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너무도 올바른 이야기’는 문학이나 영화가 될 수 없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도 문학이나 영화가 될 수 없다. 아무런 흠결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도 그렇다. 좋은 문학이나 영화 이전에 일단 재미가 없다. 인물들은 훼손되지 않고, 인물이 겪어가는 사건은 아무런 모순이 없는, 그런 이야기는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이런 소재로는 아무리 위대한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도 이야기의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감동 없는 이야기는 소통되지 않는다. 소통되지 않는 이야기는 죽은 이야기이다. 이야기에 도덕적 규범을 너무 강하게 담으려 하면 그렇게 되기 쉽다. 주인공 인물을 지나치게 미화하여 교훈을 주려고 하는 데만 치중한 위인전 이야기는 솔직히 재미가 없지 않은가. 가령 여기 잘 생기고, 착하고, 예절 바르고, 정의감 강하고, 규범을 잘 지키고, 이성을 사귀면 일편단심 변하지 않는 어떤 청년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이 청년 못지않게 착하고, 인물 좋고, 마음씨 곱고, 지혜롭고, 곧은 절개의 심성을 지닌, 참으로 바람직한 아가씨가 있다고 해 보자. 이 두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여서, 서로에게 정성을 다하여 사귐을 이어갔다. 사랑을 방해하는 경쟁자도 없
2019-04-03 13:30‘한 학부모가 소크라테스에게 찾아와 학교에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한다. 사람 되라고 자녀를 학교에 보냈더니, 오히려 부모인 자신을 폭행했다는 게 이유다. 학교에서 뭘 가르쳤길래 애가 이 모양이 됐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놀란 소크라테스는 줄행랑을 쳤다.’ 물론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고대 아테네 소피스트들이 만든 학교의 폐해를 비꼰 희곡의 한 대목이다. 실제로 당시 소피스트 학교는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을 선동, 정치·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유죄를 무죄로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이 같은 행태에 분통을 터뜨린 셈이다. 지난 2월부터 교육부 자문기구인 미래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헌 서울대 교수. 국내 손꼽히는 서양고전학자이다. 김 교수는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한 이 희곡은 오늘날 우리 교육현실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했다. “교육의 기본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인데 학교 교육이 인성은 뒷전인 채 좋은 대학을 나와 사회·경제적 특권을 누리는 수단으로 내몰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보다 사회의 책임이 더 크죠. 돈이 많아야 대접을 받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유리합니다. 결국 입시와 돈이 직결돼…
2019-04-03 13:30올해부터 민주시민의식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민주시민학교'가 생긴다. 이를 위해 교원들의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자치활동 권한을 늘려 시민 의식을 키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민교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주시민 활성화 계획은 크게 △학교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 활동 지원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교문화 조성 △학생자치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이다.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적, 정의적 자질과 덕목을 직접 가르침으로써 효과적으로 시민성을 육성하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동체적 시민 생활을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총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과목 신설에 반대했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념적 편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종전의 '인성교육'이 내용 변화 없이 민주시민
2019-04-03 13:30‘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라고 배웠다. 그만큼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내용을 규정한 것이고,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살인이나 절도·폭행 등과 같은 죄를 짓지 않아야 한다는 법을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저작자에게 발생되는 저작권이라는 권리 또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저작권’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나(또는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알고 보면 저작권은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서점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여 읽는 도서도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이어폰이나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또한 저작물에 해당하며,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촬영하는 사진도 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다. 우리는 쉽게 인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저작권이란 우리 실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이하 ‘법’)에서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저작물의 예시는 법 제4조에서 어문저작물·음악저작물·연극저작물·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사진저작물·영상저작물·도형저작물·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2019-04-03 13:30박범신의 장편소설 은교를 읽다가 여주인공을 쇠별꽃에 비유한 것을 보고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은 이 소설은 예순아홉 노시인이 열일곱 소녀 은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큰 읽을거리다. 그중에서도 은교를 쇠별꽃에 비유한 대목이 하이라이트다. 한 소녀가 데크의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 소나무 그늘이 소녀의 턱 언저리에 걸려 있었다. 사위는 물속처럼 고요했다. 나는 곤히 잠든 소녀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열대 엿 살이나 됐을까. 명털이 뽀시시 한 소녀였다. 턱 언저리부터 허리께까지, 하오의 햇빛을 받고 있는 상반신은 하앴다. 쇠별꽃처럼. 고향집 뒤란의 개울가에 무리 져 피던 쇠별꽃이 내 머릿속에 두서없이 흘러갔다. 브이라인 반팔 티셔츠가 흰 빛깔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나는 고요히 그 애의 머리칼을 만져보았다. 그 애의 젊은 머리칼에선 적멸((寂滅·사라져 없어짐) 없는 빛이 흘러나왔고, 쇠별꽃 같은 향기가 풍겨 나왔다. 셔츠를 가만히 당겨 그 애의 어깨를 가려주었다. 투명하고 싱그러운 어깨였다. 첫 번째 대목은 시인이 자기 집 데크 의자에서 햇빛을 받으며 자고 있는 은교를 목격하는 순간으로, 시인이 은교를 처음…
