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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 신장초(교장 최진성)에서는 6학년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행사인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이 행사는 학생들이 1년 동안 함께 읽은 책을 바탕으로 기획된 '온책읽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문학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작가와의 대화는 학생들의 내밀한 일상과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며, 그 깊이는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학생들은 책 속 주인공 다현이의 친구 맺기에 대한 집착과 자신의 이야기를 연결지으며,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주인공 다현이는 왜 이렇게 친구맺기에 집착하나요?"라는 질문은 학생들이 책의 주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남의 시선을 무시하고 살아갈 때 용기가 필요한데 잘 안돼요"라는 발언은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대화는 학생들이 책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최진성 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문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행사에 대한 긍정적인 소감을 전했다. 담임교사 또한 "학생들이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교육적 효과를 강조했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작가와 직접 이야기하니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신장초의 이번 행사는 학생들에게 문학적 경험을 넘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한 학생의 말은 이번 행사의 진정한 의미를 잘 전달해 주었다.
11월 중순, 한국교총에서 ‘학교파업피해방지법 조속 심의·통과’ 등을 위한 1인 시위를 모집한다는 문자를 받는 순간 복잡한 생각이 스쳤다. 중학교 3학년 입시 기간이라 밤새 학생들의 면접 준비를 해야만 했다. 시위에 참여한다면,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새벽 6시 지하철을 타야 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교실 안에서 수업만 할 수는 없었다. 교육 위기 신호 결코 가볍지 않아 주변 교사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들을 때마다 교육 현장이 점점 무너져 내린다는 위기감과 자괴감에 쌓여 있었다. 결국 연차를 내고 국회로 향했다. 집에서 국회까지 1시간 30분이 걸렸지만, 그 길은 나만의 길이 아니었다. 학교 업무로 함께하지 못하는 많은 선생님이 함께 서 있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위를 갔다온 후, 제자가 임용 경쟁시험 1차가 끝나고 2차 준비를 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했을 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교권 몰락, 학생을 위해 노력한 교사가 되레 소송에 휘말리는 현실, 심지어 생을 포기하는 비극적 선택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선뜻 “교사가 되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오히려 “꼭 이 길을 택해야겠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제자가 임용 합격을 위해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구석에서 무거운 책임감이 앞섰다. 오늘날 교육 현장의 모습은 교사가 되라고 권하기에는 너무나 처참하다. 특히학생들을 돌보던 교사들이 민원과 지나친 책임으로 죽어나가는 현실 속에서, 자신을 ‘갈아서’ 교사가 되라고 권하기 어렵다. 시위 현장에서 들었던 피켓들은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분명 노동자의 필수 권리다. 그럼에도 합리적인 제한선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학생들의 안전한 먹거리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진행된 지나친 파업은 학생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협하는 것일 수 있다. 더불어 통신비밀보호법이 있음에도, 제3자가 녹음을 해 교사의 수업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 역시 제한돼야 한다. 집회가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피켓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다뤘다. 최근 학교에서 학생들이 하는 정치적 혐오 발언들을 들으며, 교사로서 해당 내용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해당 내용을 저지했다가 학생들에게 교사의 정치적 견해 표명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수업 시간 학생들의 메시지가 갖는 문제점을 설명하면서도 민원을 걱정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부재에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교사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학교 내 정치적 혐오를 몰아낼 방법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에서 시작될 수 있다. 시위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번 시위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단순한 분노나 대의를 위한 의무감이 아니라, 교사인 나 스스로가 ‘제자를 사범대로 보내고 교사를 길러낸 사람’이라는 책임감에서 시작됐다. 적어도 교사가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권리, 잘못된 것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만큼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자에 떳떳이 ‘사범대’ 권하고파 하루 동안의 짧은 시위가 큰 변화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교사들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노력만큼은 멈출 수 없다. 바쁜 고입 시즌에도 3학년 담임 교사가 1인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교사 개인의 고충을 넘어 우리 교육체계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리는 경고로 바라봐 줬으면 한다. 학교는 더 이상 교사의 헌신만으로 유지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학생들의 배움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조건조차 위태로운 지금, 교육정책의 책임 주체들은 이 신호를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무엇보다 교사의 가르칠 권리를 비롯한 기본적 권리 보장이 무너질 때 학생의 학습권 또한 함께 무너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날의 1인 시위는 거창한 명분을 앞세운 제스처가 아니라, 오늘의 교육과 제자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선택된 가장 절박하고도 필수적인 응답이었다.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이사장 허성우)은 3일~5일 충북 청주 오스코(OSCO)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정부혁신 박람회’에서 대국민 교육시설통합정보망 ‘우리학교 365(school365.kr)’를 공개했다. ‘우리학교 365’는 교육시설 현황과 안전 정보를 통합해 ▲어린이 보호구역 ▲보행자 사고다발지 ▲소방서·병원 위치 ▲침수 흔적도 ▲산사태 위험도 등 학교 주변 생활안전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반경 3km 이내 학교 정보를 자동으로 조회할 수 있으며, 내진 성능, 석면 보유 현황, 안전 등급 등의 데이터를 그래프와 픽토그램, 3D 도식으로 제공한다. 또한 GIS(지리정보시스템)를 활용해 학교 주변의 다양한 안전 인프라를 지도 위에 직관적으로 구현하는 ‘지도 기반 안전환경 조회’ 기능도 탑재했다. 허성우 이사장은 3일 박람회에서 “‘우리학교 365’는 정부의 공공데이터를 학교 안전이라는 주제로 융합해 국민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정부혁신의 모범 사례”라며 “국민 의견을 수렴해 2026년 1월 정식 개통 시 학생과 학부모에게 더욱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가 4~5일 두 번째 총파업을 진행했다. 지난달 20~21일 권역별 총파업에 돌입한 연대회의는 지난달 27일 실무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2차 총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내년 3월 신학기 시작과 함께 3차 총파업도 예고하고 있다. 오는 11일 정부와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이달 내에 타결되지 않으면 내년 3월 전국적 3차 총파업을 추가 결의하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학교급식노동자 처우개선 및 인원 확충, 급식실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노동자의 파업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학생의 건강권도 소중하게 지켜져야 하는 만큼 국회 계류되고 있는 ‘학교파업피해방지법’ 통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학교 급식·돌봄 등의 활동을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해 파업 시 50% 내에서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업권과 학생의 학습·건강권 간의 조화를 도모하자는 취지다. 한국교총은 해당 법안을 ‘급식 대란’과 ‘돌봄 공백’으로부터 학생과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이에 법의 조속 심의·통과 등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5일까지 11일 동안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진행했다. 시위 첫날 강주호 교총 회장이 나선데 이어 시·도교총 회장단, 정책자문위원회, 2030청년위원회, 교사권익위원회 등 전국 교원이 참여했다. 강 회장은 "학교는 아이들에게 ‘숨’이자 ‘빛’과 같은 필수 공공재"라며 "노동자의 파업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되거나 멈춰선 안 되는 절대적 가치"라고 밝혔다. 이어 "현행법상 학교 급식과 돌봄 활동은 필수공익사업에서 제외돼 파업 시 대체 인력 투입이 원천 봉쇄되어 있다"면서 "노사 갈등의 피해가 아무런 책임이 없는 아이들에게 연례행사처럼 전가되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변인 정병익 ▲기획조정실장 설세훈 ▲인재정책실장 이해숙 ▲서울특별시 부교육감 김천홍 ▲학생건강정책국장 심민철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교육감 최은희 ▲명예퇴직 박성민
