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약화와 저경력 교사의 교직 이탈이 교육현장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수석교사’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업·생활지도·학부모 대응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가장 가까운 조력자이자 ‘사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존재가 바로 수석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석교사는 「초·중등교육법」에 직위는 규정돼 있지만, 시행령에 별도 정원이 배정되지 않아 교사 정원을 잠식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는가 하면, 시도교육청에 선발·운영권이 넘겨지면서 좀처럼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현장에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교육당국의 무관심 속에 고군분투하는 수석교사들. 양미정 서울수석교사회 회장(서울 전동초)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정원 미확보 등 제도적 한계 때문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수석교사는 학교에서 어떤 존재인가. “수석교사는 교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자리다. 교장·교감 등 관리자는 구조상 심리적 거리감이 있고, 동료교사들은 각자 학급과 행정업무로 바쁘다. 반면 수석교사는 교사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한 발 더 다가가 밀착 지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동시에 학생도 가르
2026-02-04 10:00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세계에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함께 산다. 토끼 경찰 주디 홉스와 여우 닉 와일드는 ‘다르지만, 함께 살 수 있다’는 도시의 이상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도시 역시 편견과 낙인, 두려움과 혐오가 촘촘히 스며 있다. 특히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즉 포유류끼리의 ‘차별’을 다룬 주토피아1과 다르게 주토피아2는 은신처 ‘습지 마켓’에 사는 파충류와 반수생동물을 등장시키면서 차별을 넘어선 ‘혐오’의 문제를 드러낸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 ‘위생 문제’, ‘안전을 위한 관리’, ‘합리적인 예방’이라는 말로 포장된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말한 ‘신성-오염 가치체계’가 작동하는 순간이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우리가 사는 사회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혐오를 합리화해 왔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에나 혐오는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유난히 혐오에 취약하다고 평가된다. 왜일까? 그 이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구조에 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 사회 구조 속에 숨어 있는 혐오의 심리학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 사회는 왜 혐오에 취약할까? ● ‘빨리빨리’ 문화 위에 세워진, ‘공감’에 인색한 사회 한국 사회…
2026-02-04 10:00
메리 카사트(Mary Cassatt, 1844~1926)의 1891년 작품 편지(The Letter)는 책상에 앉은 여성이 편지를 부치기 위해 봉투를 봉인하고 있는 순간을 담은 판화 작품이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으로 가늘게 느껴지는 흙 내음이 봄의 소식을 실어 나르는 2월이다. 한 해의 시작이 얼마 전이었건만, 졸업과 종업, 즉 배움의 마감이 있는 시기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고, 교실 안의 공기는 달라진다. 아이들은 들떠 있고, 교사는 바쁘다. 그사이 설렘과 허전함이 교차한다. 한 해의 시작을 알렸던 1월의 결연한 다짐들이 조금은 익숙해질 무렵, 학교 현장은 다시 한번 ‘이별’과 ‘정리’라는 거대한 변화의 시간을 마주한다. 졸업장 위에 찍히는 붉은 관인, 아이들의 한 해가 기록된 생활기록부의 마지막 문장들, 그리고 정들었던 제자에게 건네는 짧은 편지까지. 2월의 교실은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거창한 선언보다 내밀한 진심이 필요한 이 시기에 멈춰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 미국 출신의 인상주의 화가 메리 카사트(Mary Cassatt, 1844~1926)의 작품은 우리의 의미 있는…
2026-02-04 10:00
최근 학교에서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견디기 힘들다’고 외치고 있다. 학부모들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개혁을 명분으로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지만, 사교육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다며 아우성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러한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은 교육문제를 국민의 관심이 높고 이해관계가 무척 복잡한 뜨거운 감자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을 보면 그 방향이 과연 올바른지, 추구하는 가치가 타당한지 의구심이 든다. 진정성을 가진 미래지향적 교육개혁이 아닌 변죽만 울리는 개혁에 그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교육영역은 사회의 문제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라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그런데도 갈등이 심각해진 학교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가장 늦게 마련되고 시행된다. 이는 학교라는 공간이 사회에서 가장 약한 곳 중 하나라는 사실을 오히려 웅변한다. 정치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대한민국에서 목소리가 큰 집단, 정치적 영향력이 큰 집단을 먼저 신경 쓰는 현실은 어쩌면 당연한 정치의 논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교육이 중요
2026-02-04 10:00
몇 달 전 스페인 출신 롤라와 소피아 씨가 노벨 문학상 작가 한강의 소설 여수의 사랑 배경지를 여행하는 EBS 프로그램을 보았다. 두 사람은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롤라와 소피아 씨는 소설 속 ‘오동도의 동백나무들은 언제나 나무껍질 위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것 같다’는 대목을 술술 외우고 있었다. 필자는 그때까지 이 소설집을 읽지도 않아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었다. 명색이 소설 좀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서둘러 소설집을 구해 읽었다. 여수의 사랑은 한강이 1995년 낸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 ‘여수의 사랑’은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20대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20대다운 발랄한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취업이나 연애 이야기도 아니다. 딱 한 세대 전인 1990년대 두 20대 여성은 무엇 때문에 지쳐서 힘겹게 살았을까. 트라우마 가진 두 20대 여성 이야기 화자인 정선은 여수가 고향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두 딸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버지와 동생은 죽었지만 혼자 살아남았다. 그 트라우마로 고향을 다시 찾지 않았다. 월세를 반분(半分)할 룸메이트로 들어온 자흔은…
