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교원과 학생 간의 믿음과 상호 존중에서 시작되며, 그 굳건한 기반 위에서 꽃을 피운다. 그러나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이른바 ‘몰래 녹음 허용 법안’은 이 믿음과 존중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지난달 18일,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제3자의 타인 간 대화 녹음·청취를 허용하고 이를 법적 증거로 인정하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학대 의심’이라는 주관적 판단만으로 교실내 몰래 녹음과 청취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교실을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크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통신의 비밀 보장’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점이다. 수업 중 교사 발언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사법부가 공개되지 않은 대화로 판단한 영역이다. 대법원과 각급 법원은 일관되게 교실 내 수업에 대한 제3자의 몰래 녹음은 위법하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해 왔다. 그럼에도 입법부가 예외 조항을 두어 이를 허용하려는 것은 사법체계의 일관성을 해치고 법적 안정성을 뒤흔드는 처사다. 이미 학교 현장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2025-12-01 09:10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가 또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이미 대전 등 일부 지역에서는 1학기부터 이어진 산발적 파업으로 학교가 병들고 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은 석식을 먹지 못했고, 교직원들이 직접 배식에 나섰다. 이는 단순히 먹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파업 기간 학교는 단축수업·재량휴업·수업파행 등 수업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학생, 학부모들의 불만도 직접 맞닥뜨려야 한다. 이렇게 학교는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 노동자의 처우 개선 요구도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학생들의 밥 먹을 권리와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할 명분은 없다. 매년 관행처럼 되풀이되는 급식 대란을 막고,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국교총이 요구하는 ‘학교파업피해방지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학교의 급식, 돌봄, 보건 등 학생의 건강·안전과 직결되는 업무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파업 시 최소한의 대체인력 투입을 가능케 함으로써 최소한의 학교 기능을 유지토록 보장하는 법안이다. 이는 노동자의 파업권을 존중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
2025-11-24 09:10매년 11월이 다가오면 교사들은 수능시험 감독에 불안감이 조여온다. 새벽 일찍 나갔다가 거의 저녁에 돌아오기에 긴장된 하루를 보낸다. 수험생들은 감독관의 숨소리, 기침 등도 부담스럽다고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한다. 심지어 기침 등 사소한 실수가 발생하면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매년 수능이 끝나고 답안지 확인 작업을 하지만, 늦게 보내준다고 학교에 민원을 넣은 몰상식한 학부모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매년 수능 감독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바뀐 것이 없다. 올해도 수능이 끝나고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 교사에게 있어서 수능 감독관 차출은 늘 기피 대상이다. 시험 시간도 매우 길고, 사전에 준비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수능 감독은 잘하면 본전이고, 잘못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온갖 민원과 소송에 시달리는 신세다. 대학생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교사가 나와 온전히 업무를 감독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도 든다. 교육부에서는 손쉽게 일 처리를 진행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교사에게 감독관을 위촉했으면 그에 합당하도록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우선 수당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턱없이 적은 수당으로는 감독관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없다. 하
2025-11-24 09:10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또 체험학습을 가야 할지, 체험학습 중 불의의 사고가 나면 개정 학교안전법이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13일, 국회에서 학교안전법이 개정됐다. 14일엔 속초체험학습 2심 재판 결과 인솔 교사는 선고유예(금고 6개월), 보조인솔교사는 무죄 판결이 있었다.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 냉정하게 분석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먼저 재판 결과를 보자. 지난 2월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인솔 교사는 이번 판결로 교단 복귀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다행이라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유죄판결이 걸린다. 유사한 사고 발생 시 교사에 대해 언제든 형사적 책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2년 사고 발생 후 인솔 교사가 재판정에 선 것이 알려지면서 체험학습은 교직 사회에 두려움으로 자리 잡았다. 기나긴 재판과정을 지켜보며 언젠가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에 따라 체험학습 기피와 축소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번 2심 판결 결과만으로는 체험학습을 가야 한다거나 가자고 권유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13일 개정된 학교안전법이 두려움을 씻을 수 있을까? 신·구법을 비교해보면 현행법은 ‘학교
2025-11-17 09:10지난 5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교총을 방문한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대한민국 교사 권익위원장이 되어달라”는 교총의 제안에 “무겁게 받아드린다”고 화답했다. 또 “대한민국 발전은 교육의 힘이 컸다”며 “교사가 제대로 가르치고 평가할 수 있는 환경, 선생님이 웃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사 출신 3선 교육감답게 힘든 학교 현실과 무너진 교권을 제대로 알고, 교권 보호 의지를 천명해 교총 참석자 모두가 크게 호응했다. 교육 수장이 의지를 갖고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로부터 학교와 교사를 지키겠다는 다짐은 50만 교원에게 다소나마 위안을 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천과 구체화다. 이날 교총은 이재명 정부의 교권 보호 대책에 반영해야 할 ‘4대 과제 30대 세부 과제’를 장관에게 전달했다. 그 내용은 첫째, 교권사건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이다. 수업과 학생 지도에 매진해야 할 교원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 등 각종 교권사건에 휘말리면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 교육전문가여야 할 교사가 법률 전문가가 돼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소송대리를 교육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 장관이 보여준 의지에 위안되지만 실제 변화 위한 실천과 구