구은복 경남관동초 교사가 3일국립과천과학관 상상홀에서 열린 '2025 올해의 과학교사상 시상식'에서 과학문화 분야 수상자로 선정되며 전국 최고 과학교사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의 과학교사상은 최근 5년간 과학교육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성과를 이룬 초·중·고 교사 가운데 전국 30여 명에게만 수여되는 권위의 상으로, 교사들 사이에서는 ‘과학교육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특히 경남 지역에서는 수상 교사들이 전문 봉사단을 구성해 지역 과학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구교사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2005년 초등 수상자 4명이 모두 경남 ‘올해의 과학교사상 봉사단’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며, 자신이 운영하는 ‘상상을 현실로 사제동행 봉사단’과 연계해 보다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뜻을 밝혔다. 구은복 교사는 다년간 STEAM 연구회와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경남 초등 1정 자격연수 과학·수업 분야 강의를 지속적으로 담당하며 교사 전문성 확산에 앞장서왔다. 특히 최근 강조되는 디지털 기반 교육환경에서 과학과 디지털을 융합한 실천 수업 모델을 전국 곳곳에 전파하며, 교육부 교육혁신 선도교사 연수(2024·2025), 한국과학창의제단 학교로 찾아가는 컨설팅, 경남교육청·경상국립대·인제대 등과 연계한 다수의 강의를 진행했다. 구 교사의 강의는 단순 체험이나 기기 사용법을 넘어서 수업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과학 교구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할 것인가를 체계적으로 안내하며, '교실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연수'로 교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매년 50회 이상 현장 강의를 이어오며 전국 과학교사의 수업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번 수상에서 특히 주목받은 부분은 구은복 교사의 압도적인 재능기부 실천이다.구 교사는 경남 최대 교사-학생 봉사 공동체인 ‘상상을 현실로 사제동행 봉사단’에서 회장과 총무를 역임하며 지금까지 1000회가 넘는 과학 재능기부 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왔다. 강의는 전부 인적 재능기부로, 마술도구 및 체험 재료는 개인 부담(물적 기부)으로 한다. 1회 평균 2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약 20만 원 상당의 재료를 제공해 왔으며, 이를 환산하면 지금까지 2000만 원 이상의 과학교구를 개인 기부한 셈이다. 남편 박현성 교사와 함께 모든 비용을 자비로 부담해 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지속 가능한 과학 봉사 모델’을 직접 구축했다. 구은복 교사는 경남 영재키움 프로젝트 연구회 대표 교사로 활동하며, 소외계층 영재학생들의 꿈·진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전국적 사업의 경남 모델을 직접 설계·운영해왔다. 일반적으로 1년에 6~7회만 운영되는 거점대학 중심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연구회 주관으로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도 각종 기관·기업·협회·문화기획사와 MOU를 체결해 매달 지역 소외 영재학생을 위한 과학·융합 체험 행사를 정기 운영 하는 등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민관협력 과학체험 운영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활동은 혁신적 교육 사례로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다. 구은복 교사는 단순한 재능기부에 그치지 않았다. 2025년 8월, 각종 외부 강연을 통해 받은 강사료 1000만 원 전액을 소외계층 과학 체험 운영비로 기부하며, 체험 재료 구입, 이동형 교육 기자재 구비, 사회복지시설 체험 프로그램 지원 등에 모두 사용했다.“강연은 생계가 아닌, 교육 환원이 목적”이라는 그녀의 신념이 그대로 실천된 사례다. 또한 2025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금 전액 500만 원 역시 플러스하트아동센터, 가야지역아동센터, 장유지역아동센터, 동광육아원,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 등 사회복지기관에 100만 원씩 전액 기부하였다. 더 나아가, 이를 1+1 기부 방식으로 확대하여 개인 사비 500만 원을 추가 기부하여 과학 마술 체험 도구를 구입해 육아원 및 지역아동센터 소외계층 학생, 늘봄교실·돌봄교실 참여 학생, 영재키움 프로젝트 학생들의 과학 체험 프로그램 재료비로 활용할 계획이다. 강연 수익과 상금을 단 1원도 개인을 위해 쓰지 않는 선택, 구은복 교사는 오늘도 “과학은 나누는 순간 더 빛난다”는 교육 철학을 조용히 실행하고 있다. 구은복 교사는 과학 재능기부와 더불어, 독서와 인성교육, 자존감 회복을 결합한 북콘서트 활동도 100회 이상 운영해 왔다. 자신의 저서를 직접 구입해 학생들에게 선물하며 “강연은 재능기부, 책은 선물”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냈다. 그동안 『미덕교실 이야기』, 『생각대화』, 그림책 『보석동굴』 등을 2000권 이상 기부하며 200회가 넘는 북콘서트를 운영, 아이들에게 과학적 호기심과 함께 자기 가치와 꿈을 회복하는 시간을 선물했다. 구 교사는 김해교육지원청 발명교육센터 및 영상예술반 강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발명 영재원 강사로 재직하며 수백 명의 학생을 지도해 오고 있다. 지도 학생들은 과학탐구대회 대상, 대한민국 환경 골든벨 대상, 과학전람회 및 발명경진대회 금상 등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고, 이에 구 교사는 전국 최우수 지도교사상을 수상하는 등 학생 지도를 통해 탁월한 전문성을 입증하였다. 또한 과학전람회 15회, 교육자료전 3회(과학 마술 자료 개발), 융합 수업 연구 8회 등 활발한 연구 활동과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을 통해 수업 혁신과 현장 연구를 동시에 실천해 온 과학교사이다. 특히 2009년 첫 발령지인 함안 칠북초 이령분교 근무 시 농촌 벽지 학교에 과학동아리를 조직·운영하며 학생들의 잠재력을 적극 발굴하였고, 그 결과 과학전람회, 발명경진대회, 과학동아리 발표대회, 창의력 올림피아드, 경남 영상 공모전은 물론 세계 온라인 박람회까지 참가하여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취는 2010년 공교육 성공사례 최우수 사례로 선정되는 결실로 이어졌다. 구 교사가 지도한 과학 영재 학생들은 다양한 진로를 통해 이공계 분야로 진출하였다. 대청초 추성민 학생은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수학 중이며, 안지송 학생은 KAIST에 진학하여 각자의 꿈을 실현해 가고 있다.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자 대부분이 수상 이후 활동이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지만, 구은복 교사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번 상은 쉼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의 시작입니다.저는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과학과 함께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전하겠습니다.”강의는 기부로, 연구는 나눔으로, 수상은 다시 출발선으로 만드는 교사. 2025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자 관동초 구은복 교사의 행보는, 오늘도 조용하지만 진실하게 과학교육의 길을 밝히고 있다.
미국 나다니엘 호돈의 단편 『큰 바위 얼굴』에서 주인공 어니스트는 늘 산 위에 새겨진 거대한 얼굴을 바라보며 자란다. 마을 사람들은 언젠가 저 얼굴을 닮은 위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니스트 스스로 그 얼굴을 마음에 새기며 자신을 갈고닦아 결국 그 모습을 닮아 간 과정이었다. 오늘 우리가 겪는 ‘스승 빈곤의 시대’를 떠올리면, 이 이야기는 마치 지금의 교육을 위해 쓰인 우화처럼 읽혀진다. 아이들은 늘 누군가 인생의 모델을 바라보며 자란다. 문제는 이제 그들이 바라볼 ‘큰 바위 얼굴’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는 첨단 기술과 콘텐츠로 가득해졌지만, 아이들이 정작 갈망하는 건 지식보다 삶의 방향을 보여줄 한 사람이다. 페스탈로치가 고아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손에 흙을 묻히며 “사랑은 교육의 기초”라고 말했던 것처럼(린하르트와 게르트루트, 1781), 참된 교육은 말보다 삶의 증명에서 비롯된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제자에게 “학문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데 있다”고 가르친 것(다산시문집)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시대가 달라도, 위대한 스승은 모두 제도의 언저리가 아닌 삶의 중심에서 가르쳤다. 그러나 오늘의 학교에서는 스승이 점점 자리를 잃어간다. 수업은 정교해졌지만 어른의 얼굴은 흐려졌다. 아이들은 누구를 닮고 싶어 해야 하는지, 어떤 삶을 아름답다고 느껴야 하는지 판단할 기준을 잃어가고 있다. 기술은 길을 안내해 주지만, 살아가는 방식의 품격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이 사회의 엘리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학벌은 화려할지 몰라도 멀리서 찾아오게 하는 인간의 향기를 품지 못해 인향만리(人香萬里)는 고전 속의 사자성어가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다시 ‘큰 바위 얼굴’이 필요하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단단해지고, 닮고 싶어지는 어른 말이다. 유네스코 보고서 『Learning to Be』(1972)는 교육의 본질을 “전인적 성장으로 이끄는 스승의 존재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그 보고서가 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그 문장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의 『2023 대한민국 청소년 진로보고서』 역시 청소년이 가장 신뢰하는 요소로 “믿을 만한 어른의 조언”을 꼽았다. 결국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큰 바위 얼굴’은 누구일까? 입시제도보다 먼저, 우리는 아이들이 바라볼 만한 어른의 얼굴을 세우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다음에 그 기준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첫째, 말과 삶이 일치하는 어른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의 조언보다 어른의 태도를 통해 배운다.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어른이어야 한다. 존 듀이가 말했듯 “경험은 반성될 때 교육이 된다”(Experience and Education, 1938). 스승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들에게 용기를 건네는 사람이다. 셋째, 공동체를 향한 책임을 실천하는 어른이어야 한다. 혼자 잘되는 법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보여줄 때, 아이들은 그 어른의 얼굴에서 미래의 윤곽을 발견할 수 있다 어니스트가 결국 ‘큰 바위 얼굴'을 닮아 있었다고 평가받은 이유는, 위대한 업적 때문이 아니라 그 얼굴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도 다르지 않다. 거창한 가르침이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에 새길 만한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의 학교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스템이나 기술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는 어른,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다”라고 삶으로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빈곤은 제도가 아니라 사표가 될 어른의 부재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일은 결국 어른인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다. 아이들은 여전히, 그리고 간절하게, 자신만의 ‘큰 바위 얼굴’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① 학교명 기재 사실상 공개설문 ② 개인 성취·헌신 묻는 문항 많아 ③ 학점제 무경험 교사설문 참여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고교학점제 설문 결과가 학교 현장의 체감과 크게 어긋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제도 운영 전반의 긍정적인 흐름을 강조했지만, 일선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가장 많이 제기된 문제는 문항 구성이다. 