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적 스타일’로 만든 노래가 이적의 노래보다 낫다고들 평한다면…. 그럼 인간은 더 이상 뭘 할 수 있을까? 최근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소개한 유발 하라리의 신간 넥서스에 담긴 이야기는 단순한 공포 마케팅이 아니었다. 하라리는 AI를 ‘도구(tool)’가 아니라 ‘행위자(agent)’로 정의하며, AI가 인간의 공감능력을 이용해 거짓말을 하고, 우리의 판단과 삶을 설계하는 주체로 움직이기 시작한 시대를 경고한다. 인간의 노동·창작·의사결정, 그리고 심지어 존재의 정체성까지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감각은 이제 추상적 담론이 아니다. AI는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들며, 판례를 요약하고, 시장을 예측하고, 인간을 속이는 능력까지 갖췄다. 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를 넘어 ‘존재의 위계’를 나누는 질문이 되었다. 디지털 격차는 단지 기술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대학생이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을 통해 세계를 읽고, 자신의 진로를 상상하고, 역량을 쌓는다. 하지만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추천은 더 이상 사용자 중심적이라기보다는 사용자를 하나의 방향으로 몰아넣는 ‘설계된 중독’의 형식을 띠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다고 믿지만, 사실상 AI가 설…
2025-07-07 10:00
지난 호에서는 교원 상훈과 징계를 통해 교육공무원의 공과(功過)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학교 조직의 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는 교원 승진제도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승진은 교사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하여 더 큰 역할을 부여하는 과정이자,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을 실천하도록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우선 이번 호에서는 승진의 구조 및 절차와 교육경력평정·근무성적평정의 핵심 요소를 함께 살펴보고, 다음 호에서는 연수성적(교육성적·연구실적)평정과 가산점평정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교원의 승진임용은 「교육공무원법」 제13조가 규정하듯, 바로 아래 직급에 있는 사람이 경력·재교육·근무성적 등 실제로 입증되는 능력을 바탕으로 상위 직위로 올라서는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 직위보다 높은 자리로 수직 이동함으로써 영향력은 커지고 책임 또한 무거워집니다. 초등·중등학교 현장에서는 교사 → 교감 → 교장으로 이어지는 승진이 대표적이며, 교육행정기관·연수기관·연구기관의 장학사(교육연구사) → 장학관(교육연구관) 승진 역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2007학년도 2학기 도입된 교장공모제는 승진 위주의 교직문화를 혁신하고, 민주적 학교 운영과 책임경
2025-07-07 10:00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모 학원의 기숙형 프로그램 홍보물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음과 같은 주요 홍보 문구 때문이다. ‘독재자’(독학·재수·자기주도학습) ▲소수 정예 스카이 캐슬형 관리 ▲최상위권 학생 대상 장학 제도 운영 ▲의대/SKY 재학 ○○○○ 출신 조교 25명! ▲1대 1 멘토 관리 체계적 학습 세부내용을 보니 일정 벌점 초과 시 프로그램상 출입 코드가 삭제되어 출입이 통제되는 벌점 제도도 있다. 벌점 항목으로는 결석(10점), 조퇴(5점), 지각(5점), 외출(3점), 강제동원 미준수(3점), 졸음(1점), 핸드폰 미제출(10점), 열람실 내 전자기기 사용(10점), 학습 외 사이트 접속(5점), 쉬는 시간 외 화장실·카페테리아 이용(1점), 독재자 내 학생 간 필담(1점), 오후 10시 이후 무단 외출(강제 퇴실) 등이다. 그리고 홍보 팸플릿 속에 끼워진 간지 한 장에 다음과 같은 최후의 격문이 나부끼고 있다. ‘기숙학원보다 더 강력한 몰입! ○○ 독재자 선착순’ 교장실로 들어와 이러한 격문들을 읽어가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비판과 한탄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기가 막힐 뿐이다. 아무리 학원 홍보를 위해 자극적…
2025-07-07 10:00
