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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新 교장학 개론] 3B의 수렁에 빠진 학교, 맞춤형 대처로 극복하자 

최근 학교에서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견디기 힘들다’고 외치고 있다. 학부모들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개혁을 명분으로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지만, 사교육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다며 아우성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러한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은 교육문제를 국민의 관심이 높고 이해관계가 무척 복잡한 뜨거운 감자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을 보면 그 방향이 과연 올바른지, 추구하는 가치가 타당한지 의구심이 든다. 진정성을 가진 미래지향적 교육개혁이 아닌 변죽만 울리는 개혁에 그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교육영역은 사회의 문제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라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그런데도 갈등이 심각해진 학교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가장 늦게 마련되고 시행된다. 이는 학교라는 공간이 사회에서 가장 약한 곳 중 하나라는 사실을 오히려 웅변한다. 정치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대한민국에서 목소리가 큰 집단, 정치적 영향력이 큰 집단을 먼저 신경 쓰는 현실은 어쩌면 당연한 정치의 논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는 정치인의 말을 믿고, 학교 현장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성실하게 교육에 임해 온 사람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깊은 소외감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학교는 교수와 학습, 배움과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잃고 구성원 모두에게 힘든 공간, 버티는 공간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교육부의 정책은 받아쓰기 정책이다”, “교육청은 교사의 고통을 외면하는 무능의 표본이다”, “학교 행정가들은 교사의 삶을 지키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의 삶을 존중하지 않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이런 현상들이 거대한 깔때기처럼 작동해 우리 사회에 스며 있는 수많은 어둠이 교사의 삶에 고이게 만들었다”고1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친다.


학교공간이 이렇게 변질될수록 학교장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학교장은 교사들이 어떤 이유로 힘들어하는지, 그 양상은 경력과 역할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피고, 그에 맞는 대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직관에 기대기보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원인을 진단하고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여기서는 지면 관계상 학교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교사를 중심으로, 교사들이 겪는 힘듦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유형을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과도한 업무로 타오르다 재처럼 꺼지는 번아웃(burn-out), 무의미한 업무 속에서 서서히 녹슬어가는 보어아웃(bore-out), 그리고 ‘내가 해 봐야 무엇이 변화되겠어’라는 생각으로 의욕이 점점 줄어드는 브라운아웃(brown-out)이다. 이 세 단어는 모두 ‘전력’의 은유를 빌린다. 인간의 에너지도 전기처럼 과부하가 되거나, 공급이 줄어들거나, 사용처를 잃으면 결국 꺼져버린다.
  
교사 고통의 유형별 발생 원인
● 번아웃(burn-out)
​번아웃은 일반적으로 정신적 과부하로 인한 소진을 말한다. 불꽃이 꺼지듯,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가 몰아치는 끝에 찾아온다. 특히 직무수행이 개인과 사회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자신이 원하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성취감을 얻지 못할 때 나타난다. 또한 실패 경험이 장기간 누적되어, 직무를 통해 얻는 성취감보다 좌절감이 더 클 때 심화된다. 결국 번아웃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생리적 수준의 반응이라는 점에서 건강심리학자들은 번아웃을 신체적 자원의 소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아부어 짧은 기간 버티며 수행 수준을 더 높인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어 신체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 ‘제 살 깎아 먹기’식 버티기는 어렵다. 결국 극한 상황이 이어질수록 몸과 마음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끝내 항복해 버린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개 부장교사들이다. 특히 학교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교무부장·연구부장·생활지도부장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이들은 교사의 본업인 가르치는 일과 함께 학교의 주요 행정업무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에 소진이 누적되기 쉽다. 그 결과 가르치는 열정이 크게 떨어지며, 탈진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무기력 상태에 빠지게 된다. 다만 번아웃도 신체적 소진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소모가 크고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교사라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번아웃 예방에 힘써야 한다. 

 

● 보어아웃(bore-out) 
​보어아웃은 일 자체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할 일이 적거나 의미 없는 업무를 반복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 증상의 핵심은 하는 일의 양이 아니라 하는 일의 질에 있다.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이어질 때, 사람은 심리적으로 마모된다. 번아웃이 과로나 스트레스 등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소진되어 열정과 성취감을 잃은 상태라면, 보어아웃은 지루하고 단조롭거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일상이 장기간 반복되면서 의욕을 잃고 심한 무기력감과 환멸감에 빠지는 상태다. 비유하자면 번아웃은 ‘너무 불태운 나머지 재밖에 남지 않게 된 것’이라면, 보어아웃은 ‘애초에 불이 붙어 보지도 못한 채 삶의 동력이 꺼져버린 것’이다.


학교에서 이런 증상은 신규교사 혹은 저경력교사에게 자주 나타난다.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직업인 교사가 되기 위해 국제중·외고·과고 등을 거쳐 교원양성대학을 졸업하고, 그 어려운 임용고시를 통과해 교사가 되었지만,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자신이 꿈꾸던 교직과 너무 다르다. 가르치는 일보다 행정업무와 공문처리가 중심이 되는 학교, 적응 중인 신규교사에게 힘든 학년의 담임을 떠넘기는 관행 등은 초임교사와 저경력교사들을 너무나 힘들게 한다. ‘이런 일 하려고 밤잠을 줄이며 공부를 열심히 했나’라는 회의가 생기고, 출근 전날 밤마다 깊은 번민에 빠지기도 한다. 