설문이 제도 운영의 실효성보다는 교사 개인이나 학교의 성실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응답에 제약을 줬다는 것이다. 문항 상당수가 ‘나는’, ‘우리 학교는’으로 시작해 직무 태도를 점검하는 느낌을 줬다는 설명이다. 설문에 참여한 인천 공립고 A교사는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반복되다 보니 부정적으로 답하기 어려웠다”며 “그런데 발표에서는 이를 근거로 ‘교사들이 학점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해석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표집 대표성에 대한 우려도 컸다. 참여 학교가 제한된 데다 실제 설문을 접한 교사를 찾기 어렵다는 현장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서울 공립고 B교사는 “우리 학교뿐 아니라 주변 학교들도 설문 시행을 잘 알지 못했다”며 “참여 학교와 교사의 선정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기 공립고 C교사는 “학점제를 실제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제도 체감이 낮은 교사의 응답이 과도하게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가 소속 학교를 직접 기재하도록 한 방식도 솔직한 의견 개진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다. 정책 설문은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조사는 첫 항목에서부터 학교명을 적도록 해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서울 사립고 D교사는 “부정적 답변이 기록으로 남아 학교 평가나 행정 점검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됐다”며 “신중한 답변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발표 수치 또한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교육부가 ‘과목 개설 충분성’ 만족도가 79.1%라고 밝힌 것과 달리 사립학교 교사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라고 본다. 경기 사립고 E교사는 “사립학교는 교원이 제한돼 선택 과목을 충분히 개설하기 어렵다”며 “학생 선택을 유도해야 하는 상황도 반복되는데 만족도가 높게 나와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학생 최소성취수준 도달률 79.2%’ 수치 역시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 공립고 C교사는 “여건상 온라인 보충지도가 많은데 화면 앞에만 있어도 이수 처리가 되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해당 수치가 학업 성취를 곧바로 의미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설문이 정책에 반영될 경우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성철 교총 정책본부장은 “이번 조사는 현장의 실제 의견을 제대로 읽어내기 어렵다”며 “교사의 전문성과 교육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와 조사 방식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태와 동떨어진 자료로 정책을 설계하면 혼란만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 목포에서 발생한 유치원 현장체험학습 중 유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인솔 교사 두 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자 교원단체가 선처를 요청했다. 단체는 사고의 구조적·복합적 요인을 고려한 형평성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총·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총연합회(회장 이경미)·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회장 김미숙)는 4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2023년 숲 체험학습 중 발생한 유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선처를 호소했다. 세 단체는 “피고 교사들이 사전 안전조치를 이행했고 구조 지연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고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검찰 구형이 과도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유사 체험학습 사고 판례에서 항소심이 구조적·복합적 배경을 고려해 선고를 완화한 사례를 제시하며 체험학습 사고는 단일한 개인 과실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총 등은 “체험학습 사고는 구조적 요인이 분명히 작용하는 만큼 형평성과 비례성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탄원서를 통해 피고 교사들이 체험학습 전 사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유아 명찰 부착·이동 시 손잡기 등 가능한 안전조치를 수행했으며 사고 직후 즉각적인 수색과 실종 신고, 유관기관에 대한 구조 요청 등 필요한 대응을 했다는 점을 역설하고 숲·바다 등 현장 특성, 지형적 제약과 구조 지연 등 교사의 통제를 벗어난 외부 요인이 사고의 심각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4명의 교사가 일반 유아 13명과 특수 유아 3명 등 총 16명을 인솔하고 있었다는 상황도 탄원서에 담았다. 교총 등은 제한된 인력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까지 포함한 집단을 관리하는 데 현실적 부담이 크고, 현장체험학습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모든 위험을 교사 단독으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과도한 형사책임 부과는 유아교육을 포함한 체험활동 전반을 위축시켜 학생의 학습 기회를 축소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체험학습 안전을 교사 개인에게만 맡기지 말고 국가·지자체·교육당국이 안전관리 시스템과 긴급대응 체계 강화 등을 선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수교육 지원 인력과 장비 확충, 체험학습 전·중·후의 안전 매뉴얼 정비, 공적 교육활동에 대한 국가 책임 분담 제도 마련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하며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세 단체는 “재판 결과가 유아교육 현장의 체험활동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제도적 한계와 구조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주호 교총회장은 “본 사건은 단순 개인 과실로 환원할 수 없는 복합적 사안”이라며 “형평성과 구조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처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겪어온 문제를 교사 스스로 연구하고 해결책을 찾아낸 작품들이 올해 전국교육자료전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통령상은 초등 문해력의 핵심인 띄어쓰기를 감각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설계한 경남 우산초·감천초·창원남산초 교사로 구성된 ‘폴짝한글’ 팀이 받았다. 또 특수교육과 영어 문해력 분야에서도 현장성이 강한 작품들이 선정되면서 교사 연구가 학교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교총은 3일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제56회 전국교육자료전 최고상 전수식을 개최했다. 국무총리상은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특수교육 대상자의 가상현실과 다감각 체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구안한 ‘손수배움’팀과 통합적 영어 문해력 프로그램을 제작한 대구칠성초 임현진 교사가 각각 수상했다. 전수식에서 강주호 교총회장은 “AI와 디지털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교육의 본질은 결국 학생을 이해하고 돕는 교사의 마음에서 나온다”며 “선생님의 연구와 실천이 교실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교총이 앞장서서 지원하고, 선생님들께서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상을 받은 ‘띄어? 붙여? 한 칸의 힘 폴짝한글’(국어한문)은 초등학생들이 글쓰기에서 가장 많이 실수하는 띄어쓰기를 규칙 중심이 아닌 감각 기반 학습으로 접근하도록 만든 자료다. 보드게임과 활용 책자, 실물 교구, 센서 기반 디지털 교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합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틀린 띄어쓰기에 어색함을 느끼며 올바른 형태를 익힐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띄어쓰기 지도 방식이 짧은 진도 속에서 규칙을 설명하고 예시 문장을 따라 쓰는 방식이다 보니 효과가 낮다는 점에서 새로운 자료를 개발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충식 교사는 “교실에서 띄어쓰기를 따로 배우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아이들이 글을 써도 왜 틀렸는지 스스로 구분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규칙보다 감각을 먼저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경모 교사도 “최근 수업이 글을 잘 쓰는 유창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띄어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며 “학생들에게 띄어쓰기 감수성, 민감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개발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최상욱 교사는 “초기 형태는 실물 교구의 난이도나 활용 전개가 적절치 않아 처음부터 다시 제작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쳤다”며 “교사가 사용하기 용이하고,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자료 개발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폴짝한글’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롭게 제시된 ‘띄어쓰기 민감성’ 성취기준을 실제 수업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단도 교육과정 연계와 학생 참여도 제고에 기여할 작품으로 보급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남지연 교사는 “폴짝한글의 특징 중 하나는 자료의 재생산”이라며 “띄어쓰기를 익히고 띄어쓰기 책이나 디지털 동화를 바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학습 활용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상은 두 작품이 수상했다. 대전해든학교 한가영, 정옥랑 교사팀이 만든 ‘가상 현실과 다감각 체험으로 실현하는 손수 배움’(특수교육)은 중증 지체장애 학생들이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활동을 VR기반 1인칭 영상과 시각·후각·촉각·청각 자료로 다감각 요소를 구현해 간접체험이 가능하게 한 특수교육용 자료다. 병원학교에서 중증 지체장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 개발 교사들의 설명이다. 한가영 교사는 “움직임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산책, 물놀이, 계절변화 같은 사소한 것들도 중요한 교육적 자극이 되는데 기존 수업만으로는 제공하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옥랑 교사는 “이번에 개발된 자료가 발달장애나 일반학급, 통합교과의 학생들이 모두 쓸 수 있기 때문에 널리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심사위원들은 특수교육 대상자를 향한 교사의 따뜻한 마음을 느껴지는 훌륭한 자료로 교육적 기여도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구칠성초 임현진 교사의 ‘통합적 영어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 생각을 LIGHT 하라’(외국어)도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알파벳, 파닉스, 단어 학습부터 문장읽기와 글쓰기까지 이어지는 영어 문해력 전 단계를 하나의 흐름 안에서 구성했다는 특징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어느 교사가 자료를 활용해도 동일한 구조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많든 것이 장점이다. 임 교사는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사고의 흐름에 따라 글쓰기까지 나가는 과정을 만들고자 했다”며 “프로그램에 포함된 QR코드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공유가 가능하다는 편의성도 높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영어 문해력의 주요 단계를 촘촘하게 연계한 실용성과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한편 올해 전국교육자료전은 총 14개 분야에서 75편이 최종 입상했다. 수상작들은 교총홈페이지 내 종합자료실-전자도서관과 연구대회/자료전–온라인 갤러리를 통해 공유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제19회 KEDI 데이터 연구 학술대회’가 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한국교육종단연구’, ‘데이터 기반 대학 교육혁신 모니터링 연구’ 등 데이터 자료 외에 ‘공교육 모니터링을 위한 학교교육 실태조사 연구’, ‘평생학습 개인실태 조사’ 등 2023~2024년 데이터 자료도 공개됐다.