2019-04-03 13:30올해부터 민주시민의식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민주시민학교'가 생긴다. 이를 위해 교원들의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연수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자치활동 권한을 늘려 시민 의식을 키운다. 중·장기적으로는 시민교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민주시민 활성화 계획은 크게 △학교 민주시민교육 강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 활동 지원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학교문화 조성 △학생자치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이다.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적, 정의적 자질과 덕목을 직접 가르침으로써 효과적으로 시민성을 육성하기에 적합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동체적 시민 생활을 실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총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과목 신설에 반대했다. 민주시민교육의 이념적 편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종전의 '인성교육'이 내용 변화 없이 민주시민
2019-04-03 13:30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이른바 ‘외모 규제’를 하려 한다며 큰 반발이 일었다. 여성가족부가 2017년에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는데, 2019년 개정판에 부록으로 딸린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문제가 된 것이다.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대부분 출연자들이 아이돌로 음악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외모 또한 다양하지 못하다며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정부가 왜 아이돌 외모까지 규제하느냐, 아이돌 외모를 팬한테 맞춰야지 정부한테 맞춰야 하느냐, 아이돌도 각각 차별성을 확보하려 노력하는데 정부가 구분 못하면 획일적인 거냐”고 비난을 퍼부었다. “여성가족부가 완장을 찼다”며 과도한 권력행사를 비판하는 말도 나왔다. 심각한 오해다. 정부가 아이돌의 외모를 규제하거나 지침을 내리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돌이 비슷한 외형인데 그런 아이돌들이 출연을 독식하니 결과적으로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고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가이드라인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아이돌 출연 독점을 줄여라’가 된다. 이것은 타당한 문제 제기다. 음악
2019-04-03 13:30“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法諺)이 있다. 판사는 자기가 맡은 사건에 대한 의견은 판결문에 적시하는 것만이 효력이 있으며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드러내지 말아야 하고, 설령 그 외의 방법으로 의견을 표현하더라도 이는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이 말을 학교 용어로 바꿔보면 ‘학교는 문서로 말한다’ 정도가 될 듯하다. 문서로 남아 있지 않은 말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고 그러한 말이나 사실이 있었다는 것은 추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학교 현장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학교와 교사를 지켜주는 무기는 문서이다. 특히 결재를 받은 공문서는 더욱 강력한 효과가 있다. 혹자는 적는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적자생존’이라고도 한다. 교사 특히 담임교사는 업무일지에 특이사항이나 지도사항을 꼼꼼히 기록해야 한다. 사회성 부족으로 교우 관계에 문제가 있는 학생이 있으면 담임교사는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자주 상담을 하고, 보호자와 연락하며 소통한다. 이러한 담임교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또래 집단에서 소외가 되는 것이 반복되면 보호자는 담임교사의 지도 소홀을 문제 삼을 수 있다. 혹은 안타깝게 해당 학생이 극단적인…
2019-04-03 13:3001 1970년대 후반, 옛날 일이다. 교직에 있던 나는 어떤 계기에 교육방송국 PD 공채에 지원했다. 어렵게 합격을 하였다. 교장선생님께 사직서를 들고 갔다. 세 시간 훈계를 들었다. 선생의 길을 가기로 한 청년 교사가 교직 버리기를 이렇게 쉽게 생각하는 데에 실망하셨던 것이다. 내가 변명 삼아 말씀드렸다. “교육방송도 사람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순간, 아차! 했다. 이 변명 때문에 다시 한 시간 더 꾸중을 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인격으로 만나 직접 가르치는 일이 선생의 길이다. 그깟 기계와 영상으로 불특정 다수를 간접으로 만나는 일은 진정한 선생의 길과는 근본이 다르다. 그 목소리에 열기가 묻어 있었다. 나는 이 말씀이 아팠다. 훗날 내가 가르치는 자리로 되돌아오기까지 이 말씀이 나를 견인한 면이 많다. 글자 뜻 그대로만 보면, ‘선생(先生)’의 반대는 ‘학생’이 아니라, ‘후생(後生)’이다. ‘선생(先生)’은 먼저 난 사람이라는 뜻이니, 그 반대는 후에 난 사람 즉, ‘후생(後生)’이 맞다. 그러나 누구도 먼저 태어났으므로 선생으로 인정받는 사람은 없다. 내면의 성숙으로나 외적인 자격으로나 선생의 선생다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선생(先生)의 ‘생(生)
2019-03-06 14:49교사의 고유 업무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누구든지 학생을 가르치고 바람직한 생활을 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가르치는 본연의 일보다 다각적인 업무 처리를 요구받고 있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학생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3월 교육학자 Moscowitz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시기에 학생들과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가 1년 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하였다. 그만큼 초기에 대응하는 교사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3월,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인성이나 장단점 등의 특성을 파악할 틈이 없다고 한다. 학교내·외부에서 넘쳐나는 다양한 업무처리를 요구받으면서 정작 중요하게 해야 하는 학급 교육과정 운영 방향을 결정짓는 일은 소홀히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해마다 반복된다. 교사들이 업무의 과중으로 인하여 교육과정 전반에 부정적인 결과를 미친다는 연구결과1를 보더라도 교사가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지 못하는 결과는 학생의 교육 손실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일이 해마다 반복되어 왔으니 그 손실은 막대 할 것이다. 1920년대 미국 콜로라도 주 교육장 이었던 Newlon은 교사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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