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교사,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그동안 교사라는 직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로 꼽혔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과 든든한 공무원연금, 그리고 정년 보장이라는 3대 축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지워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적 안정성은 역설적이게도 자산 관리 측면에서는 ‘달콤한 함정’으로 작용한다. 매달 쥐어지는 안정적인 소득에 안주하는 사이, 수도권과 지방 간의 자산 양극화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방 교사로서 실거주로 지방에 살아가다 보면 ‘주거’와 ‘투자’가 자연스럽게 동일시된다. 매일 출퇴근하는 학교가 있고 나의 일상이 펼쳐지는 지역이기에,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 집을 사고 그곳에 부동산 자산을 묻어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며, 굳이 내가 살지 않는 다른 지역 부동산 시세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실거주 관점에서는 좋지만, 자산 측면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 아무리 살기 좋은 내 집일지라도, 인구가 빠져나가고 성장이 따라주지 않는 지역의 부동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가치가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 거주자라고 해서 반드시 내 집을 지방에 마련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직장은 지방에 묶여 있을지라도, 내 자산은 철저하게 전국구 핵심지를 향해야 하며, 내가 사는(living) 곳과 내가 살(buying) 곳, 그리고 내 돈이 일해야 하는 곳을 분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방 교사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은퇴 이후의 생존과 자산 방어를 위해 왜 전국으로 시야를 넓혀야 하는지 그 이유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
가속화되는 지방 소멸과 점점 더 벌어져가는 수도권과의 격차
지방 부동산이 모두 몰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은 옳지 않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리스크 속에서도 일자리가 탄탄하고 인프라가 집중된 지방 일부 지역의 핵심 아파트는 여전히 견고한 하방경직성을 보여주며 가격이 우상향하기도 한다. 문제는 ‘지방 부동산이 오르느냐, 떨어지느냐’가 아니다. 내가 가진 한정된 자본을 지방에만 묶어두었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수도권 핵심지와 벌어지는 ‘자산 성장의 격차’를 냉정하게 계산해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구 감소 시대의 부동산 시장은 전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르는 대세 상승 대신, 철저한 양극화와 수축 현상을 보인다. 즉 오르는 지역과 주목받는 아파트만 집중적으로 오르고, 그 외에는 철저하게 외면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방에서도 핵심 입지는 살아남겠지만, 그 성장 동력과 상한선은 수도권 중심지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방 학교 현장에서 매년 체감하는 학령인구 감소는 지역 전체의 기초체력과 배후 수요가 장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여기에 더해 미래를 주도할 양질의 일자리마저 수도권으로 고착화되는 흐름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의 가치를 지키고 키우기 위해서는 수도권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지방의 우량 자산이 10% 성장할 때, 수도권의 핵심 자산은 20%, 30% 더 앞서 나가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주거 편리성에 만족하며 지방에만 부동산 자산의 전부를 매치해 두는 선택은, 당장 눈앞의 손실은 없을지언정 자산 성장의 기회비용을 키우는 선택이 된다. 똑같은 자본으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수도권 핵심지와의 자산 격차는 계속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열심히 자산을 일구고도 결과적으로 자산 성장 경쟁에서 뒤처지는 ‘보이지 않는 양극화’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방의 교사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내 집 가격의 폭락이 아니다. 내 자산이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제한하는 관성이다. 지방의 일부 우량 상품이 가진 가치를 인정하더라도, 자산의 스펙트럼을 전국구로 넓히지 않는다면 거대한 자산 양극화의 흐름 속에서 내 자산의 상대적 가치는 계속해서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내 자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큰 시장까지 바라보는 넓은 시야이다.