최근 유괴 미수 사건 등이 발생하자 서울시교육청과 경찰청이 협력해 유괴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양 기관은 12월부터 관내 12개교 초등 저학년(1~3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로 찾아가는 유괴 예방교육’을 시범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서울정진학교는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2010년이었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운천이를 만났다. 운천이는 키가 컸으며 말수가 무척 많은 아이였다. 성적은 거의 바닥권이었고, 지난해 말에 전학을 와서 외곽 지역에 살고 있었다. 지방 소도시에 있는 학교에는 대부분 시내에서 거주하는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데 좀 의외였다. 노선버스를 타고 40분 정도를 가야 하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 아이와 처음 만난 날, 난 이런 농담을 했었다. “최운천. 거기 살면 가까운 청풍중학교로 가지 왜 여길 왔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멋쩍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이의 눈꼬리가 살짝 흐려지는 것을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추궁하듯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우리 애한테 전학 가라고 했어요?” 순간 당황했다. 처음 만난 후 친해지려고 그냥 농담 한 거라고, 정색을 하고 등 떠밀 듯이 아이를 밀어낸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학교 생활이 싫은 아이가 학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나온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였겠지만‘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서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운천이를 더 자세히 관찰하고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참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으며,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대로 이 녀석의 학교생활 적응은 쉽지 않았다. 워낙 배경지식이 부족하고 어렸을 때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기에 수업 시간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것도 어려워했다. 돌출 행동을 하거나 짜증을 부리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 반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뿐 아니었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정말 최악이었다. 덩치도 크고 힘이 있는 아이였기에 다른 아이들이 쉽게 곁을 주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성적도 신경 안 쓰고 멋대로 하는 아이라서 괜히 잘못 엮이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라도 날까 주저하는 분위기였다. ‘문제아 운천이’로 깊어진 고민 친구들과의 갈등은 잦은 싸움으로 연결되었다. 걸핏하면 흥분하고 약한 애들을 건드렸으며, 이른바‘빵셔틀’이라 불리는 나쁜 짓도 했다. 수업 시간에 몰래 나가 담배를 피우다가 걸린 적도 있었고, 학교 규칙을 어겨 벌점을 받는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벌점 따위 신경 안 쓰겠다는 그 녀석의 배포에 어떡해야 할까 고민한 적도 많았다. 작은 징계는 한두 번 있었지만 퇴학이란 게 없는 중학교에서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녀석을 제어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수시로 아이의 부모님을 학교에 불러 대화를 하고 가정에서의 지도도 부탁했다. 한때 아이에게 더 많은 정을 쏟고 의기양양하던 아버지도 아이와의 관계 맺기를 어려워했다. 알고 보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혼 후 어머니가 재혼을 했고, 지금의 아버지는 새아버지였던 것이다. 그래도 새롭게 꾸린 가정이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 아버지로서의 소임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그러나 현실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으니 그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또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반에서 가장 작고 약한 아이였던 윤식이에게 또 녀석이 몹쓸 장난을 친 것이다. 그런데 이 장난이 그나마 노력하고 있던 나를 분노하게 했다. 학교 정원에서 작은 청개구리를 잡아 윤식이의 입에 넣게 강요했고, 그것을 보면서 몇 명의 아이와 함께 웃고 즐기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래서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한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 처분을 내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어지간하면 담임 교사로서의 책임감이 있기에 아이의 징계를 막는 편이다. 최대한 담임으로서 노력해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하거나 심하면 각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피해 학생 부모님의 민원도 그렇고, 그동안 묻어두고 넘어가 주었던 것들의 봉인이 풀린다면 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것만 같았다. 이런 비인간적인 가학 습관까지 묻어둔다면 이 아이의 장래는 암담할 것이라 생각했다. 먼저 전화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결연한 나의 의지를 말했다. 전화를 사이에 두고 우리 둘 간에는 절반 이상이 침묵과 한숨이었다. 일단 그날 오후 늦은 시간에 학생의 아버지를 불렀다. 학교에 온 학생의 아버지는 맨 먼저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선생님, 이거….” “이게 뭐죠?” “한번만 봐주세요. 꼭, 부탁합니다.” 얼핏 입구가 열린 편지봉투를 보니 만 원짜리 지폐가 가득했다. 대충 어림해 봐도 50장 이상은 되어 보였다. 새 돈이 아닌 걸로 봐서 큰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있는 것을 챙겨서 온 것 같았다. 짜증이 났지만 순간 마음이 두근두근 거리는 게 이상한 감정이 생겨나는 듯했다. 지금까지 교사 생활을 하면서 돈이라는 것을 받은 적이 없었다. 스승의날에 작은 선물을 받기는 했지만 김영란법이 나오기 전이라 그것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손에 들린 봉투 하나 하지만 막상 돈이 앞에 놓이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들고 온 사람의 성의와 그의 절박함이 떠올랐다. 눈동자를 굴려서 주변을 돌아봤다. 여기는 교실이라 우리 둘뿐 아무도 없었다. 봉투를 받자마자 바로 정색을 하면서“나는 이런 사람 아닙니다. 사람 잘못 봤습니다”,“호랑이는 굶어도 풀을 먹지 않습니다”와 같은 통쾌한 말을 하면서 상황을 끝내버리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게 멋져보이기는 했었는데, 나도 이런 상황이 되면 칼처럼 끝내버리는 촌철살인의 말 한마디로 나의 자존심을 과시하리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닥치고 나니 그렇게 되질 않았다. 단 몇 초의 시간이었지만 정지화면처럼 우리 둘 간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내가 말했다. “이렇게 하시라고 부른 게 아닙니다. 그건 받을 수 없습니다” 얼굴빛이 바뀌는 학부모를 보고 계속 설득을 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그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이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한 후 이런 말을 했다. “운천이가 조금씩 나아져 무사히 졸업 하는 날, 그때 꽃 한 송이만 주세요. 그러시면 그건 받겠습니다” 결국 그 학부모는 봉투를 다시 집어넣었다. 이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에 대한 걱정과 대처 방안 등을 의논했고, 아이를 키우는 동업자의 마음으로 허심탄회하게 걱정을 주고받았다. 그때 그 학부모의 마음은 이해한다. 엇나가는 자식을 보고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 아이를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능력 범위 내에서 돈이라도 쓰고 싶은 것이겠지.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서,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이런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때 당시 우리 사회가 그런 행동을 용인했던 분위기도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날 이후 아이는 조금씩 달라져 그나마 나아진 것으로 기억한다. 학부모가 더 신경을 쓰고 마음을 쓴 만큼 사춘기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학기를 마치지 않은 10월의 어느 날,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를 키워보겠다는 마음에 전학을 갔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그 이후 난 그 아이를 잊어버렸다. 입시 등으로 3학년을 바쁘게 보내고 드디어 맞은 졸업식 날. 근사한 말로 마지막 종례를 마치고 아이들을 귀가시키자 전화가 울렸다. 바로 전학을 갔던 운천이 아버지였다. 어쩐 일이냐고, 반가운 마음에 아이의 안부를 물었다. 아버지와 둘이 객지 생활을 하다보니 아이도 조금씩 나아졌다고 한다. 비록 실업계 고등학교지만 진학도 했고 이제는 제법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신경써주신 선생님께 졸업식을 맞아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 같다며 학교에 오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아버지는 그때 내 말대로 꽃 한 다발을 들고 학교에 오셨다. 그리고 만 원짜리로 가득한 봉투보다 더 소중한 마음을 내게 주셨다. 