불가능한 임무를 척척 해결해 온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에단 헌트 요원은 다시 한번 인류를 구해야 한다. 이번 빌런은 디지털상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 NTT이다! 지난 5월 17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설정이다. 조직의 배신자가 빌런이었던 1편에서 시작해 8편에 와서는 인공지능이 빌런이 될 정도로 스토리텔링은 정교해졌고, 액션씬은 더 스펙터클해졌다. 놀라운 사실은 1편이 나온 1996년부터 올해까지 30년을 지나는 시리즈에서 에단 헌트 요원 역은, 12회 내한의 기록을 자랑하는 슈퍼스타이자 한국 관객들에게는 ‘친절한 톰 아저씨’로 불리는 톰 크루즈가 홀로 맡았다는 점이다. 1962년 숀 코너리로 시작해 2021년 대니엘 크레이그로 6명의 각기 다른 제임스 본드를 선보인 007 시리즈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톰 크루즈는 1편부터 주연 배우를 맡으면서 제작에도 참여했고, 현재는 기획을 총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오롯이 ‘톰 크루즈의, 톰 크루즈에 의한, 톰 크루즈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30년 세월의 강을…
2025-07-07 10:00
“다산콜센터로 연결됩니다.” 공공기관에 업무와 관련된 문의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분명히 공공기관 담당부서로 번호를 눌렀건만, 서울 다산콜센터로 연결되었다. ‘아, 공공기관은 이렇게 직접 민원전화를 받지 않는구나,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개인 핸드폰으로 민원전화를 응대하고 있을까?’ 순간, 교사는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왔다. 교사 개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민원방식에 대한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되었지만,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학 부모들은 자녀의 출결·체험학습·급식·교복·학교방침에 대한 의견까지 모두 담임교사 개인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로 전달한다. 이미 학생에게 자세히 안내한 내용도, 다시 개별적으로 문의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담임교사는 학부모들의 반복적인 개별 문의부터, 학교방침에 불편한 사항까지, 모든 민원의 창구가 되어 있다. 특히 출결과 관련해서는 아침부터 전쟁을 겪는 일도 많다. 누군가는 아프다고, 누군가는 늦잠을 잤다고, 누군가는 오늘 생리결석을 쓰겠다고 연락이 온다. 출석을 제대로 안 하는 학생이 학급에 1~2명만 있어도 교사의 평화로운 아침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담임교사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2025-07-07 10:00
교사를 위한 학급운영 마인드셋 (트레버 뮤어·존 스펜서 지음, 허성심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36쪽, 1만 8,000원) 교사들이 학급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며 안정적인 교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침을 제공한다. 학급 관리와 문제행동 지도, 자율적인 학급을 위한 의례, 교실 공간 구성, 시스템화된 교실 운영 방식 등에 관한 구체적 실무 팁과 다양한 교수법을 담았다. 교사의 번 아웃과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감정 관리법, 에너지 분배법 등 ‘자기 돌봄’ 기술도 수록했다. 수업에 바로 써먹는 AI시대 문해력 도구 30 (전보라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80쪽, 2만 1,000원) 생성형 AI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학생들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법을 소개한다. 실제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AI 문해력을 차근차근 높이며,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주얼 리터러시 등으로 확장하는 수업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30가지 문해력 도구와 수업 예시를 제공하며, 수업 유의사항과 활동지 양식, 참고 자료를 수록해 교사가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부의 재발견 (박주용 지음, 사회평론 펴냄, 264쪽, 1만
2025-07-07 10:001. 기획의 브리프(brief) 기획은 목적 달성을 위한 행동 설계다. 그 설계는 생각의 힘에서 비롯된다. 기획은 ‘어떻게 하면’이라는 방법(how)의 차원과 ‘되지?’라는 효과(effect)의 차원을 동시에 담고 있다. 원하는 결과를 먼저 정하고, 그것이 효과로서 나타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기획은 특정 대상에 대하여, 특정한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기획자의 성향에 따라, 기획자는 두 부류로 분류될 수 있다. 최신 트렌드나 유행어 등을 빠삭하게 놓치지 않으며, 케이스 스터디와 감각적 경험을 중시하는 크리에이터(creator) 유형과 전략적 논리와 인과관계를 중시하는 전략가 유형이 있다. 그런데 창의성(creative) 없는 전략은 공허하고, 전략을 결여한 창의성(creative)은 맹목적일 수 있다. 마치 독일의 칸트가 ‘내용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라고 갈파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 기획은 균형감을 상실하고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거나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전략적 판단(전략 논리)과 적절한 경험적 증명(case study)이 조화를 이룰 때 기획은…
