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3월 손이 꽁꽁 시리도록 추운 날.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고등학교 입학을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무서운 인상으로 선생님들이 한 손에는 지시봉을 들고 앞에 서 계신 모습, 반별로 줄 서라는 소리, 여기저기서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다. 1학년 7반 담임선생님의 발표가 시작됐고 삐쩍 마른 담임선생님…
2022-11-14 08:14초등학생 시절, 저는 전체적으로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특히 수학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이 부족한 학생이었습니다. 동기가 부족하고 의욕이 없어서 학습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지요. 과연 앞으로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앞날이 정말로 어두웠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이 끝나가도록 제가 잘할 수 있는…
2022-10-10 10:33배추가 김장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다리며 머리를 꼬불꼬불하게 만들어서 땅에 쏙 박혀있다. 밭에 심어진 배추를 보니 꼬불꼬불한 머리의 배추를 닮은 어느 분이 떠오른다. 아이들은 그분을 브로콜리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퇴임하셔서 지금은 학교에 계시지 않는 브로콜리 선생님을 떠올린다. 그 선생님을…
2022-09-22 16:33하필이면 만우절이었다. 열일곱 살 소녀들의 다소 짓궂은 장난에도 선생님들은 기꺼이 속아주셨다. 유랑극단의 변사처럼 첫사랑 얘기를 풀어내는 선생님의 유려한 말솜씨에 사춘기 여고생의 마음은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탔다. 눈부시게 만개한 벚꽃 같은 소녀들의 웃음으로 교정이 들썩였다. 모든…
2022-08-27 11:13초등학교 3학년, 나는 항상 나머지 공부를 하는 열등생이었다. 읽기도 셈도 잘 안 되었던 나는 늘 선생님에겐 무거운 과제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잘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그늘 속에 그저 그림자처럼 웅크리고 있는 아이. 괜히 주눅 들고 위축되어 남의 눈치만 살피면서 무언갈 끄적이다 보면 일과가 끝…
2022-08-16 10:27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을 재촉하는 비가 마치 여름비처럼 내린 뒤라 복잡한 퇴근길이었다. 이런 날이면 자신의 부피만큼이나 부담스러운 만원 버스, 지하철의 퇴근길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참으로 고욕이다. 서울의 출퇴근길은 하루같이 매일 겪는 일이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린 날의 지하철 안은 유난히 사람…
2022-06-30 16:2118년 전 시어머님을 먼저 보내고, 홀로 계셨던 시아버님께서 아흔둘, 이 땅에서의 여행을 마치시고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시아버님은 저의 초등학교 3학년 때 은사님이십니다. 옆 동네에 살았던 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통학하면서 버스 안에서 가끔 아버님을 뵐 수 있었고, 교사로 발령받은 이듬해 봄에…
2022-06-30 16:00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 한없이 작기만 했던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유년 시절의 회상을 통해 나는 교육의 희망을 다시 마음에 담는다. 초등학교 1·2학년 시절 내가 기억하는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는, 그래서 늘 다른 친구들에게 짐이 되고 선생님을 귀찮게…
2022-06-13 08:24‘앞마을 냇터에 빨래하는 순이 뒷마을 목동들 피리 소리 그리운 고향 그리운 친구 정든 내 고향 집이 그리워지네~’ 지금으로부터 52년 전 여름 1969년 6월, 딸 부잣집으로 소문난 우리 집 5자매가 엄마와 함께 전라북도 옥구군 교육청 가족합창대회에서 불렀던 노래 중 하나다. 당시 개정국민학교(현 개정…
2022-05-26 15:31나는 빵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먹었던 급식 빵이 그리워 옛날 빵이라고 하면 사서 먹곤 했지만 먹을 때마다 내가 먹었던 그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아마도 그때 먹었던 빵에는 나를 걱정하고 사랑했던 선생님의 사랑이 고스란히 들어있었기에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했는지도 모른다. 집에서 학…
2022-05-16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