거칠지만 정성이 가득한 아이의 짧은 편지 한 통까지 들어있는 꽃 한 다발은 정말이지 내 최고의 졸업식 선물이었다. 나는 제자 운천이를 위해 학부모의 돈과 내 양심을 바꾸지 않았기에 지금 이렇게 당당하고 떳떳하게 교단에 서 있다. 그리고 아이들과 웃고 부대끼며 오늘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교사로서 아이들과 마음의 소통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은 그 어떤 부정적인 청탁에도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고결한 영혼을 소유하고서, 받는 것 대신 아이들에게 마음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나라 선생님들은 누구나 청렴하고 맑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 사람들이 앞에서 이끌어주는 한 이 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올해의 마지막 달 12월이다. 어김없이 한파 예보가 이어지고,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한 해를 버텨낸 자신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이면 으레 회식과 송년회로 분주하지만, 올해만큼은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12월의 여행은 화려한 볼거리보다 고요한 사색이 어울린다. 하지만 사색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온전한 휴식 속에서, 어떤 이는 일상과 단절된 수행 속에서, 또 어떤 이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도전 속에서 한 해를 정리한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2025년을 마무리할 수 있는 국내 여행지들을 '휴식', '수행', '도전'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나눠 소개한다. 휴식: 따뜻함을 찾아 몸과 마음을 녹이다 강원 강릉 '안반데기' - 고원의 고요함 속으로 해발 1100m 고원지대에 자리한 안반데기는 겨울이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된다. 광활한 고랭지 채소밭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고,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함이 찾아온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설경을 감상하며 사색하기에 완벽한 곳이다. 안반데기 마을까지 오르는 길 자체가 여행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점점 시야가 넓어지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대의 풍경은 압권이다. 인근에는 강릉 지역의 온천 리조트들이 있어 안반데기에서의 고요한 시간 후 따뜻한 온천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 휴식과 자연이 만나는 겨울 여행을 원한다면 안반데기와 강릉 온천을 함께 코스로 잡는 것을 추천한다. 전남 순천만 - 겨울 갈대밭의 정취 순천만의 겨울 갈대밭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여름의 푸른 갈대와 달리, 겨울 갈대는 황금빛을 띠며 바람에 일렁인다. 해질 무렵 갈대밭 위로 펼쳐지는 노을은 한 해의 끝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순천만 갈대밭은 잘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걸을 수 있어 가볍게 산책하며 자연을 즐기기 좋다. 용산전망대까지 오르면 S자로 굽이치는 순천만의 물길과 광활한 갈대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일몰 시간대를 맞춰 방문하면 갈대밭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 겨울 정원의 고요한 아름다움 아침고요수목원은 겨울이 되면 오색별빛정원전으로 유명하지만, 낮 시간대의 겨울 정원도 사색하기에 좋다. 정원의 고요함,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겨울 햇살, 겨울에도 푸른 침엽수들의 생명력.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수목원 곳곳에 마련된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한 해를 돌아보기 좋다. 특히 하경정원과 석정원은 한국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소나무 정원길을 걷다 보면 도심의 소음이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충북 제천 '리솜포레스트' - 온수풀에서 찾는 평온 충북 제천시 백운면 구학산 자락에 자리한 리솜포레스트는 150년 된 원시림 속에 들어선 리조트다. 이곳의 가장 큰 자랑은 국내 유일의 포레스트형 스파풀이다. 일반적인 리조트 워터파크와 달리 이곳의 야외풀은 완전히 자연 속에 파묻혀 있다. 특히 12월 한파가 몰아칠 때 이곳의 인피니티풀에서 느끼는 경험은 특별하다. 머리 위로는 차가운 공기가 스치고, 가슴 아래로는 따뜻한 물이 몸을 감싼다. 풀 너머로는 구학산의 설경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앉아 있노라면, 한 해 동안 치열하게 살아오며 쌓인 피로와 잡생각들이 수증기처럼 흩어지는 느낌이다. 수행: 일상을 떠나 마음을 정돈하다 경북 경주 '불국사·석굴암' - 천년 고도의 정적 속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은 겨울에 더욱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천년을 이어온 석탑과 전각들이 눈에 덮여 있는 모습은 시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준다. 평일 오전 시간대를 이용하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사찰을 둘러볼 수 있다.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를 지나 대웅전에 이르는 길, 다보탑과 석가탑을 마주하는 순간, 역사의 무게가 느껴진다. 토함산 중턱에 자리한 석굴암까지 이어지는 숲길을 걸으며 한 해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다. 강원 평창 '월정사' - 전나무숲에서 마음을 비우다 눈 내린 전나무숲을 걸으며 한 해를 돌아보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월정사는 겨울에 특히 고요하다. 월정사의 일주문에서 금강문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숲길은 국내에서 가장 큰 전나무 군락지로,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드라마 속 장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12월 눈 내린 전나무숲의 실제 풍경이다. 수십 년 자란 전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듯 우뚝 서 있고, 그 사이로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다. 눈 밟는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한 숲길을 걸으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경북 경주 '불국사·석굴암' - 천년 고도의 정적 속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은 겨울에 더욱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천년을 이어온 석탑과 전각들이 눈에 덮여 있는 모습은 시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준다. 평일 오전 시간대를 이용하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사찰을 둘러볼 수 있다.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를 지나 대웅전에 이르는 길, 다보탑과 석가탑을 마주하는 순간, 역사의 무게가 느껴진다. 토함산 중턱에 자리한 석굴암까지 이어지는 숲길을 걸으며 한 해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다. 전남 보성 '녹차밭' - 겨울 차밭의 고요 보성 녹차밭은 봄과 여름의 신록이 유명하지만, 겨울 녹차밭의 정적인 아름다움도 독특한 매력이 있다. 초록빛을 잃은 겨울 차밭은 차분한 갈색과 회색의 조화를 이루며, 한적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한다원과 보성녹차밭(한국차소리문화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한 해를 정리하기 좋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 방문하면 안개 낀 차밭의 몽환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녹차 족욕과 따뜻한 녹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이는 것도 잊지 말자. 도전: 내게 던지는 의미 있는 도전 강원 태백 '태백산' - 눈꽃 산행의 감동 태백산은 한라산보다는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겨울 산행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발 1567m의 태백산은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특성상 겨울이면 눈꽃으로 뒤덮인 환상적인 설경을 자랑한다. 당골광장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가장 대중적이며, 정상인 천제단까지 약 3~4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정상 부근의 주목 군락지는 눈에 덮여 더욱 아름답고, 천제단에서 바라보는 360도 파노라마 뷰는 등반의 피로를 잊게 한다. 특히 매년 1월에는 태백산 눈축제가 열려 더욱 풍성한 겨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제주 '한라산 국립공원' - 백록담을 향한 설국 등반 한 해의 마지막을 도전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면 한라산을 추천한다. 12월 한라산의 눈 덮인 구상나무들은 설국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바람에 날리는 눈발은 환상적인 겨울왕국을 연출한다. 힘들게 정상에 올라 백록담을 마주하는 순간, 한 해 동안의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이다. 한라산은 총 5개 코스로 영실, 성판악, 어리목, 관음사, 돈내코가 있다. 백롬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성팍악과 관음사 두 곳이 있다. 한라산을 오르는 5개 코스 중 영실과 관음사가 가장 선호도가 높지만, 겨울 한라산은 어느 길로 오르더라도 눈부신 설경으로 환상적인 겨울왕국을 볼 수 있다. 제주 '올레길' - 바다를 보며 걷는 성찰의 시간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제주 올레길을 추천한다. 총 27개 코스 중 겨울 바다를 보며 걷기 좋은 곳은 7코스(외돌개-월평포구, 14.6km)와 10코스(화순-모슬포, 15.6km)다. 관광객이 적어 조용하고, 겨울 바다의 거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한 해를 되돌아보기에 적합한 분위기다. 올레길은 한라산 등반과 달리 각자의 페이스로 걸을 수 있고, 중간중간 쉬어갈 곳도 많아 부담이 적다.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색에 잠기게 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다짐을 세워보는 것도 의미 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영어 1등급 비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만점자는 반토막 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전체 만점자는 5명(재학생 4명, 졸업생 등 1명)으로 작년 11명의 절반에 못 미쳤다. 가장 어려웠던 영역은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로 드러났다.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3.11%(1만5154명)에 그쳤다. 2018학년도 절대평가 전환 이후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던 2024학년도(4.71%)를 밑도는 역대 최저치다.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자 표준점수)을 보면 국어 영역도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체 응시생 중 자신이 속한 상대적 서열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하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한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작년(139점)보다 8점 상승했다. 