2025-07-07 10:00
수업의 출발 “선생님, 우리가 왜 환경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야 하나요?” 한 학생의 질문이 생태 미디어 교육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공감은 줄어든 시대. 디지털 정보 과잉 속에서 학생들은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있을까요? 국어교사로서 저는 ‘읽기’와 ‘표현’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한 명의 시민으로서 세상을 읽는 힘과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생태 감수성’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수업을, 기술과 사람 사이에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일반 중학교에서 함께 도전하는 수업혁신 ● 동료교사들과 함께 실천한 ‘지구 공동체 프로젝트-나비효과’ 이 수업은 국어과 동료교사 세 명, 중학교 2학년 320여 명이 함께 마음을 맞추어 진행한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여러 다양한 수업 경험 중 어느 수업 이야기를 쓸지 고민했습니다. 세상에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수업사례들이 많지만, 대규모 과밀 중학교에서 세 명의 국어교사가 함께 수업을 운영하며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은 많은 교사의 수업 상처를 감싸안는 반창고 밴드 같은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하며 이 글을 씁니다. ‘지구 공동체 프로젝트-나비효
2025-07-07 10:00
그저 한 번쯤은, 끝에 다다르고 싶었다. 목표는 유라시아 대륙의 끝이었지만, 끝을 향하는 길목마다 더 큰 낭만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 낭만의 이름은 리스본, 그리고 신트라였다. 이베리아반도(스페인·포르투갈)를 여행하게 된다면 포르투갈의 수도이자 대표 도시인 리스본(Lisbon)은 반드시 고려하는 여행 목적지 중 하나일 것이다. 리스본 여행은 대개 구시가지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출발했던 유라시아의 동쪽과는 다른 경관에 취해 반쯤 넋을 잃고 걷다 보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지만 정말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리스본 외곽에 위치한 신트라(Sintra)는 리스본에 가려진 고요한 낭만이다. 유라시아 끝자락에서 마주한 낭만, 리스본과 신트라에 취해보자. 테주강을 따라 걷는 리스본의 시작 1월 중순,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예상보다 따뜻한 공기였다. 책에서만 배웠던 지중해성 기후가 이런 느낌이란 것을 몸소 느끼며, 리스본에서 여정은 산뜻하게 시작되었다. 리스본을 여행한다면 바이샤(Baixa) 지구는 여행의 출발지로 손색이 없다. 이곳은 리스본의 중심부이면서 최대 번화가이다. 1755년 대지진 이후 체계적으로 재건된 이 지역은 다른 오…
2025-07-07 10:00
싱가포르 정부는 2002년에 싱가포르를 아시아 교육의 허브로 만들기 위하여 ‘Global Schoolhouse’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그 이후 세계 유수 대학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외국인 유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의 질적인 성장을 들여다보면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는 사실상 1당 체제 국가로 1965년 건국 이후 현재까지 집권당이 의회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이다. 그러다 보니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학문의 자유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Yale-NUS College에서 Liberal Arts 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장려했으나, 2021년 정부의 결정으로 폐지된 것이 한 사례이다. 이 글의 의도는 싱가포르 정부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육 허브 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나라에서 비판적 사고의 부재는 교육의 핵심 가치를 외면하고 있음을 말하기 위함이다. 비판적 사고가 결여된 나라는 어느 정도 성장할 수는 있으나, 선도할 수는 없다. 그러면 왜,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가?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도…
2025-07-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