2026-02-04 10:00
우리 산업 시계는 자정(Midnight)을 향해 가고 있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강의 기적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중국의 기술 굴기와 선진국의 견제 사이에서 우리 산업은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다. 산업의 구조는 AI와 로봇, 디지털 전환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지만, 정작 이 산업을 지탱할 ‘사람’을 길러내는 직업교육훈련(VET)은 여전히 1970년대 산업화시대의 공장형 교육과 21세기의 관료적 형식주의 사이에 갇혀 길을 잃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여 년간 독일의 도제제도, 영국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스위스의 도제학교 등 좋다는 제도는 모조리 수입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처참하다. 제도의 간판은 화려하게 걸렸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현장과는 동떨어진 서류 더미와 보여주기식 행정만이 앙상하게 남아있다. 왜 우리는 무엇을 도입하든 결국 ‘형식’만 남게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그 어떤 개혁안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우리 형식주의의 기원 _ 명분과 속도의 그림자 우리 사회, 특히 교육현장에 깊이 뿌리내린 형식주의(Formalism)를 이해하려면 우리의…
2026-02-04 10:00최근 역량 중심 면접이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는 2025년부터 역량 중심 면접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경기 2025 면접의 복기 문항과 예시 답안을 중심으로 연재해 보고자 한다. Ⅰ. 본질적 역량 평가 _ 인성·리더십·창의성 등 1. 시험 실시 방법 및 운영 시스템(본질 면접) •평가 당일에는 관리 체계가 매우 엄격합니다. 따라서 조 편성, 이동 동선, 시간 운영 방식을 미리 이해해 두면 수험생의 긴장과 불안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조 편성 및 이동 : 응시자는 조별로 편성되어 이동하며, A조는 유형❶(면접)부터, B조는 유형❷(토의)부터 시작한 뒤, 일정에 따라 A·B조가 교차하여 응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시간 운영 : 중앙 방송으로 전체 일정이 통제됩니다. 응시자 정면 모니터에는 대형 타이머가 제시되어 남은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답변하게 됩니다. •평가실 환경 : 유형❶은 2인 1조로 입실하여 평가위원 5명 앞에서 하브루타식 심층면접을 진행합니다. 유형❷는 6명이 한 팀이 되어 V자 형태로 배치된 책상에서 집단 토의를 수행합니다. •준비물 및 주의사항 : 시험지와 구상지(백지)가 제공되며, 시험지에
2026-02-04 10:00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인재양성을 이야기할 때 ‘AI’라는 단어 없이는 곤란하다. 정부 부처는 AI 인재 수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대학은 앞다투어 AI 학과와 전공 트랙을 신설한다. 기업은 AI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고 말하고, 언론은 ‘AI 인재 전쟁’이라는 표현을 되풀이한다. 이러한 흐름만 놓고 보면, 한국이 직면한 인재 문제는 결국 AI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이 길러내느냐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 AI 인재양성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AI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인재양성 전략은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재 문제의 본질을 가릴 위험이 있다. 현재의 위기는 특정 기술 인력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역량이 성장하고 축적되며 활용되는 사회적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위기이기 때문이다. AI 중심 인재양성의 한계 AI 중심 인재양성의 한계는 기술의 성격에서 비롯된다. 기술은 본질적으로 빠르게 변화한다. 오늘의 핵심 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자동화되거나 대체될
2026-02-04 10:00Ⅰ. 정책 설계의 전문성, 교육의 미래를 여는 열쇠 인공지능 전환과 학령인구 감소 등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학교교육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중심의 실행 체계가 미비할 경우, 아무리 훌륭한 교육정책이라 할지라도 학교 현장에서의 안착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교육현장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적 실천 방안을 논리적으로 기획하는 ‘정책 설계 역량’은 미래 교육을 선도할 교육전문직의 핵심 지표가 된다. 이에 본고에서는 정책논술의 본질을 바탕으로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교원 역량 강화, 행·재정적 지원 체제 구축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 구현 전략을 논하고자 한다. Ⅱ. 정책논술의 본질과 기획 역량 강화 1. 정책논술의 정의와 성격 정책논술은 교육전문직의 관점에서 정책의 기본방향을 학교 현장에 안착시키는 ‘행정적 실천 방안’을 논리적으로 기획하는 과정이다. 교육학논술이 이론 탐구를 중심으로 하고, 교직논술이 교사의 직무수행에 초점을 둔다면, 정책논술은 교육행정가의 시각에서 정책을 ‘작동 가능한 실행 체계’로 설계
2026-02-04 10:00
사회적 갈등과 가치 판단이 첨예해지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일 자체가 조심스러워진 시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회 문제와 쟁점을 객관적으로 다루고, 건설적인 토론을 경험할 수 있는 수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시민교육, 자기주도적 문제해결역량 함양,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정보평가·탐색 능력은 지금 사회가 학교교육에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다. 이러한 역량은 다양한 자료를 탐색하고 비교하며 토론하는 과정에서 길러질 수 있으며, 학교도서관은 이를 학교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교육공간이다. 이러한 취지로 윤리교사와 함께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사회문제탐구 과목의 교과협력수업을 2년간 운영해 왔다. 해당 수업사례를 통해 학교도서관이 민주시민교육 공간으로 기능한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업 의도 학생들이 자신만의 관점을 충분히 형성하기도 전에 각종 매체를 통해 이분법적인 사고와 혐오 표현에 노출되는 현실을 마주하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가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인 ‘정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수업을 설계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2026-02-0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