지난 9월 모의평가(143점)와 비교하면 4점 높고 2024학년도(150점)보다는 낮다. 국어 만점자는 261명으로 작년(1055명)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1등급과 2등급을 가르는 구분점수(등급 컷)에서도 국어는 133점으로 작년보다 2점 올랐다. 이에 대해 오승걸 평가원장은 “국어 및 영어에서는 문항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의도하고 확인했던 것과는 달리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영어의 경우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시험 난이도를 목표로 했으나 당초 취지와 의도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수학 영역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작년 140점에 비해 1점 떨어지고, 등급컷은 128점으로 3점 내려가는 등 작년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만점자는 780명으로 작년(1522명)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다. 수능 탐구영역 중 사회탐구(사탐) 영역에서 채점 결과의 경우 이전과의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이는 주요 대학의 이공계열 모집에서 수능 사회탐구(사탐) 선택을 열어놓으면서 벌어진 ‘사탐런’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수능에서 사탐만 선택한 인원은 60.04%(28만4535명)를 기록했다. 사탐·과탐의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모두 6점이다. 작년 사탐 11점, 과탐 8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줄었다. 또한 사탐 2등급 이내에 속하는 인원이 작년보다 30% 증가했다. 반면 과탐 8개 과목의 2등급 이내 인원은 작년(4만9920명) 대비 1만2612명(25.3%) 감소한 3만7308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5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국제토론회(세미나)’를 개최한다. OECD 세미나는 최신 교육 동향을 탐색하고 미래 교육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1999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및 교육 포럼(2025 Global AI Talent Education Forum, 2025 GATE Forum)’과의 연계 개최를 통해 ‘AI 시대, 한국 교육 정책 방향’을 주제로 진행된다. 기조강연은 스테판 뱅상-랑크랭(Stéphan Vincent-Lancrin) OECD 교육연구혁신센터(CERI) 부센터장이 맡는다. 이어지는 발표는 다이애나 톨레도 피게로아(Diana Toledo Figueroa) OECD 교육정책전망(EPO) 프로젝트 책임자가 맡는다. 이번 발표에서는 OECD 교육정책전망 보고서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된 ‘한국 교육정책전망(Education Policy Outlook in Korea) 보고서’가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2016년 후 9년 만에 발간되는 보고서로, 국제적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교육의 강점과 과제라는 의미가 있다. 특히 AI 시대 디지털 교육 전환 등 한국 교육의 변화와 함께,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교육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추후 OECD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토론에서는 초·중등교육 분야 변순용 교수(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고등교육 분야 김헌영 전 총장(강원대), 평생·직업교육 분야 심재경 이사(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협력 분야 벤 렁(Ben Leong) 교수(싱가포르국립대 컴퓨터공학과) 등이 패널로 참여한다. 고영선 KEDI 원장이 좌장을 맡는다.
한국교총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교실 내 CCTV 설치 관련) 부결 요구서’를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간 상황이다. 개정안은 교실 내 CCTV 설치를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학생과 교사의 보호를 위해 학교의 장이 제안한 경우로서 학생, 학부모 및 교직원의 의견을 듣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포함한다’는 단서 조항을 통해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총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고, 법률 체계상으로도 심각한 흠결을 안고 있다”며 “해당 개정안을 ‘국민기본권침해법’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부결을 법사위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교실은 학생과 교원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생활공간이자 학습공간인데 CCTV를 설치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초상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이 교총의 설명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교육환경의 변화는 마땅히 국가적 차원의 일관된 원칙과 법률에 의해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년 교실 내 CCTV 설치와 관련해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제한돼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해당 법 통과 시 또 다른 학교 갈등 사안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총은 “해당 개정안은 ‘학생·교사 보호’라는 지극히 추상적인 목적만을 제시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교실내 CCTV 설치가 가능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며 “이러한 모호성은 결국 악성 민원과 외부 압력에 취약한 학교장으로 하여금 학부모의 강력한 요구나 타 학교와의 비교, 지역 간 형평성 논란 등 외부 압력에 의해 스스로도 원치 않는 CCTV 설치를 제안하는 역할을 강요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교실은 감시가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작용의 공간이어야 한다.최근 대법원이 교실 내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판결 취지와도 맞지 않는 입법”이라면서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고,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해당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반드시 걸러내 부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정 작가의 장편동화 모두 웃는 장례식은 할머니가 자신의 75번째 생일에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된다. 할머니는 유방암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죽은 뒤에 우르르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누가 누군지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 이 동화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윤서다.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엄마가 일하는 상하이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하자 망설일 수밖에 없다. 결국 남기로 결심한 윤서의 시각으로 할머니 슬하 4남매가 너무 놀라 갈등을 겪다 할머니 부탁을 받아들이는 과정, 생전 장례식을 준비해 치르는 과정이 담겨 있다. 윤서도 할머니가 일한 시장 사람들의 육성을 영상으로 담는 등 생전 장례식 준비에 참여했다. 도라지꽃, 할머니가 가장 좋아한 꽃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도라지꽃이다. 시장에서 할머니한테 한복 만드는 법을 배운 아주머니가 할머니 한복을 지어 찾아왔다. 한복 치마엔 도라지꽃이 선명하다. 아주머니는 한복을 펼쳐 할머니의 몸에 대 주었다. 치마에 수놓은 보라색 꽃이 예뻤다. 할머니는 거칠고 마른 손으로 꽃무늬를 어루만졌다. “도라지꽃이네.” “네. 형님이 좋아하시잖아요.” 할머니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할머니는 생전 장례식날 이 한복을 입는다. ‘한복에 수놓은 도라지꽃이 햇살을 받아 곱게 빛났다.’ 윤서가 생전 장례식날 할머니에게 주는 감사패를 읽을 때 윤서 친구들이 할머니에게 주는 꽃다발에도 도라지꽃이 들어 있다. 할머니는 생전 장례식을 치른 지 두 달 남짓 지나 돌아가셨다. 생전 장례식이라는 소재를 너무 가볍게도, 너무 무겁게도 다루지 않은 것이 이 동화의 미덕이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인데도 몇몇 군데에서 눈물을 찔끔거리며 읽었다. 2017년 일본 대기업 고마쓰의 안자키 사토루 전 대표는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뒤 “40여 년 동안 신세 진 이들, 이후 여생을 같이 즐긴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신문에 생전 장례식을 열겠다는 광고를 냈다. 이 광고와 실제 생전 장례식은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필자는 ‘생전 장례식’이라는 말을 이때 처음 들었다. 그는 이 행사에서 “인생을 충분히 즐겼고 사람 수명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건강할 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당사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모두 웃는 장례식 줄거리는 이 기업인 얘기와 비슷하지만, 시장에서 한복집을 운영한 용기 있는 할머니 버전이다. 아들 친구가 ‘너희 집 마당에 도라지꽃이 참 예뻤는데’라고 회상하는 것으로 보아 도라지꽃은 할머니의 전 생애를 보여주는 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사후(死後) 장례식은 아무리 화려해도 고인이 아닌 유가족 중심일 수밖에 없다. 조문을 가더라도 고인의 이름과 영정을 보는 것 말고는 고인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 상가에 늘어선 조화(弔花)를 보면서 고인과 그 자녀들이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가졌는지 짐작해 볼 뿐이다. 생전 장례식이 더 의미 있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필자라면 어떻게 할지에 생각이 미치자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 책은 동화지만 태어나면 피할 수 없는 죽음, 장례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다. 두렵고 그저 먼 얘기로만 느낄 수 있는 죽음의 의미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차분하게 전달하는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세 개의 별을 가진 도라지꽃 도라지꽃은 6∼8월 보라색 또는 흰색으로 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예쁜 꽃들이 많은 ‘미녀군단’ 초롱꽃과에 속하는데, 우리나라 전국의 산에서 볼 수 있으며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하는 식물이다. 초롱꽃·섬초롱꽃·금강초롱꽃이 도라지와 같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자매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도라지는 밭에 재배하는 것으로, 나물로 먹는 것은 도라지 뿌리다. 