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교육 현실 2025년, 한국 교육의 화두는 단연 학령인구 감소다. 초·중·고 학생 수는 10년 사이 100만 명 이상 줄었다. 단순히 계산하면 교원 정원도, 초·중등교육 예산도 줄이는 것이 맞아 보인다. 그러나 교실의 현실은 정반대다. 여전히 과밀학급은 줄지 않고, 소규모학교는 급증하며, 다문화학생, 기초학력 보장, 고교학점제 운영 등 질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해도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축소와 그에 따른 교원정원 감축이라는 단순 논리를 이기지 못한다. OECD 교육지표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 대비 교원 수’만으로는 한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기 어렵다. 교원 정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교육의 질·형평성·미래 대응을 결정하는 전략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교원 정원을 둘러싼 다층적 모순 ● 경기도 교실, 여전한 과밀과 불안정한 정원 경기도는 교원 수급 불균형의 전형을 보여준다. 2025년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1.7명, 중학교는 25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각각 2.3명, 2.1명 많다. 전체 학급의 23.7%가 과밀학급(27명 이상), 그중 10.9%는 초과밀학급(34명…
2025-11-05 10:00
충청북도교육청 소속 사서교사 연구회 ‘탐탐’은 학교도서관이 교과수업과 긴밀히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수업 모델을 개발하고자 결성된 모임으로, 8명의 사서교사와 5명의 일반교사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연구회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핵심 아이디어와 전이를 중심으로 초·중·고 교과와 연계한 협력 수업을 기획하며, 학교도서관이 단순한 자료실을 넘어 협력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 발달을 도와주는 지혜의 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 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본교 ‘생태와 환경’ 교과교사(이원택)와 함께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을 운영하였다. 이번 수업은 새롭게 개정된 2022 교육과정의 핵심을 반영하여 설계되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학생이 교과의 핵심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상황과 문제해결에 적용(전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핵심 아이디어(Big Ideas)’를 중심으로 학습을 조직하고, 학생이 지식을 자기 삶과 연결하며, 실천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이다. ‘생태와 환경’ 과목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과
2025-11-05 10:00
새 학기의 첫 단원은 ‘Lesson 1. My Happy Everyday Life’였다. 교과서 본문에는 스페인·몽골 등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이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과 해당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다. 수업 도입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하루 중 네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니?”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없다”, “모르겠다”가 가장 많았다. 이유를 묻자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다”, “숙제가 너무 많다”, “쉴 틈이 없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 순간 나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쓰기 수행평가 주제를 ‘자신이 스트레스받는 상황과 그 해소 방안에 대해 글로 소개하기’로 정하고, 영어 글쓰기 과정 자체를 자기관리역량(특히 스트레스 관리) 함양으로 설계했다. AI 도구로는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인공지능교육서비스로 제공하는 Plang스쿨을 선택하여 학생들이 개별 맞춤형 피드백을 적시에 바로 받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영어과 성취기준인 ‘[9영04-01] 일상생활에 관한 주변의 대상이나 상황을 묘사하는 문장을 쓸 수 있다’와 ‘[9영04-02] 일상생활에 관한 자신
2025-11-05 10:00
학생들은 그림을 자주 보지만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교실 벽에 걸린 작품도, 교과서 속 그림도 하나의 장식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그림은 삶을 비추는 창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는 도구이다. 그림을 제대로 보고 감상하는 힘은 생각을 넓히고 감정을 풍요롭게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한다. 핵심 아이디어 중심 수업설계, 학생의 삶에 의미 있는 학습경험 제공, 사고하고 탐구하는 수업을 지향한다. 이는 미술 감상 수업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작품을 그냥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질문하고, 탐구하며,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작품을 보는 힘 기르기’라는 주제로 감상 활동을 구상하였다. 학생들이 교실 속에서 작품을 새롭게 바라보고, 일상 속 예술을 발견하며, 감상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쳐 지나던 그림, 멈추어 보기에서 시작하다 학교 복도에는 명화 작품들이 걸려 있다. 나는 이따금 작품 앞에 멈추어 서서 그림을 바라본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것을 풍경처럼, 벽에 새겨진 무늬처럼 스쳐 지나간다. 작품을 장식처럼 여기는 현실이 아쉬웠다. 그림은 장식이 아니다. 한 장의 그림에는 작가…
2025-11-05 10:00
학교는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며 그 중심에는 가르침의 전문가인 교사가 있다. 학교교육은 교수자인 교사와 학습자인 학생이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교수와 학습이란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교수와 학습은 동물과는 구별되는 인간만의 독특한 활동이다. 인간은 교수와 학습을 통해 문화를 전수하여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고, 보는 지식과 생각하는 힘 등을 익혀서 이 세상에 유일한 인간으로 재탄생하여 나만의 위대한 삶을 영위한다. 장학1은 이처럼 중요한 교사의 교수 역량 등을 높이기 위해 실시되며, 이때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존중될 때 그 효과가 크다. 그러나 과거의 교내 장학은 교사의 전문성 신장보다는 교원 평가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이런 교내 장학에 대하여 교사들은 형식적 절차로 인식하고, 거부감을 가지게 되어 장학을 둘러싸고 학교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서이초 사태 이후 현안인 교권보호에 집중하다 보니 전문성 신장과 수업방법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장학은 순위가 밀려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장학의 본래 기능은 사라지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일부 학교들은 교…
2025-11-05 10:00
