행복해하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일본의 이쿠시마 아키라 토요타 공업대 학장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교수가 최고여야 학생도 최고 된다’며 ‘교수가 그 분야의 첨단에 서 있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엉뚱한 것을 가르치게 된다’라고 항상 강조했던 것처럼 학생들에게 엉뚱한 것을 가르치지 않기 위해 밤낮 연구하는 선생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학교 한 선생님은 자기가 어느 선생님보다 가장 수업을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한 것을 간접적으로 들었습니다. 아마 이 선생님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무엇보다 자기 과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말할 것도 없고 수업방법에 대해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선생님은 저를 보고 시간이 나면 수업에 참관하면 좋겠다고 하면서 요일, 시간까지도 말해 줄 정도입니다. 요
어느 날 아침에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고 노래한 T.S 엘리엇의 말과 같이 우리학교 앞마당에는 겨우내 잠들다 봄비에 기지개를 캐고 잠을 깬 우리의 꽃 ‘백합’이 누군가에 의해 너댓 포기 뽑혀간 사실을 알고는 김 선생님께서 아쉬워하며 안타까워하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었습니다. 김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교화인 백합을 잘 키우기 위해 밑거름을 하고 새순이 올라오는 백합을 좀 더 넓게 옮겨 심고 물을 주며 흙냄새를 맡고 뿌리를 내리며 다시 깨어나는 백합을 매일 같이 지켜보는 정성을 쏟았는데 몇 포기가 없어진 흔적이 보였으니 꽃을 사랑하는 김 선생님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됩니다. 김 선생님은 이와 같이 꽃을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작년에 우리학교에 오시자마자 자진해서 국화를 재배하여 가을에는 온통 학교가 국화꽃으로 수놓아졌습니다. 등굣길에도, 화단에도, 화분에도 국화를 심어 국화동산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도 빈 시간을 이용하여 사파니아, 임파첸스 등 여름 꽃을 심고 있었습니다. 가서 보니 올봄에 심은 국화 수백 본은 흙냄새를 맡고 뿌리를 내린 채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고, 버려진 한해살이풀을 주워 긴 화분에 심어놓았는데 감사하다는 듯 꽃을 피우며 활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