각 지역의 대장과 랜드마크, 그 가치와 한계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도 굳건히 버티는 존재들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이른바 ‘대장 아파트’와 ‘랜드마크’ 단지들이다. 대구 수성구, 대전 유성구, 부산 해운대구 등 지역 내 최고 학군지와 핵심 입지에 위치한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여준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오히려 인프라가 집중된 중심지로 모여드는 수축 도시의 특성상, 지방의 대장 아파트들은 지역 내 수요를 독점하며 안전자산 역할을 해낸다. 지방에 거주하는 교사들에게 이러한 랜드마크 자산은 심리적인 위안과 함께 실거주 만족도를 극대화해 주는 훌륭한 선택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냉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러한 지방 대장 아파트들이 가진 명확한 한계, 즉 ‘유리천장’의 존재다. 얼핏 생각하기에 지방 랜드마크의 가격은 그 지역 내부의 인구수와 자본의 크기에 따라서만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지방 대장 아파트의 가격 상한선은 홀로 움직이지 않으며, 다른 지역의 흐름, 특히 서울 및 수도권 상급지 입지의 아파트 가격과도 연동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지방의 대표적인 상급지인 대구 수성구의 대장 단지 ‘힐스테이트 범어(33평)’와 준강남권 입지를 자랑하는 위례신도시의 ‘위례 센트럴자이(33평)’의 시세를 비교해 보면 이러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두 단지는 지난 2022년 부동산 조정기 이후 한동안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유사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자 파란색의 위례 센트럴자이가 강력한 상승세를 타고 빨간색의 힐스테이트 범어보다 4~5억 원 이상 높은 가격 격차를 벌리며 먼저 올라가 버렸다.
위례 센트럴자이가 이토록 먼저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완성된 신도시의 쾌적함이라는 자체 역량뿐만 아니라, 훨씬 더 높은 가격 천장을 가진 ‘서울 강남’의 가격 리딩과 그에 따른 낙수효과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입지적 지위를 가졌기 때문이다. 즉 지방에서 아무리 위상이 높은 대장 아파트라 할지라도, 서울·수도권 메가시티가 뿜어내는 입지적 에너지와 자본의 크기, 그리고 이에 따른 거시적인 흐름을 뛰어넘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이다.
결과적으로 지방 랜드마크에만 자산의 전부를 묶어두는 것은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는 유용할지 몰라도, 자산의 도약을 이뤄내기엔 체급의 한계가 명확하다. 지방 대장 아파트가 완만하게 자산을 지켜주는 사이, 수도권 핵심지의 자산은 서울의 상방 리딩을 따라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멀어져 간다. 결국 내 자산이 정체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전체의 자산 지도 위에서는 상대적인 자산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지방의 대장은 자산을 지키는 훌륭한 방패가 될 수는 있어도, 자산의 격차를 좁히고 확장해 나갈 강력한 창이 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주거와 투자를 이원화하는 ‘원격 투자’
근무지가 지방이라면 지방 거주를 해야 하지만, 성장의 기회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주거와 투자를 철저하게 이원화하는 ‘원격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방 소멸과 자산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에는 몸이 머무는 공간(주거)과 자본이 굴러가는 공간(투자)을 완벽히 분리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한 것이다. 몸은 삶의 터전인 지방에 두되, 돈은 가장 가치 있게 일할 수 있는 서울 및 수도권 핵심지에 심어둔다면 지방에 거주하면서도 자산 성장의 수혜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실거주 비용을 최소화하여 투자 자본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지방에서는 대장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도 좋지만, 가성비가 좋은 전월세 혹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에 거주하며 주거비를 대폭 아끼고, 이렇게 확보된 귀한 종잣돈으로 서울 및 수도권 핵심지의 상급지 아파트를 선점하는 갭투자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일반 아파트가 아니라 향후 엄청난 가치 상승을 동반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건을 매수할 수도 있다. 내가 직접 수도권에 살지 않더라도, 수도권 핵심 자산이 가진 성장 에너지를 고스란히 내 자산의 성장 동력으로 흡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과 심리적 거리감은 존재한다. 가보지 않은 곳, 살지 않는 곳을 매수하는 것에는 큰 장벽이 있으며, 주변 사람들도 뭘 그렇게까지 하냐며 말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가 멀다고 해서 내 자산의 미래까지 멀어지게 둘 수는 없다. 매달 들어오는 안정적인 월급을 바탕으로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면서, 가장 성장성 높은 부동산 시장에 내 자본을 배치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직업적 안정성과 자산의 성장성을 동시에 쥐는 지방 교사의 영리한 투자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원격 투자의 걸림돌