● 브라운아웃(brown-out)  
​브라운아웃은 전력 용어에서 빌린 표현이다. 전등이 꺼지지는 않았으나 빛이 희미해진 상태, 즉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줄어든 상태를 말한다. 이 증상은 ‘완전한 소진’도, ‘완전한 무기력’도 아니다. 다만 일에 대한 의욕과 집중력이 서서히 식어가며 일을 하는 상태다. 그 결과 일의 효율과 성과는 점점 떨어지며, 장기간 방치하면 번아웃이나 보어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증상은 일종의 정신적 무기력 상태로, 일에 대한 열정·흥미·몰입이 저하되는 상태다. 이때 업무에 대해 무관심해지거나 피로를 느낄 가능성이 높아 제대로 일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증상의 원인은 업무의 환경과 특성, 개인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단조로운 업무의 반복, 업무와 개인생활 간 균형이 무너진 ‘불안정한 워라밸’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학교에서 이런 증상은 중견교사나 고경력교사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때로는 교장·교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누가 뭐라 하든 박봉에도 불구하고 나름 대한민국 교육을 위해 열심히 가르쳐 왔고, 우리나라 산업화와 민주화에도 일정 부분 공헌해 왔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국가와 사회의 대우를 보면 존경은커녕 존중조차 체감하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며 좌절하고, 결국 무너진다. ‘내가 열심히 한들 누가 알아주며, 우리 교육이 바뀌겠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사 고통의 유형별 맞춤형 대책
● 번아웃 대책
번아웃에 빠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믿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교 차원에서는 해당 교사에게 과중하게 부과된 업무를 경감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또한 번아웃에 처한 교사들에게 적합한 연수과정을 별도로 개설하여 운영해야 한다. 연수 내용에는 스스로 번아웃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수면시간 확보하기, 내 몸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휴식 취하기, 내 몸에 맞는 취미 생활하기, 믿을 수 있는 사람과 깊이 소통하기 등이다. 다만 근본적으로 인간은 일에 쏟는 에너지와 일을 통해 얻는 의미가 균형을 이룰 때 그 일이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등이 오래 빛을 내기 위해서는 전력이 일정해야 하듯, 인간도 자신의 에너지를 적절히 쓰고 채우는 법을 스스로 탐구하여 찾도록 해야 한다. 

 

● 보어아웃 대책
​보어아웃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일의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데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중요한 역할을 하는 T/F 위원 등으로 위촉하여 참여를 보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의견을 자주 묻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교육계에서 나갈 수 있는 다양한 진로에 대해 외부강사를 초청한 연수를 통해 안내하고, 본인들이 관심 있는 영역에서 재직 중인 사람들을 소개하여 멘토를 맺도록 주선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를 통해 교사 스스로 가르침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그리고 희망을 다시 찾고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브라운아웃 대책 
학교장들이 번아웃은 대체로 잘 알고 있어 관심을 기울인다. 반면 브라운아웃에는 관심이 적다. 그 이유는 이 증상은 의욕과 집중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상태로 업무를 하기에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라운아웃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증상은 번아웃이나 보어아웃보다 덜 극단적이지만, 조직 관점에서는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장이 이를 가볍게 여기다가는 크게 후회할 수 있다. 이 증상은 고경력교사, 소위 ‘왕언니’ 등 학교 내에서 영향력이 큰 교사들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영향력으로 인해 서서히 주변 교사와 학교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 ‘적당히 해’, ‘너무 튀지 마!’ 등의 언어로 대표되는 분위기가 정착되면 많은 교사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결국 학교 전체의 교육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학교장은 이러한 신호를 미리 알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교사들이 업무 몰입으로 교육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장을 비롯한 학교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면밀하게 교사들의 상태 등을 모니터링하고 잘 관리하여 이 증상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기 회복과 환경 재설계가 필요하다. ​보어아웃과 브라운아웃의 공통적인 원인은 교사들이 스스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하는 환경과 업무이다. ​따라서 교육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개선하면서 교사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조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소통하며, 소외되지 않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업무에 몰입하고, 학교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동기가 되살아난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에 관한 관심은 세계적 수준이다. 이는 생존경쟁이 치열한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학교가 가장 원초적인 생존 본능이 처절하게 부딪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이로 인해 교사들이 받는 압박감도 클 수밖에 없다. 서울의 이른바 ‘대문자 강남’4 지역은 교사의 무덤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소문자 강남’5 지역마저 점차 증가하고 있어, 학부모 민원 측면에서 보면 서울 전역이 점점 평평해지고 있다. 학교장은 이러한 변화를 감안하여 교사들의 고통에 눈과 귀를 열고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적인 학교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물론 학교장은 매우 힘들다. 그러나 어찌하랴, 우리 교육은 결국 학교장 손에 상당 부분 매달려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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