가을은 운동회의 계절이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단체 경기와 매스게임 등 운동회 연습이 한창이다. 많은 학부모는 학교 운동회를 통해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자녀들이 운동장에서 뛰고 달리는 모습을 보며 함께 즐거워한다. 최근에는 운동회를 이벤트사에 맡기는 경우가 늘면서, 교육적 의미보다는 노는 것을 추구하는 이른바 ‘외주형 운동회’라는 비판과 함께 운동회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외주형 운동회에 대해 긴 시간의 준비 단계를 없애고 축제로 즐기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 시간이 줄고, 지나치게 흥미 위주라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이제 운동회는 체육교육과 학교교육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단순한 명랑운동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확산은 불가피하게 학교교육의 정체성과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운동회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고, 학교의 상황과 여건들을 고려한 정합성이 있는 미래지향적 운동회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위탁형 운동회의 확산 배경과 문제점 ● 위탁형 운동회 확산의 배경 최근 위탁형 운동회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
2025-10-02 10:00
현대사회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는 글로벌 무한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많은 국가는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한 인재 양성 교육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진국들은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하여 ‘수월성’ 제고를 토대로 하는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수월성 교육은 교육 수요자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함으로써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키고, 국가는 이러한 교육으로 사회·문화·경제·복지 등의 다양한 혜택을 다수가 누릴 수 있게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독일의 ‘모든 학생을’ 지향하는 수월성 교육 사례인 ‘공동 프로젝트 ‘(학업)성취가 학교를 만든다’(Gemeinsame Initiative ‘Leistung Macht Schule’(이하 LemaS)’를 소개하고, 독일의 보편적 수월성 교육정책과 그 실천 사례가 우리나라 교육의 수월성 제고에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의 보편적 수월성 제고 교육개혁 프로그램 독일은 2001년 수월성 교육의 방향을 영재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기회균등의 원칙에 기초한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교육은 학생들의 소질과 능력을 최대한 발현시켜주는 방향으로 이…
2025-10-02 10:00
해외에서 한글을 가르친다는 일은 단순히 문자를 익히는 교육을 넘어, 아이들의 정체성과 자아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필자가 호주에 처음 도착한 것은 38년 전인 1987년 9월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호주 사람들에게 한국은 지구 어디쯤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매우 낯선 나라였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 중계를 보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나운서가 가짜 명품 시계를 가리키며 “한국 이태원에 가면 햄버거값으로 롤렉스를 살 수 있다”고 조롱하던 모습은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낮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시절에는 한국의 존재와 가치를 알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K-문화의 확산과 함께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호주 현지 학생들까지 자발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글학교를 찾는 시대가 되었다. 해외 한글학교에서는 늘 동포 자녀들의 정체성 혼란과 아이덴티티 형성이라는 문제와 마주한다. 가정에서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거나, 한국 문화와 접할 기회가 제한적인 아이들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기 쉽다. 한글 수업은 이들에게 자신이 한국인임을 확인하고, 뿌리를 느끼며 자긍심을 심어주는 소중한 통…
2025-10-02 10:00
오늘 점심시간 학교도서관 일일 토론주제는 일류의 조건(사이토 마카시)의 내용 중 ‘동경하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가’였다. 학생에게 책을 소개하며 질문을 건넸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뭐야? 왜 그것을 하고 싶었니? 그럼 동경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니?” 어려운 주제였던 한 학생은 “왜 나한테만 어려운 걸 물어요?”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중학생들의 현저하게 낮은 독서량 때문이다. 선생님이 직접 책을 읽고 소개하며 학생들에게 다가감으로써 독서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작은 유인책인 셈이다. 책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동기와 반응을 관찰하며 어떻게 하면 독서를 동경하는 마음을 일게 할지 고민이 깊다. 새 학기마다 독서교육과 정보활용교육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심사숙고한다. 2024년에는 창의적체험활동시간 외에 2·3학년 국어 수행평가와 자유학기 협력수업으로 2개 반 독서협력수업을 병행했다. 하지만 독서교육과 정보활용교육 모두 깊이를 갖추지 못한 채 진행되었고, 잦은 수업으로 도서관 운영이 소홀해져 운영방식의 재조정이 필요했다. 이에 2025년에는 1학년 자유학기 주제선택 활동으로 단독 주제독서를 3월부터 7월까지
2025-10-02 10:00
AI 콜라주 시 창작하기란? ‘콜라주’란 종이·사진·천 등 다양한 재료를 조합하고 붙여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미술 기법이다. ‘콜라주 시’는 이를 시 창작에 접목한 것으로, 서로 다른 출처의 텍스트 조각들을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새로운 의미가 탄생되며 만들어진 시를 말한다. 기존 시의 구절들을 사용하거나, 일상에서 채집한 단어들, 신문 기사나 광고 등 다양한 매체에서 수집한 단어들로 시를 창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창작한 시 구절’을 수집하고 이를 적절히 조합·변형하며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표현을 덧붙이는 방식으로도 하나의 시를 창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성형 인공지능의 결과물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기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진솔하면서도 창의적인 시를 창작하는 것으로 나아가야겠지만, 아이들이 ‘시를 써보자’라는 말을 들을 때 느낄 막막함과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비계(scaffolding)’로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싶었다. 또한 인공지능이 쓴 시와 인간이 쓴 시를 비교하며 ‘시’란 무엇인지, ‘시를 창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2025-10-02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