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벌어지는 녹음과 관련된 문제는 사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다만 작년 유명 웹툰 작가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은 특수교사 사건에서 학부모가 학생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녹음한 내용을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하면서 다시금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비단 이런 학부모의 녹음뿐만 아니라 교원들 역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상담과정을 녹음해도 되는지를 궁금해하거나, 학생 본인이 학교생활을 직접 녹음하는 일로 벌어지는 문제 등 학교현장에서 녹음과 관련한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녹음에 대해 법은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 주의할 점과 대응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녹음과 관련된 「통신비밀보호법」 규정과 해석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한다(「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 이를 위반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하여 별도로 벌금형이 정해지지 않아 중한 범죄로 취급되며(「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2024-07-04 10:00수학여행을 떠나는 서울행 전세버스 안은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수다로 가득합니다. 출발 전날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설렘은 새벽같이 학교로 향하는 분주한 발걸음에서도, 한껏 차려입은 빳빳한 새 옷에서도 느껴집니다. 초등학교에서 제일 고학년인 6학년 정도 되면 학교를 따라오는 학부모들이 거의 없지만, 이날만큼은 무사히 다녀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자녀를 배웅하러 삼삼오오 모인 부모들이 떠나는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십니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리는 동안 담임교사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최근에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교통사고, 전세버스 주차사고로 학생을 잃고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강원도의 선생님들. 불행한 여러 가지 사고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혹시나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풀지나 않았을지, 전세버스가 무리하게 앞지르기하는 다른 차와 사고가 나지는 않을지 불안한 마음에 자꾸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지만, 불시에 일어나는 사고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01 _ 엉망진창, 좌충우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생긴 일 “내릴 때 좌우를 살…
2024-07-04 10:00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규모 변화 한국 사회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명백한 현실이다. 1982년에 약 1,000만 명에 달했던 초·중등 학생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고,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반면 학교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지방에서는 소규모학교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대도시에서는 과대·과밀학교 문제와 함께 도심 외곽과 구(원)도심에서 발생하는 소규모학교로 인한 ‘학교 규모의 양극화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도심지역에서는 과대·과밀학교가 부각되고, 외곽지역에서는 소규모학교가 생겨나고 있으며, 그 결과 교육자원의 불균형과 교육기회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학교 규모의 ‘국지적 양극화(Local Polarization)’: 과대·과밀학교와 소규모학교의 양극화 대도시에서는 학교 규모의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학교 규모의 ‘국지적 양극화(Local Polarization)’는 학부모(학생)의 선택(인구 이동)에 따라 인접지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 간 규모의 편차가 증폭(학교 규모 양극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초등학교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서울
2024-07-04 10:00지난 5월 24일 교육부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방안은 ‘학교 내 업무 경감’, ‘학교 업무 행정기관 이관’, ‘학교 행정업무 효율적 지원체제 강화’를 큰 축으로 한다. 먼저, ‘학교 내 업무 경감 방안’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학생 출결 및 공문관리 등 업무를 간소화하고, 디지털 인력 지원과 에듀테크 개발을 통하여 교사의 수업 준비 및 행정업무를 경감하며, 학교 내 각종 위원회를 정비하여 관련 업무 부담을 완화한다. 둘째, ‘학교 업무 행정기관 이관’은 교육청에서 학교 밖 시설 및 미취학 학생을 관리하고, 저소득층 지원에 대한 업무체제를 개선하며, 교육지원청 학교 지원 전담 기구 법제화 및 예산·인력 지원을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행정업무 효율적 지원체제 강화’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과제 상시 발굴·개선·소통체계를 구축하고, 정책별 업무 부담 완화 방안 마련 의무화 등 사전 점검 체계를 신설하며, 교육부-교육청-교원단체 간 협업 네트워크 강화 및 우수사례를 확산한다.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온라인 출결관리시스템이다. 학교 행정업무 경감은 교사가 교육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지도 등 교육 본질에 집중할…
2024-07-04 10:00강원생명과학고가 전국 10대 협약형 특성화고에 선정됐다. 취업과 진학을 보장하면서 지역인재를 길러내는 신(新)직업교육을 선도하게 된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화고가 협약형 학교로 선정된 것은 극히 이례적. 교육계에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적으로 평가한다. 이 학교는 교육부로부터 45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협약형 특성화고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지역 기업과 연계된 교육을 받고, 지역 내에서 취업과 성장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청-특성화고-지자체-지역 기업 등이 협약을 통해 연합체를 구성하고, 지역에 필요한 맞춤형교육을 실현하는 학교이다. 강원생명과학고는 향후 5년간 스마트팜도시농업과, 플라워가드닝과, 반려동물케어과, 카페N디저트과 등 4개 학과의 직무와 연계한 ‘춘천 웰니스 관광농업 정주 인재 육성’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를 토대로 지역을 대표하는 특성화고 모델을 구축하게 된다. ‘웰니스 관광’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서 여행을 통해 정신적·사회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황중각 교장은 “지역과 산업, 학교가 힘을 모아 직업교육을 혁…