현재 기준, 지방 거주민이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핵심지를 비거주 하는 상태로 선점하기란 쉽지 않다. 촘촘하고 강력한 부동산 규제의 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전역을 비롯해 경기도 주요 12개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지정된 상태이다. 토허제 구역 내 주택은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 갭투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무조건 실거주를 해야만 매수 허가가 난다.1 게다가 수도권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전입 의무가 따라붙기 때문에 지방에 거주하는 교사들로서는 대출을 받아 월세를 놓거나, 갭투자로 수도권 핵심지에 진입하는 길이 구조적으로 차단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면초가의 규제 속에서도 파고들 수 있는 빈틈은 분명히 존재한다. 첫 번째 대안은 수도권 내에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비껴간 ‘일부 비규제 지역의 알짜 입지’를 공략하는 것이다. 특히 서울과 접해 있거나 상대적으로 근접한 지역 혹은 거주 수요가 많은 신도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는 서울에 인접한 구리시와 화성시 동탄구, 안양시 만안구, 용인 기흥구 등이 토허제 지정에서 제외된 틈새 지역에 해당한다. 이들 지역은 실거주 의무가 없기 때문에 지방 투자자 입장에서는 진입할 수 있는 빈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규제 지역 내의 아파트는 수도권 내 규제 지역 대비 수요가 약한 물건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선호가 높은 동네와 물건만을 선별하여 접근해야 한다.
또 다른 돌파구는 토허제 규제를 받지 않는 ‘재개발’ 빌라 등을 사는 것이다. 아파트가 아닌 빌라는 실거주 의무 없이 전세를 낀 투자가 가능하다.2 비록 새 아파트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본업에 충실하며 오랜 시간을 버텨낼 수 있다면 최적의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수도권의 입주 물량이 바닥인 상황에서 수도권 상급지의 미래 ‘새 아파트 입주권’을 미리 확보해 두는 이 전략은 오히려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견조(堅調)할 지방의 대장, 그리고 새로운 길을 향한 용기
앞에서 언급했듯, 지방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빛을 발하는 곳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의 거대 지방 광역시 내에서 교통·학군·인프라를 모두 갖춘 최상위 ‘대장급 입지’들이 바로 그곳이다. 이 지역들은 단순히 거주지를 넘어, 해당 지방 전체의 자산가들과 상류층 수요가 최종적으로 모여드는 일종의 ‘안전지대’ 역할을 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인프라가 집중된 중심지로 수축하며 모여들기 때문에, 이러한 핵심 랜드마크 단지들은 앞으로도 탄탄한 방어력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이 현상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한층 더 냉혹한 현실이 드러난다. 중심지 대장 아파트가 주변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는 것은, 그 외곽에 있는 지역이나 애매한 입지들은 철저하게 외면받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중심지가 견고하게 버티는 사이, 외곽과 애매한 입지들은 배후 수요를 대장 입지에 고스란히 빼앗기며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결국 지방 내부에서조차 ‘초양극화’라는 가혹한 경쟁이 벌어지는 셈이며, 이 구조를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지방은 결국 서울 수도권의 핵심지에게 수요를 지속적으로 빼앗길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아무리 견고한 지방의 대장 입지라 할지라도 결국 서울과 수도권 핵심 입지의 성장 가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핵심지는 대한민국 전체 양질의 일자리와 인구·자본을 독점하는 거대한 블랙홀이기 때문이다. 지방 대장이 지역 내 자본을 모으며 완만하게 방어하는 동안, 서울·수도권의 핵심 자산은 훨씬 더 높은 가격 천장을 향해 폭발적으로 질주하며 자산 격차를 벌여나갈 것이다.
지방 대장 입지에 사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서울과 수도권의 핵심지에 내 자산을 심어두는 ‘거주와 투자 분리 전략’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내려놓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용기를 가져본다면 내 자산 성장의 기회가 훨씬 더 넓어질 것이다. 그 용기 있는 첫걸음이, 당신의 은퇴 이후를 진정한 자유로 이끌어줄 마중물이 되기를 응원한다.