2025-11-10 09:10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명분으로 교원을 감축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일견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 논리 뒤에는 우리 교육의 질적 위기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학생 수 감소라는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전체 학생 수는 줄었지만, 교육적 지원이 더 절실한 학생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다문화 학생은 4.3배, 특수교육 대상자는 1.4배,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3배 가까이 치솟았다. 교원에게 부여되는 행정업무는 OECD 최고 수준이며,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학생 수라는 단일 잣대로 교사 수를 재단하는 것은, 교실의 질적 변화를 무시한 탁상행정일 뿐이다. 과밀학급 문제 또한 심각하다. 2023년 기준 초등학교의 16.1%, 중학교의 56%, 고등학교의 49.3%가 학급당 학생 수 26명 이상이다. 한편에서는 고교학점제, AI 교육 등 교원 증원이 필수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교원을 감축하는 모순은 정책적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 개별 맞춤형 교
2025-11-03 09:10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지난달 30일 교육부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로 진행된 가운데 교육위의 국정감사는 비교적 무난하게 끝났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시절 극심한 정쟁으로 6년 연속 파행을 기록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번엔 교육 상임위답게 고성과 욕설, 비방이 난무했던 타 위원회의 모범이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개선,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과 위상 제고, 교육자료로 격하된 AI 디지털교과서의 후속 처리방안, 학교폭력 대응, 교권 강화와 교원증원 등 다양한 현안이 있었음에도 심층 논의는 제한적이었다. 국정의 실책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요구해야 할 야당은 국감 초반 사실상 제2의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논문표절이나 교육감 시절 실책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여당 역시 전 정부의 실정을 들추는 수준에 머물다 보니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거나 구체적인 개선책을 요구하는 장면이 적었다. 교육 현장의 핵심 과제를 피하고 언론에 주목받을 민감한 이슈에 집중하다 보니 민감한 정쟁 소재를 건드리거나 상대 진영의 자녀 문제를 지적하는데 시간을 허투루 써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졌다. 아쉬움이 남지만…
2025-11-03 09:10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 선하게 살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높은 도덕성으로 교육에만 매진하는 교원도 법 없이 사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실은 점차 교원도 법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피소되거나 악성 민원으로 고생을 해 본 교원은 거의 다 재야 법조인이 된다. 학생 지도와 교과 전문성 연구에 매진해야 할 교사가, 교육과 학교 운영에 힘써야 할 교장이 법조문과 소송 절차를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 정상인가.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각 시·도교육청은 교권변호사를 두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세종 교육청을 제외한 15개 교육청에 38명의 교권변호사가 있다. 그나마 일부 시·도에 집중돼 있어 대부분은 1~2명에 불과하다. 힘든 업무와 낮은 처우로 채용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교권변호사가 심지어 공석인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지난해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총 4234건이다. 또 3만 7829건의 상담이 접수됐고, 심리 치료 건수만도 3210건에 이르렀다. 올해 1학기 동안 집계된 상담 건수는 이미 2만 769
2025-10-27 09:10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은 더욱 떨어졌다. 수업 시간에 기본적인 단어의 뜻조차 몰라서 진도를 나갈 수 없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기초학력은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의 학습 능력이자 인간으로서 학습과 교육을 통해 습득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학습 역량이다. 또한 기초학습 부진은 문해력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부진이 누적되면 국어뿐만 아니라 나머지 교과목에도 학습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부진이 시작되면 학습에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해 결국 중도에 모두 포기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심각한 삶의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은 국가 경쟁력까지 떨어지게 된다. 기초학력 수준 향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교원 증원이다. 학생 간 학습격차를 줄이고,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은 바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교원의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근무하는 행정직원은 30% 이상 증원됐다. 교원 감축에 대한 주요 근거가 학생 수 감소에 의한 경제적 논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전국 중·고교 학급의 84% 이상이 학
2025-10-27 09:10추석 연휴에 전해진 충남 중학교 교사 사망 소식으로 교단은 또다시 충격과 비탄에 빠졌다. 아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교총 회장, 충남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계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진상조사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으나, 주변 동료들은 ‘고인이 방송·정보·담임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며 장기간 피로와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슬프고 안타깝다. 국회 교육위 강경숙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초·중·고 교원 자살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총 125명의 교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자살률 OECD 1위, 청소년 50% 증가에 이어 교원 자살도 지난 4년 사이 1.56배 급증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개개인의 사망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악성 민원,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떤 이유로든 이제는 동료 교사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특히, 악성 민원, 교권 침해, 업무부담 스트레스 등 교육활동 중 심리적으로 무너져 생기는 비극은 더는 없도록 교원 보호 제도가 촘촘히 갖춰져야 한다. 또 학생 위기관리위원회처럼 교육청 차원의 실질적인 교원 위기관리시스템 구축과 교원순직 제도개선도 필요하
2025-10-20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