별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이 기품이 있으면서도 아름답다. 흰색과 보라색 사이에 중간색 같은 교잡이 없다는 것도 특이하다. 문일평은 꽃이야기 책 화하만필(花下漫筆·꽃밭 속의 생각)에서 “도라지꽃 잎과 꽃의 자태가 모두 청초하면서도 어여쁘기만 하다”며 “다른 꽃에 비해 고요히 고립을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적막한 빈산에 수도하는 여승이 혼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도라지꽃을 별에 비유하는 글들이 많은데, 가만히 보면 도라지꽃에는 세 개의 별이 있다. 먼저 도라지꽃은 개화 직전 바람을 불어넣는 풍선처럼 오각형으로 부풀어 오른다. 그 모양이 별같이 생겼다. 이 모양이 서양 사람들에게는 풍선처럼 보인 모양이다. 그래서 도라지의 영어 이름은 ‘Balloon flower(풍선꽃)’다. 두 번째로, 꽃잎이 활짝 펼쳐지면 통으로 붙어 있지만 다섯 갈래로 갈라진 것이 영락없는 별 모양이다. 그런데 꽃이 벌어지고 나면 꽃잎 안에 또 별이 있다. 꽃 안쪽에 조그만 암술머리가 다섯 갈래 별 모양으로 갈라진 채 뾰족이 내밀고 있는 것이다. 도라지꽃은 수술 꽃가루가 먼저 터져 날아간 다음에야 암술이 고개를 내민다. 자기꽃가루받이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해바라기도 수술 꽃밥이 먼저 터지고 하루이틀 지난 다음, 암술대가 올라와 다른 개체의 수술 꽃가루가 오기를 기다린다. 반대로 천남성과 식물들은 암술이 먼저 나온다. 소나무처럼 암술머리가 수술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 같은 나무의 꽃가루가 암술머리로 옮겨지는 것을 막는 경우도 있다. 식물들이 이렇게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도라지는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도라지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핀다. 김훈 소설 내 젊은 날의 숲에는 ‘멀리서 봐도, 고개를 옆으로 돌린 꽃들조차 나를 향해 피어 있었다’는 대목이 있는데, 옆으로 핀 도라지꽃을 묘사한 것이다. 고주환 씨는 책 나무가 청춘이다에서 도라지꽃이 옆으로 ‘돌리며’ 피어나는 것이 이름의 유래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식물 이름 유래가 대개 그렇듯 정설은 없다. 홍민정 작가는 동화책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가 6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어린이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로, 모두 웃는 장례식은 그의 첫 고학년 장편동화다.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면서, 양측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학교폭력 조사 과정이 적절하지 않다면서 절차상의 문제를 삼거나, 일부 학부모는 교사의 언행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더해 아동학대 신고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사안이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육활동 침해의 경계에서 얽히며 결국 ‘법의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교육현장이 점점 사법적 판단에 기대게 되는 현상,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교육(학교)의 사법화’입니다. 교육의 사법화 시작, ‘학교폭력’ 학교폭력 사안은 교육의 사법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2004년 제정 후 20년간 스무 번도 넘게 개정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불복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불복하여 제기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총 6,400여 건입니다. 행정심판은 2021년 1,295건에서 2023년 2,223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하였고, 행정소송 역시 2021년 255건에서 2023년 628건으로 늘었습니다. 가해학생의 조치 불복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이 제기하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도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피해학생 측 불복이 늘어나는 것이 최근 심의 결과 학교폭력이 아닌 경우가 늘어나고, 제6호 출석정지 이상의 중대한 조치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 2023년 초 교육부는 학교폭력 조치사항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강화를 포함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합니다. 이에 따라 2026학년도 대입부터 모든 전형에서 불이익을 주어야 하는데, 최근 가해학생 조치사항으로 각 대학이 수험생을 불합격시킨 통계가 공개되면서 학부모의 불안은 더 커진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 정책의 결과는 어떨까요? 강경대책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줄지 않고 있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법적으로 대응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고요, 이 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특이민원이 함께 증가합니다. 학교장 자체해결의 비율은 감소하고, 교육장이 내린 조치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불복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수치로 분명하게 확인이 됩니다. 학교와 교실 현장을 어렵게 하는 부정적 지표이지요. 이런 흐름의 문제는 책임 추궁 중심의 대응 방식이 강화된다는 점입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도 여전히 언어폭력이 3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작년에 비하여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이 각각 0.9%P와 0.4%P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일상적인 학교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이나 다툼, 분쟁의 해결을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갈등이나 다툼은 가정 내 교육과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인데 책임 추궁 중심의 대응 방식이 강화되는 현장에서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혐의(嫌疑)’가 되는 시대 교사들의 정상적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 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권보호 5법이 개정되어 시행된 지 곧 2년을 맞이합니다. 그럼에도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4,200건으로 다소 주춤하기는 하나 교권보호위원회 심의에 이르지 못한 숨겨진 교육활동 침해까지를 고려한다면 실제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령과 지침에 따른 학교폭력 사안처리를 하였음에도 신고학생 측은 신고학생 측대로, 피신고학생 측은 피신고학생 측대로 편파적이라며 민원을 제기하고, 학교폭력에 이르지 않는 아이들의 다툼에 대하여 정당하게 생활지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축소·은폐, 아동학대 혐의가 씌워지는 사건도 여전합니다. 이같이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언행들이 ‘아동학대’, 특히 ‘정서적 학대’로 해석되면서 교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교육(지원)청 사안 확인,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까지. 교사가 감당해야 할 과정이 참 험난합니다.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해도 최소 몇 개월이 걸리는 그 기나긴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이는 결국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하여 공교육을 흔들게 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어떠한 행위가 정서적 학대 행위 인지는 법관의 해석과 조리에 의하여 구체화될 수 있다고 하는데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입니다. 참 답답합니다. 법의 한계와 ‘학교의 교육적 기능 회복’ 교육의 사법화를 막기 위해서는 법과 교육의 균형이 필수적입니다. 법을 통하여 교육을 보호하되, 교육을 지배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교육의 사법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그 단초가 된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교 내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를 모두 학교폭력으로 볼 뿐만 아니라 일상적 갈등이나 다툼과의 구별 없이 모호하고 광범위한 학교폭력의 개념, 무분별한 학교폭력 신고를 학교 측에서 종결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절차도 허용하지 않은 부분, 양측의 동의 없이는 진행조차 어려운 관계회복 프로그램, 교육적 해결을 막는 즉시 분리와 제2호(접촉금지 조치)의 의무화,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면 경미해도 무조건 가해학생 조치를 내리도록 한 제17조까지. 지금이라도 교사들이 안전하게 ‘법의 눈치 없이’ 교육적으로 학교폭력을 포함한 갈등이나 다툼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학교가 다각적으로 해당 문제에 접근하여 근본적으로 풀어나갈 여유를 갖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아동학대 등 무분별한 신고가 곧바로 조사나 수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사 또는 교육(지원)청의 1차 판단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절차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간의 신뢰입니다. 교사·학생·학부모가 서로를 ‘잠재적 가해자’가 아닌 ‘교육의 동반자’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교육의 사법화는 단순한 제도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교육을 ‘신뢰’ 대신 ‘법’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법은 당면한 문제를 표면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학생의 성장과 회복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학교는 다시 교육의 언어로 돌아와야 합니다. 교사가 교육자로서 판단하고, 학생이 실수 속에서 성장하며, 학부모가 학교를 믿을 수 있는 구조가 신뢰 속에서 법과 제도로서 탄탄하게 만들어지기를 고대합니다.