2024-07-04 10:00너무나 뜨거웠던 2023년의 여름 2023년 7월,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에게 수십 대를 맞았다는 소식은 교육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어 곧바로 7월 18일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소식이 전해지며, 충격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다. 이후 한 학생이 학교로 찾아와 교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뉴스, 방학 중 근무를 위해 이동하던 선생님이 폭행당해 목숨을 잃은 사건, 군에 입대한 선생님에게까지 연락하고 민원을 넣은 일 등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수많은 부당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나친 교권침해, 악성 민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던 선생님들은 더는 참지 않겠다며 거리로 나왔다. 부당한 교육권 침해와 악성 민원, 학생에게 맞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들의 경험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졌다. ‘안전하게 학생을 지도할 권리’를 위해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교사가 광화문과 여의도에 모여 뜻을 모았다. 자리를 함께한 선생님들은 자신이 겪은 다양한 사례들을 나누며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교육당국에 엄중하게 제도 마련과 개선책을 요구했다. 교권보호 4법의 통과 + 「아동학대 처벌법」 개…
2024-07-04 10:00“학교에 보육업무를 맡기는 건 엄밀한 의미에서 계약위반이다. 지금 선생님들은 교육을 목적으로 양성되고 임용된 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출생 극복을 위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도 보육이다. 문제는 이런 점을 교사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찍어 누르듯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적대적 감정만 키웠다. 늘봄학교 갈등은 디테일 부족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새롭게 만든 ‘저출생 대응 교육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저출생 교육특위)’ 위원으로 위촉된 김태일 전 국가교육위원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육부는 이제부터라도 교사들에게 무조건적 희생이나 순응을 강요하기보다 타협점을 찾고 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우리 사회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는 “2030세대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큰 잘못인 양 타박하고 눈치 주기보다 결혼과 출산, 가정을 이루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좋은 롤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데 그 점이 아쉽다”고 했다. 김 위원은 1993년 충남 아산 출생으로 한국외대 국제학부를 졸업하고, 신전대협(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024-07-04 10:00종종 진로 고민 때문에 찾아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까, 어느 학교로 진학할까, 해외로 유학 나갈까 말까. 여러 진로 옵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정보를 여기저기 찾아보아서 직업·학교·유학의 장단점을 두루 꿰뚫고 있지만, 어떤 선택이 좋은 미래로 이어질지 판단이 어렵답니다. 미래가 궁금하면 저보다 점쟁이를 찾아가는 게 좋겠다고 말해줍니다. 함께 한바탕 웃고는 학생에게 무턱대고 간단한 질문 하나 추가합니다. “배 탈래요? 비행기 탈래요? 아니면, 자동차 탈래요?” 느닷없는 질문에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지만 금방 알아차리고 되묻습니다. “어딜 가는데요?” 좀 성숙한 학생들은 곧바로 환하게 웃습니다. 생각해 보니 본인의 고민이 너무 웃기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네요. 목적을 먼저 정한 후에 수단을 선택하는 게 순서네요.” 부산에서 대전에 간다면 자동차가 적절하고, 일본에 간다면 배 타는 것도 괜찮고,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비행기 타는 게 바람직하지요. 아무리 비행기가 빨라도 부산에서 대전에 가는 수단은 아니잖아요. 샌프란시스코행이라면 꼭 비행기를 고집할 필요 없이 배로 갈 수도 있고, 심지어 자동차로도 갈 수…
2024-07-04 10:00“인간관계는 고슴도치의 사랑과 같다” 고슴도치는 서로 가까이 다가가면 상처를 입는다. 상대의 가시에 찔리는 탓이다. 다치지 않으려 상대방에게서 멀찍이 떨어지면 이번에는 외로워진다. 그래서 또 다른 고슴도치에게 다가가고, 아픔을 겪기를 거듭한다. 사람들의 인간관계는 어떨까? 별다르지 않다. 사이가 가까워지면 상대 때문에 힘들어지고, 멀어지면 쓸쓸해진다. 이렇게 사람들은 상처와 외로움 사이를 끝없이 오가며 고통받는다.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r, 1788~1860)의 말이다. 학교에서의 사람 사이도 비슷하다. 7월은 1학기 끝물에 접어드는 시기다. 첫 만남의 서걱거리고 어색한 분위기는 진즉 사라지고 없다. 아이들끼리도, 선생님과 학생 사이도, 선생님들끼리도 살갑고 친근한 대화가 오간다. 하지만 가까워진 만큼 사이가 삐걱대는 상황도 점점 많아질 테다. 선 넘는 학생, 경우 없는 동료 탓에 마음고생하는 때가 얼마나 많던가.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거리 두기’를 강조한다. 적절히 떨어져 있는 관계가 건강하다는 의미다. 그는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비결로 ‘예의’를 강조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를 갖추어야 관계가 틀어지는 일이 적겠다…
2024-07-04 10:00새교육 독자들을 위해 ‘집에 있는 세상, 세상에 있는 집’이라는 타이틀로 인종과 언어에 대한 두 편의 글을 올렸고, 이제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으려고 합니다. 문화(Culture, 文化)라는 말은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된 것으로 ‘밭을 갈아서 경작한다’라는 동사로 쓰였습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자기 자신의 문화역량을 갈고 경작하여, 형평성과 우수성을 겸비한, 진정성 있는 세계화교육을 실행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합니다. 문화 문화는 우리를 매일 둘러싸고 있는 추상적이고 복잡한 개념이며,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양식이나 상징체계를 의미합니다. 문화는 물이고, 우리 사람들은 물고기라는 비유가 있습니다. 물고기는 물 밖으로 나올 때까지 물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문화를 벗어나서 일상적인 사고와 행동이 주변 사람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않는 한 자신의 문화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1980년에 미국 유학행 비행기를 탄 것이 한국 밖으로의, 집 밖으로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본 미국 사람들은 여러 색의 눈과 머리색을 가졌고, 피부색도 다른 이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은 그 당시 맥도날드도
2024-07-0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