“김기홍 선생님 맞으시죠? 여기 T 경찰서입니다. 학부모가 아동폭행과 상해로 고소를 했어요. 서에 한 번 나오셔야 하는데….” 2017년, 나는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며 경찰에 고소하고, 교육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일을 겪었다. H 부모님께서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협박한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담담할 줄 알았지만, 이 과정이 마무리되는 1년여 기간 동안 답답함·자책·분노·두려움 등의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혹시 잘못되어 교사를 못할 수 있다는 실존적 위협에 처했었다. 이는 주변 동료교사들까지도 교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은 타인에게 드러내기 힘든 치부로 여겨져 감춰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박사과정에 있던 나에게 지도교수님은 개인적인 일로 보이는 이 사건을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해 보길 권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에 대한 성찰적 글쓰기와 학문 공동체에서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의 논의를 통해, 이러한 일이 운이 나쁜 누군가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육체제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다. 연구 결과, 이미 많은 교사가 이러한 일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교사를 사법기관에 고소하고 학교현장에서 협박하는 일들이 우리 사회와 무관한 특정인들의 일탈도 아니었다. 오늘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활동(학폭 처리, 안전교육 등)은 외부의 논리로 도입되고 있으며, 그 준거는 교육적 정당성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과 절차적 합법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교육적 노력을 기울이려 하기보다, 수많은 법률·규정·절차를 준수하려고 노력한다. 과연 외부 도움 없이 혼자 고군분투하며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교사의 역량인가 한국 교육은 5·31 교육개혁 이후, 30년간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라 재편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학교 구성원들의 정체성과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로 수많은 교육정책을 학교로 밀어 넣었으며, 그것의 통제를 규정과 법률에 맡겨 버렸다. ‘교육의 시장화’가 ‘교육의 사법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사법화는 교사와 학부모를 ‘교육을 위한 상호 협력적 관계’가 아닌 ‘교육정책 이행자와 심판자 관계’로 변화시켰다.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적 행위를 법률과 규정에 기반해 판단하고 문제 제기하며, 학생이 교사의 수업 일부를 녹음하고 법률적 심판대에 올리는 것이 합리적 행위가 된 것이다. 학부모는 ‘부모의 교육적 역할을 대신하는 서비스 요구하기’, ‘자기 자녀를 위한 학급 운영 요구하기’, ‘비난하기’, ‘압박하기’ 등 적극적인 소비자의 모습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교육의 사법화 토대 위에서 ‘절차와 규정 따지기’, ‘사법 논리를 빌어 협박하기’, ‘민원 제기와 고소하기’ 등 사법적 심판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교사들은 ‘학부모 눈치 보기’, ‘최소한의 교육만 하기’ 등의 대처를 한다. 그리고 이에 실패할 경우 ‘교권 침해’, ‘고소’와 같은 실존적 위기를 겪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학교교육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사람이 교육공동체를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가장 어렵고 민감한 교육적 문제는 철저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환원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담임교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학생의 기초학력과 최소성취수준 보장을 위해 교과교사의 소명과 윤리성을 동원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교사는 본인 학급 학생, 본인 교과의 문제를 외부의 도움 없이 혼자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교사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또한 이전까지, 학생을 위한다는, 미래를 걱정한다는 생각으로, 때로는 거창하게 우리 사회의 가치와 공동체 규범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홀로 고군분투했다. 우리 반 학생을 내 힘으로 오롯이 교육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오만한, 그리고 전문성이 결여된 생각인지 깨달았다. 그 어떤 아이든 교사 혼자의 힘으로 교육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설사 가시적으론 타인의 도움을 빌리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누군가 혹은 우리 사회가 그 아이를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때로는 개인의 의지와 능력을 넘어 다양한 곳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할 때 학교와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학교와 사회가 그런 도움 요청에 응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고, 그런 학교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적 행위를 법적 잣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문화 강화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얼마 후, 서이초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한 교사의 안타까운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십만 명의 교사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가 서이초 교사가 자신이 될 수도 있었음을 외쳤다. 서이초 사건이 대규모 집회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내가 겪은 일을 대부분의 교사가 겪게 되었음을 느꼈다. 그래서 남을 돕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돕고 있구나 생각했다. 서이초 사건이 벌어지고 난 약 한 달 뒤부터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에서는 ‘교사의 교육권을 법으로 보장하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하라’와 같은 요구안이 제기되었다. 특히 ‘다른 해결책에 우선하여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이에 교육부는 즉각적으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을 현장에 내려보냈고, 국회도 6개 교원단체가 요구한 법 개정안을 받아 교권 보호 5법을 개정하였다. 하지만 교원의 아동학대 면책법안이나 문제행동학생의 분리 조치와 같은 행정적 대응만으로 학생·교사·학부모의 관계가 정상화되고 학교가 안전해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연구 결과 서이초 사건은 아동학대 관련 법의 확장과 사법적 갈등 해결에 대한 두려움을 체화한 교사들이 정동적으로 공명하고 연대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수많은 교사가 거리로 나와 생존권과 기본권을 외쳤다. 하지만 권리를 매개로 한 정치적 요구는 ‘교권 보호’라는 기표로 쉽게 미끄러졌고, 이는 빠른 시간 내에 「교권보호법」의 확장과 분화를 끌어냈다. 「교권보호법」의 확장과 분화는 사법 권력의 감소와 법적 프레임화 약화라는 탈사법화의 단기적 효과를 가져왔다. 사법적 결정에 교육의 논리가 재삽입되면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인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교권 관련 법의 확장과 분화만으로 교사의 실존적 위기를 해소하고 학교를 교육적 담론의 공간으로 되돌리긴 힘들다. 오히려 아동학대와 교권 침해에 대한 사법 시장화가 심화되고, 교육적 행위를 법적 잣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문화가 강화되고 있다. 나아가 교육적 행위를 사법의 언어로 규정함으로써 교육 담론이 사법 담론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그 결과 교사들은 교육 담론이 사라진 학교에서 ‘법적 자유로 후퇴’하며 생존만을 목표로 삼고 있다. 웬디 브라운은 ‘권리’는 상처를 드러내는 언어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불충분한 언어라고 말한다. 권리 요구만으로 구조적 억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법 또한 불평등과 억압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생활세계의 논리를 잠식하고 사회적 신뢰와 연대를 약화시킴으로써 삶의 관계들을 해체시킬 수 있다. 사법화는 특정 억압을 해결하려는 의도로 시작되지만, 법적 개입 자체가 억압적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 동시에 (타인의) 권리 자체를 비판해야 하는’ 권리의 역설은 사법화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여러 직업 세계를 체험한 후 몸으로 글을 쓰는 작가 한승태는 어떤 동사의 멸종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묘비 문구를 ‘콜센터가 제일 힘들었다’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그는 콜센터 직원을 야멸차게 몰아붙이던 민원인이 자신과 같은 콜센터 직원임을 우연히 확인하는 순간의 고통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리고 오늘날 콜센터 상담사가 그토록 고통받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콜센터 이전의 전화교환수들이 어떻게 일하며 살았는지를 잊어버렸기 때문이 아닐지 짐작한다. 가정의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김관욱도 같은 이유로 콜센터 직원을 13년간 연구한 후, 사람입니다, 고객님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왜 이렇게 오랜 기간 콜센터 직업의 문화를 연구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지고 싶지 않은 대상은 폭언하는 고객도, 강압적인 상사도, 외면하는 동료들도 아니다. 이러한 개인들을 점차 확산하게 만드는 사회와 문화에 지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대학생의 81%가 고등학교를 ‘사활을 건 전장(戰場)’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가 말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끔찍하지만 익숙한 현실은 현재 체제의 작동 오류 때문이 아니라,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결과이다. 나는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으며, 교사 대 학부모의 대결적 구도를 만들거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로 환원시키지 말아 달라고 특별히 부탁하고 싶다. 학생·학부모·교사가 법을 무기로 서로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새로운 제도를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학교가 교육공동체로서 기능하지 않고, 개별적 성과를 과시하는 학교 문화를 문제화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민원전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별도로, 학부모와의 교육적 소통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동시에, 민주적 공공성의 가치 위에서 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개방적 학습 및 연구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이 근대적 규범을 내면화한 ‘자율적 전문가로서의 주체 되기’를 넘어, 자신의 취약함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다양한 행위자들과 관계 맺으며 그 속에서의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관계적 행위자 되기’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러한 다층적 노력이 새로운 교육을 상상하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